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찰, 통섭, 통치, 통일 그리고 통합의 브랜드 경영
브랜드가 되어버린 브랜드의 구루, 데이비드 아커 볼륨배지시즌배지

Written by 데이비드 아커  고유주소 시즌1 / Vol.10 디자인 경영 (2009년 06월 발행)

지난 3월 20일 W 호텔에서 브랜드와 마케팅 분야에 관한 세기의 거장, 데이비드 아커 박사를 만날 수 있었다. 《스패닝 사일로》의 출간 기념 강연 및 그의 전략적 파트너로 있는 브랜드앤컴퍼니의 창사 10주년을 축하하기 위한 방한이었다. 그가 말하는 ‘스패닝(연결하다) 사일로(각 부서 및 이익집단)’란 한 마디로 ‘효과적인 브랜드 및 마케팅 운용을 위해 각 부서를 효과적으로 연결하여 통합할 수 있는 CMO(Chief Marketing Officer)의 역량에 주목하라’는 것이었다. 그것이 궁극적으로 브랜드 경영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스패닝’은 결국 ‘통합’을 위한 것이고 이는 우리가 생각하는 디자인 경영의 키워드와 그 맥을 같이 한다. 결국 ‘하나의 일관된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이 브랜딩의 목표라면, 그것은 공유된 철학으로 단단히 ‘통합된 조직만이 만들어낼 수 있는 전방위 예술’임을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었다. 2시간 남짓한 짧은 인터뷰 동안 쉴새 없이 던져진 정말 다양한 주제의 질문에도 그는 어떠한 흔들림도 없이 핵심을 짚어냈다. 하얗게 센 머리에서는 그간의 연륜이 느껴졌지만 ‘최근 성공한 브랜드들에서 새로이 발견한 코드는 없는냐’는 질문에는 흥분된 기조로 설명을 이어가는, 여전히 호기심 많은 ‘학자’의 모습을 보인 그였다. 지난 40여 년간 쌓인 브랜드와 마케팅에 관한 깊은 통찰력을 지닌 세기의 거장에게 브랜딩과 마케팅, 그리고 디자인 경영에 대해 물었다.

The interview with David A. Aaker(데이비드 아커)

 

 

현재는 마케팅과 브랜딩에 직접적으로 관여하고 있지 않은 사람들조차 이 분야에 대한 관심이 뜨겁습니다. 브랜드의 개념과 구축방법에 대해 수많은 이론을 연구하고 소개해오신 분으로서 새로이 이 분야를 탐구하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가장 효과적인 브랜드 학습 방법을 제안해 주십시오.
학습을 위한 최고의 방법은 당연히 현장에서 직접 경험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쉽지 않기 때문에 MBA 프로그램 등을 통해서 배우거나 관련분야의 멘토를 두고 그들의 살아 있는 지식을 학습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그러나 가장 손쉬운 방법은 책을 통한 학습입니다. 이론적인 매트릭스나 여러 가지 프레임들을 공부하는 것이 브랜드 지식 습득에 도움이 된다는 것에는 이견이 있을 수 없습니다. 그러한 것은 브랜드 관련 지식의 아주 중요한 기본적인 개념이 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우리 모두는 각기 다른 조건과 상황, 그리고 환경에서 일하고 있고 그에 따라 발생되는 수많은 문제도 제각각입니다. 그래서 이론과 실제는 어느 정도 괴리가 있을 수 있습니다. 그렇더라도 그 문제들을 해결해 나가기 위한 첫 단계에서 여러 이론을 알고 문제의 성격을 규정하는 것은 굉장히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그런 후에야 그 개념들이 서로 어떻게 연관되어 있고 유기적으로 작동하는지 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책을 통한 학습에도 여러 방법이 있을 것 같습니다. 최근 한국에서는 MBA에서처럼 ‘케이스 스터디’를 활용한 학습이 각광을 받고 있습니다. 교수로, 컨설턴트로 이 분야에 40여 년간 몸담으신 분으로서 브랜드 케이스를 분석할 때 가장 중요시 해야 할 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케이스 스터디를 활용하는 것은 굉장히 강력하고 효과적인 학습 방법입니다. 하지만 케이스 스터디를 할 때에 반드시 잊지 말아야 할 것이 있습니다. 바로 ‘적합한 롤 모델’을 찾는 것입니다. 당신의 브랜드가 갖고자 하는 속성들로 성공하거나 실패한 브랜드를 찾아 롤 모델로 삼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당신의 브랜드가 강력한 로열티를 지닌 마니아를 갖고 싶다거나, 브랜드에 소비자 참여를 높이고 싶다거나, 소비자의 신뢰를 얻고 싶다거나 할 때, 각각의 속성을 중심으로 한 케이스를 찾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런 후에 그들이 어떻게 그 목적을 달성했는가를 면밀히 살펴봐야 합니다. 즉, 항상 ‘관점’과 ‘초점’을 가지고 봐야 케이스 스터디의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습니다. 명확한 목표를 가지고 케이스를 선택해야 하고, 분석 학습을 할 때에도 시작 당시의 목적을 잊으면 안 된다는 것이죠.

