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의 Story, 재현물의 Subtlety, 행동의 Standard가 만든 Strategy, 키자니아 볼륨배지시즌배지

고유주소 시즌2 / Vol.17 브랜드 전략 (2010년 10월 발행)

대한민국의 수도 서울 한복판에 신생국이 생겼다. 이탈리아 내 세계 최소국, 바티칸 시국(City State)처럼 말이다. 3,000평 규모로 세워진 아이들만의 나라, 키자니아(KidZania). 이 나라를 방문하기 위해서는 우선 입국 수속부터 거쳐야 한다. 미리 예매해 둔 여행 티켓을 발권 받고 키자니아만의 고유 통화인 키조(KidZo)를 여행자 수표로 받는다. 아이들이 키자니아를 방문하는 목적은 ‘자아 찾기’다. 어른이 되었을 때 갖고 싶은 직업을 미리 체험해 보며 내가 진정으로 원하는, 내게 적합한 직업이 무엇인지, 또 그에 필요한 직업관은 무엇인지 알아보는 것이다. 이 확인 작업은 국가 내부에 위치한 90여 개의 직업 체험 공간에서 이루어진다. 이 소국(小國)에는 국세청, 경찰서, 소방서, 병원, 운전면허시험장, 극장은 물론 그간 부모님을 따라 방문하던 브랜드 매장들이 실제 규모의 3분의 2로 축소되어 있다. 개장 4개월 만에 누적 방문자 수 25만 명을 넘은 이 신개념 테마파크 키자니아는 하고 싶은 것, 되고 싶은 것이 너무나 많은 ‘요즘 아이들’의 마음만을 설레게 하는 것이 아니다. 교육열 높기로 소문난 대한민국의 엄마들, 그리고 키자니아 내에 자사 브랜드를 입점시켜 마케팅 효과를 톡톡히 누리려는 브랜드 담당자의 마음도 설레게 한다. WIN-WIN-WIN(아이-부모-기업)의 3자 수혜 구조를 실현시킨 키자니아. 이런 매력적인 비즈니스를 전개하는 그들은 대체 누구이며, 어떤 전략을 쓰고 있는 것일까?

The interview with 키자니아 서울 대표 최성금, 건설본부장 강석구, 컨텐츠팀장 이경미

 

 

독점 : 홀로 점하다

현재 키자니아는 분명 ‘독점’이다. 여기서 말하는 독점은 시카고 경영대학원의 교수 밀랜드 M. 레레(Milind M. Lele, p140 인터뷰 참고)가 《독점의 기술》에서 미래 시장에서의 새로운 성배로 꼽은, 그 독점을 말한다. 즉 경제학적인 개념에서의 특정 자본이 생산과 시장을 지배하는 상태의 것이 아니라, 현재의 경쟁 구도 하에서 자신만의 차별화된 자산을 갖거나 독특한 환경에 자신을 위치시킴으로써 얻게 되는 독점 말이다. 레레가 말하는 독점은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자산적 독점’으로서 천연자원, 이 세상에 (기술적 측면에서) 유일무이한 제품, 남들이 모방하기 어려운 혁신적 기술, 특허권, 상표권, 저작권 등이 이에 속한다. 예를 들면 금광이 묻힌 산을 소유한 사람은 그 산에 대해서는 ‘자산적 독점’권을 갖는다.

 

반면 ‘상황적 독점’은 특별한 시장, 특별한 수요, 특별한 시기, 특별한 입지가 맞아떨어지면서 어떤 상품이나 서비스를 공급해 줄 수 있는 유일한 상황에서의 독점을 말한다. 이를 테면 수능시험이 있는 날 수험장으로 선정된 학교 앞에서 학용품을 혼자 팔게 된 상인은 상황적 독점을 가진 것이다.

 

이런 측면에서 키자니아는 국내 유일의 대형 ‘직업 체험 테마파크’로 ‘자산적 독점’을, 아직 아무런 경쟁자 없이 도심 내에서 단독으로 이러한 비즈니스를 영위하기에 ‘상황적 독점’을 누리고 있다. 남들은 하나도 갖기 힘든데 키자니아는 어떻게 두 가지 독점 모두를 갖게 되었을까? 마냥 부러워하고만 있을 것이 아니라, 현재 그들이 이런 모습을 갖게 된 근본적인 이유부터 살펴보자.

 

 

‘독점’을 있게 한 ‘독립’

키자니아는 하나의 ‘국가’다. 물론 컨셉상의 국가이기는 하지만 그 컨셉을 뒷받침하는 탄탄한 스토리와 구현물, 그리고 행동지침들이 상상의 국가를 현실의 국가로 만들어 내고 있다.

 

‘어린이’를 뜻하는 독일어 ‘킨더’를 짧게 한 키드(Kid)에 ‘~의 나라’라는 의미의 라틴어 ‘아니아(ania)’를 ‘즐거운’을 의미하는 ‘자니이’의 ‘Z’로 연결한 것이 키자니아(KidZania)다. 이들은 국기, 국새, 고유 통화를 가졌으며 독립선언서 낭독한 ‘개국일(9월 10일)’도 있고, 국가 수뇌부 역할을 하는 ‘어린이분과위원회’가 국가 운영 전반에 걸친 의견을 개진하기도 한다.

 

어린이들은 왜 독립선언까지 필요했을까? 앞으로 소개할 키자니아의 캐릭터 우르바노, 비타, 바체의 (가상의) 제1회, ‘보다 나은 세상을 위한 깨어 있는 어린이 의회’의  회의록을 보며 알아보자.

 

 

