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브랜딩의 복잡계와 게이트웨이 브랜딩 볼륨배지시즌배지

Written by 김우형  고유주소 시즌2 / Vol.17 브랜드 전략 (2010년 10월 발행)

새롭게 단장된 한강시민공원이나 청계천을 걸어 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좋다고 말한다. 하지만 정작 이런 일에 예산을 사용하는 것에는 반대하는 사람이 많다고 한다. 왜일까? 명품 핸드백 루이비통의 신상품을 구매한 사람도 누구나 좋다고 말한다. 하지만 비싸서 못 사겠다고하는 사람보다는 아르바이트를 해서라도 꼭 사고 싶다는 사람이 더 많다. 왜일까? 루이비통은 물건을 보관하고 이동하기 위한 핸드백으로서의 기능적 가치를 넘어서는 보이지 않는 더 큰 가치를 제공하는 반면, 한강시민공원이나 청계천은 그런 가치를 주지 못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도시의 새로운 가치를 다루는 분야가 바로 도시브랜딩이다. 도시브랜딩의 탄생 배경, 일반 제품 브랜딩과의 차이점, 정책적 관점에서의 도시브랜딩을 살펴보면서 도시브랜딩이 무엇인지를 생각해 보고자 한다.

Written by 유니타스 클래스 대표 김우형

 

 

지리적 표시제와 도시브랜딩

이제 더 이상 프랑스 샹파뉴(Champagne)지역에서 생산된 발포성 백포도주를 제외하고는 ‘샴페인(Champagne, 샹파뉴의 영어식 발음)’이란 이름을 붙일 수 없다. 이 지역의 샴페인 제조업자들이 끈질긴 상표 보호 운동을 벌인 끝에 유럽연합(EU)에서 와인은 물론 과자, 빵, 향수 등 여타 제품에도 샴페인 브랜드의 무단 사용을 금지시키는 데 성공했기 때문이다. 유럽연합의 무단 사용 금지 규정은 국제적으로 효력을 발휘하고 있다. 최근 국내 주세법에서도 샴페인이란 이름이 발포성 와인으로 대체되었다. 전 세계적으로 샴페인 브랜드에 대한 지적재산권이 인정된 것이다.

 

 

 

 

국내에서도 보성녹차, 청양고추, 충주사과, 풍기인삼, 천안호두, 상주곶감, 이천쌀을 비롯하여 100여 개 이상의 지역 브랜드가 등록되어 법의 보호를 받고 있다. 최근 들어 지역 브랜드가 눈에 띄게 증가한 이유는 ‘지리적 표시제’라는 제도 때문이다. 지리적 표시제란 농수산물 및 가공품의 명성과 품질, 기타 특징이 본질적으로 특정 지역의 지리적 특성에 기인하는 경우 그 특정 지역에서 생산된 특산품임을 표시하는 것이 법적으로 보호되는 것을 말한다. 1994년 세계무역기구(WTO)가 출범하면서 그 부속 규정으로 원산지 보호 규정이 만들어졌고 국내에서는 2000년부터 전면 시행되었다. 시행한 지 10년이 지난 지리적표시제가 최근 몇 년간 유독 관심을 받는 데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해당 지역 특산물의 상품화는 도시브랜딩에 도움을 준다. 이천쌀이나 보성 녹차, 상주 곶감 등이 대표적인 예다. 

 

 