 


브랜드와 관련된 수많은 책을 집필하셨습니다. 특히 《브랜드 경영(Building the Strong Brands)》은 마케터나 브랜드들의 필독서로 여겨져 왔습니다. 집필 당시와 현재를 비교했을 때 달라진 점이나 새로이 소개하고 싶은 내용이 있으십니까?
《브랜드 경영》은 제가 펴낸 모든 책, 그리고 저의 브랜드 지식의 가장 중요한 근간이 되는 책입니다. ‘브랜드 경영’의 개념과 중요성 그리고 구축 방법에 관한 개괄적인 내용이었죠. 그렇기 때문에 그 책에서 말했던 ‘브랜드 경영의 기본적 개념이나 속성값’에는 변한 것이 없습니다. 브랜드에 관한 어떠한 연구를 하더라도 계속 가져가야 할 요소입니다.

 

그 책 출간 이후에 제가 추가하고 싶은 개념과 달라진 생각들은 연이어 나온 《브랜드 리더십》 《브랜드 자산의 전략적 경영》 《브랜드 포트폴리오》등의 책들에 모두 담겨 있어서 한 두 마디로 정리해서 말씀드리기는 힘들 것 같습니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이, 많은 독자들은 여전히 《브랜드 경영》에 더 많은 관심을 보이고 그 책에 머물러 있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다는 것입니다. 추가되는 지식을 따라 저와 계속해서 함께 성장하였으면 합니다.

 

그렇다면 요즘에 가장 중점을 두고 연구하시는 개념은 어떤 키워드를 가지고 있습니까?
최근 저의 지적 호기심을 가장 자극하는 것이 ‘에너지 요소’라는 것입니다. 지난 수십 년간의 경험을 통해 배운 것 중 하나가 독특하고 강력한 브랜드들은 모두 ‘에너지 요소’를 가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 ‘에너지 요소’란 것이 무엇입니까? 기업 자체의 능력을 말하는 것입니까?
그런 의미는 아닙니다. 대부분의 브랜드들의 브랜드 자산(equity)은 시간이 지나면서 점차 떨어지게 마련입니다. 보통 7~8년 정도가 지나면 신뢰도가 40% 가량 떨어지고 차별화의 강점, 심지어 인지도마저 낮아집니다. 이로 인해, 당연히 매출도 떨어지게 됩니다.

 

그러나 닌텐도나 구글 같은 브랜드들을 보십시오. 이들 브랜드는 방금 말씀 드린 통상적인 경향을 완전히 뒤집는 결과물들을 만들어 냅니다. 이러한 예외적 브랜드들은 기존의 분석 기준들을 통한 해석만으로는 뭔가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그들이 가지고 있는 공통점을 찾아보았더니 ‘에너지 요소’를 갖고 있다는 것입니다.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하자면‘ 에너지 요소는 ‘소비자의 참여를 유도하는 속성’입니다. 흥미롭고, 사람들의 입에서 끊임없이 회자되게 만들고, 역동적인 요소들을 만들어 낸다는 것이죠. 그러한 것들이 자연스럽게 ‘에너지 요소’가 되는 것들입니다. 이를 위해 현재 케이스 스터디 대상으로 정한 것이 바로 닌텐도입니다. 닌텐도의 성공에는 여러 가지 성공요소가 있을 수 있지만 저는 에너지 요소를 계속해서 집중적으로 연구중입니다. 또 한 가지 대표적 사례가 되는 것이 애플입니다.