  제1회, '보다 나은 세상을 위한 깨어 있는 어린이회' 회의록
비타: 어른들이 꾸려 나가는 세상의 모습이 실망스러워. 정부는 비효율적으로 운영되고 사회는 점차 불공평해지고 있는 것 같아. 소중한 자원은 낭비되기 일쑤고 반드시 지켜야 할 가치들도 계속 무너지고 있잖아.
우르바노: 맞아. 이런 현상이 지속된다면 우리가 어른이 될 때쯤이면 세상은 더 이상 아름답거나 건강한 곳이 아닐 거야. 누군가 나서야 해!
비타: 우리가 하자! 우리 어린이들이 힘을 합치면 못할 것도 없을 꺼야!
바체: 우리가 어떻게? 우린 아무것도 모르잖아.
비타: 배우면 되지! 어른들에게 우리가 만들 세상에 필요한 지식들을 배우는 거야. 그러면 우리가 살고 있는 곳보다 훨씬 더 살기 좋은 나라를 우리 손으로 만들 수 있을 것 같아.
바체: 난 배우는 것에는 별로 흥미 없는데? 난 맘껏 뛰놀고만 싶다고!
비타: 놀면서 배우면 돼! 안될 것도 없지!
바체: 그렇다면 생각이 좀 달라지지. 대신 재밌어야 해!
비타: 알겠어! 그건 내게 맡겨. 우선 어른들을 설득해서 우리가 배우고 싶은 것들을 배울 수 있도록 공간을 마련해 달라고 하자. 현재로서는 어른들의 도움을 받아야 해. 나는 어떻게 하면 의사가 될 수 있는지, 빵집 주인이 될 수 있는지, 기자다 될 수 있는지 궁금해. 어른들에게 물어보자.
우르바노: 그런데 지금 어른들에게 그것을 배운다면 그들과 똑같아지는 것 아닐까?
비타: 그러니까 우리만의 기준을 가져야 해. 무엇이 옳고 그른지에 대한 기준 말이야.
바체: 그게 뭔데?
비타: 우리가 스스로 성장할 수 있고, 알고싶은 것을 알 수 있도록 해주는 도움만이 옳은 것이지. 그렇지 않은 것은 우리 스스로가 판단해서 걸러 들어야 할거야. 쉽지는 않겠지만 도전해 보고 싶어.
바체: 그것 봐. 벌써 놀 수 있는 것은 빠져 있잖아!
비타: 좋아! 우리가 맘껏 놀 수 있게 돕는 것도 우리를 위한 것이라는 것은 확실히 해두자구!
우르바노: 그래! 그렇다면 나도 함께 하고 싶어. 근데, 이걸 어떻게 모든 아이들에게, 또 세상에 알리지?
바체: 우리 독립을 선언하자! 그리고 우리가 생각한 것을 정리해서 전 세계 아이들에게 보내는 거야. 우리와 비슷한 생각을 하는 아이들이 아주 많을걸?
 
우리들의 4대 권리
1. 존재할 권리: 우리는 전체적인 조화속에서 언제든 방해나 제약없이 자유롭게 행동하고, 말하고, 생각할 수 있다.  2. 알 권리: 우리는 호기심과 실험 정신을 마음껏 펼치며 지식과 경험을 습득할 수 있다. 3. 배려할 권리: 우리는 타인은 물론 자연의 번영과 환경의 보호에 의식적으로 참여할 권리가 있다. 4. 놀 권리: 우리는 삶의 유희를 추구하고 젖극적으로 삶을 즐길 수 있는 권리가 있다.
아이들의 4대 권리와 키자니아의 핵심가치가 함축된 4개의 상징물

 

 

그들의 4대 권리는 그들이 가진 ‘이념(ideology)의 실천과 목적에 부합한 삶’, 결국 행복으로 이끄는 나침반 같은 역할을 해주고 있다. 이러한 4대 권리를 바탕으로 아이들은 행정부를 꾸리고 국가를 세웠다. 그리고 그 안전한 울타리 안에서 배우고, 놀고, 타인과의 관계를 통해 스스로 존재감을 찾기 시작했다. 현재 키자니아가 갖춘 모습은 모두 이러한 그들의 핵심가치이자 스스로의 권리를 ‘가시화’한 작업의 일부다.

 

 

키자니아의 대표적인 상징물은 다음과 같다.

1. 국기: '아이들의 권리'를 나타내는 주황색과, '미래 세계는 우리들의 손으로 만든다'는 신념을 나타내는 빨간색으로 이루어졌으며 그 중심에는 키자니아의 K가 쓰여있다.
2. 국새: 아이들의 4가지 권리(존재할 권리, 알 권리, 배려할 권리, 놀 권리)를 나타내는 증표와 나침반이 새겨져 있다. 나침반은 '자신의 방향성'을 스스로의 힘으로 결정하겠다는 의미이다.
3. 통화: 키자니아 내에서만 사용 가능한 화폐로서 키자니아 독립 영웅이자 친구 같은 존재의 캐릭터 우르바노, 비타, 비체의 얼굴이 인쇄되어 있다.
4. 독립의 샘: 키자니아의 독립을 기념한 샘으로서 도시 중앙광장 뒤켠에 있다. 이 샘을 등지고 "보다 나은 세상을 향해!"를 외치며 그들의 신념을 다진다.

 

 

What is the real?

어디까지가 현실의 이야기고 어디까지가 상상의 이야기이며, 어디까지가 이념에 관한 것이고 어디까지가 실제 구현된 것을 소개하는 것인지 난해한 독자들도 있을 것이다.

 

정리하자면 키자니아는 앞서 소개한 스토리를 바탕으로 기획된 어린이 직업 체험 테마파크다. 아이들의 시각에 맞춰 브랜드의 핵심가치를 ‘어린이들의 4대 권리’로 설명해 주고 그에 따른 컨셉을 잡아 컨텐츠로, 장내 구현물로 가시화하고 있다. 그리고 그 저변에는 ‘어린이에 의한, 어린이의, 어린이를 위한(by the Children, of the Children, for the Children) 공간을 만드는 것’이란 그들의 철학이 있다.

 

사실 키자니아의 첫 등장은 1999년, 멕시코의 수도 멕시코시티에서였다. 상류층을 대상으로 운영되는 산타페 쇼핑몰 내에 생긴 키자니아는 원래 부모들이 쇼핑을 즐기는 사이 아이들이 놀던 작은 공간에서 시작됐다. 하지만 여타 놀이 공간과는 달리 아이들이 몇몇 직업들을 경험해 볼 수 있는 (의사 놀이, 상점 놀이 등의) 롤플레이(role play) 프로그램을 제공했고 점차 그 교육적 효과가 입증되면서 규모가 커졌다. 2000년 공식 개장한 ‘키자니아 멕시코시티’는 55개의 체험 공간과 60개 이상의 기업 파트너십을 보유하고 있으며 연간 방문객이 82만 명에 이르고 1년 227일(연중 개장일) 내내 매진이다.

 

이들이 가진 독보적 컨셉과 비즈니스적 매력은 키자니아의 확장에 불을 붙였다. 2006년 멕시코 몬테레이(연간 45만 명 방문) 개장 후, 일본 도쿄(2006년 개장, 연간 80만 명 방문), 인도네시아 자카르타(2007년 개장, 연간 65만 명 방문), 일본 오사카, 포르투갈 리스본, 두바이에 문을 열고 드디어 한국의 서울에 2010년 3월 문을 열었다. 각국의 지점 하나하나를 키자니아의 행정도시로 보는 그들의 ‘도시 리스트’에는 한국에 이어 앞으로 스페인의 바르셀로나와 타이완, 중국, 칠레의 도시가 추가될 예정이다. 이렇듯 성공가도를 달리고 있는 키자니아의 ‘비즈니스’는 어떻게 구현되고 있을까?

