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ibody
디자인의 영혼 볼륨배지시즌배지

고유주소 시즌1 / Vol.10 디자인 경영 (2009년 06월 발행)

“디자인이란 사람들의 마음 속에 이 제품이 어떠한 제품인가를 정의할 수 있는 가장 즉각적인, 그리고 명확한 방법이다.” 조나단 아이브

믿음으로 실제(實體)를 보다

Unibody(유니바디)라는 단어를 MS워드에서 입력하면 자동 맞춤법 검사 프로그램에 의해서 빨간줄이 그어진다. 오타라는 뜻이다. 만약 이 단어를 처음 보았다면 어떤 의미인지 상상해 보자. 과연 무슨 단어일까? 이 글의 제목 ‘디자인의 영혼- unibody’에 신경 쓸 필요는 없다. 약간의 혼돈을 주기 위해 의도적으로 삽입한 헤드라인 카피이기 때문에 이에 얽매이지 말고 느낌으로 해석해야 한다.

 

이것은 단순한 퀴즈가 아니다. 디자인 경영과 브랜드 경영이 특집 주제이기에 던진 질문이므로 다음 장을 읽기 전에 적어 보도록 하자. 대부분의 독자들은 글을 읽다가 이런 질문이 나오면 그냥 페이지를 넘기는 것이 일반적(사실 읽는 것도 힘든데, 귀찮다)이다. 하지만 이번만은 디자이너, 마케터, 브랜더 그리고 경영자로서의 디자인 경영에 관한 본능적 자질을 확인하기 위한 작업이니 그냥 넘기지 말고 고민해 보아야 한다.

 

다시 한번 말한다면 직관으로 생각해야 한다. 참고로 이 단어는 ‘Vocaburary 33,000’에도 없는 단어이기 때문에 모른다고 좌절할 필요는 없다. 마지막 힌트를 준다면 unibody는 애플의 스티브 잡스의 생각이다. 따라서 비슷하게 맞춘다면 그 나름대로 혁신적 직관력이 있다고 판단해도 좋을 듯 하다. 세 가지만 적어보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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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 경영 특집을 준비하면서
첫 번째 조건은 ‘애플말고 다른 것’을 찾는 일이었다. 
왜냐하면 편집팀이 만난 대부분의 디자인 회사에서
디자인 경영의 모델로 항상 거론되었던 브랜드가 애플이었기 때문이다.

 

 

애플말고 다른 것은 없나?

생각하기가 귀찮아서 세 번까지 쓰지 않고 이 글을 보고 있다면 다시 한번 힌트를 살펴보자. 어쩌면 쉽게 답을 찾을 것이다.

 

첫째, 애플 노트북에 관한 것이다. 둘째, 엔지니어링의 혁신이다. 셋째, 디자인 통찰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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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전혀 생각이 나지 않는다면 애플 홈페이지에 가서 노트북을 한번 살펴보자. 딱히 뭐라고 정의할 수 없는 ‘느낌’을 받을 것이다. 먼저 이렇게 귀찮게 하는 이유는 단 한 가지를 알려주기 위해서이다. 디자인 경영의 결론은 경영자와 마케터들이 디자인 마인드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 실체가 무엇인가에 대한 접근(혹은 공감)을 하기 위해서 ‘unibody’라는 신조어를 디자이너들이 주로 사용하는 직관인 ‘창조적 접근’과 ‘느낌’으로 알아보려고 했다.

 

디자인 경영 특집을 준비하면서 첫 번째 조건은 ‘애플 말고 다른 것’을 찾는 일이었다. 왜냐하면 편집팀이 만난 대부분의 디자인 회사에서 디자인 경영의 모델로 항상 거론되었던 브랜드가 애플이었기 때문이다. 두 번째로 많은 사례는 스타벅스와 닌텐도였다. 1990년도 초반에 도요타, 사우스웨스트, 노키아 그리고 이케아 사례가 지겨울 정도로 많았던 것처럼 현재 성공 사례 기업으로 애플, 스타벅스 그리고 닌텐도가 모든 책의 사례로 들어가기 때문에 의도적으로 ‘애플 외에 다른 것’을 찾았다.