가장 큰 이유는 제도에 대한 인식의 변화다. 시행 초기에는 지리적 표시제가 단순히 원산지 보호의 문제이고 해당 사업을 하는 지역 주민들에게만 혜택을 주는 것이라고 인식했다. 예를 들어 보성녹차라는 브랜드가 인정받고 보호받으면 보성 지역에서 녹차를 재배하고 유통하는 지역 주민들은 상당한 이익을 얻게 되지만, 지역 사회 전체 측면에서는 일자리 창출 그 이상의 효과는 제한적이라는 인식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예상보다 그 효과는 컸다. 단순히 보성녹차의 매출만 증가한 것이 아니라 보성녹차와 함께 보성이라는 지역이 전국적으로 알려지고 각인되는 효과가 나타나기 시작한 것이다. 전라도 지역에서 거주한 경험이 있는 사람들을 제외하면 보성이라는 도시가 어디에 있는지 알고 있던 사람이 얼마나 될까? 보성이 지금처럼 유명해진 것은 보성녹차의 덕을 톡톡히 보았다고 하는 것이 정확할 것이다. 지리적 표시제가 바로 도시브랜딩 분야에서 다루는 대표적인 이슈다. 도시브랜딩의 여러 가지 방법 중 지리적인 이점이나 특산물을 이용한 방법으로서 가장 손쉬우면서도 강력할 수 있다. 녹차 자체로는 특별한 것이 없지만 보성녹차로 변신하면서 스토리가 붙고 상징이 더해진다면 녹차와 보성이 융합되면서 이전에 없던 새로운 화합물이 만들어지고 보성은 전혀 다른 도시로 태어나게 된다.

 

 

도시브랜딩의 복잡계, 즉 복합 메커니즘

이제는 도시도 지역도 브랜딩이다. 브랜드와 브랜딩의 효과가 산업계에서는 이미 검증되고 확인되었다. 어떻게 브랜딩을 하는 것인지 그리고 그 효과를 어떻게 측정해야 하는지가 여전히 논란이 되기는 하지만, 최소한 브랜딩을 해야한다는 주장에 반대하는 사람은 거의 없는 것 같다. 도시와 지역도 이제 브랜딩을 시작해야 한다. 도시브랜딩과 지역브랜딩에 대한 이론적 체계와 실무적 방법론 연구가 걸음마 단계이기는 하지만 과감한 시도를 통해 선점 효과를 누려야 한다.

 

 

 

 

도시브랜딩은 왜 중요한가? 예산 낭비라는 일부의 정치적인 비난에도 불구하고 왜 도시브랜딩에 대한 논의가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는가? 한마디로 말하자면 과거에는 고정불변의 ‘상수’이던 도시가 이제는 선택 가능한 ‘변수’가 되었기 때문이다. 여행자유화가 되기 이전에는 해외 출장을 가거나 유학을 가는 것이 자유롭지 못했고 해외 로드쇼를 비롯한 해외 행사를 하는 것도 매우 어려웠다. 이민 역시 까다로운 절차와 조건을 통과해야만 가능했다. 자신이 태어난 도시나 국가를 벗어나서 무엇을 한다는 것은 상상 속에서나 가능한 일이었다. 태어난 도시나 국가는 특별한 일이 없는 한 벗어날 수 없는 제약 조건이었다. 지금은 어떠한가? 올여름을 기점으로 해외 여행객이 하루 10만 명을 돌파하였고 해외 유학생은 한 해 18만 명을 넘어섰다. G20 정상회의를 비롯한 각종 국제대회가 국내에서 열리고 있고 한국 정부나 기업이 전 세계 국제 행사에 참여하고 있다. 이민은 여전히 까다로운 절차를 밟아야 하지만 갈수록 방법이 많아지고 있다. 이제 태어난 도시나 국가는 출생지의 의미만 있을 뿐 더 이상 인생의 제약 요건이 아니다. 도시는 선택 변수가 되었다.

 

 

 

 