 

 

키자니아, 그들은 누구인가?

한 기업이 영위하는 비즈니스는 결국 ‘누구에게, 어떤 가치(고객 니즈)를 어떠한 방식으로 충족시키고 있는가?’에 대한 답변으로 정리될 수 있다. 이에 대한 답변이 명쾌한 기업만이 고객과 ‘친밀한 관계를 지속적으로 유지’할 수 있으며 독특한 존재로 거듭나, 결과적으로 ‘브랜드’가 된다. 이러한 가치 제공의 과정 없이 처음부터 ‘브랜드’인 것은 없다.

 

그렇다면 키자니아의 비즈니스 모델은 어떻길래 점점 명확한 ‘브랜드’로 자리매김 하고 있는 것일까? 그들의 비즈니스를 이해하는 데 하버드대학의 아벨(Derek F. Abell)교수가《Defining the Business》에서 소개한 ‘3차원적 사업 정의(Three dimensional business definition)’ 모델(<그림 1>)이 도움이 될 것이다.

  

아벨의 사업 정의 모델은 ‘고객(Who)’ ‘고객의 니즈(What)’ 그리고 ‘그 니즈를 충족시킬 방법(How)’의 3가지 축으로 구성된다. 이 3가지 축에서 고객과 그 고객의 니즈를 해결해 줄 방법(How)이 바로 ‘재화(제품 및 서비스)’다. 복잡한 비즈니스의 개념을 3가지 단어로 정리했다는 것 외에 아벨의 모델이 의미를 갖는 또 다른 이유가 있다. 이 모델이 제시되기 전에 주로 사용되던(물론 현재도 여전히 많이 쓰인다)  앤소프(Igor Ansoff) 매트릭스가 ‘고객’을 배제한 상태에서 ‘시장’과 ‘제품’의 2차원적 플랫폼에 그친다는 한계를 뛰어 넘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아벨의 모델에서 ‘전략’은 무엇일까? 바로 (How), 즉 니즈를 충족시키는 ‘솔루션’이며, 이것은 타깃으로 둔 고객과 그 고객의 니즈가 정확히 만날 때 (그래프에서 세 축에서 연장된 선의 접점이 정교할 때) 가장 효율적인 것이 된다.

 

 

아마도 아벨 교수가 이 모델의 기능을 ‘비즈니스의 정의’로 본 이유도 기업이 고객과 그들의 니즈, 그리고 그 니즈를 해결할 방법을 찾아낼 수 있을 때 기업도 그들 스스로가 어떤 정체성을 가졌는지 ‘정의’할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몽블랑과 빅(Bic)볼펜은 각각 어떤 고객의 어떤 니즈를 어떻게 해결해 내고 있는가? 이에 대한 답은 그들을 정의하는 데 충분한 근거가 될 것이다. 그렇다면 아벨의 3차원 정의 모델로 키자니아의 Who, What, How는 각각 무엇인지 살펴보자. 이를 ‘단편적으로’ 구상해 보면 <그림 3>과 같다.

 

이중 ‘How(전략)’를 ‘실행’하기 위해 키자니아 서울(이하‘키자니아’)은 46개의 파트너사, 58개의 체험 공간에서 73종의 직업체험 환경을 조성하고 그 접점에 놀이요소를 이었다(2010년 7월 기준). 

 

교육열이 높은 한국 엄마들의 욕구를 해결해 주기 위해 직업 체험 활동 자체를 아이들의 학습과 성장의 방법으로 제안하며, 실제 직업 체험 과정에서 경제 개념과 각 직업에 필요한 지식을 얻을 수 있는 컨텐츠를 마련했다. 아이들이 특정 직업에 목적의식을 갖고 실제 학업에 스스로 동기부여 할 수 있는 것은 부모가 얻는 또 다른 혜택이다. 기업들과는 파트너십을 채결해 기업 고객들이 홍보 효과를 누릴 수 있도록 직업 체험 공간 자체를 ‘개별 브랜드 체험 공간’으로 조성했다.하지만 이처럼 키자니아의 ‘눈에 보이는’ 전략만으로는 그들이 누구인지 제대로 이해할 수 없다. 뿐만 아니라 파트너십을 통해 키자니아가 얻는 수익은 해당 브랜드에 의해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파트너십 브랜드의 이미지가 나빠지는 경우 키자니아도 타격을 입는다). 키자니아의 수익을 안정적으로 지속시킬 수 있는 방법은 바로 아이들의 사랑, 부모들의 사랑을 받는 것이다. 그들은 사랑받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는가?

 

 

  키자니아와 파트너십을 맺은 브랜드별 직업 체험 활동
파트너십을 통해 아이들은 실제생활에서 접하던, 그것도 어른들을 통해서만 가능하던 실제 브랜드를 키자니아 내에서 스스로 경험함으로써 직업 헤첨 욕구와 성인 모방 욕구를 동시에 해결하고 있다. 또 직업 체험을 하면서 노동의 대가로 받을 수 있는 화폐인 '키조'를 직접 사용함으로써 경제 학습도 할 수 있다. 니는 부모들의 욕구 중 하나기도 하다.
기업들은 이 곳에서 마케팅 불변의 법칙 중 하나인 '인식의 법칙'을 제대로 활용하고 있다. 아직 브랜드를 많이 접해 보지 않은 아이들은 직업 체험 중심에 있는 '그 브랜드'를 실생활에서도 쉽게 인지하게 될 것이며 이는 긍정적인 이미지와 함께 구매로 쉽게 연결 될 것이기 때문이다. 키자니아의 활동 중인 브랜드 중에서도 아래와 같은 브랜드는 자사의 아이덴티티를 활용해 좀 더 세련된 접근을 선보인다.    
  
그밖에 다음과 같은 브랜드들이 자사의 핵심 컨셉을 직업 체험 활동에 녹여 내고 있다.

 

 

‘By, for, of the Children’

‘by, for, of the Children’, 이것 한 가지다. 키자니아의 모든 고민은 ‘무엇이 아이들에 의한, 아이들을 위한, 아이들의 키자니아인가?’에 대한 답을 찾고 그것을 고객에게 효과적으로 이해시키고 전달하는 것이었다.