 

애플을 피했던 것은 애플이 틀리거나 싫어서가 아니다(이 문서의 작성도 애플 컴퓨터로 하고 있다). 다만 애플 신드롬(참조: p89)과 애플 적조현상으로 인해서 모든 디자인과 마케팅의 대안으로 애플을 찬양하고 있기 때문이다. 시장과 브랜드의 다양성을 보여 주고자 애플을 피했지만 전 세계의 석학들과 디자인 경영자들은 특집을 준비하는 기간 내내 ‘애플’만을 지목했다.

 

급기야 어떤 회사는 리더십, 어떤 회사는 디자인 스타일 그리고 어떤 회사는 혁신적 기업문화 등 건축 디자이너부터 시작해서 패션 회사에 이르기까지 디자인 경영의 모델 브랜드를 ‘애플’로 정하고 있었다. 결국 편집팀은 애플을 다룰 수밖에 없게 되었다. 하지만 애플의 디자인 경영 프로세스와 뻔한 대답이 나올 스티브 잡스에 대한 내용은 다루지 않을 것이다. 애플에서는 어떻게 상품이 만들어지는가에 대해서만 말할 것이고, 편집팀이 수십 개의 브랜드를 만나면서 알게 된 디자인 경영과 애플의 그것이 어떻게 다르고 같은 지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어 보도록 하겠다.

 

먼저 ‘unibody’는 애플의 노트북인 MacBook을 만들기 위한 컨셉, 목적, 가치, 디자인, 기능 그리고 이 노트북을 사야만하는 이유를 설명한 개념이다. 애플의 디자인 부사장인 조나단 아이브(Jonathan Ive)와 수많은 기술 담당 임원들이 자사의 홍보 동영상을 통해서 언급한 unibody에 대한 간증(?)을 들어보자.

 

 

애플의 unibody에 관한 동영상 내용
“MacBook은 Mac 시리즈 중에서 인기가 가장 많은 제품입니다. 그러나 애플에서는 하나의 관습처럼 늘 해왔듯이 모든 것을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새로운 MacBook은 정말로 놀라운 엔지니어링의 산물입니다. 그야말로 혁신적인 노트북 제작 방식이라고 말해도 과언이 아닐 것입니다. 일반적인 노트북은 여러 부품을 조립하여 만듭니다. 이 방법의 문제점은 크기와 무게를 증가시킨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만큼 실패할 확률도 높아집니다. 새로운 MacBook을 제작하는데 있어 가장 큰 돌파구는 여러 파트를 하나의 파트로 대체하는 것이었습니다. 저희는 그 하나의 파트를 unibody라고 명명했습니다. 저희가 고안한 방법으로 노트북을 근본적으로 더 얇고, 더 가볍고, 더 탄탄하게 만들 수 있으며, 예전에는 꿈도 꾸지 못했던 크기와 모양 그리고 마감처리를 할 수 있습니다. 외장을 하나의 파트로 만드는 유일한 방법은 알루미늄 한 덩어리를 가공하는 것입니다. …(중략)… 제가 보기에는 모든 면에서 외부보다 내부가 더 멋집니다. 이는 저희의 관심, 아니 제품에 얼마나 주의를 기울였는지를 보여준다고 생각합니다. …(중략)… 단순한 컨셉에 그치지 않고 부품 선택에서 엔지니어링 방식, 포장 및 선적 방식 그리고 맨 마지막에는 재활용 방식도 포함시켰습니다. …(중략)… 저는 최고의 제품을 만들기 위해 최고의 아이디어를 아끼지 않는 애플의 풍토가 좋습니다. 저희는 최고의 아이디어와 모든 혁신을 가장 인기가 좋은 Mac에 쏟아 부었습니다. Mac을 이용해 사진을 다뤄보고, 개인 프로젝트 작업을 해보면, 단순한 부품의 집합이 아님을 알 수 있습니다. 
저희는 세세한 부분까지 다듬고 또 다듬어서 사용자가 복잡하게 느끼지 않도록 배려하였습니다. 필요 없는 것은 하나도 없습니다. 새로운 MacBook만큼 기본에 충실하면서 사용하기 편한 노트북은 없을 것입니다.”

 

 

애플의 철학, 디자인, 마케팅 그리고 커뮤니케이션 방법을 아는 사람들이라면 7분 36초짜리 동영상에서 애플이 말하는 ‘그들만의 디자인 경영’이 무엇이라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이것은 단순히 제품 홍보 동영상이 아니다. 컬트 집단의 교주인 스티브 잡스가 자신의 최측근을 통해서 전 세계의 추종자에게 주는 메시지이다. ‘확대된’ 해석이 아니라 ‘확실한’ 해석을 위해서 그들이 사용하고 있는 단어와 스토리의 전개 그리고 결론이 무엇인가를 살펴보면 쉽게 알 수 있다.