선택 옵션이 많아지면 자연스럽게 브랜딩이라는 화두가 제기된다. 고객 입장에서 선택의 대안이 많다는 것은 역으로 공급자의 입장에서는 경쟁이 치열해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경쟁이 치열해지면 ‘차별’과 ‘차이’를 키워드로 하는 브랜딩이 주요 어젠다로 떠오른다. 글로벌화가 심화되면 될수록 도시브랜딩은 각광을 받을 것이다.
도시브랜딩의 첫 단계는 도시브랜딩과 일반 제품 브랜딩과의 차이점을 분명히 이해하는 것이다. 제품 브랜딩 분야에서 개발된 개념과 활동이 대부분 도시브랜딩에도 적용될 수 있지만 미묘하면서 큰 차이점이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예를 들어 할리데이비슨을 브랜딩한다고 할 때 가장 중요한 포인트는 할리데이비슨이 한 가지 포지셔닝으로 고객에게 전달되고 경험되도록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자유’라는 할리데이비슨의 가치에 모든 경험이 정렬되고 통합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하지만 서울이라는 도시를 브랜딩한다고 생각해 보자. 좀 더 쉬운 이해를 위해서 대한민국이라는 국가를 브랜딩한다고 생각해 보자. 하나의 단어나 문장으로 서울이나 대한민국의 본질을 표현할 수 있겠는가? 하나의 마케팅 슬로건은 가능하겠지만 과연 그 마케팅 슬로건이 도시나 국가의 본질을 얼마나 잘 설명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도시나 국가는 제품에 비해 매우 복잡하고 다양한 구성 요소를 갖고 있으며 이해 관계자들 또한 각양각색이다. 역사도 오래되었고 워낙 다양한 이야기들을 품고 있다. 한 문구로 설명하기도 어렵고 한 문구에 정렬시키기도 어렵다는 뜻이다. 따라서 도시를 한 가지 포지셔닝 기술문으로 설명하려고 노력할 필요가 없다. 제품은 하나의 이미지가 강력한 무기라면 도시는 풍부하고 다양한 컨텐츠가 오히려 경쟁력이 된다. 섣불리 한 가지로 커뮤니케이션하려고 한다면 메시지의 진정성을 의심받게 되고 아무도 의미를 두지 않는 구호로 전락해 버릴 수 있다. 풍부한 도시의 컨텐츠를 설명하는 다양한 메시지를 고객 그룹별로 나누고 대상 지역별로 나누어 체계적으로 접근해야 하며, 도시를 경험하면 할수록 숨겨진 더많은 컨텐츠를 발견하도록 만드는 단계별 접근이 필요하다. 도시브랜딩은 제품브랜딩보다 훨씬 복잡하고 다차원적이다.

 

 

복잡계를 푸는 열쇠

도시브랜딩은 커뮤니케이션(communication)의 영역인가? 아니면 도시 정책(policy)의 영역인가? 《Places: Identity, Image and Reputation》의 저자 사이몬 안홀트는 도시브랜딩은 도시 정책의 영역이라고 주장한다.
사이몬 안홀트는 도시브랜딩의 개념을 도시를 대외적으로 홍보하기 위한 로고나 심벌 또는 마케팅 커뮤니케이션에 국한시키는 것을 심각하게 경계하고 있다. 단기적으로 대외 커뮤니케이션에만 집중한 도시나 국가의 경우 브랜드 순위에 변동이 없었음을 실증 사례로 제시하고 있다. 하지만 몇몇 도시들은 눈에 띌 만한 개선을 만들어 냈다. 그들은 도시브랜딩을 커뮤니케이션 이상으로 생각하고 접근했다. 아직도 도시브랜딩을 도시 홍보나 도시 마케팅으로 생각하고 있는 사람이 있다면 귀 기울여야 할 이야기다.

 