 

 

 

 

 

그런데 이런 질문을 스스로에게 끊임없이 묻던 그들은 몇 가지 문제에 봉착했다. 직업 체험 테마파크라는 특성상 컨텐츠는 ‘교육적임과 동시에 재미 요소’를 가져야 했고, 공간과 건축물 구성에서도 단순히 판타지적 요소로 점철된 여느 테마파크와는 달리 현실적 직업 공간에 대한 이해를 도울 수 있어야 했다. 즉 ‘리얼리티와 판타지적 요소’를 동시에 연출해 내야 하는 것이다. 또 비즈니스 구조로 수익을 내며 지속성을 가지는 동시에 아이들의 직업 체험에 있어 올바른 직업관과 건강한 시민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돕는 공공의 효익 측면도 가져야 했다. 달리 말해 ‘사적인 이익과 공적인 이익’을 동시에 실현해야 하는 것이다.

 

 

이질적 요소의 융합은 자연스럽게 키자니아만의 차별화 되고
독특한 컨셉과 스토리, 구현물, 행동지침들을 만들어 냈고,
이는 곧 전략과 전술이 되었다.

 

 

하지만 이러한 이질적 요소의 융합은 자연스럽게 키자니아만의 차별화되고 독특한 컨셉과 스토리, 구현물, 행동지침들을 만들어 냈고, 이는 곧 전략과 전술이 되었다. 즉 외부에서 보면 극도로 첨예한 전략과 전술로 점철된 그들의 비즈니스는 사실, 그들의 ‘목적 실현(미션과 비전)을 위한 어쩔 수 없는 숙명적 선택’에 가까웠다.

 

<그림 4>와 <그림 5>는 키자니아의 그 숙명적 선택(전술 혹은 전략)들을 정리한 것이다. 구체적인 내용은 앞으로 이어질 키자니아 컨텐츠팀의 이경미 팀장, 건설본부의 강석구 본부장, 마지막으로 최성금 대표와의 인터뷰에서 확인할 수 있다. 그들의 진지한 고민이 만들어 낸 전략은 ‘의도적’이었다기 보다 차라리 ‘도의적’이었다는 표현이 더 합당할 것이다.

 

 

 

 

 

 

컨텐츠의 Story가 Strategy가 되다

이경미 팀장에게 “키자니아에게 있어 전략이란 무엇인가”라고 물었을 때 그녀의 답은 명쾌했다. “우리의 전략은 결국 우리의 철학을 구현해 내는 방법에 관한 것이다.” 키자니아라는 국가의 탄생 스토리와 거기에서 도출된 어린이의 4대 권리가 컨텐츠 개발의 소스이자 명확한 가이드라인을 주고 있다는 것이다. 다만 그들의 숙제는 어떻게 하면 그들의 철학을 더 효과적으로, 또 효율적으로 전달하는가에 있었다.

 

 아이들의 4대 권리가 컨텐츠로 어떻게 표현되나? ‘알 권리’와 ‘놀 권리’는 놀면서 배우는 키자니아의 직업 체험 컨셉상 충분이 이해되지만 ‘존재할 권리’와 ‘배려할 권리’는 쉽게 상상되지 않는다.

이경미(이하 ‘이’) 존재할 권리란 아이들이 ‘자유의지로 선택하고 행동하는 것’을 느낄 수 있도록 컨텐츠를 제공하는 것이다. 이를 단편적으로 보여 주는 것이 ‘은행 체험(kdb)’이다. 아이들은 본인의 의지로 일하고 번 돈을 바로 써 버릴 것인지 저축할 것인지를 결정한다. 또 스스로 은행에서 계좌를 개설해 입금해 두고 키자니아 내 곳곳에 있는 ATM기기에서 출금해 원할 때 사용한다.

 

‘배려할 권리’는 어떤가?
직업 체험을 할 때는 보통 6~8명의 아이들이 한 팀이 되어 움직인다. 순서를 지키거나 물건을 건네주고 무거운 것을 함께 들고 나르면서 상대에 대한 배려를 자연스럽게 배운다. 또 경찰이 되어 순찰을 돌고 힘든 사람을 돕는 것에서 배려와 리더십도 배울 수 있다.

 

키자니아가 ‘신기하고 즐거운 나라’로 끝나는 타 테마파크와 다른 점이 바로 이것이다. 놀이와 체험의 컨텐츠를 키자니아의 목적에 합당하게 구현한 것이 결과적으로 ‘전략’이 된 것이다. 지난 5월에 진행된 행사들만 봐도 그렇다. 보통의 테마파크는 가정의 달을 맞아 갖가지 모객 이벤트를 고민해야 했겠지만 키자니아의 경우 효율성이나 효과 측면에서 훨씬 용이하면서도 강력한 전략들을 풀어 낼 수 있었다. 예를 들면 5월 1일 근로자의 날에는 아이들이 일해서 (키조로) 받는 임금을 2배로 주고, 5월 3일부터 9일까지는 부모와 어린이들이 함께 직업 체험을 할 수 있는 ‘패밀리가 떴다’라는 이벤트도 진행했다. 부모와 어린이가 함께 직원이 되어 음료수 공장(칠성사이다)과 베이커리(파리바게트)에서 음료수와 빵을 만드는 컨텐츠를 기획했고, 택배, 포토스튜디오(SONY), 라디오스튜디오(MBC) 등 많은 체험 공간에서도 비슷한 컨셉의 컨텐츠가 주를 이뤘다. 이러한 활동을 통해 부모는 아이의 꿈을, 아이들은 부모의 노고를 이해할 수 있는 계기가 되어 효과적인 ‘가족의 달 프로모션’이 된 것이다. 또한 5월 10~16일의 ‘스승의 날’ 주간에는 각 체험 시설에서 어린이들의 활동을 돕는 슈퍼바이저 중 최고로 친절하고 인상 깊은 슈퍼바이저를 추천하는 어린이들에게 선물을 주기도 했다. 직업 체험이라는 컨셉 하의 컨텐츠 자체가 새로운 마케팅 전략 혹은 전술로 이어지는 것이다.

 

 

  

 

 

교육과 놀이라는 이질적 요소를 섞어 내는 컨텐츠 개발이 쉽지 않았겠다. 컨텐츠 개발에서 가장 중점으로 두는 것은 무엇인가?
교육인지 놀이인지 구분할 수 없도록 하는 것이다. 그렇기 위해서는 우선 우리부터 그 직업에 대해 충분히 이해해야 한다. 해당 직업에 대한 연구와 현장 조사 및 실제 그 직업을 가진 사람들을 만나서 그 직업의 가장 핵심적인 요소들을 추려낸다. 하지만 그것을 ‘전문 지식’ ‘사명감’ 등의 단어로 푸는 것이 아니라 아이들이 그 직업 체험의 상황에 완전히 몰입할 수 있도록 컨텍스트(context)를 구성하는 데 힘쓴다. 예를 들면, 음식점의 경우 ‘다른 사람이 먹는 것이니 위생에 신경 써야 한다’거나 소방서 체험의 경우 ‘다른 사람의 생명을 다루는 일이니 사명감을 가져야 한다’는 식의 직접적인 교육이 아니라 슈퍼바이저에게 제공되는 스크립트에 그것을 녹여 낸다. 그들의 대사, 얼굴 표정, 목소리 톤 등을 통해 전달되도록 말이다. 그러한 분위기(컨텍스트)에서 아이들은 더 빨리 몰입하고 무엇이 중요한지를 알게 된다.