 

제품 홍보 동영상은 마치 테너, 바리톤 그리고 베이스로 잘 짜인 남성 3중창이었다. 먼저 첫 음을 잡는 것은 조나단 아이브의 몫이었다. 스티브 잡스의 혁신을 디자인으로 그려내는 조나단 아이브도 신비한 사람이다. 그는 애플이 어떤 문화에서 왜 제품을 만들고 있는지를 구체적으로 설명하고 있다. 조나단 아이브가 불렀던 첫 번째 소절과 클라이막스 부분을 집중적으로 살펴보도록 하겠다.

 

 

애플에서는 ‘새로운 일을 하는 것’은
중장기 전략에 따른 ‘실행’이 아니라 단지 ‘관습’이라고 설명한다.
정확히 말하면 애플의 문화에 의해서 ‘새로운 일을 한다’라는 뜻이다. 

 

 

1) 애플의 ‘디자인 경영’의 문화

“MacBook은 Mac중 인기가 가장 많은 제품입니다. 그러나 애플에서는 하나의 관습처럼 늘 해왔듯이 모든 것을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저는 최고의 제품을 만들기 위해 최고의 아이디어를 아끼지 않는 풍토가 좋습니다. 저희는 최고의 아이디어와 모든 혁신을 가장 인기가 좋은 Mac에 쏟아 부었습니다.”

 

애플에서는 ‘새로운 일을 하는 것’은 중장기 전략에 따른 ‘실행’이 아니라 단지 ‘관습’이라고 설명한다. 정확히 말하면 애플의 문화에 의해서 ‘새로운 일을 한다’라는 뜻이다. 그 문화는 한 마디로 ‘최고를 위해서 최고로 한다’이다. 아마 독자는 앞으로 전개될 특집 글을 읽으면서 모든 인터뷰에 ‘디자인 경영의 핵심은 문화이다’라는 말을 흔히(?) 보게 될 것이다. 기업에서 문화는 커뮤니케이션 그 자체이다. 전체적인 생각과 방향성을 결정하는 기업 문화는 굳이 디자이너들과 마케터 그리고 기술자들이 새로운 제품을 만들기 위해서 논쟁에 가까운 논의를 할 필요가 없게 만든 다. 왜냐하면 신상품의 특성, 새로운 기능 그리고 혁신적인 디자인도 문화에 의해서 가장 자신다운 디자인으로 결정되기 때문이다.

 

디자이너인 조나단 아이브는 ‘최고의 아이디어를 아끼지 않는 풍토’에 대해서 익히 경험한 바가 있다. 스티브 잡스가 쫓겨난 후 1997년 애플로 돌아왔을 때 일이다. 조나단 아이브는 iMac을 스티브 잡스에게 처음 보여주었다. 스티브 잡스는 iMac을 엔지니어들에게 보여주었고 그들은 안 되는 이유 38가지를 말했다고 한다. 스티브 잡스의 대답은 간단했다. “아닙니다. 우리는 이것을 만듭니다. 왜냐하면 내가 사장이니까요. 성공할 것이기 때문에 만드십시오.” iMac 성공 이후에 애플은 새로운 철학이 생겼다. ‘디자인은 디자이너에게 맡기고, 엔지니어는 그 디자인에 맞게 만든 다.’ 사실 이것은 스티브 잡스의 고집이 아니라 앞으로 오게 될 디자인 경영의 혁신 개념이라고 할 수 있다.

 

앞으로 감성 경제 시대의 반응에 따라서 기업이 어떻게 생각하고 움직여야 하는지를 결심(이제부터 디자인 중심으로)하고, 결정(마음에 안 들면 나가라)하여, 결단(앞으로 우리는 디자인 경영이다)해야 한다는 말이다.
조나단 아이브는 MacBook을 설명하면서 “모든 것을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스티브 잡스는 이미 완성된 디자인을 다시 원점으로 돌리면서 목표치를 계속 상향 조정하기로 소문난 사람이다. 조나단 아이브가 일 년간 준비한 iMac을 본 후에 스티브 잡스가 그를 자신의 집 앞에 있는 뜰로 불렀다. 그리고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조나단, 아무래도 안 되겠어. 그냥 처음부터 다시 시작합시다.” 당시의 조나단 아이브의 기분은 알 수 없겠지만 그는 그 자리에서 우연히 본 해바라기에 영감을 받아서 혁신적인 디자인 iMac G4를 만들었다고 한다.