도시브랜딩이란 단순히 도시를 잘 커뮤니케이션하는 것 이상이다. 커뮤니케이션 이전에 선행되어야 할 것이 있는데 바로 실체를 제대로 구축하는 것이다. 도시의 실체(substance)와 인식(recognition)을 동시에 구축하는 것이 도시브랜딩이라고 할 수 있다. 일반 제품 브랜딩의 예를 들어 보자. 명품 브랜드인 루이비통이 브랜딩이 잘 되어 있다고 말할 때는 단순히 루이비통 홍보실이나 마케팅실이 자신의 임무를 잘 수행했기 때문이 아니라는 것을 우리는 알고 있다. 그들의 제품은 전통과 품질이 있고 희소성이 있으며 스토리가 있고 거기에다 우리 모두에게 잘 알려져 있고 좋은 관계가 형성되어 있다. 만약 그들의 제품이 보잘것없다면 그들의 마케팅은 예산 낭비 활동이 되고 말았을 것이다. 본질을 잘 갖추면서 고객의 인식까지 잘 구축했기 때문에 루이비통의 브랜딩은 효과적이었다. 그래서 브랜딩은 홍보실이나 마케팅실의 임무가 아니라 전 기업 특히 경영자가 책임을 가지고 추진해야 성공한다고 말하는 것이다. 도시브랜딩도 마찬가지다. 도시의 본질은 그대로 두면서 네이밍하고 슬로건을 만들어 열심히 홍보한다고 해서 바뀌는 것은 거의 없다. 약간의 인식 개선이 이루어진다고 하더라도 막상 해당 도시의 실체를 경험해 본 사람이 실망하게 된다면 오히려 역효과를 만들어 낼 뿐이다. 도시나 국가 브랜드 순위에 변동이 있었던 몇몇 도시나 국가들은 바로 도시의 내용물을 바꾸면서 동시에 커뮤니케이션을 강력하게 진행하여 효과를 보았다.

 

이 같은 사실을 알고서도 여전히 홍보나 커뮤니케이션에 치중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 있기는 하다. 내용물 즉 본질을 바꾸려면 장기적인 시각, 체계적인 계획, 예산 투자가 있어야 하는데 현실적으로 어려운 부분이 있기 때문이다. 성과가 가시화되는 시점을 정확히 알 수도 없고 그 성과를 측정하기 위한 도구도 제대로 없어 더욱 어렵다. 하지만 본질 변화가 수반되지 않은 단순한 커뮤니케이션 변화의 노력은 단기적인 대증요법임을 알아야 한다.

 

 

복잡계를 풀기 위한 노력 “Gateway Branding”
The interview with 덕평랜드 대표 이일묵
The Interviewed by 유니타스클래스 대표 김우형
 
덕평이라는 도시를 들어 본 적이 있는가? 서울에서 한 시간 이내에 위치한 곳이지만 들어 본 사람이 많지 않을 것이다. 그러면 덕평자연휴게소는 어떠한가? 블로거들이 꼭 들러 봐야 할 휴게소로 금강휴게소와 함께 손에 꼽는 곳이기도 하고 한국건축가협회상, 한국건축문화대상 대통령상 등 다수의 수상 기록을 갖고 있는 곳이다. 이곳 덕분에 덕평이라는 지역이 홍보되었고 인접 지역인 이천 또한 잘 알려지고 있다. 휴게소 때문에 지역이 알려지는 현상은 흔치 않은 일이다. ‘휴게소’ 하면 떠오르는 첫인상은 생리적인 현상을 해결하는 곳, 간단한 요기를 하는 곳, 잠시 휴식을 취하는 곳, 어쩔 수 없어서 먹기는 하지만 웬만하면 먹고 싶지 않은 곳이다. 한마디로 휴게소는 최종 목적지(destination)를 가기 위해 잠시 들르는 관문, 즉 게이트웨이(gateway) 역할을 하는 곳이기 때문에 그 존재 목적에만 충실해도 괜찮았다. 하지만 통로, 입구, 관문, 게이트 웨이에 불과한 휴게소도 제대로 브랜딩하여 그 가치를 높여야 한다고 주장하는 경영자가 있다. 덕평랜드의 이일묵 대표를 만나 보기로 하자.

 
  


Destination branding vs. Gateway branding
도시브랜딩에서 도로(road)가 중요한 역할을 하며, 그 패러다임도 변하고 있다고 말했는데 자세히 설명해 달라.
도로는 인간의 역사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강대국 로마가 로마가도를 통해 광대한 영토를 다스렸고, 우리나라도 1970년 완공된 경부고속도로를 통해 산업화의 첫걸음을 뗄 수 있었다. 도로는 도시와 도시를 연결해 주는 혈관과 같은 것이다. 하지만 이제는 혈관의 역할을 뛰어넘는 도로 패러다임의 전환이 일어나고 있다. 가장 중요한 변화는 ‘이동성’ 즉 ‘모빌리티(mobility’) 의 대두다. 스마트폰의 열풍에서 보듯이 소비자는 움직이면서 소비 하는 라이프스타일을 즐기는 것을 좋아하게 되었다. 유통 관점에서 보면 과거에는 움직이지 않는 대형 공간, 즉 도심에 있는 백화점이나 매장에서 먹거나 소비하거나 즐겼는데 이제는 도로상에서 움직이면서 생활하는 패턴이 만들어지고 있다. 목적지와 목적지를 연결하는 도로에서 이제는 목적이 이루어진다.