 

슈퍼바이저 교육이 관건이겠다. 어떤 교육을 시키나?
다양하다. 아이들이 체험하는, 20~30분 동안에 그 직업의 특성을 최대한 살릴 수 있도록 스크립트 숙지와 연기 연습이 필요하다. (체험활동 컨셉상) 긴급한 상황 연출을 위해서는 오히려 엄하게 지시하라는 지령이 슈퍼바이저 스크립트에 안내되어 있다. 항상 친절하고 고분고분한 슈퍼바이저의 모습만 필요한 것은 아니다. 이들 교육을 위해 초창기 슈퍼바이저들은 ‘대한항공 서비스 아카데미 교육’과 ‘서울교육대학교 어린이 교육’을 이수했고 요즘에는 ‘키자니아 서울 유니버시티’라 불리는 교육센터에서 진행한다. 입문 교육으로 3일 동안 키자니아의 역사와 컨셉, 어린이 고객에 대한 이해 등 이론 교육을 받은 후 체험활동 및 롤플레이 등을 통한 교육이 뒤따른다. 그런 후에는 현장참관, 고객응대 등의 OJT(On the Job Training)를 최소 10일간 받게 된다.

 

많은 부분이 어린이를 위한 컨텐츠 개발에 초점이 맞춰진 듯하다. 그런데 어떻게 하면 어린이의 시각에 맞는 관점을 유지하고 그에 따른 컨텐츠를 개발할 수 있나?
‘어린이 의회’라는 것이 있다. 우리는 그들을 돕는 ‘보조 행정부’라고 생각한다. 모든 것의 화자는 어린이여야 하기 때문에 아무리 어른들 입장에서 좋은 것이라 생각해서 제공해도 그들의 입장에서 아니면 아닌 것이다. 그렇다고 이것이 방종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어른의 입장에서 미처 생각지 못한 새로운 시각을 얻어 반영하는 것이다. 현재 13명의 어린이의회 의원과 7개의 체험 시설 카테고리당 분과위원(공공기관, 도시환경, 식품관리 등) 3명씩을 포함해 총 34명이 활동 중이다. 이들은 모두 컨텐츠팀에서 직접 선출하고 피드백을 받고 그것을 반영한 ‘행사’를 만든다. 컨텐츠와 행사 진행 모두에 관여하다 보니 가끔은 컨텐츠팀과 마케팅팀의 경계가 모호해지기도 한다.

 

 

  

 

 

“가끔은 컨텐츠팀과 마케팅팀의 경계가 모호해지기도 한다”는 이 팀장의 말에서 키자니아의 컨텐츠, 즉 Story(컨텐츠)가 Strategy(마케팅 전략 및 전술)가 됨을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다. 게다가 어린이 의회 활동과 그 위원들은 자연적으로 홍보대사가 되기도 할 것이다. 이경미 팀장이 이밖에 강조한 것 중 하나가 바로 스릴링(thrilling)이다. ‘키자니아다움’을 ‘교육+재미+α’’로 설명했는데 이 ‘+α’ 부분이 스릴링이다. 컨텐츠가 교육적이어도 아이들이 지루해한다면 키자니아다운 것이 아니기 때문이란다. 그래서 ‘교육+재미+α’는 모든 것의 판단 기준이 된다. 이러한 고민의 흔적들은 고스란히 양질의 컨텐츠가 되고 키자니아의 공간 디자인 및 건축물과 시너지를 만들며 새로운 전략으로 탄생된다.

 

 

재현물의 Subtlety(미묘함)가 Strategy가 되다

눈에 보이지 않던 컨텐츠를 보이게 하고 오감으로 느껴지도록 하는 것의 중심에는 공간과 건축물이 있다. 키자니아의 컨셉과 철학을 골격으로 지어진 내부 공간은 어떻게 준비되었는 지 키자니아 건설디자인본부의 강석구 본부장에게 묻자 그는 “리얼리티를 위한 디테일에 힘쓴다. 이것이 키자니아의 힘이며, 전략이라면 전략이다”라고 답했다. 즉 재현물이 갖는 Subtlety(미묘함)가 Strategy가 된 것이다.

 

컨텐츠팀에서는 교육과 놀이라는 이질적 요소의 융합을 꿈꾸고, 공간에서는 판타지와 리얼리티의 융합을 꿈꾸는 것 같다. 테마파크에서 리얼리티를 강조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강석구 (이하 ‘강’) 아이들이 꿈꾸는 ‘이상적인 나라’가 컨셉이긴 하지만 동화 속 판타지 마을은 아니다. 아이들이 ‘어른이 되고 싶은 것’은 ‘판타지’일지 모르지만, 잠시간이라도 ‘되어서 경험하고 싶은 것’은 ‘리얼리티’기 때문이다. 그래서 키자니아를 경험하는 아이들의 활동이 현실과 괴리된 유토피아적 ‘감흥’이 아닌, 학습을 통한 ‘감동’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키자니아의 ‘리얼리티 강조’는 공간 건축물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여러 컨텐츠나 키자니아 내에서 지켜야 할 규칙들에도 적용된다. 더 좋은 세상을 만들려는 아이들이 실제 사회에 나가서도 여기서 배운 것을 활용해 좋은 사회를 만드는 사람이 될 수 있도록 돕기 위함이다.

 

대부분의 키자니아 구조물은 실제 사이즈의 3분의 2크기로 상당히 정교하게 연출된 것 같다. 하지만 디자인이나 구조가 실제의 것과 완전히 똑같지는 않던데, 특별한 이유가 있나?
이곳의 구현물을 단순한 ‘축소물’로 생각하면 오산이다. 예를 들자면 키자니아 내에서 운행되는 앰뷸런스, 보안회사 차량, 택배 차량 등은 골프카를 개조해 만들었다. 하지만 구조나 컬러, 디자인 측면에서는 실제의 것과 완벽히 같지는 않다. 왜냐하면 그 구조와 디자인은 어디까지나 어른들의 관점에서 만들어진 것이고 아이들이 원하는 모습은 아닐 수 있다. 상상력의 공간을 열어 두기 위해 컬러와 디자인, 그리고 구조는 어느 정도 변형해 상상력을 자극하는 것이다. 그것이 키자니아스러운 것이고 키자니아가 지향하는 판타지와 리얼리티의 융합이다.