 

디자이너가 일하기 좋은 분위기(비싸보이고 쿨해보이는)를 만드는 것이 디자인 경영이 아니다. 최근에 경영자들은 디자인 경영을 하기 위해서 가장 쉬운 방법을 사용하고 있다. 바로 돈을 사용해서 환경미화를 하는 것이다. 디자이너들이 일하기 좋은 문화를 만드는 것은 ‘최고의 아이디어’를 ‘최고의 상품’으로 만들기 위해서 기업의 모든 시스템이 함께 돌아가는 것이다. 바로 창조적 도전이 창의적 상품을 만들어 내는 문화를 말한다.

 

2) 낮에 꾸는 꿈, 혁신

“여러 파트를 하나의 파트로 대체하는 것이었습니다. 저희는 그 하나의 파트를 Unibody라고 명명했습니다. 저희가 고안한 방법은 노트북을 근본적으로 더 얇고, 더 가볍고, 더 탄탄하게 만들 수 있으며, 예전엔 꿈도 꾸지 못했던 크기와 모양 그리고 마감처리를 할 수 있습니다.”

 

자사의 제품에 대해서 뭐라고 딱히 할 말이 없었는지 그들은 새로운 단어를 만들었다. 그것은 unibody이다. 굳이 한국말로 해석한다면 기술 용어에서 제일 근접한 것으로 ‘통합 본체’라는 말이 있으나 ‘등갑구조(거북이의 등과 배가 연결되어 있는)’가 더 정확할 것 같다. 이것을 보다 영적인 표현으로 옮긴다면 아마 ‘혼연일체(渾然一體)’일 것이다.

 

물론 unibody를 단순히 제품의 기능적 특장점으로 판단하면 절대로 안된다. unibody는 스티브 잡스의 세계관이고, 경영전략이며, 신념이기 때문이다. 그 이유에 대해서는 애플의 구조를 살펴보면 쉽게 이해가 될 것이다. 애플은 말 그대로 자기식대로 운영하고 살아남는 독특한 회사이다.

 

‘선택과 집중’은 모든 경영 원칙의 불문율이며 황금률이다. 성공 기업의 실패 원인은 대부분 선택과 집중을 하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 하이테크 기업들은 선택과 집중을 하지 않는 것에 대해서 알레르기 반응까지 보인다. 그러나 애플은 모든 것을 다하고 있다. 먼저 하드웨어(iBook과 iMac)를 만든다. 이 하드웨어에서 작동하는 운영체제(Mac OS)도 만든다. 그리고 운영체제 상에서 사용하는 프로그램(safari, iwork 등)도 만들고 음악을 제공해주는 온라인 서비스(iTunes)도 만든다. 그것도 모자라서 IT제품인 MP3플레이어(iPod)도 만든다. 여기에 응용 소프트웨어 다운로드 서비스(App Store)도 운영한다. 그리고 전화기(iPhone)도 만들고 있다. 어쩌면 애플은 이 분야에 전지전능한 iGOD이 되고 싶어하는 것 같다.

 

이른바 스티브 잡스의 이런 ‘통뼈경영(혼자 모든 것을 다하는 경영)’에 대해서 혹자는 ‘애플의 미니어처 경제’라고 비꼬기도 한다. 그러나 애플의 변명은 아주 단순하다. “소비자에게 최고의 것을 주기 위해서 차선과 타협하지 않은 최고를 주기 위함이다.” 이는 “나 아니면 안 된다”는 뜻이지만 이 말은 “내가 만든 것처럼 만들지 않으면 안 된다”라는 뜻도 있다. 그래서 애플은 항상 모든 것을 혼자 다한다.