 

‘애플’은 정말이지 모든 이론적 분석의 대상으로 빠지지 않는 성공사례인 것 같습니다. 이번 유니타스브랜드 Vol.10의 특집 주제인 ‘디자인 경영’을 준비하면서도 애플 사례는 여러 가지 인사이트를 주었습니다. 디자인 경영 측면에서 애플을 어떻게 해석하십니까?
애플은 항상 사람들의 눈을 번뜩이게 만들죠. 그 이유가 차별화된 ‘Look & Feel’을 만들어내고 소비자와 원활한 커뮤니케이션을 하는 브랜드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애플의 ‘디자인 요소’가 강하게 자리잡고 있습니다. 디자인을 통해서 차별화를 만들고, 소통하며 자신들의 브랜딩을 만들어 가기 때문에 디자인 경영의 성공사례로 빠질 수가 없는 것이지요.

 

그런데 그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그 브랜드가 강조하는 것이 무엇이 되었든 그 속성은 해당 브랜드의 브랜딩 전략에 투영되어 그려져야 합니다. 예를 들어 만약 볼보가 가장 중시하는 것이 ‘안전’이라면 모든 브랜딩의 초점을 안전성에 두어야 하고, 월마트의 핵심 전략이 ‘낮은 가격’이라면 모든 것이 그것에 맞추어져서 돌아가야 하는 것과 마찬가지 이치입니다.

 

즉, 디자인이 자사의 가장 강력한 차별화 속성이라면 그러한 요소가 제품의 디자인뿐만 아니라 모든 브랜딩 전략에 녹아나야 합니다. 심지어 모든 의사결정의 초점도 디자인이 되어야 합니다. 그러다 보면 자연스럽게 조직 전체의 행동 양식인 ‘문화’가 만들어 지는 것이죠. 당신의 브랜드에게 중요한 속성이 무엇이든 간에 그 비즈니스 전략은 기업 문화에 영향을 미칩니다.

 

그렇다면 애플 이외에, ‘디자인을 중심’으로 경영하다 보니 결국 조직의 문화에까지 영향을 미친 케이스에는 또 어떤 것들이 있습니까? 
한국의 기아자동차 같은 경우, 디자인 경영을 하기로 공표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를 위해 아우디와 폭스바겐의 디자인 책임자였던 피터 슈라이어를 영입했습니다. 그의 등장 이후에 기아는 디자인 중심의 환경으로 변신했습니다. 그들의 책상, 컵, 볼펜 등 모든 것들이 디자인성이 가미된 무엇으로 변경되었고 헤어스타일, 직원들의 패션 등 모든 것에서부터 디자인을 느끼기 위해 환경을 변화시킨 것입니다.

 