 

 

  
키자니아 내부 전경은 또 하나의 도시답게 다양한 상점과 도로 구성물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진짜 '보잉 727' 비행기를 반으로 잘라 가져다 놓으면서까지
리얼리티를 강조했으면서도 파크 내의 도로는 어디에도 똑같은 뷰가 없다.

 

 

모순적인 단어 같지만, ‘가공된 리얼리티’라는 표현이 적합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렇다면 실제 입점된 브랜드들에게도 같은 기준이 적용되나?
물론이다. 이 부분에서도 이질적 요소의 융합이 필요하다. 이곳에 입점한 브랜드들은 그들만의 아이덴티티가 명확한 브랜드다. 그래서 각 브랜드의 ‘브랜드다움’과 ‘키자니아다움’을 섞어 내야 한다. 물론 브랜드 입장에서는 간판의 크기가 클수록, 로고가 잘 보일수록 홍보 효과가 크다고 생각해서 욕심을 내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로고는 그대로 리얼리티를 살리되 주변 구조물과 어울릴 수 있도록 조정해야 할 필요가 있다. 간판이 가려진다고 그 앞에 있어야 할 나무를 자를 수는 없다. 대신 브랜드 매장 인테리어는 각 브랜드의 리얼리티가 강조되는 공간이기 때문에 좁은 공간일지라도 그 브랜드만의 특징을 임팩트 있게 보여준다. 직접 체험하면서 직감적으로 그 브랜드를 느낄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다. 즉 그 브랜드의 컨셉을 명확히 드러내야 한다.

 

기존 브랜드의 컨셉과 키자니아 컨셉을 동시에 구현하는 것이 숙제지만, 경찰서, 법원처럼 브랜드가 없는 관공서나, 실제 브랜드가 있더라도 일부 직업은 키자니아 자체 브랜드들로 구성하고 있다. 그 이유 역시 수익을 일부 포기하더라도 리얼리티와 판타지의 조화를 이루기 위함이다. 마술학교나 연기학교 브랜드가 그것인데, 그 공간 안에서만큼은 아이들이 캐릭터와 함께 맘껏 판타지적 상상을 할 수 있도록 창조 욕구를 자극하는 것이다. 내부 디자인은 물론 키자니아 내에서 해당 공간이 자리 잡은 위치 또한 현대적 건물이 즐비한 도심 외각이 아닌 고대 건축물 양식으로 지어진 중앙부다. 이국적인 분위기도 함께 연출해 키자니아의 스토리와 리얼리티를 혼합해 연출한다. 이상적이지만 리얼리티가 공존하는 도시를 위한 또 다른 장치로 ‘역사성’을 꼽을 수 있다.

 

키자니아의 전체 공간에 역사성을 심어 둔 것 같다. 중앙부는 고대 건축 양식, 주변부는 근대 건축 양식, 외곽은 지극히 현대적인 건축물들로 연출한 것을 보면 말이다.
현대 건축물만 즐비한 것은 리얼리티도, 이상적인 나라도 아니다. 국가는 끊임없이 변하며 그 변화의 흔적이 역사가 되어 공존해야 아름답고, 실제적인 것이다. 그래서 키자니아 내에는 조형적으로 변화된 고대, 근대, 현대 건축물들이 적정 스케일로 연출되어 있다. 하지만 이것 역시 ‘이것은 도리아 양식, 이것은 이오니아 양식’이라며 직접적으로 교육하는 것이 아니라 아이들이 체험 과정 중에 보고 만지는 것을 통해 느끼도록 기획했다. 어른들은 항상 아이들에게 ‘너는 이런 방향으로 가야 해, 이런 식으로 해야 해’라며 직접적인 교육을 하려 하는데, 아이들 모두 각자의 독자적 세계관이 있고 그 안에서 스스로 학습한다. 적어도 이 공간 안에서만큼은 그들도 어른이다. 어른들과 떨어져 생활해 보는 것이 컨셉인데 여기까지 와서 간섭하려는 부모들을 볼 때면 안타깝다.

 

사실 전략이란 관점으로 키자니아를 생각했을 때 상당히 상업적인 측면의 전략이 강할 줄 알았다. 그러나 그것이 다가 아닌 것 같다.
물론 수익적인 측면은 배제할 수 없다. 하지만 내부 구성물 구현에 있어서는 전략적이었다기보다 아이들의 마음에서 출발한 컨셉과 스토리가 견인차 역할을 했다. 오히려 우리에게 전략은 지금부터가 시작이다. 현재 가진 것을 유기체처럼 변화시키고, 부모들이 ‘이곳에 와서는 진정으로 아이들에게 자유를 주는 것이 옳은 일’이란 것을 알게끔 전략을 세우고 싶다. 현재의 모습이 우리 생각이 100% 발현된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50%에서 출발한 것이고 앞으로 좀 더 키자니아다움을 유지하며 아이들의, 아이들을 위한, 아이들에 의한 도시로 끊임없이 진화시킬 것이다.

 

공간을 연출할 때 ‘향기’나 ‘동선’까지 고려하냐는 질문에 “향을 의도적으로 만드는 것은 진짜 도시답지 못하다”며 “빵 가게 근처에서는 빵 굽는 향이, 초콜릿 공장 옆에서는 초콜릿 향이, 피자 집 근처에는 피자 굽는 향이 나는 것이 진짜지 않겠나”라는 답을 했던 그다. 이외에도 승무원 체험 시설에는 진짜 ‘보잉 727’ 비행기를 반으로 잘라 가져다 놓으면서까지 리얼리티를 강조했으면서도 파크 내의 도로는 어디에도 똑같은 뷰view가 없고 실재의 도로와는 사뭇 다르게 연출했다. 이 역시 리얼리티와 판타지의 융합을 위함이라고 한다. 그도 그럴 것이 사실 우리가 사는 실재 공간은 이미 어른들의 시각에서 최적화된 것이지 아이들에게는 아닐 수 있지 않은가.

 

그런데 이들이 생각하고 행동하는 이질적인 요소의 융합력은 대체 어디서 나오는 것일까? 기준조차 애매하지는 않을까? 어떤 것은 리얼리티를 위해, 어떤 것은 판타지를 위해, 어떤 것은 교육을 위해, 어떤 것은 놀이를 위해 짜 놓은 계획이라 말하면 딱히 시비도 걸기 힘들기 때문이다. 이 애매함 속에서 브랜드에 적합한 기준을 제시하는 키자니아 서울의 리더, 최성금 대표를 찾았다.