 

애플의 혁신 방향성은 통합이다. 그래서 노트북의 혁신 방향도 unibody에서 시작하고 있다. 혁신의 기준은 조나단 아이브가 분명하게 말해주고 있다. 바로 ‘꿈도 꾸지 못했던’ 것이다. 우리는 꿈도 꾸지 못한 것을 애플은 꿈꾸고 있었다. 애플의 DNA도 통합이다. 비록 내부 호환과 통합이라는 폐쇄적 기준을 가지고 있지만 애플은 뭐든지 통합하려고 한다. 통합에 대한 집착은 결국 노트북의 ‘통합형 구조’를 생각하게 했다. 결국 혁신이 필요하고 그것을 그려내기 위한 디자인이 시작된 것이다. 그렇다면 그 통합의 혁신이 얼마나 위대한 것일까?
사실 노트북을 들고 다니면서 노트북이 깨지는(?) 경우는 별로 없다.

 

관리에 대한 마음만 먹는다면 쿠션 보호 가방, 노트북 전용 가방이 있기 때문에 로보트 제작용으로 사용하는 알루미늄에 대한 필요성은 크게 느끼지 않는다. 애플이 알루미늄 소재의 15인치 unibody MacBook은 2.49kg이다. 우리나라 회사가 만든 15인치 노트북의 무게는 평균 3kg이다. 돼지고기 한근 조금 못 되는 500g 차이다. 그래서 우리는 꿈꾸지 않았다. 하지만 애플은 꿈꾸었다. 500g을 줄이고, 얇고 탄탄하게 만들 수 있는 것이 무엇일까? 애플은 3kg 노트북이 최고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이 모든 것이 혁신이라는 것으로 연결되어 있고 디자인은 혁신을 표현하고 정의하는 수단이자 목적으로 사용되고 있다. 이런 혁신은 새로운 개념인 unibody를 낳았고 결국 디자인으로 보여주었다. 필요, 욕구, 혁신 그리고 디자인을 우리에게 통째로 보여주고 있다.

 

3) 편집증 혹은 열정

“제가 보기에는 모든 면에서 외부보다 내부가 더 멋집니다. 이는 저희의 관심, 아니 제품에 얼마나 주의를 기울였는지를 보여준다고 생각합니다. 단순한 컨셉에 그치지 않고 부품 선택에서 엔지니어링 방식, 포장 및 선적 방식 그리고 맨 마지막에는 재활용 방식도 포함시켰습니다.”

 

애플 컴퓨터를 쓰고 있는 사람이라면 특수 장비가 없이는 본체를 분해하지 못한다는 것을 누구나 알고 있다. 물론 unibody 자체가 원래 분해하지 못하도록 만들어졌다. 하지만 조나단 아이브는 완전히 고장이 나서 폐기처분 직전에만 한번 볼 수 있는 내부 디자인에 대해서 자부심이 있다고 말한다. 국내에도 이와 비슷한 회사가 있다. 바로 현대카드다. 현대카드는 0.8mm 정도의 카드 옆면에 디자인 요소를 넣었다. 그 이유에 대해서 TV 광고에서는 ‘잘 보이기 위해서’라고 말했지만, 브랜드 관계자는 ‘열정’이라고 답했다.

 

조나단 아이브는 보이지 않는 부분까지 디자인하는 것에 대해서 ‘디자인 전략’이 아니라 ‘디자인 전부’ 라고 말한다. 왜냐하면 자신들의 열정을 보여주는 유일한 부분이기 때문이다. 애플의 디자인 편집증은 노트북을 열어보면 알 수 있다. 다른 브랜드 노트북 터치패드 옆에는 평균 3개, 많게는 5개의 스티커가 붙어있다. 대부분 내부 CPU의 종류 및 업그레이드된 칩에 관한 설명이다. 하지만 MacBook에는 아무것도 없다. 오직 애플 디자인 외에는 접근을 불허한다.

 

디자인의 영역은 상품만이 아니다. 상품을 만드는 과정부터 시작해서 상품의 전달방법, 소비자가 박스를 개봉하는 느낌까지 모두 디자인(어원의 뜻을 그대로 표현한 ‘설계’이다)했다. 사용하는 기분까지도 디자인 관점으로 접근한 것이다.

 

4) 디자인 경영의 초점, 편리함에 의한 친근감 

“Mac을 이용해 사진을 다뤄보고, 개인 프로젝트 작업을 해보면, 단순한 부품의 집합이 아님을 알 수 있습니다. 저희는 세세한 부분까지 다듬고 또 다듬어서 사용자가 복잡하게 느끼지 않도록 배려하였습니다. 필요 없는 것은 하나도 없습니다. 새로운 MacBook만큼 기본에 충실하면서 사용하기 편한 노트북은 없을 것입니다.”