그리고는 늘 강조하죠. ‘디자인은 우리의 성장에 있어서 최우선 속성이며 경쟁우위 요소이자, 기아의 미래를 만들어 낼 수 있는 핵심요인’이라는 것을 말입니다. 계속해서 강조하고 공유하는 이유는 이것을 ‘문화’로 만들기 위함입니다. 내가 사용하는 것, 먹는 것, 입는 것 등 모든 삶의 양식, 사고방식, 행동들까지도 디자인과 관계된 것으로 맞춰나가는데, 이것이 문화가 아니고 무엇이겠습니까. 심지어 그들의 마음도 디자인적 사고(design thinking)에 익숙해지도록 하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교수님께서 생각하시는 디자인 경영이란 무엇입니까?
‘브랜드의 아이덴티티와 비전을 시각적인 요소로 풀어내는 모든 행위를 관리하는 것’이 디자인 경영 아닐까합니다. 제품 디자인, 커뮤니케이션 디자인, 매장 디자인, 건축 디자인 등 모든 시각적 표현들이 얼마나 해당 브랜드의 아이텐티티를 잘 보여주고 있는가를 경영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결국에는 ‘브랜드의 통합된 메시지를 전달하는 매개로서 디자인의 역할을 관리한다’는 의미이신 것 같습니다.
결국 브랜드 경영과도 밀접한 관계에 있는 것입니다. 디자인은 지난 10여 년 동안 마케팅에 있어서 중요한 요소로 점차 그 영역을 넓혀왔습니다. 디자인은 모든 요소에 다 녹아있죠. 디자인 요소들로 차별화를 꾀하는 브랜드들이 많아진 것도 디자인이 마케팅 활동을 하는 것에 있어서도 강력한 커뮤니케이션 수단이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디자인의 커뮤니케이션 역할은 고객을 향한 외부적 커뮤니케이션에 유용할 뿐만 아니라 회사 내 *사일로들 간의 커뮤니케이션에도 큰 역할을 합니다. 부서별, 국가별 사일로를 모두 넘나들 수 있는 커뮤니케이션 요소인 것입니다.

 

* 사일로
《스패닝 사일로》에서 말하는 ‘사 일로’는 주로 곡식과 목초 따위를 저장하는 길쭉하고 밀봉된 원통 형 구조물이다. 추수가 끝난 뒤 농 부들은 곡식을 시장에 내다팔기 전까지 이 사일로에 보관한다. 경 영학에서 사일로는 독자적인 경 영 팀과 경영 능력을 갖추고 있으 면서 타 부서와 협력하거나 커뮤 니케이션을 하려는 동기나 의지 가 부족한 조직 내 부서를 비유적 으로 표현할 때 쓰이는 용어이기 도 하다. 

 

디자인 경영을 통한 통합이든, 마케팅에서 말하는 IMC를 통한 통합이든 모두가 기업 내 조직을 효과적으로 연결하여 통합시스템을 구축하는 개념인 것 같습니다. 이번에 저술하신 《스패닝 사일로》도 같은 맥락인 것 같은데 좀 더 구체적인 설명을 부탁드리겠습니다.
결론적으로 《스패닝 사일로》도 브랜드 마케팅을 제대로 할 수 있는 ‘조직’을 만들어 주는 것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여기에서 조직이라 함은 ‘비전이 공유된 하나의 프로세스’라고 이해하면 됩니다. 그 프로세스의 각 부분을 사일로라고 볼 수 있는데 이것을 제대로 연결(스패닝, spanning)하는 것이 ‘스패닝 사일로’의 개념입니다. 그렇게 되면 IMC전략도 확실히 짤 수 있습니다. 360° 마케팅이 가능하게 되기 때문에 IMC를 위한 전략과 전술을 마련해 줄 수 있다는 것입니다.
 
사일로들을 효과적으로 연결하기 위해서 가장 중요한 것이 CMO의 등장이라고 말씀하셨는데 구체적으로 설명해주셨으면 합니다..
세계적으로 보면 기업들이 마케팅의 실행 측면에 많은 에너지를 쏟습니다. 중요한 부분이긴 합니다만, 그러다 보면 큰 그림을 보기 힘들어집니다. 그룹의 전사적 차원의 전략에 따라서 마케팅 등 모든 부서가 서로 도와가며 예산을 책정하고 신청해야 하는데 실행 측면에 초점을 많이 두다 보니, 부서간 이기주의가 더 많이 등장하게 됩니다. 스폰서십, 이벤트, CF, 프로모션 등, 각 부서가 더 많은 예산을 할당받기 위해 혈안이 된다는 것입니다. 이렇게 되면 효율적인 예산 집행이 힘들어집니다. 또한 효과적인 미디어 믹스나 마케팅 믹스도 할 수 없게 되는 것이죠.

