스마트 브랜딩이란 끝에서 시작을 보는 것 볼륨배지시즌배지

Written by 권민  고유주소 시즌2 / Vol.21 스마트 브랜딩 (2011년 06월 발행)

끝에서 시작을 보면서 되고자 했던 것을 완성하는 것이 ‘브랜딩’이다. 그래서 100년 브랜드를 생각하면서 1년 계획을 짜는 브랜딩과 소비자의 말초신경만 자극하는 대박 마케팅은 차원이 다른 이야기다. 유니타스브랜드에서 수 차례 말했듯 기업의 꿈은 ‘지속가능경영’이지만 브랜드의 꿈은 ‘영속가능경영’인 것도 그 때문이다. 따라서 유한한 기업의 관점으로 무한한 브랜드를 이해하는 것은 그 자체가 어렵다. 아직 100년 브랜드를 갖지 못한 우리이기에 100년 역사의 브랜드를 이해하지 못하는 것도 어찌 보면 당연하다.

짧고 굵게 혹은 길고 가늘게

젊고 미혼이었을 때는 한번 사는 인생, 짧고 굵게 살다가 화려하게 죽고 싶었다. 하지만 결혼을 하고 자녀가 생긴 후 이제는 가늘고 길게 살고 싶어졌다. 생각이 바뀐 결정적인 이유는 자녀 양육에 관한 책임감도 있지만 무엇보다도 그들과 행복하게 살아가는 것의 참맛을 보았기 때문이다.

30대 초반에는 비전을 이루기 위해 끝없이 밀려 드는 일들을 모두 감당하려 들었었는데, 40대 초반부터는 할 수 있는 일만 생각했고, 40대 중반이 되면서부터는 60살이 되어서 할 수 있는 일을 생각하는 시간이 더 많아진 것 같다.
분명 40대 중반에 들어선 뒤에는 세상이 바뀌는 것보다 내가 더 빨리 바뀌기 시작했다. 이제까지 삶에 있어 가치 있게 여겼던 것들 중 몇몇에 대해서는 전혀 무게감을 느끼지 못하게 된 반면, 30대 때는 하찮게 여겼던 것들이 인생의 중심축이 되기도 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무한하게 보였던 시간이 유한하다는 것을 깨닫고 난 후부터 모든 것이 제대로 보이기 시작한 것이다. 인생의 공전과 세상의 자전속도를 느끼기 시작해서일까.
이제 내 인생의 끝을 준비하면서 다시금 현재의 시간을 조정하고 있다. 무엇보다도 일시적이고 유한한 것들을 찾기 보다는 내 삶보다 무한한 그 무엇을 찾아 거기에 나의 유한한 시간을 쏟기로 결정한 것이다. 그래서 만들게 된 것이 유니타스브랜드다.

만약에 내가 20대쯤 40대 중반에 유니타스브랜드 편집장과 브랜드 컨설턴트가 될 것임을 미리 알았더라면 그 때 무엇을 했어야 할까? 40대 중반이 되어 나의 20대를 돌이켜 보니 무엇을 하고, 무엇을 하지 말아야 했을 지가 명확히 보인다. 만약에 내가 그때 그것만 하지 않았더라면 20여 년이 지난 나는 지금보다 더 훌륭한 모습의 편집장이 되어 있었을 것이다.
시간을 현명하게 사용하려면 시작에서 끝을 보는 것이 아니라(잘 보이지도 않는다), 끝에서 시작을 보아야 한다. 쉽게 말할 수는 있어도 말처럼 쉬운 일은 절대 아니다. 무엇보다도 인생의 돌발변수인 ‘운명’과 ‘사랑’의 출현이 시작점과 끝점에 굴절을 일으켜 다른 인생으로 만들어 버리기 십상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인생을 계획대로 살아가는 사람은 매우 드물다.

 

 

끝에서 시작을 보면서 되고자 했던 것을 완성하는 것이 ‘브랜딩’이다.