 

소비자는 노트북을 사용하면서 무엇을 느낄까? 조나단 아이브는 노트북이 바로 단순한 부속들의 집합이 아닌 unibody, 즉 집합체임를 설명하고 있으며 소비자들이 이것을 느낄 것이라고 확신하고 있다. 애플은 욕망과 필요, 기능과 디자인, 컴퓨터와 자신 그리고 애플과 소비자가 하나가 되어서 함께 작업을 하는 팀웍을 디자인했다. 팀웍의 핵심은 친근감이다. 조나단은 노트북의 디자인, 기능 그리고 열정이 어떻게 사람과 친근감을 형성하는지 알고 있다.

 

사용설명서가 두꺼운 전자기기일수록 빨리 사라진다. 왜냐하면 소비자 중심이 아니라 공급자 중심이기 때문이다. 애플의 핵심은 자신의 제품에 대해서 소비자가 두려워하지 않게 만든다. 애플의 리모콘은 6살 아이들의 장난감 리모콘의 버튼 개수와 거의 같거나 애플이 더 적다. 마치 장남감을 대하듯이 애플의 상품과 친해지도록 만든다. 프로그램의 작동도 대부분 드래그(drag, 긁다)를 하는데, 마치 놀이터에서 모래 장난하는 것처럼 패드 위에 손가락으로 돌리고, 두드리고, 어루만지면서 사용하게 만들었다. 필요없는 것은 하나도 없고, 미처 필요를 생각하지 못했던 디테일로 놀라움을 주는 것이 애플의 디자인이다. 가장 눈에 띄는 문장은 ‘기본에 충실하면서’이다. 아마 애플 컴퓨터를 사용하면 “장난이 아닌데”라는 감탄이 절로 나올 것이다.

 

소비자에 대한 세심한 배려에 재미까지 다해서 그야말로 스테이크의 참맛인 레어(rare)를 디지털에서 느끼게 한다. 그런데 이 정도의 수준을 ‘기본에 충실’하다고 말했다. 과연 그들의 기본은 무엇일까? 노트북 사용자가 작업을 할 때 느끼는 최고의 엔터테인먼트 체험이 아닐까? 애플이 만든 장비를 볼 때, 그들이 추구하는 컨셉이 ‘기본과 편함’이라는 것은 분명하다. 이것은 소비자 용어로 ‘친근감과 즐거움’이다.

 

5) 조나단 잡스와 스티브 아이브

“조나단 아이브는 그 무엇과 바꿀 수 없다.” 그리고 “조나단 아이브는 애플의 영혼이다.” 스티브 잡스는 공식 석상에서 자신의 오른팔을 보면서 공표했다. 이쯤 되면 조나단 아이브가 누구인지보다 애플에 있어서 무엇인지를(이미 존재의 의미를 넘어섰다) 알 것이다.

 

먼저 디자인 경영에 대해서 글을 쓰면서 머리와 마음이 복잡해졌던 것은 스티브 잡스가 디자인에 대해서 ‘디자인은 영혼’이라고 정의했기 때문이다. 분명 무엇인가를 알고 하는 말이거나 깨닫고 하는 말이지만 좀처럼 그 수준과 정의를 알아채기는 어렵다. 이것은 디자인 영혼합체설을 주장하는 일종의 신흥종교와 도 같아 보였다.

 

스티브 잡스의 은유법에서 알 수 있는 것은 디자인 이란 브랜드를 작동시키는 그리고 소비자를 이끄는 일종의 영적 교감신경 시스템이라는 것이다. 결국 디자인은 보이지 않는 것을 보이게 하는 것으로, 영혼의 표현이다. 유감스럽게도 스티브 잡스를 따라가면 항 상 이런 식의 결론이 나온다.

 

하지만 놀랍게도 편집팀에서 만난 대부분의 브랜드 책임자들도 스티브 잡스와 비슷하게 말하고 있다. 그들은 “디자인은 종교이며, 영적이며 그리고 신앙이다.”라고 말한다. 이유를 물어보면 대답하지는 못해도 그렇게 믿고 있을 뿐이다. 그나마 이해할 수 있었던 정의는 ‘디자인 경영이란 상품을 디자인하는 것이 아니라 브랜드를 디자인하는 것이다’이다. 이것도 논리적으로 명확한 답변은 아니지만 그들의 경험에 의한 가장 확실한 대답이다.

