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에서 브랜드를 배우다 2.0
브랜드 교육의 현장은 거리다. 볼륨배지시즌배지

Written by 주우진  고유주소 시즌2 / Vol.14 브랜드 교육 (2010년 03월 발행)

브랜드를 공부하는 목적 중 하나는 ‘누가 왜 브랜드를 쓰는가?’의 답을 찾는 것이다. 마케팅에서는 ‘소비자 조사’로 이것을 알 수 있다고 말한다. 하지만 소비자들은 자신들이 구매하는 것을 기능적 이익, 정서적 이익, 자아 표현적 이익과 같은 전문 용어를 들어 설명하지 않는다. 또한 자신이 신고 있는 나이키가 연예인이 TV에 신고 나와서, 길 가다가 본 멋진 사람이 신어서, 폼 나서, 마트에서 싸게 팔아서, 우울해서, 길 가다가 갑자기 사고 싶어서 샀더라도 이 부분을 명료하게 이야기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이들이 꼭 한 가지 이유만으로 구매를 결정한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소비자는 자신이 왜 샀는지 정확히 ‘한 줄로’ 설명하기 어렵다. 따라서 소비자 설문지로 모든 것을 알 수 있다고 믿어서는 안 된다. 방법은 단 한 가지다. 거리로 나가야 한다. 지하철을 타고 다른 사람들의 신발과 얼굴을 보면서 ‘왜’와 ‘어떻게’를 찾아야 한다. 거리에서 사람들을 직접 보며 직관과 통찰로 통계 프로그램을 돌려야 한다. 특정 브랜드를 착용한 사람 수만 명을 위와 같은 방법으로 본다면 아마 마음(머리가 아니다)속에 ‘척 보면 아는’ 통찰적인 브랜드 지도가 생길 것이다.

누가 나이키를 신는가?

지금으로부터 30년 전, 나이키는 한국 시장에 ‘누가 나이키를 신는가?’라는 질문(광고 카피)으로 런칭했다. 나이키 광고 지면에서 나이키를 신고 있는 사람은 테니스 황제 존 메켄로를 비롯한 수많은 스포츠 스타였다. 당시에는 ‘에어 기능’도 없던 평범한 운동화에 나이키가 제시한 소비자가격은 1만 원대로, 1,000원대에 불과하던 당시 ‘신발 가격 상식(?)’으로는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것이었다. 따라서 나이키를 구매하는 사람들은 일반 신발 가격의 10배에 해당하는 나이키 신발의 미묘한(?) 차이를 읽어 내는 ‘소수 스포츠 전문가 집단’이 될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정작 나이키 신발을 신는 사람들은 대부분 학생이었다. 단순히 가격 비교로 본다면 현재 10만 원 안팎으로 구성된 신발 시장에 나이키가 ‘누가 아직도 나이키를 신는가?’라는 광고 카피로 100만 원대 신발을 들고 나올 때 과연 학생들이 자신의 용돈으로 그 신발을 살 수 있을까? 그러나 이런 질문과 함께 한국에 런칭한 나이키는 지금까지도 ‘아직도 나이키를 신지 않았는가?’를 질문하면서 한국은 물론 전 세계의 신발을 바꾸어 버렸다.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괴물 중의 괴물로 알려진 메두사(Medusa)의 강력한 무기는 그녀와 눈만 마주치면 ‘돌’이 되는 것이다. 이런 설정에서 과연 누가 메두사를 죽일 수 있을까? 이런 이야기를 만든 고대 그리스 이야기꾼들의 상상력은 탄복할 만하다(디지털 시대에 우리는 주로 이야기 대신 비주얼과 소리로 느낌을 재현할 뿐, ‘신들의 이야기’만 한 것은 더 이상 나오지 않는 것 같다). 그리스 신화 관점에서 볼 때,‘누가 나이키를 신는가?’라고 질문하면서 사람을 혼미하게 만드는 것은 승리의 여신 나이키(Nike)스럽지 않고 오히려 메두사의 마력과 비슷한 종류다. ‘나 좀 쳐다봐!(누가 나이키를 신는가?)’라는 나이키의 캠페인으로 사람들은 길거리에서 누가 나이키를 신고 있는지 쳐다보게 되었다. 메두사의 방법대로 길거리에서 나이키를 신은 사람을 쳐다본 사람들은 돌로 변하지는 않았지만 나이키 여신을 따라 다니게(나이키를 구매하여 신게) 되었다.