 

이러한 현상을 줄이고 그룹 차원의 전략관리를 위해서 필요한 것이 바로 CMO입니다. CMO가 큰 그림을 그려가며 사일로들을 관할하고 연결해야지 그룹차원에서 효과적인 마케팅 전략과 실행을 진행시킬 수 있고 예산 및 자원 분배가 효과적으로 일어날 수 있습니다. 시간과 에너지 배분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특히 아시아 쪽은 이러한 사일로들로 생기는 문제가 더 심각한 것 같습니다. 한국도 CMO(혹은 마케팅 부사장, 마케팅 상무직)가 있죠. 그러나 그 분들은 오로지 관할 부서에만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좀 더 큰 그림을 그리기에는 힘든 환경이라는 것입니다.

 

전반적인 비즈니스의 흐름과 전사적 전략뿐만 아니라 제품 전략까지도 함께 보면서 의사결정을 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되어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마케팅 부서뿐만이 아닌 인사 및 재무 등에 관한 권한도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왜냐하면 효과적인 스패닝을 위해서는 시너지를 위해 인력도 재배치할 필요가 생기기 때문입니다.
시너지를 위해 공장 인원을 본사로 이동시키거나 본사 직원을 공장으로 파견시킬 수도 있어야 하는데 인사권이 없으면 힘들겠죠.

 

그렇게 되면 CMO를 중심으로 상당한 중앙집권화 시스템이 만들어 질 것 같습니다. 그것이 효과적인 마케팅을 위한 최고의 방법이라는 말씀이신가요?
절대 중앙집권화나 획일적 구조, 혹은 CMO에게로의 권력이양을 주장하는 것이 아닙니다. 물론 결과적으로는 그러한 모양새로 보일 수는 있지만 《스패닝 사일로》의 주된 메시지가 중앙집권화는 아닙니다. 제가 말하고 싶은 것은 ‘변화’ 입니다. 각 사일로 간의 경쟁이나 단절 관계가 아닌 서로 협업할 수 있는 커뮤니케이션 채널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것을 이루어내기 위한 모든 노력은 결과적으로 더 효과적인 마케팅 활동을 가능하게 할 것입니다.

 

사실상 사일로들은 없어질 수 없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그것을 어떻게 효과적으로 관리하고 더 높은 성과를 낼 수 있게 할 것인가가 관건입니다. 문제는 시너지를 내는 방법에 관한 것, 즉 효과적인 ‘커뮤니케이션’과 ‘소통’의 방법에 관한 것들인데 그러다 보면 어쩔 수 없이 약간은 중앙 마케팅 부서에 조금 더 힘이 생길 수는 있습니다. 그러나 그것을 강조하는 내용은 아니라는 것입니다. 다만, 예산 책정 등의 주요 사안의 의사결정에 CMO에게 좀 더 많은 권한을 부여하는 것이 효과적일 수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CMO에게 예산 분배에 관한 권한이 없으면 사일로들을 효율적으로 관리하는 것이 사실상 힘들기 때문입니다.

 

만약 ‘스패닝 사일로’가 말씀하신 것처럼 효율적인 자원분배에 도움이 된다면 불황처럼 더욱 한정된 자원으로 기업을 운영해야할 시기에 더욱 유용한 전략이 될 것 같습니다.
물론입니다. 특히나 불황일 때, 각 사일로들이 자기 부서로의 예산 유입을 최대화하기 위해 더 정신이 없을 것입니다. 그랬을 때 누군가 넓은 시각으로 큰 그림을 본다면, 어떤 사일로가 무엇이 더 필요하고 어떤 사일로는 좀 더 기다려 줘도 되는지 보일 것입니다. 그것을 가능케 하는 것이 CMO입니다. 전체적인 로드맵을 그릴 수 있기 때문에 비용을 줄이면서 예산을 효과적으로 사용할 수 있게 됩니다. 뿐만 아니라 투자를 통해서 불황을 극복할 수 있는 사일로 역시 발견할 수도 있다는 것이죠.