 

스티브 잡스는 스티브 아이브의 마인드를 갖고, 조나단 아이브는 조나단 잡스처럼 디자인을 한다. 해석한다면 경영자는 디자인 마인드를 가지고 있고, 디자이너는 경영자 마인드를 가지고 있다는 뜻이다. 조나단 아이브는 스티브 잡스가 공식 인정한 스티브 잡스, 곧 자기 자신이라고 말해도 과장이 아닐 것이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너무나 명료하기 때문에 더 이상 설명이 필요없다.

 

 

디자인은 가치와 상품의 통합, 소비자의 생활과 공급자 솔루션의 통합,
전략과 미학의 통합, 차별화와 스타일의 통합,
옛것과 새것의 통합, 가치 생산과 가치 소비의 통합이다. 

 

 

디자인 경영의 횡금열쇠, 뫼비우스 띠 

이번 특집의 시작은 “디자인 경영이 무엇입니까?”라는 질문에 대한 답을 찾는 것에서 시작했다. 왜냐하면 디자인 경영의 중요성에 대해서 설명은 할 수 있지만 그 누구도 선뜻 정의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먼저 우리나라의 디자인 경영을 말하기 전에 시장의 역사를 살펴보도록 하겠다. 

 

 

 

 

1950년 6.25 전쟁이 발발하고 1953년 7월 27일에 휴전을 했다. 정확히 56년간 우리나라는 휴전 중이다. 1955년부터 1980년대 초반까지 시장에서 명품은 세 가지였다. 상품의 기준은 미제, 일제 그리고 독일제였다. 미제면 모두 튼튼했고, 일제면 정교했고 독일 제면 탁월했다. 디자인은 필요가 없었다. 1980년부터 1990년대 중반까지 메이커 시대가 왔다. 대기업이만 들었는가, 아니면 중소기업이 만들었는가가 구매의 기준이었다. 대기업은 인지도와 명성을 통하여 TV도 만들고 양말도 만들었다. 이때까지도 디자인은 ‘기왕이면 메이커’라는 구매기준으로 자리 잡았다.

 

그 후 갑자기 들이닥친 IMF 외환위기로 인해서 기업들은 ‘브랜드’라는 것을 학습하게 되었다. 삼성의 하우젠과 레미안처럼 대기업들이 자신의 기업명을 버리고 브랜 드명을 갖게 된 것도 이때부터였다. 실로 IMF 외환위 기는 브랜드 시장으로의 전환점이 되었다. 쿠쿠같은 브랜드를 만들어 내면서 중소기업에서는 브랜드를 ‘전문성’의 개념으로 시장에 포지셔닝했다. 그 이후에 아이리버, 미샤와 같은 탈 대기업 브랜드들이 시장의 주도권을 잡아나가기 시작했다. 

 

이 시점의 디자인 경영은 대기업의 필요에 의해서 시작된 것이다. 대기업은 해외에서 비슷한 품질과 중 저가로 글로벌 기업과 싸우고 있었다. 브랜드력도 없 었고 국가 이미지도 좋지 않았다. 여기서 발견한 것이 바로 디자인이라는 (초창기 개념으로는) 덧칠이었다. 지금은 어떤 분야에서는 세계의 기준이 되는 탁월한 디자인력을 갖춘 브랜드들이 있다. 하지만 역사가 10 년도 채 되지 않은 디자인 경영의 정의와 효과에 대해 서 현장 경영자들에게 물어본다면 당황스러워한다. 비록 디자인으로 ‘대박’의 맛을 보았지만 그 맛을 이루는 디자인 메커니즘에 대해서 미처 연구할 시간이 없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디자인 경영을 정의하지 못하는 것이다. 

 

다행히 이번 특집에서는 디자인 경영의 구조를 들여다 볼 수 있는 브랜드 사례를 다루었다. 만나는 사람마다 애플의 디자인 경영을 말했기 때문에 의도적으로 비교하고 특이점을 찾으려고 했다. 하지만 의도와 다르게 공교롭게도 애플의 성장 코드와 교집합이 많았다. 