메두사의 눈을 보면 돌이 된다는 설정을 두고 아마 이것을 만든 이야기꾼들도 초반에는 이야기를 어떻게 풀어 갈 지 고민했을 것이다. 신화에서 페르세우스는 메두사의 눈을 정면으로 보지 않고 청동 방패에 반사된 잠자는 메두사를 보고 머리를 잘랐다고 한다. 페르세우스식 해결은 오늘 날의 표현으로 하면 ‘창의적 혁신 방법’이라고 할 수 있다. 여하튼 30년이 지나서야 ‘누가 나이키를 신는가?’ 하는 마력의 비밀이 풀렸다. 청동 방패가 아니라 바로 ‘브랜드’에 관한 지식 때문이다. ‘누가 나이키를 신는가?’라는 질문은 사실 ‘누가 브랜드를 아는가?’라는 질문이었던 것이다.

당시 대부분의 학생들이 신고 다니는 신발은 기차표, 범표, 그리고 말표 운동화였다. ‘브랜드’라는 단어가 없었던 시절의 마케팅(marketing)이란 마킹(marking : 표하기, 표시, 심볼 마크)이었다. 그래서 샘표, 곰표, 번개표 등 자신의 상품에 ‘표’를 붙여 ‘상표’를 만들었다. 그렇다고 상품의 질이 떨어지는 것은 아니다. 그래도 메이커(당시에는 ‘기업’이라는 단어가 거의 사용되지 않았다)가 만든 것으로, 현재 시장을 주도하는 브랜드와 같은 신뢰와 품질로 시장을 움직였던 상표였다. 여하튼 나이키의 출현과 함께 나이키를 따르는 브랜드들이 생기면서 종전의 신발 시장은 브랜드와 상표 시장으로 나뉘어졌다. 당시 신발 업계에 있던 사람은 상황이 이렇게 될 줄 알았을까?

‘왜 나이키를 신는가?’의 대답은 1990년대 초반에 이르러 브랜드라는 학문이 체계화되면서 말할 수 있게 되었다. 나이키를 신는 이유에 대한 궁금증은 ‘그냥 좋으니까’라는 단순한 대답 뒤에 사회·인류·문화적인 복잡한 알고리즘이 있다는 것을 알고서야 풀렸다. 또한 나이키에는 그냥 ‘신발’이 갖지 않은 기능적 이익, 정서적 이익, 자아 표현적 이익이 있으며 관계적 차원의 것으로 사람들의 지배와 자극 시스템을 자극한다는 것도 알았다.

사람들은 이성적인 단어들을 통해 감성적인 브랜드 지식들(브랜드가 어떻게 감정과 이성을 작동시키는지)을 깨달은 것이다. 결국 ‘나이키’가 ‘나이키’ 이상의 의미와 가치가 있다는 것, 그리고 이와 같은 브랜드에 대한 지식을 통해서브랜드가 실제적 가치뿐만 아니라 미래적 자산 가치가 있다는 것도 깨달았다. 또한 브랜드가 문화를 만들고, 문화에서 브랜드가 파생되는 것도 알게 되었다.