 

 

  

 

 

행동의 Standard가 Strategy가 되다

2007년 1월 키자니아의 서울 진출을 앞두고 경쟁 프레젠테이션에 참가한 MBC는 마침내 사업권을 따낸다. MBC PlayBe라는 신규 법인을 설립하고 2010년 2월 말 런칭한 그들의 비즈니스는 높은 교육열에도 불구하고 제대로 된 교육적 놀이 공간이 없는 국내 상황으로 미루어 볼 때 어느 정도의 성공이 점쳐질 법했다. 게다가 2000년부터 꾸준히 감소해 온 국내 출산율을 생각해 보면(2009년, 평균 출산율 1.15명) 한 아이당 부모의 투자는 전폭적일 것이다. 매력적인 비즈니스 모델임에 틀림없어 보였다.

  

사업성 검토를 할 때 가장 매력적이라 판단한 것은 무엇이었나?
최성금 (이하 ‘최’) 굉장히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이었다. 당시 이렇다 할 만한 에듀테인먼트파크가 없던 상황에서 브랜드력까지 갖춘 키자니아라면 충분히 가능성이 있어 보였다. 사실 기존의 테마파크와 비교하는 것 자체가 힘들다. 전혀 다른 컨셉이기 때문에 경쟁자라고 생각하지도 않는다.
비즈니스를 떠나서도 이러한 공간이 한국에 꼭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생각해 보라. 우리 어릴 적에는 “너 장래에 뭐 될래?”라고 물으면 대부분의 남자아이들은 보통 대통령, 군인이고 여자아이들은 선생님, 간호사였다. 하지만 막연한 동경이고 상상일 뿐이지

 

실제로, 아니 간접적으로라도 경험해 볼 기회가 전무했다. 하지만 키자니아에서는 어느 정도 가능할 것이라 믿었다. 리얼리티가 강조되는 이유도 그 때문이다. 키자니아는 성공 여부를 떠나 우리나라에 꼭 필요한 것이라 생각했다.

 

‘수익성’을 떠난 ‘브랜드’는 생각할 수도 없는 것이 사실이지만 ‘목적성’ 또한 영속을 꿈꾸는 ‘브랜드’에게는 필수적인 것 같다.
물론이다. 현재 키자니아가 선보인 직업 중에는 분명 인기 있는 직업도 있고 인기 없는 직업도 있다. 경제적 측면에서 수익성만 고려한다면 인기 있는 직업은 체험 공간을 3배로 늘리고 인기 없는 직업은 없애는 것이 맞다. 하지만 우리는 단순한 놀이공원이 아닌 교육적 측면을 고려한 하나의 국가다. 모든 직업이 균형 있게 돌아가야 나라가 산다. 경찰서도 있어야 하고 택배회사도 있어야 한다. 그래서 수익성이 떨어지더라도 반드시 필요한 직업은 오히려 더 적극적으로 소개하고 컨텐츠를 탄탄히 해서 아이들이 그 직업의 참맛을 알게끔 돕고 있다. 그래서 우리는 키자니아가 사회적 기업, 공익 기업이라고 생각하기도 한다. MBC가 방송으로 공익을 실현하고 있다면 MBC의 자회사인 우리는 직업 체험 테마파크로 공익을 실현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경영자로서 키자니아의 전략을 정리한다면 무엇이라 말할 수 있나.
어찌 보면 단순하다. 원칙을 지키는 것이다. 우리의 행동에 일관성을 만드는 기준이 있다면 그것이 가장 강력한 전략이 된다고 생각한다. 예를 들면 키자니아는 하루에 두 번 1부, 2부로 나뉘어 아이들을 맞는데 회당 동시 수용 인원은 (현재 오픈한 체험 시설을 기준으로) 400명이고 체험 활동을 하는 아이들과 대기하는 아이들의 적정 수치를 고려하면 2배수, 즉 800명이 우리의 정원이다. 800명을 넘으면 무조건 매진 사인을 걸고 단 한 명의 아이라도 추가 입장할 수 없는 것이 우리의 행동 기준이다.

 

또한 키자니아 내에서는 새치기나 대신 줄 서주기 등이 허용되지 않는다. 똑똑하고 열성적인 한국 엄마들은 가끔 아이에게 하나라도 더 경험하게 하기 위해 그런 부분들을 어기곤 한다. 자기 아이가 한 장소에서 직업 체험을 하는 동안 다른 곳에 가서 대신 줄을 서주는 것이다. 하지만 키자니아의 원칙은 ‘아이들이 줄을 서는 것’이다. 이것은 아이의 사회성과 참을성 교육과도 밀접한 관계가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엄마들이 외려 그런 것들을 망치곤 한다. 이런 것에 주의를 주는 경우 대부분은 자신의 잘못을 시인하지만 어떤 부모는 소란을 피우는 경우도 있고, 심지어 아이들 앞에서 엄마들끼리 싸우기도 한다. 물론 우리 슈퍼바이저들은 고객에게 양해를 구하거나 최대한 친절히 설명해야 하지만 심한 경우 “이렇게 하시는 것은 키자니아 규칙에 어긋난다. 환불해 드릴 테니 죄송하지만 퇴장해 달라”고 요청하라고 교육한다.

 

‘고객은 (무조건) 왕’이란 입장에서라면 상상하기 힘든 정책이겠지만 키자니아에서는 지난 몇 달간 실제 일어난 일이다. 이처럼 원칙에 위배된다면, 특히나 그것이 아이들을 위한 놀이나 교육을 방해하는 일이라면 엄격한 기준을 들이댄다. 하지만 이처럼 800명 정원이 모두 차면 매진 사인을 걸고, 소비자를 퇴장시키는 그들의 행위는 한편으로는 자연스럽게 ‘희소성으로 구매욕구를 자극’하거나 ‘교육에 진정성을 가진 기업으로의 포지셔닝’을 가능하게 하는 요소가 되기도 한다.

 

 

어찌 보면 단순하다. 원칙을 지키는 것이다.
우리의 행동에 일관성을 만드는 기준이 있다면
그것이 가장 강력한 전략이 된다고 생각한다.

