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RAW 기술을 연구하는 기자, 박요철 볼륨배지시즌배지

Written by 박요철  고유주소 시즌1 / Vol.7 RAW (2008년 11월 발행)

바라는 것을 모두 이루게 되면 만사가 두려워진다. 즉, 불행한 행복의 상태(an unhappy state of happiness)가 된다. - 발타자르 그라시안

인간의 RAW 기술을 연구하는 기자, 박요철 욕구와 욕망, 브랜드와 종교, 브랜드와 인문학
완벽한 행복의 그림자

아무리 생각을 해봐도 부족할 게 없는 분이었다. 60평이 넘는 아파트에 대기업 부장인 남편, 아이들 둘은 커서 유학을 갔다고 했다. 먹을 것도 입을 것도 양보다는 질을 생각했고, 가능하면 아주 소수에게만 허락된 브랜드들을 찾아 입는 분이었다. 차 두 대는 기본이고 주말이면 아무 때고 갈 수 있는 콘도 회원권이 있었고, 그마저도 성에 차지 않으면 언제라도 주말 해외여행을 계획할 수 있었다. 그리고 두 부부는 매년 받는 정기 건강검진에서도 아무 이상 없이, 아니 더 없이 건강하다는 진단결과를 받아들곤 했다. 누가 봐도 행복한 가정이었고 그들도 그렇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한 가지 걸리는 것이 있다고 했다. 그게 무엇이냐고 물었다.
대답은 “이 행복이 언제까지일까… 그게 가장 두려워요.” 였다.

 

아담과 이브가 지상 최고의 낙원에서 아무런 근심 걱정 없이 산책을 하고 있었다. 그것을 눈치 챈 뱀 한 마리가 선악과의 존재를 알려주었다.먹음직하고 보암직도 한 빨간 사과였다(사실 성경 어디에도 그 과일을 사과라고 말하지 않았지만). 그리고 그것을 먹으면 하나님처럼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브는 주저하면서도 그 빨간 열매의 유혹을 뿌리치지 못하고 ‘먹어버렸다’. 그리고 자신만이 하나님의 명령을 어겼다는 불안 때문에 아담에게도 사과를 권했다. 그리고 그들은 곧 자신들이 벌거벗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선악과를 먹으면 하나님처럼 될 수 있다는 말은 선악을 판단하는 능력을 갖게 된다는 의미였다. 그러나 그들은 그러한 능력을 받자마자 자신과 상대방이 벌거벗었다는 사실을 깨달았고, 그 때문에 나뭇잎으로 스스로를 가리는 수고를 해야 했다. 그것은 그들이 하나의 피조물로 존재할 때는 전혀 필요없는 수고였다. 게다가 그들은 이어지는 하나님의 책망을 서로에게 전가하기 시작했다. 이 역시 상대방의 잘못을 판단하는 ‘뜻하지 않은’ 능력을 ‘선악과’를 통해 ‘가져버렸기’ 때문이었다.

 

 

 

 

사실 여기까지는 우리 모두가 아는 이야기다. 종교적인 해석의 부담만 없다면 인간의 근원적인 욕망을 설명할 때에 선악과의 존재만큼 설명하기 쉽고 이해하기 쉬운 예도 없을 것이다. 그러나 이 이야기는 사실 이것으로 끝나지 않는다. 하나님은 인간의 이러한 욕심을 깨닫자마자 에덴 동산에서 이들을 쫓아내었고 그와 아울러 ‘영원한 생명’을 얻을 수 있는 나무의 열매는 ‘절대로’ 따먹지 못하도록 불타는 화염검으로 감시까지 하게 했다. 선악과는 그들이 먹게 했지만 이 영원한 생명의 열매만은 절대 먹지 못하게 해야 했기 때문이었다. 왜냐하면 그것을 먹으면 이들이 진짜 자신들처럼 될 것임을 알았기 때문이었다.

 

‘여호와 하나님이 이르시되 보라, 이 사람이 선악을 아는 일에 우리 중 하나같이 되었으니 그가 그의 손을 들어 생명 나무 열매도 따먹고 영생할까 하노라 하시고, … 이같이 하나님이 그 사람을 쫓아내시고 에덴 동산 동쪽에 그룹들과 두루 도는 불 칼을 두어 생명 나무의 길을 지키게 하시니라(창세기 1장 22,24절)’

 

 

욕망의 매트릭스

지금도 지구상에는 당장 먹을 것이 없어 죽어가는 사람들이 하루에 6만 명, 1년이면 2,000만 명에 이르지만, 또한 많은 사람들이 인류 문명의 발달에 힘입어 인간의 기본적인 욕구를 충분히 채우며 살아가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즉, 먹고 마시고 입고 자는 기본적인 생리적 욕구와 아울러, 쉬고 즐기며 아름다움을 만끽하는 보다 고차원적인 욕구의 영역들도 특별한 신분의 사람이 아니어도 누릴 수 있는 세상이 도래한 것이다. 우리는 시저보다 많이 먹고 클레오파트라보다 좋은 화장품을 쓴다. 거대한 궁전의 침실보다 어쩌면 십만 원짜리 호텔방이, 아니 우리의 안방에 놓인 침대 위가 훨씬 더 편안한 세상을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도 우리는 만족을 모른다. 아니 만족할 수가 없다. 아무리 마음에 드는 고급 브랜드의 옷을 사도 시즌 별로 새로운 상품이 계속 나온다. 아무리 비싼 차를 사도 다시 한번 세차할 때쯤 새로운 차종이 등장한다. 그리고 새로운 것들은 언제나 지금 가진 것들을 ‘헌 것’으로 만들어버린다. 귀를 막고 눈을 감으면 모를까, 우리는 웬만해서는 이러한 욕망의 전차로부터 뛰어내릴 수가 없다. 워쇼스키 형제(래리 워쇼스키Lary Wachowski, 앤디 워쇼스키Andy Wachowski)가 영화로 보여준 〈매트릭스〉는 욕망의 영역에서는 언제나 현재 진행형이며 실재하는 영역이다.