쇠갈비를 그냥 먹는 사람은 ‘고기’를 먹는 것이고, 쇠갈비에서 갈빗살, 마구리, 토시살, 안창살, 제비추리를 나눠서 먹을 수 있는 사람은 ‘맛’을 먹는 것이다. 이처럼 브랜드를 보고 브랜드의 품질 대신 보이지 않는 구조, 속성, 가치와 감성을 읽을 수 있는 사람은 브랜드만이 가지고 있는 독특한 맛을 알아낼 수 있다. 그 맛을 안다면 그 브랜드가 가져올(몰고 올) 미래의 시장도 내다볼 수 있다.

 

‘누가 스타벅스를 마시는가?’ 10년 전 사람들은 스타벅스 앞에서 이렇게 서로 물어보았다. 정확히 말하면 ‘누가 스타벅스처럼 비싼 커피를 마시겠는가!’라고 할 수 있다. 과연 지금 누가 스타벅스를 마시는가? 나이키 때와 상황은 똑같다. 2009년 12월에도 ‘누가 아이폰을 쓰는가?’와 ‘누가 아이폰을 쓰겠는가!’ 라는 질문과 의문으로 가득 차 있었다. 나이키 때와 똑같다.

이런 질문들에 답하기 위해 브랜드를 공부(교육)하기로 결심했다면 나이키와 스타벅스, 그리고 아이폰이라는 브랜드에 초점을 맞추지 말아야 한다. 전체 시장을 읽고 이런 브랜드가 시장을 어떻게 이끌며, 어떻게 경쟁 상황을 만들고, 어떤 시장을 사라지게 할지 살펴보아야 한다. 휴대폰 시장으로 사라진 시계 시장, 디지털 시장으로 사라지는 아날로그 시장, 게임 시장에게 엉뚱하게 공격받는 패션 시장 등 어떤 브랜드의 출현은 새로운 브랜드군을 만들고, 이것은 다른 시장을 소멸하게도 한다. 따라서 브랜드를 공부하는 것은 단순히 로고와 심볼, 형이상학적 마케팅이나 디자인 용어를 외우는 것이 아니라 ‘마음의 경제’와 ‘실물 경제’를 역사적 관점(과거)으로 보고 동시에 미래학을 공부하는 것이다.

브랜드를 공부하는 목적은 ‘누가 왜 쓰는가?’의 답을 찾는 것이다. 마케팅 관점에서는 이것을 ‘소비자 조사’를 통해 알 수 있다고 말한다. 하지만 소비자들은 자신들이 나이키를 구매하는 것을 기능적 이익, 정서적 이익, 자아 표현적 이익과 같은 전문 용어를 들어 설명하지 않는다. 또한 자신이 신고 있는 나이키가 연예인이 TV에 신고 나와서, 길 가다가 본 멋진 사람이 신어서, 폼 나서, 마트에서 싸게 팔아서, 우울해서, 길 가다가 갑자기 사고 싶어서 샀더라도 이 부분을 명료하게 이야기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이들이 꼭 한 가지 이유만으로 구매를 결정한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소비자는 자신이 왜 샀는지 정확히 ‘한 줄로’ 설명하기 어렵다. 따라서 소비자 조사로 브랜드를 알 수 있다(학습·교육할 수 있다)고 믿어서는 안 된다.

방법은 한 가지다. 거리로 나가야 한다. 지하철을 타고 다른 사람들의 신발과 얼굴을 보면서 ‘왜’와 ‘어떻게’를 찾아야 한다. 나이키를 신고 있는 사람의 바지, 가방, 화장한 얼굴, 머리카락 길이, 친구들의 모습, 몸매, 눈빛, 다른 액세서리, 손에 든 커피의 브랜드 등을 보며 직관과 통찰로 통계 프로그램(SPSS, Statistical Package for the Social Sciences)을 돌려야 한다. 특정 브랜드를 착용한 사람 수만 명을 위와 같은 방법으로 본다면 아마 마음(머리가 아니다) 속에 ‘척 보면 아는’ 통찰적인 브랜드 지도가 생길 것이다.