 

 

끝에서 시작을 보면서 되고자 했던 것을 완성하는 것이 ‘브랜딩’이다. 그래서 100년 브랜드를 생각하면서 1년 계획을 짜는 브랜딩과 소비자의 말초신경만 자극하는 대박 마케팅은 차원이 다른 이야기다. 유니타스브랜드에서 수 차례 말했듯 기업의 꿈은 ‘지속가능경영’이지만 브랜드의 꿈은 ‘영속가능경영’인 것도 그 때문이다. 따라서 유한한 기업의 관점으로 무한한 브랜드를 이해하는 것은 그 자체가 어렵다. 아직 100년 브랜드를 갖지 못한 우리이기에 100년 역사의 브랜드를 이해하지 못하는 것도 어찌 보면 당연하다.

사실 이번 Vol.21에서 가장 어려웠던 것은 우리가 소개할 브랜드를 정의하는 일이었다. 원래 제목은 ‘강소브랜드 경영’이었다. 단지 그들의 ‘현재’ 외형과 매출 크기로만 평가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것은 현재의 모습일 뿐이지, 5년이 지나면 지금의 매출과는 비교할 수 없는 대기업이 될 수도 있는 일이기에 적합한 제목은 아니었다. 우리가 이번에 다룬 브랜드를 설명하기에는 찰스 다윈의 “가장 강한 종이 살아남는 것이 아니라 환경에 가장 잘 적응한 종이 살아남는다”는 표현이 가장 적합할 것이다. 그들은 적자생존과 양육강식의 법칙이 여실한 시장에서 아주 영리한 브랜딩을 통해 자신만의 영역을 구축하고 있다. 그야말로 스마트한 브랜드들이다. 30년 이상 된 브랜드에서부터 5년도 안된 이들 브랜드에서는 아직 이론으로는 구축되지 않았어도 분명 성장과 성공의 현상을 보이는, 새로운 혁신과 진화의 형태가 발견되기도 했다. 그에 맞춰, 편집팀에서는 그들의 현재 모습이 아닌 그들의 최종 진화 단계인 브랜딩 끝점에서 진화 과정의 전前 단계를 한 단계씩 분석하기로 했다. 수많은 토의 끝에 결국 직관력에 의지해 통찰력으로 잡아낸 제목, ‘스마트 브랜딩’을 붙이기로 했다.

스마트라는 단어는 요즘 너무 흔하게 쓰여서 식상해 보이지만 앞으로 이어질 글들을 확인하면 왜 그들에게 ‘스마트’라는 작위를 줄 수밖에 없었는지 알게 될 것이다. 이유 중 한 가지만 설명하라면 그들은 ‘영속가능경영’의 개념을 정확히 이해하고 있었고 자신이 무엇이 될 것인지를 정확히 안 상태에서 현재의 비즈니스 자체를 브랜딩의 과정으로 삼고 있었기 때문이라 답하겠다.

 

 

유니타스브랜드의 끝은 무엇일까?

현재 유니타스브랜드는 시즌Ⅱ를 마무리 하면서 시즌Ⅲ를 준비하고 있다. 시즌이라는 말 또한 너무 흔하게 쓰여서 겉멋에 찌든 단어 중 하나가 되었지만 우리로서는 버릴 수 없는 단어가 됐다. 10년 동안 선보일 주제를 뽑아 전체를 미리 그려두고 그 끝을 보면서 시작했기 때문이다.

‘브랜드, 그리고 브랜딩이란 무엇인가’를 다뤘던 시즌Ⅰ, ‘브랜딩을 위한 실질적인 솔루션’으로 구성한 시즌Ⅱ… 이런 형태로 목표를 정하고 내용을 맞추어가는 시즌별 편집 기획은 그야말로 피를 말리는 작업이었다. 호별 특집 주제가 해당 시즌에 맞게 좋아도 그것을 증명할 브랜드가 없거나, 또 브랜드 케이스는 좋아도 그 브랜드를 소개할 적당한 주제를 매칭시키지 못할 때만큼 막막할 때도 없었다. 시즌Ⅰ, Ⅱ를 만들었던 지난 3년은(소위) 뭣 모르고 했기에 버텨왔지만 이제는 그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를 알기에, 2012년에 선보일 시즌Ⅲ의 첫 호를 준비하는 에디터들의 눈빛은 예전과는 많이 달라졌다.

시즌 컨셉의 편집이 어렵지만 고수할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다. 우리의 목적은 잡지 출간이 아니라 교육이기 때문이다. 교육의 형태는 잡지, 컨설팅, 강좌 등으로 다양하며, 이런 교육이란 목적을 완성하기 위해서는 커리큘럼과 실제적인 사례들, 무엇보다도 지식의 단계별, 그리고 테마별 구성이 필요하다.