모빌리티의 대두 이외에 또 다른 도로 패러다임의 변화가 있다면 무엇인가?
이 이야기는 고속도로에 좀 더 맞는 이야기다. 고속도로 하면 ‘빠르다’가 아니라 ‘정체’, 즉 막히는 곳이라는 인식이 팽배한데 얼마 후면 고속도로는 ‘스피드’의 대명사가 될 것이다. 국내 고속도로 인프라가 많이 개선되고 있기 때문이다. 수도권 인근을 보면 서울 춘천 간 고속도로가 개통되었고 연장 공사가 진행 중에 있다. 또 영동고속도로가 8차선으로 확장될 것이고, 2014년이면 수도권과 강원권을 연결하는 제2영동고속도로가 생기고 제2경부고속도로도 신설될 것이다. 도로의 공급이 크게 증가하고 있는데 인구는 늘지 않으니 이용 환경이 크게 개선될 것이다.

 
 

도로 패러다임의 변화가 휴게소에 어떤 영향을 줄 것이라 생각하는가?
모빌리티가 트렌드가 되고 고속도로가 빨라진다면 어떤 일이 벌어지겠는가? 사람들은 서울 도심에서 벗어나 보다 공기 좋고 산수가 수려한 곳에서 라이프스타일을 즐기고 싶어 할 것이고, 그 이동 통로인 도로도 라이프스타일의 일부가 될 것이다. 특히 주말에는 이런 현상이 심할 것이다. 단순히 이동을 위해서가 아니라 라이프스타일을 즐기기 위해서 특정 도로를 선택할 것이고, 도로에서 게이트웨이 역할을 하고 있는 휴게소의 역할 또한 바뀔 것이다. 이것은 단순히 휴게소의 변화만 가져오는 것이 아니라 유통 산업 전체의 변화를 가져올 것이다. 한때 이랜드가 유통의 혁신을 이루고 뉴코아가 유통의 혁신을 만들어 냈듯이 아마도 앞으로는 도로에서 유통의 새로운 강자가 등장할 것이다. 휴게소가 생리적 욕구나 허기진 배를 채우는 정도의 기능이었다면, 이제는 스스로 목적지(destination)가 될 수 있어야 한다. 유통 시설이 움직이면서 목적을 달성하도록 해야 한다. 도로상의 상권이 확 바뀔 것이다. 일본도 그렇고 미국도 그렇다. 메이시(Macy) 백화점이 고속도로를 한참 타고 가다가 있을 줄은 과거에는 상상조차 못한 일이다. 앞으로 기회는 로드 사이드(roadside) 비즈니스에서 많이 열릴 것이다.

고속도로 휴게소를 운영하는 한국도로공사나 국토해양부에 제안한 내용이 있다고 들었는데 구체적으로 무엇인가?
모든 휴게소에서 똑같은 호두과자를 팔고 우동을 판다. 이래서는 고객에게 목적지가 될 수도 없고 라이프스타일을 제공할 수도 없다. 지금까지는 휴게소가 목적지를 가기 위해 잠시 거쳐 가는 게이트웨이라는 관점이 지배적이었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대표적인 게이트웨이인 고속버스 터미널, 기차역, 공항이 바뀌고 있는 것처럼 휴게소도 바뀌어야 한다. 인천국제공항은 그 운영 노하우를 해외 공항에 수출하고 있기도 하다.