‘통찰’이라는 것을 깨닫거나 인식하면 ‘지식으로 배울 수 있는 지혜와 통찰로 배울 수 있는 지혜가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게 될 것이다. 브랜드와 관련된 수많은 사람들과 인터뷰하면서 얻은 결론은 제한적이지만 브랜드를 공부하기 위해서는 49%의 지식과 51%의 통찰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브랜드로 성공한 사람에게 성공의 이유를 물어보면 대답을 못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들이 대답을 못 하는 것은 브랜드의 성공 과정에서 벌어진 체험적 사건과 개념을 논리적으로 설명할 만한 단어가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상하게도 서점에 나와 있는 두꺼운 브랜드 관련 책을 읽으면 이해가 된다. 왜냐하면 그 책들은 정확히 말하면 이해하도록(혹은 되도록) 쓰였기 때문이다.

 

어떤 책은 브랜드에 관해서 너무 쉽게 말하고 게다가 논리적이기까지 하다. 하지만 여기에 함정이 있다. 책의 지식은 지혜(지식과 통찰)를 일반화해서 정보로 매뉴얼화한 것이다. 이런 책만 믿고 브랜드를 공부하려는 것은 매우 위험한 일이다. 앞서 말했듯이 성공한 브랜드 경영자들은 대부분 자신이 성공시킨 브랜드에 대해 은유와 상징으로만 정의할 뿐, 논리적으로 설명하지 못한다. 그런데 브랜드 지식만을 아는 사람들이 브랜드의 지혜를 정리할 수 있을까? 아주 쉽게 정리된 내용대로 브랜딩을 하면 성공할 수 있을까? 컨설팅 회사가 프레젠테이션에서 보여 준 현란한 전략대로 하면 성공할 수 있을까? 그런데 왜 대기업은 수천억 원을 쏟아 부으면서 제대로 된 브랜드 하나 못 만들까? 책에 나온 대로 따라 하면 똑같은 브랜드를 만들 수 있을까? 사실 현장에서 브랜드 경험 10년 차만 돼도 책만으로 브랜드를 배울 수 있을 것이라고 믿지 않는다.

세련된 지식일수록 위험하다. 거부감 없는 지식일수록 의심해야 한다. 왜냐하면 그것은 지나치게 가공되었기 때문이다. 또 책으로 전달되는 지식은 태생적 한계가 있다. 독자에게 읽혀야 되고, 편집 방향과 구성을 따라야 하기 때문에 꼭 필요한 부분도 다른 부분에 맞추어 정리 삭제 되고, 문제가 되는 주제에 대해서는 비껴가기도 하며, 자신도 아직 모르는 주제는 중요할지라도 쓰지 말아야 한다. 물론 브랜드 교육의 첫 단계는 책 읽기다. 그러나 여기서 말하고자 하는 것은 책을 읽는 것이 브랜드 학습의 처음이자 마지막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브랜드 교육 과정 중 필수 과정인 책 읽기에 대해서는 다음 장에서 자세히 다룰 것이다).

다시 한 번 짚어 보지만 ‘누가 나이키를 신는가?’라는 질문에 나이키를 신은 ‘누구’를 보고 싶다면 ‘거리로 나가야 한다.’ 책에서는 나이키를 신는 사람을 ‘소비자’와 ‘타깃’이라고 일반화 할 뿐, 나이키를 신은 수백만 명은 지면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세부적으로 말하지 않는다.

단순히 평균과 표준편차 사이에서 브랜드의 차이를 발견하려는 것은 시장 논리로 물건을 사는 사람을 ‘소비자’나 ‘구매자’로 구분하는 것뿐이다. 이 두 단어의 미묘한 차이를 얼마나 크게 느끼고 있는가? 이 글을 읽는 독자는 자신이 단순한 소비자일 뿐이라고 생각하는가? 브랜드를 알려면 ‘소비자’를 보지 말고 ‘사람’을 보아야 한다.