 

 

 

 

한국의 CEO들은 이러한 CMO의 역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십니까?
한국이라기보다는 아시아 지역의 특성인 것 같은데, CEO 중 마케팅 전문가들이 많지 않은것 같습니다. CEO들이 구체적인 전략이나 마케팅에 많은 관심을 보인다기보다는 광고나 홍보 그리고 스폰서 확보에 더 많은 신경을 쓰는 것 같기 때문입니다.

 

사실상 그러한 부분들은 전략이 확립된 이후에 진행되어야 하는 부분들인데도 말입니다. 만약 CEO가 그러한 전략이나 마케팅에 전문성이 없다면 CMO를 기용하고 또 그들을 믿고 위임해야 하는데 아시아에서는 그러한 면이 잘 보이지 않습니다. 이러한 현상은 아시아 기업들의 조직 내부 구조의 특징 때문인 것 같습니다. 그런데 작년부터 점차 CMO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채용을 늘려가고 있는 것 같아서 긍정적인 변화가 기대됩니다.

 

그런 긍정적인 변화에 앞서 한 가지 조언을 한다면, CMO의 수명은 보통 2년입니다. CEO가 평균 5년 정도 되는 것에 비하면 상당히 짧죠. 사실상 CEO들이 CMO가 전략적으로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해 주어야 하는데 그러한 것이 조성되지 않으면 CMO가 있더라도 또 다른 사일로가 만들어질 수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CMO들이 견디기도 힘들고, 제대로 된 정책을 펴기도 힘들죠. 2년은 성과를 내기에 너무 짧은 시간이기 때문입니다. 좀 더 안정적인 기간이 주어져야 합니다.

 

아시아 기업들의 조직 내부 구조 특성 때문에 더 힘들다고 하셨는데 구체적으로 어떤 부분을 말씀하십니까?
단적으로, 한국에서도 25세 정도의 직원이 브랜드 전략을 담당할 수 있는 문화를 가지고 있나요? 물론 그런 기업도 있겠지만 제가 보기에는 아닌 것 같습니다. 재능을 보일 기회가 없죠. 그런데 이것은 일본도 마찬가지더군요. 나이가 들기 전에는 브랜드 전략 회의에 참여할 수조차 없다는 것입니다. 거의 40~50대가 되어야만 자격이 주어지는 것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미국에서는 보통 25세만 되어도 재능이 있는 경우전략 기획에 참여할 수 있습니다. 그것이 용인되는 환경과 문화가 마련되어 있다는 것입니다.

 

또 한 가지를 말씀드리자면 마케팅 전문가들의 이동이 굉장히 적은 것 같다는 느낌을 받습니다. 대개 하나의 회사에만 머무릅니다. 그래서 자신들의 회사에 국한된 브랜딩이나 마케팅에는 꽤나 출중합니다만 그것을 벗어나지를 못합니다. 미국에는 대부분의 훌륭한 마케터들은 P&G에서 일하다가도, P&G의 협력업체로, 그리고 그 협력업체의 협력업체로 이직해서 일해봅니다. 그러면 그 산업 전체를 볼 수 있는 눈을 가지게 되고 그렇게 확장된 시야는 그 산업뿐만 아니라 시장 전체를 보는 눈을 갖게 합니다. 하지만 한국이나 일본은 그렇지 않은 것 같아 아쉽습니다. 움직이지를 않아서 그들의 재능이 한 곳에 묶여 있다는 것이죠.

 

그러한 모습도 한국의 이미지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가 되는 것을 보면, 한 국가의 이미지를 만드는 요인은 굉장히 다양한 것 같습니다. 브랜드 전문가이신 만큼, 한 단계 넓은 차원의 질문을 드리겠습니다. 한국을 하나의 브랜드로 보았을 때 어떠한 연상 이미지가 그려지시나요?
개인적으로는 한국인들의 인품이나 기질적인 측면을 좋아합니다. 또한 ‘굉장한 학구열을 가진 민족’ 그리고 ‘열심히 일하는 민족’이라는 이미지도 떠오릅니다. 한국은 비약적인 성장을 한 나라임에 틀림없습니다. 국가브랜드 이미지도 지난 십수 년간 굉장히 많이 고양되었죠. 그 이유는 삼성이나 현대, LG 같은 글로벌 브랜드들의 성공이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생각합니다. 사실상 국가브랜드 이미지나 위상은 기업 브랜드의 평판과 이미지를 떼어놓고 생각할 수가 없습니다.