예를 들면 이렇다. 이번 호는 분명 Vol.21인데, 다음 호는 시즌 구성의 완성도를 올리기 위해서 Vol.22가 아닌, Vol.23이 먼저 발간된다. 시즌Ⅱ의 최종편이라고 할 수 있는 Vol.22는 ‘브랜드 대담(가제)’으로서 브랜드에 관한 인문학적, 사회과학적, 자연과학적 접근을 다루며 총체적 그림을 그려내는 책이다. 따라서 5개월 가량의 연구를 통해 매우 신중하고 많은 고민을 담은 책으로 선보일 예정이기에 미리 준비하고 있던 Vol.23을 먼저 발행할 예정이다.

누군가는 준비 중이던 Vol.23호에 Vol.22를 붙여서(즉, 기획했던 Volume 순서를 서로 바꿔서) 내면 되지 않냐고 물을 수도 있다. 그러나 앞서 말했듯이 유니타스브랜드는 시즌, 그리고 시즌 내 특집 주제를 교육 프로세스에 따라서 만들었기에 Vol.23과 Vol.22는 잡지 발행 순서의 문제가 아니라 지식의 순서에 관한 문제다. 때문에 다소 출판사고처럼 보이는 출간일지라도 강행하려고 한다. 이처럼 유니타스브랜드는 브랜딩을 위해서 매우 미숙하지만 끝에서 시작을 보는 시각을 고수하고 있다.

아직도 유니타스브랜드의 컨텐츠와 기획 방향에 대해서 한마디씩 하는 사람이 많다. 하지만 나는 그들의 애정 어린 지도와 매서운 편달을 10년이 채워지는 2018년, 시즌Ⅴ를 마친 후에야 겸허히 수용(?)할 생각이다. 이것은 편집장의 고집이 아니라 원래 이 책을 출간할 때부터 유니타스브랜드가 완성될 10년 후의 모습을 그려가며 세워둔 계획들 때문이다. 반갑게도, 그리고 다행히 이번 특집에서 만난 브랜드들은 나의 고집불통 편집방향과 상당히 닮았다. (물론 각 브랜드 담당 에디터들과 내 생각이 다를 수는 있지만) 나는 그렇다고 믿고 싶다.

 

 

돈이 많아서 영원히 투자할 수 있다면 돈의 힘으로 영속 가능하겠지만
그것은 진정한 브랜드의 생애가 아니다.
유니타스브랜드가 영생할 수 있는 방법은 딱 하나다.

 

 

유니타스브랜드는 가늘고 길게 갈 것인가 아니면 짧고 굵게 갈 것인가? 유니타스브랜드가 잡지사라면 대답이 있는 질문이지만 우리는 영속가능을 추구하는 브랜드이기에 이 질문은 우문이다. 우리의 목적은 국위선양과 사회기여이며 이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라면 다양한 모습으로 변모할 것이다.

유니타스브랜드는 영원할 것인가, 유한할 것인가?
영원할 것이라면 왜 영원해야만 하는가?
우리의 영원한 생명에 대한 꿈을 다른 사람들은 무시할까? 응원할까?

돈이 많아서 영원히 투자할 수 있다면 돈의 힘으로 영속 가능하겠지만 그것은 진정한 브랜드의 생애가 아니다. 유니타스브랜드가 영생할 수 있는 방법은 딱 하나다. 우리 스스로 ‘좋은 브랜드가 좋은 생태계를 만들고 그 생태계가 더 좋은 시장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하는 것이다. 또한 그 지식을 독자들에게 나누어 주고 그들의 기업이 좋은 브랜드가 되어 결국 더 좋은 대한민국이 된다면, 바로 그 독자가 우리의 생명을 영원하게 만들어 줄 것이다. 이것이 우리의 최종 모습이다.

그 모습을 우리의 비전으로는 똑똑히 보았기에 이번 마감도 유니타스브랜드 Vol.240(내 나이 80세에 편집장을 그만둔다면)의 관점에서 Vol.21을 준비했다.
이 글은 100년 뒤 유니타스브랜드 편집장에게 보내는 편지다.

 

편집장 권 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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