아마 독자는 마음만 먹으면 개인 블로그를 만들어서 지금 구매한 상품에 대해 전문적인 지식을 동원하여 수백만명이 볼 수 있는 글과 영상을 만들 수 있을 것이다. 상품을 사용하다가 이 상품을 만든 사람이 전혀 알지 못하는 핵심지식을 찾거나 알아낼 수도 있다. 마음만 먹으면 주변 사람 200명에게 이 브랜드의 가치를 전달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는 이런 사람을 소비자가 아닌 브랜든(brandon)이라고 정의한 바 있다(유니타스브랜드 Vol.11 p30 참고). 브랜드 관련 책들은 브랜드를 해부학적으로 말하지만, 정작 ‘나이키를 신는 사람들’에 대해서는 인류학적으로 말하지 않는다.

 

 

 

 

거리로 나가 사람을 찾아라

브랜드를 런칭할 때 반드시 만들어야 하는 것이 소비자가 자신의 브랜드로 누릴 수 있는 브랜드 라이프스타일 맵이다. 이것은 새롭게 런칭할 브랜드를 누가, 왜 좋아할 것이며 그들은 어떤 삶을 살고 있을지 이미지와 단어로 구성하는 매우 (없던 것을 보여 주는) 창조적이며 (있던 것 중에 특이함을 찾는) 기계적인 작업이다.

예전에 어떤 의류 브랜드가 자신이 기획한 브랜드를 구매하는 사람들의 라이프스타일 중에 ‘주말에는 코스트코(Costco)에서 물건을 구매한다’는 가설을 세운 적이 있다. 그래서 필자는 양재동 코스트코 카운터 앞에서 수일 동안 사람들을 관찰했다. 특히 스파게티와 치즈를 구매한 사람들의 장바구니를 보면서 어떤 음식과 어떤 상품을 사는지 파악하는 것이다. 과연 그럴듯하게 만들어 놓은 브랜드 맵과 실생활의 맵이 일치할까? 거리에 나가 사무실 책상에서 본 것과 비교해 보면 (일부 아닌 것도 있지만)대부분의 브랜드 맵은 기획자의 상상화인 경우가 많다. 문제는 그럴듯한 브랜드 맵 때문에 날카롭게 검증 받아야 할 전략서가 아무런 검증 없이 흘러가는 경우다. 코스트코 방문을 통해서 검증했던 브랜드 맵은 폐기되었다.

그렇다고 거리에 무조건 나가면 안 된다. 트렌드에 따라,때와 장소에 따라 거리에 흐르는 ‘물’은 다르다. 애플 상품을 파는 홍대 프리스비 매장에서 아이폰을 예약하고 일주일동안 기다려 마침내 자신의 물건을 수령하러 온 사람들의 모습을 관찰한 적이 있다. 시베리아 호랑이를 찾기 위해 호랑이의 발자국만 따라다니는 사냥꾼처럼, 온라인에서 댓글 흔적으로 보던 애플 마니아를 줄 세워서 볼 수 있는 그야말로 유일한 기회였기 때문이다.

 

연세대학교 정문 앞에는 횡단보도가 있다. 건너편에서 사람들이 입은 옷의 로고를 관찰하면서 우리나라 20대의 기본적인 착장 스타일을 볼 수 있는 장소다. 홍대 5번 출구 앞 KFC 매장에서 관찰하는 홍대입구 역은 그야말로 트렌드, 스타일, 괴상한 취향, 미래의 모습 등을 3D가 아니라 4D로 볼 수 있는 장소다. 신촌 방향에서 오는 사람들과 영등포 방향에서 오는 사람들이 다르고, 요일별·시간별로 천양지차다. 이대 정문 앞, 혜화역 2번 출구, 압구정 갤러리아백화점 앞 건널목, 백화점 세일 첫날, 금요일 신촌 거리, 동대문 시장에 오는 사람들, 영화 개봉 첫날 사람들의 모습 등 브랜드를 파악할 수 있는 결정적인 찰나가 있다. 이때가 브랜드 마니아, 트렌드 리더, 그리고 얼리어답터를 볼 수 있는 기회다. 책과 뉴스로만 듣던 사람들을 직접 볼 수 있다.