그 나라의 ‘기업 브랜드’의 이미지가 국가브랜딩에 있어 굉장히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는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정부가 나서서 하나의 브랜드를 선택하거나 개발하여 대외적으로 도움을 주는 것이 한국의 국가브랜딩을 위해서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십니까?
어떻게 해야 하는지 구체적으로 말씀드리기는 힘들지만 확실히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그런데 현재는 삼성이나 현대, LG를 정부적인 입장에서 도움을 주는 것에는 총력을 기울이는 것 같지는 않습니다. 더 잘 할 수 있을 것도 같은데 말이죠. 삼성이나 현대가 한국 기업임을 잘 모르는 외국인이 더 많습니다. 그러한 것은 기업 스스로 하기는 역부족일 때가 많습니다. 정부에서 도와줘야 할 부분이라는 것이죠.

 

외국인의 입장에서, 한국은 어떠한 요소를 중심으로 국가브랜딩을 하는 것이 효과적일까요?
일본은 스시를 이용해서 국가브랜딩을 정말로 성공적으로 이끌고 있습니다. 이처럼 한국도 높은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현재 한국은 국가브랜드 순위를 33위에서 15위로 끌어 올리기 위해서 노력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33위에서 15위는 10위에서 5위 정도로 도약하는 것보다는 상대적으로 쉽지 않을까 합니다. 그리고 한국이기에 더욱 가능할 것이라 생각됩니다. 제가 ‘무엇을 중심으로 한국이 국가브랜딩을 해야 한다’라는 것까지는 제안하기는 힘들지만 일본처럼 일종의 문화를 접목시킨 제품이나 브랜드를 활용하는 것이 용이한 방법이지 않을까 합니다.

 

그렇다면 태권도와 같은 한국 고유의 것을 통해서 국가브랜딩을 하는 것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도움이 될 것이라고 봅니다. 태권도는 굉장히 한국적인 것이고 태권도만큼 외국인에게 잘 알려진 것도 많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해외에서 태권도는 무척이나 ‘긍정적’이고 ‘역동적’인 이미지를 가지고 있습니다. 이것은 브랜드로 보았을 때 유리한 연상이미지이기 때문에 한국이라는 브랜드에 좋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합니다.

 

그 에너지는 가히 상상을 초월할 것입니다. 미국에서 태권도를 배우는 것은 꽤 보편화되어 있습니다. 특히 어린 아이들에게는 더욱 그렇고 많은 부모들도 자기 아이가 태권도를 배우기를 원합니다. 그런데 왜 그런지 아시나요? 태권도가 너무 좋아서라기보다는 태권도는 자기 자녀가 “Yes, Sir!”을 외치게 하는 유일한 방법이기 때문입니다. 미국의 부모로서는 굉장히 놀라운 일이거든요. 행실이 나쁘던 아이들이 태권도를 다니기 시작하면서 갑자기 행실이 좋아지고 예의를 갖추게 되는 것 같기 때문이죠. 굉장히 독특합니다. 부모가 싫어할 이유가 없는 것이죠.

 

태권도를 이용해서 국가브랜딩을 할 수 있는 아이디어를 주신다면 어떤 것이 있으신가요?
세계적인 태권도 대회에서 우승자에게 현대나 삼성 제품을 상으로 주는 것은 어떨까 싶습니다. 그러면 긍정적인 이미지와 더불어 자연스레 한국 브랜드인 삼성과 현대를 홍보할 수도 있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런 Relationship Branding이 도움이 되지 않을까요? 게다가 그러한 스포츠 관련 방송은 세계적으로 방영될 테니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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