 

 

운영에서 가장 염두에 두는 것은 무엇인가?
아무래도 디테일이다. 키자니아가 강조하는 부분이기도 하지만 실제 고객들도 이점을 크게 사는 것을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확인한다. “아이들을 어른 대우해 줘서 너무너무 좋다”고 한다. 키자니아에서는 아이들을 어른으로 대우하기 때문에, 예를 들어 초콜릿 공장에 가면 슈퍼바이저들이 “여기는 초콜릿 공장이고 저는 공장장 ▲▲입니다. 오늘 오신 ‘손님’들은…”하는 식으로 소개한다. 또 아이들이 계속 슈퍼바이저와 이야기를 나누기 때문에 그들이 사용하는 단어 하나, 토씨 하나까지 정확한 표준어를 사용할 수 있도록 노력한다. 컨텐츠 개발 측면에서도 여러 번 방문한 아이들이 지루하지 않도록 계속 리뉴얼한다. 이 컨텐츠 개발에 오히려 슈퍼바이저나 직원들이 더 열정적이다. 사실 체험 매뉴얼을 바꾸거나 재료를 바꾸는 것은 상당한 지출을 야기한다. 하지만 그것이 아이들의 즐거움과 교육을 위한 것이라면 기꺼이 감당하고자 한다.

 

 

  

 

 

입점된 브랜드들의 피드백이 궁금하다.
그들은 당연히 강력한 마케팅, 홍보 효과를 얻고 있고 만족도도 높다. 지금도 제휴 문의는 꽤 많다. 하지만 처음부터 그랬던 것은 아니다. 2009년 오픈 며칠 전 리먼브라더스 사건이 있었고, 실제 내가 영업사원처럼 뛰어다니던 2007년에는 당장 있지도 않은 건물에 큰돈을 투자하라고 하니 상당히 난감해하는 브랜드가 많았다. 아닌 게 아니라 당시는 극심한 불황이었고 롯데월드 수영장 부지에 이것을 짓고 있다고 말한들 누가 듣기나 하겠는가. 거의 봉이 김선달 수준이었다. 키자니아에 대한 투자비용은 광고와 홍보 비용으로 책정될 텐데 당시 대부분의 기업이 광고는 물론 마케팅 예산도 삭감하고 있던 터였다. 정말 어려웠다.

 

키자니아 서울의 법인명인 플레이비(PlayBe)의 의미는 Play(놀다)와 Become(되다)의 합성어다. ‘놀면서 자신이 원하는 존재가 된다’는 의미일 것이다. 그리고 그것을 돕기 위해 키자니아는 위에서 설명한 전략이 필요했던 것이다. 동시에 그러한 전략은 그들을 확실히 차별화 시켰다. 그래서 인터뷰 말미에 최 대표의 “키자니아의 꿈은 Only One, 비교 불가한 존재가 되는 것이 목표다”라는 말이 억지스럽지 않았다. 경쟁자로 ‘어제의, 오늘의 키자니아’를 꼽은 최 대표의 말처럼 거듭되는 진화를 꿈꾸는 그들의 전략은 어찌 보면 단순하다. 바로 자신의 비즈니스 정의를 바탕으로 정체성을 찾고 이를 눈에 보이는 실체로 구현하는 것이다. 결국 키자니아를 구성하는 모든 것, 즉 키자니아 자체가 재화이자, 또 전략이다.

 

 

영생 브랜드의 조건

위와 같은 전략으로 등장한 키자니아는 현재 명백한 독점자이자 시장 선도자다. 《마케팅 불변의 법칙》에서도 제1조건으로 꼽는, ‘시장 선도자’의 위치를 점했기에 그만큼 얻는 효익도 크다. 소비자의 기억에 가장 먼저 자리를 잡은 만큼 소비자의 ‘습관에 의한 소비’로 이익을 볼 확률도 높고 경쟁자가 진입하더라도 당분간은 ‘경험의 경제’로 자리를 유지할 수 있으며, 자원 동원 능력도 상대적으로 우월하다. 하지만 제러드 텔리스가 《마켓 리더의 조건》에서 밝혔듯이 시장 개척이 ‘영구적인 성공’의 열쇠는 아니며 과거를 보더라도 시장 선도자가 끝까지 선도자로 남아 있을 확률은 13%에 불과하다. 그렇다면 키자니아는 앞으로 어떻게 13%에 속하는 기업, 나아가 영생할 수 있는 브랜드가 될 수 있을 것인가?

 

 

 

 

 

방법은 의외로 간단할 수 있다. 처음에 소개한 아벨의 3차원 그래프를 유심히 살펴보면 힌트가 보인다(<그림 7-1>).
찾았는가? 사실 힌트가 보인다는 것은 눈에 보이지 않는 곳을 보았을 때 가능하다. 답은 보이지 않는 공간에 있다.
바로 현재 보이는 축을 확장시켜 지금까지 보던 공간을 제외한 모든 공간을 보는 것이다. 즉 고객 축의 반대편, 달리 말해 비고객(유니타스브랜드 Vol.2 p63참고) 소비자를 어떻게 고객으로 만들 것인가, 기존에 보이던 고객 니즈 외에, 새로 만들어 낼 수 있는 니즈를 고민해 보는 것이다.

 

 

 

 

이러한 관점으로 키자니아의 Who, What, How를 다시 그려 보면 <그림 8>에서 처럼 그간 기존 고객에 얽매여 보이지 않던 고객들을 볼 수 있을 것이다. 또한 그에 맞춘 How (마지막 줄의 붉은색 부분)가 곧 전략 혹은 전술이다.
따라서 NO.1 개척자로 진입한 키자니아가 ‘Only One 브랜드’로 남아 지속적인 독점력을 갖기 위해서는 비고객을, 그들이 생각지 못한 니즈를 추가적으로 발견(때로는 발명)해 가며 그 세를 확장시킬 수 있어야 한다.

 

하지만 여기서 가장 중요한 것은 여전히 ‘무엇이 아이들에 의한, 아이들을 위한, 아이들의 키자니아인가?’를 잊어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이처럼 ‘자신다움’을 고수하며 철학과 이념을 지속적으로 가시화시키는 전략이야말로 브랜드의 영속성을 약속할 것이다.
‘자신다움’을 유지하기 위한 전략, 즉 브랜딩 전략의 ‘경쟁자’는 누구일까? 우리 스스로에게 물어보면 답은 쉽다. 나는 누구 때문에 내가 세운 계획, 꿈꾸던 이상, 추구하던 목표를 포기하게 되었는가? 바로 나다.
끊임없는 나와의 경쟁에서 승리하는 것만이, 그 승리를 위한 전략만이 세상에 단 하나뿐인 ‘나’로서 차별화를 꾀하는 유일한 길이자 경쟁을 종식시켜 독점을 고수할 수 있는 방법이다.
이러한 방식으로 만들어진 독점이라면, 그리고 그 독점을 통해 전하려는 가치가 세상에 이로운 것이라면, 독점이더라도,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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