‘이 사람은 나이키를 청바지에 신었구나! 그런데 아까 본 여자와 같은 모자를 썼잖아. 그 여자는 나이키가 아니라 푸마를 신었는데. 저 친구는 나이키에 면 바지를 입었는데 비타민워터를 먹고 있어. 그런데 비타민워터를 먹는 사람은 대부분 나이키를 신고 있잖아!’ 수만 명을 보면 머릿속에 이런 순차별 시트가 만들어지면서 나이키를 신은 사람들에 대한 도표가 만들어질 것이다. 중요한 것은 ‘상관관계’와 ‘인과관계’, ‘비연관성으로 구성된 연관성’을 찾는 것이다. 누가 나이키를 신겠는가? 반복된 대답이지만 사람이 신는다. 사람이 어떻게 신는지 파악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거리로 나가야 한다. 추천하고 싶지는 않지만 편한 방법도 물론 있다. 백화점과 매장에 가서 사람을 지켜보는 것이다. 비록 몸은 편하지만 여기에는 치명적인 판단의 오류와 지식의 함정이 있다. 그들이 나이키를 어떻게 신는지 볼 수 없다는 것이다.

 

 

브랜드를 공부하는 것은 사람을 공부하는 것이다.
문화와 상징을 배우는 것이며, 어떻게 마음에서
이미지의 소비가 일어나는지 파악하는 것이다.

 

 

구매하는 사람이 실제로 사용하는 사람인지도 모르고, 매장에 들르는 사람도 단순하게 구경하러 온 사람일 경우가 많다. 만약 나이키를 신는 사람을 관찰한다면 나이키를 신은 사람만 보면 안 된다. 나이키 신발이 신제품인지, 아니면 마트에서 할인 받아 산 것인지 알아야 하기 때문에 먼저 나이키 매장에 수 차례 방문하여 제품의 카테고리를 익혀야 한다. 또 나이키 중에 에어포스는 문화가 있는 신발이기 때문에 이것을 신은 사람들은 아주 자세히 살펴보아야 한다. 만약에 한국에서는 전혀 보지 못한 독특한 나이키를 신었다면 마니아 카페를 통하거나 직접 해외에 나가서 구매한 사람일 것이다. 관찰자는 드물게 독한 브랜드 마니아를 보게 된 것이다.


거리에서 나이키만 보아서도 안 된다. 다른 경쟁자들은 나이키의 어떤 신발을 벤치마킹하는지도 보아야 한다. 다른 신발을 신었지만 나이키를 신은 사람과 비슷하게 옷을 입은 사람들의 미묘한 차이도 발견해야 한다. 또 나이키를 신어야 할 것 같은 사람이 다른 것을 신고 있을 때는 따라 가서라도 왜 나이키를 신지 않았냐고 물어보아야 한다. 고정관념으로 굳어질 자신의 생각과 기준을 다시 한 번 업그레이드(혹은 혁신)할 기회기 때문이다.

브랜드를 공부하는 것은 사람을 공부하는 것이다. 문화와 상징을 배우는 것이며, 어떻게 마음에서 이미지의 소비가 일어나는지 파악하는 것이다. 하루 종일 거리를 돌아다니면서 목적 없이 상점을 기웃거리며 사람을 쳐다보는 브랜드 교육도 있다. 방법은 하루 종일 수천 개의 매장 혹은 수만 명을 지켜 보는 것이다. 그리고는 저녁에 가장 특이한 매장과 사람을 기억해 내는 것이다. 이 방법은 주로 해외 시장조사에서 특이한 컨셉을 찾는 방법으로 많이 사용한다. 기억에 남는 것은 곧 차별화된 것이기 때문에 왜 기억에 남았는지 연구하여 역으로 그 브랜드를 알아 갈 수 있다. 거리에서 배워야 하는 것은 패턴이다. 연속적이고 규칙적인 법칙을 우리는 흔히 문화라고 본다. 문화를 아는 것은 어떻게 사용할 것인지 예측하고 파악하는 일이라고 할 수 있다.