 

 

 

 

죽어야 사는 사람

인간의 가장 원초적인 RAW한 욕망은 ‘영원한 생명’에 대한 동경이다. 자신의 존재가 유한하다는 것, 이것은 인간의 DNA에 원초적인 불안감을 뿌리 깊이 심어 놓았다. 쉽게 말해서 죽음에 대한 불안이다. 진시황은 이 죽음을 넘어서기 위해 ‘불로초’를 그토록 간절히 구했다. 그러나 그는 결국 죽었다. 그가 남긴 것은 오로지 명성과 유적, 유물, 그 뿐이었다. 그러나 지혜로운 솔로몬은 자신의 생명이 유한함을 일찌감치 깨달았다. 그래서 그는 그가 가진 그 모든 부귀영화와 지혜를 마음껏 누렸다. 그러한 그가 노년에 남긴 가장 큰 지혜는 바로 우리 모두가 아는 아래의 한 구절, 푸념 같은 한 마디였다.

 

‘헛되고 헛되니 모든 것이 헛되도다’

 

영원함에 대한 인간의 욕구는 쉽게 말해 그 자신이 신이 되고 싶어 한다는 말이다. 많은 유명 브랜드들이 신화에 나오는 신의 이름을 빌린 것은 그런 면에서 결코 우연이 아니다. 단순히 유한한 인간의 욕구를 채우는 것으로 모자라 절대로 가질 수 없고 영원히 가질 수 없는 것을 브랜드에 투영해 소유하고 싶어 하는 것이다. 그러나 백 번을 양보해 인간이 신이 된다면, 인간은 행복해질 수 있을까?

 

열악한 환경에서 자라난 탓에 나는 〈은하철도 999〉를 보지 못하고 자랐다(그런 만화영화가 꽤 된다는 사실을 나중에 알았다. MBC가 안 나왔으니까). 그러나 나이가 들어 이 만화영화를 다시 보면서 이건 어른을 위한 철학적인 만화라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었다. 철이는 기계의 힘을 빌어 영원한 생명을 얻고 싶어 했다. 그러나 그가 최종적으로 어떤 결론을 내렸는지는 알고 있을 것이다. 그는 결국 기계인간이 되기를 포기했던 것이다.


인간의 가장 근원적인 욕망이 ‘영원한 생명’이라면 그것을 얻었을 때 인간은 행복해질 수 있다고 가정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여러 영화나 책 속, 가상의 주인공들이 실제로 그것을 얻었을 때 별로 행복해 보이지 않았다. 크리스토퍼 램퍼트 주연의 영화 〈하이랜더〉의 주인공도, 영화 〈죽어야 사는 여자〉의 주인공 매들린과 헬렌도 결코 죽지 않는 몸을 가진 불사신이지만 그들의 가장 간절한 소원은 아이러니하게도 보통의 사람들처럼 ‘죽는 것’이었다. 단지 ‘죽지 않는 삶’은 오히려 그들에게는 영원한 고통에 가까웠다.

 

 

진짜 행복의 조건

얼마 전 취재차 4년 간의 긴 투병생활 끝에 아내를 떠나 보낸 한 분을 찾아 인터뷰했다. 그리고 뜻밖의 얘기를 들었다. 누구라도 견디기 힘들었을 그 투병과 와병의 순간이 그들 부부에게는 가장 행복했던 순간이라고 말했기 때문이었다. 남편은 생업을 포기하면서까지 아내를 위해 모든 시간과 정성을 온 마음을 다해 쏟아 부었다. 그러나 희생인 줄로만 알았던 그 결단을 통해 두 사람은 더욱 가까워졌다. 투병생활 내내 아내는 한 번도 짜증을 내지 않았고 남편 역시 한 번도 귀찮아 한 적이 없었다. 남편은 아침 일찍 눈을 떴을 때 아내가 아직 숨을 쉬고 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충분히 가슴 벅찬 기쁨을 누릴 수 있었다. 그들은 서로를 새롭게 발견했고 진짜 행복이 내일 어떻게 될지 모르는 시한부 삶을 통해서도 충분히 누릴 수 있는 것임을 깨달을 수 있었다. 이 사랑이 3개월의 시한부 인생을 4년으로 늘려놓았다.

 

인간의 가장 RAW한 본능은 영원한 생명을 갈망하지만 정작 우리의 삶은 유한하기 때문에 가치 있고 소중하며 행복해질 수 있다. 그리고 이러한 삶의 역설이 우리의 삶을 더욱 소중하게 만든다. 주어진 삶을 누리는 것, 그것이 우리에게 신이 허락한 가장 소중한 선물이다.

 

우리 앞에 놓인 삶이 얼마나 짧은지 깨달음으로써,
우리는 삶에서 밝은 면만을 보고 실망을 피할 수 있게 된다. - 엘렌 글레스고

 

 

 

 

스크랩 이메일 인쇄 아티클을 모두 읽었습니다.

욕구와 욕망, 브랜드와 종교, 브랜드와 인문학

관련배지

* 이 아티클을 읽을 경우 획득할 수 있는 배지 리스트입니다. (배지란?)

유니타스브랜드 문의

About Us

찾아오시는 길

교육, 컨설팅, 제휴 문의

  • 070-5080-3800 / ahneunju@stunita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