예를 들면 휴게소를 전국의 맛있는 먹거리를 맛볼 수 있는 곳으로 만들 수 있다. 한 곳은 전라도 음식, 다음 곳은 제주도 음식, 그 다음 곳은 경상도 음식을 즐길 수 있는 곳으로 만들 수가 있는데, 이는 휴게소마다 차별화된 테마를 줄 수 있다는 의미다. 휴게소만큼 주차가 편리한 곳이 어디 있겠는가.

휴게소는 특정 행정구역에 속해 있기 때문에 지자체와 연계해서 개발을 가속화할 수 있다. 도로법상 휴게시설 이외의 목적으로 휴게소를 사용할 경우 사용 제한이 있지만 정부, 그리고 지자체와 협력이 이루어지면 서로 윈윈하는 좋은 기회가 만들어질 수 있다. 휴게소를 통해서 도시가 알려지는 기회가 될 수도 있다. 이러한 내용을 한국도로공사에 제안했고 상당한 관심을 표명했다. 소비자의 트렌드, 도로의 수급 상황, 지자체의 필요를 고려할 때 국토해양부도 충분히 관심을 가질 것이다. 민선 시장들이 지역을 개발하는 데 휴게소를 거점으로 활용하는 것이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그림1> 덕평랜드의 향후 방향성 : 관문(gateway)에서 목적지(destination)로
 
<그림2> 덕평랜드가 꿈구는 데스티네이션의 모습
 
<그림3> 덕평랜드가 꿈꾸는 데스티네이션의 사업 개념
 
 
그런 아이디어가 덕평자연휴게소에서는 어떻게 실현되고 있는가?
덕평자연휴게소는 올 상반기 151억 원의 매출을 올려 전국 160개 고속도로 휴게소 중 매출 1위를 기록했다. 작년에는 3위였는데 올해 1위가 되었다. 이미 단순한 휴게시설을 넘어서 복합 편의 공간으로 변화하고 있으며 그 성과가 정량적으로도 나타나고 있다. 자연 정원, 화장실, 쇼핑 공간 때문에 일부러 찾아오는 고객이 생겨나고 있으며, 현재는 목적지(destination) 브랜드가 되기 위한 중간 과정에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앞으로 해야 할 일이 더 많다. 고속도로 통행료를 지불하면서까지 꼭 방문해야 하는 곳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덕평이 복합 문화 공간이 되어야 한다. 해외에서도 휴게소가 이렇게까지 진화한 사례가 없는 것으로 아는데 덕평이 휴게소의 새로운 역사를 쓰게 될 것이다. 덕평은 현재의 사업을 넘어서는 새로운 구상을 하고 있으며 조만간 모습을 드러낼 것이다. 유휴지 7만여 ㎡를 활용해 대형 유통시설과 다양한 체험시설을 추가로 개발하여 명실상부한 복합 공간으로 업그레이드되는 것이다. 그때는 덕평을 아무도 지나쳐 가는 관문 즉 게이트웨이라고 부르지 않을 것이다.

휴게소의 브랜딩을 말하는 이일묵 대표에게서 진실성을 느낄 수 있었다. 게이트웨이(gateway)는 많은 사람들이 지나다니는 곳이기는 하지만 사람을 머물도록 만드는 매력을 가진 곳은 아니다. 게다가 고속도로 휴게소는 원거리 여행이 아니라면 굳이 들르지 않아도 되는 게이트웨이고 조금만 더 가면 다른 휴게소를 만날 수 있기 때문에 특정 휴게소가 선택될 확률도 높지 않다. 그런 휴게소를 여행갈 때 반드시 들러야만 하는 곳으로 만들려는 생각, 더 나아가 휴게소가 최종 여행 목적지가 되도록 하겠다는 생각은 가히 새로운 도전이라 할 만하다. 휴게소가 새로운 유통의 공간이 되고 주변 도시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통로가 될 것이라는 예언은 충분히 가능성있어 보인다. 또 휴게소가 주변 도시의 브랜드 파워를 강화시키는 사례로 등장할 것이라는 기대도 갖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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