 

 

먼저 책을 보고 거리로 나서라

브랜드를 공부하기 위해 책을 읽기로 결정했다면 수학을 풀기 위한 공식을 찾듯이 ‘정답’이 있는 것처럼 생긴 책들을 좋아해서는 안 된다. 도표와 매뉴얼, 요점정리가 잘 된 책은 ‘지식’을 전달하기 위한 책이지 ‘진리’가 있는 책은 아니다. 그리고 브랜드의 지식은 계속 변한다.

책을 통한 브랜드 교육의 방법은 첫째, 특정 주제를 가지고 비슷한 책을 계속 내는 저자들의 책을 모두 읽는 것이다. 중복된 내용도 있고 수정·첨가된 내용도 있지만, 그것보다 중요한 것은 저자가 처음에는 막연하게 다룬 부분이 점차 책의 주제가 되어 가는 것들이다. 그래서 브랜드에 관한 책을 읽는다면 지금 막 발간된 책을 읽기보다는 오히려 2000년대 초반에 나온 책을 보는 것도 좋다. 10년 전 책을 읽으면서 지금과 다른 것은 무엇이고 같은 것은 무엇인지 파악할 수 있기 때문이다. 2000년대 초반에 나온 브랜드 관련 책들은 대부분 예언서에 가까운 톤으로 ‘세상은 변한다’고 말한다. 특히 애플과 스타벅스의 사례를 보면서 지금과 비교하면 브랜드의 미래를 읽는 방법까지 배울 수 있을 것이다.

두 번째는 같은 주제를 다룬 다른 저자들의 책들도 위에서 말한 방식과 동일한 방법으로 읽는 것이다. 그러면 같은 현상에 대해 다른 관점을 배울 수 있다. 저자들이 비슷한 이야기를 한다면 그것은 ‘정답에 가까운 정답’이다.

세 번째는 가급적 실무 경험이 있는 저자의 책을 읽거나 실무 경험이 없다면 같은 주제에 대해 책을 여러 권 낸 저자의 책을 읽어야 한다. 물론 실무 경험자가 낸 책은 자신만의 경험으로 확고한 관점이 생겨서 오히려 편협한 지식을 고집할 수도 있다. 반면에 같 주제의 책만 여러 권 쓴 사람은 지식의 편집으로 화려하지만 실제가 없는 경우가 많다.

네 번째는 브랜드에 관한 새로운 지식을 처음 소개한 책을 읽는 것이다. 어느 저자가 새로운 개념을 알게 되었더라도 다른 책이 먼저 나와서 그 개념을 소개했다면, 그 책을 의식해서 처음 생각과는 매우 다른 형태의 개념으로 소개하는 경우가 많다. 저자들은 대부분 자신의 책을 쓰기 위해서 다른 책을 연구한다. 그러나 다른 저자의 개념을 좀더 보완하여 완벽하게 만들려고 했더라도 사실과 달리 현란하게 왜곡되는 경우가 많다. 반대로 최초로 새로운 개념을 가지고 나온 책들은 신선하지만, 그 개념을 설명하기 위해 내용이 많아지고 어려워져서 시장에서 사라지기 쉽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책을 찾아서 읽어야 하는 이유는 이런 책의 저자들은 브랜드가 지금처럼 변하기 전의 모습, 즉 브랜드의 ‘발화점’을 다른 사람보다 ‘먼저’ 보았기 때문이다. 브랜드 학습에서 이것은 매우 중요하다.