 

애플은 자신의 혁신을 디자인으로 보여주고 있다. 정확히 말하면 기업 철학, 심볼의 의미, 아이덴티티, 전략, 판매방법, 서비스, 광고, 상품 그리고 스티브 잡 스까지 모두 ‘애플스러움’으로 디자인 되어있다. 그들이 말한 unibody처럼 디자인 경영은 브랜드 경영이 고, 브랜드 경영은 디자인 경영이며, 이 둘은 혁신 경 영이고, 이 혁신은 소비자의 욕구이고, 그것은 또 디자인 경영이고 … . 이런 방식으로 모든 것이 통합되고 연결되어 있다. 

 

디자인 경영은 한마디로 뫼비우스 경영이다. 뫼비우스의 띠는 겉과 안이 교차하면서 모든 것이 연결되어 있다. 뫼비우스의 논리로 스티브 잡스가 말한 ‘디자인은 영혼이다’를 설명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사람의 영혼은 몸의 내부에 있는 것이지만 그 사람의 말, 태도, 눈빛 그리고 분위기를 통해 그것을 느낄 수 있다. 이처럼 브랜드의 가치도 보이지 않지만 디자인을 통해 볼 수 있다. 철학을 디자인하고, 디자인에서 철학을 느끼고, 느끼는 철학에서 가치가 나오고, 가치를 통해서 상품의 충성도가 올라가고, 충성도가 올라 가면서 디자인에 만족을 하고, 만족된 디자인을 통해 서 시장 점유율이 올라가고, 올라간 시장 점유율을 통해서 철학이 전파되고, 전파된 철학에 의해서 또 다른 디자인을 생각한다. 소비자는 디자인을 통해서 브랜드의 가치를 볼 수 있다. 그래서 디자인은 브랜드의 영혼인 것이다. 

 

디자인 경영을 뫼비우스의 띠로 해석하는 두번째 접근은 보다 현실적이다. 디자인을 통해서 브랜드 가치를 느끼고, 브랜드 가치는 전략이 되고, 전략은 시장에 강력한 포지셔닝을 유도하고, 강력한 포지셔닝으로 인해서 디자인은 스타일이 되고, 스타일이 된 디자인은 브랜드를 구축하고, 강력하게 구축된 브랜드는 자신만의 디자인을 통해서 시장을 리딩한다. 

 

브랜드에도 상표에 가까운 브랜드와 인간에 가까 운 고등 브랜드가 있듯이, 디자인 경영도 디자이너를 잘 관리하는 경영에서 디자인을 기업의 핵심우위로 삼는 경영까지 있다. 그렇다고 디자인 경영을 등급별로 말하거나, 산업군별로 말하기도 위험하다. 하지만 애플을 제외하고 특집에서 다루는 대부분의 ‘디자인 경영’은 ‘뫼비우스 띠’의 개념으로 디자인하고 있다. 

 

디자인 경영으로 성공한 그리고 준비하고 있는 대부분의 기업의 공통적인 패턴은, ‘통합’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번 특집에 통합이라는 철학과 프로세스는 식상할 정도로 많이 나오고, 심할 정도로 중복되고 그리고 의심이 갈 정도로 강조되고 있다. 그래서 독자들은 디자인 경영을 하는 기업들이 통합을 어떻게 활용하고 있는지를 자세히 볼 필요가 있다. 중복되었다면 원칙이고, 반복되었다면 법칙이다. 

 

디자인은 가치와 상품의 통합, 소비자의 생활과 공급자 솔루션의 통합, 전략과 미학의 통합, 차별화와 스타일의 통합, 옛것과 새것의 통합, 가치 생산과 가치 소비의 통합이다. 어쩌면 흔히들 디자인을 종합 예술이라고 정의하지만 이것은 매우 단편적인 개념같다. 디자인은 행위의 ‘종합 예술’이라기 보다는 전략적 ‘통합 가치’라고 말하고 싶다. 

 

내부와 외부가 모두 연결되어 있는 뫼비우스 띠의 속성은 무한대이다. 디자인 경영의 컨셉 용어인 뫼비우스 경영은 말 그대로 브랜드(내부)를 디자인 (외부)으로 연결하는 무한 개념이다. 따라서 디자인은 그 자체의 가치가 무한하며 브랜드 경영의 무한 가치의 근원지라고 정의할 수 있다. 디자인은 통합과 무한의 실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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