책을 읽은 다음에는 거리로 나가야 한다. 거리로 나가 책에서 말한 내용들이 거리에서 그대로 작동되고 있는지 파악해야 한다. 거리에 나가서 책과 반대로 혹은 다르게 움직이는 것들이 있다면 그것을 설명한 책을 찾아서 읽어야 한다. 브랜드 학습은 책과 현장, 현장과 책을 통합적으로 이해해야 한다. 책을 읽고 거리로 나가는 것은 지식을 입체적인 지혜로 만들기 위함이다.

 

 

브랜드를 공부하는 것은 사람을 공부하는 것이다.
문화와 상징을 배우는 것이며,
이미지의 소비가 어떻게 마음에서 일어나는지 파악하는 것이다.

 

 

누가 나이키를 신었는가?

나이키(브랜드)를 알기(공부하기) 위해서 나이키 직원과 미팅하고, 나이키 본사에 방문하고, 나이키에 관련된 책을 쓴 사람을 인터뷰하며, 전 세계 나이키 온라인 동호회에 모두 가입해서 관계를 맺고 정보를 나누고, 나이키 한국 사장에게 뵙고 싶다고 편지를 보내고, 나이키 신발을 사서 신어 보고, 나이키에서 근무하다 퇴사한 사람들을 만나서 이야기를 듣고, 우리나라에서 나이키를 신은 사람을 만 명 정도 인터뷰해 보고, 나이키의 경쟁 브랜드 사람들을 만나서 나이키에 관한 정보와 이야기도 듣고, 그리고 필요하다면 나이키에 입사한다. 만약 이렇게 공부한다면 나이키와 같은 브랜드를 만들 수 있을까? 확률은 높일 수 있겠지만 장담은 할 수 없다.

하지만 어떤 브랜드를 공부하거나 ‘브랜드’에 관해서 연구한다면 앞서 말한 방법은 지나친 것이 아니라 필수적인 것이다. 연구 시간과 노력의 강도에는 차이가 있겠지만, 새로운 브랜드를 런칭하는 사람들은 이와 유사한 방식으로 브랜드를 연구한다. 연구하는 사람들이 쉽게 놓치는 것은 브랜드가 사람들의 감정에 따라 성장한다는 점이다. 특정 브랜드의 연구는 그 브랜드에 대한 감정 없이는 그럴듯한 전략과 결과적인 매출 숫자만 보일 것이다.

모든 지식은 ‘내가 무엇을 모르는지 아는 것’에서 시작한다고 했다. 브랜드를 공부하기 위해 브랜드 제품을 소유하거나 사용해 봤다고 그 브랜드에 대해 모두 안다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 물론 소유와 사용의 경험도 없이 지식만으로 그 브랜드를 판단해서는 더더욱 안 된다. 예전에는 탁월했지만 지금은 별 볼일 없다고 무시해서도 안 된다. 브랜드는‘시대정신’과 ‘문화의 상징’이라고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 시대에는 탁월하고 차별화된 ‘혁신’이었다.

‘누가 나이키 신고 다니라고 그랬어!’라고 윽박지르며 골목에서 나이키 신발만 빼앗는 깡패도 있던 시절을 지금의 10대들이 상상하지 못하는 것처럼, 그때의 10대들은 자신이 40대가 되는 때는 누구나 휴대폰을 들고 다니리라는 것을 상상도 못 했을 것이다.

우리는 한 세대가 또 다른 세대의 삶에 대해 서로 상상하지도 못할 시절에 살고 있다. 브랜드에 관한 책들은 대부분 브랜드에 관한 수많은 현상들 중 검증되고, 성과로 나타난 것만을 다루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래서 브랜드가 출현하고 3~4년이 지나서야 그 브랜드에 관해서 각종 책의 저자들이 이야기하기 시작한다. 그러나 누구도 그때의 상황을 겪지 않고는 언급하지 못하기에 놓치는 것이 많다. 그래서 지금 거리로 나가 직접 눈으로 시장을 파악해야 한다. 브랜드의 교육장은 거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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