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드 경영, 블랙홀 법칙으로 풀다
블랙홀의 잠식성, 통합성 그리고 변화성 볼륨배지시즌배지

Written by 이상민  고유주소 시즌1 / Vol.10 디자인 경영 (2009년 06월 발행)

국내에서 디자인 경영은 거론조차 되지도 않았던 80년대에 그 당시로서는 낯설었던 ‘브랜드’라는 개념을 알리고 교육시키며, 세계적인 구루인 데이비드 A. 아커와 파트너십을 맺고 국내 브랜드 경영의 초석을 다진 사람, 브랜드앤컴퍼니 이상민 대표다. 디자인 경영 시대라는 말이 거론된지 국내에서만 10여 년이 조금 지났다. 이제 용어가 주는 신선함보다 ‘디자인 경영’이 무엇인가를 구체적으로 논의해서 체계화시키고 확립할 시기에, 그가 말하는 디자인 경영은 바로 브랜드 경영이었다. 디자인 경영은 브랜드 경영을 하는 과정에서 나온 결과이지만, 두 개념은 종속적인 관계가 아니라고 주장한다. 브랜드 경영과 디자인 경영이 유기적으로 통합되어 시너지를 창출해 낼 때, 리마커블한 디자인 경영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브랜드의 블랙홀 법칙인 잠식성, 통합성, 변화성으로 디자인 경영을 하는 것이 곧 브랜드 경영이라는 이상민 대표, 그가 말하는 디자인 경영의 스토리가 시작된다.

The interview with 브랜드앤컴퍼니 대표 이상민

 

 

국내에서 ‘디자인 경영’에 대한 관심이 태동된 시기는 삼성 이건희 회장이 ‘디자인 혁명’을 선언한 1996년으로 생각됩니다. 당시로 거슬러 올라가더라도, 15년이 채 되지 않았는데, 브랜드 컨설턴트로서 대표님께서 보시는 디자인 경영의 현실에 대해서 말씀해주십시오. 
디자인 회사는 광고 회사와 달리 과학적인 시스템이나 모델이 존재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미국 디자인 회사의 역사가 국내보다 30여 년 앞섰기 때문에 연륜은 있지만, 그들조차 디자인 경영이 매뉴얼화 되어 있지는 않습니다. 그 이유는 디자인 회사가 도제식으로 스킬을 전수하여 성장하다 보니 디자인을 과학적으로 평가하지 못했던 것이죠. 그렇기 때문에 디자인 분야에서는 연륜이 그만큼 중요합니다. 이 말은 곧 국내 디자인 회사들이 테크닉적으로 잘 할지라도 해외 디자인 회사의 연륜은 하루 아침에 형성된 것이 아니기 때문에 기술적으로 따라잡을 수 없는 어떠한 갭을 느끼게 되는 것입니다.

 

말씀하신 갭으로 인해 국내 기업들이 ‘디자인 경영’을 시도할 때, 우려되는 점이 있으십니까? 
디자인 경영을 편식하듯이 한다는 점입니다. 이러한 부분은 앞으로 기업들이 신경을 쓰고 지양해야 할 부분입니다. 다시 말해서 디자인 경영을 한다고 할 때, 디자인 경영, 이미지 경영 그리고 브랜드 경영이라는 큰 틀 위에서 내려다 볼 수 있어야 합니다. 이를 따로 분리해서 생각하면 안 됩니다.

 

어떠한 의미인지 구체적으로 말씀해 주시겠습니까? 
흔히들 디자인 경영하면 콜래보레이션의 개념으로 많이 접근합니다. 아디다스가 디자인 경영 전략의 일환으로 스텔라 맥카트니와 콜래보레이션 할 때, 만약 아디다스의 브랜드 경쟁력이 없이 시도한 것이라면 이는 무의미하다는 것입니다. 다시 말하자면, 디자인만 잘 한다고 국내 대기업들이 애플의 아이팟과 같은 디자인 제품을 만들었을 때, 과연 아이팟과 같은 위상을 가질 수 있겠느냐는 것입니다.

 

소니도 아이팟보다 더 좋은 제품을 아이팟이 나오기 3년 전부터 준비했지만, 아이팟과 같은 브랜드를 만들지는 못했습니다. 결국은 “애플 아이팟 같은 디자인 제품을 만들지 못하느냐?”라고 묻는다면, 그보다 뛰어난 디자인 제품을 만들 수는 있습니다. 하지만 성공하지 못하는 이유를 생각해 보면 결국 디자인 파워만 있어도 안 되고, 이미지 파워만 있어도 안 되고, 브랜드 파워만 있어도 안 된다는 것입니다.

 

결론적으로 디자인, 이미지, 브랜드 파워 모두를 갖춰야 한다는 말씀이시군요. 어느 한 쪽으로도 치우침 없이 말입니다. 
그렇죠. 디자인 업계에 계신 분들은 디자인을 다른 것보다 더 포괄적인 개념의 틀로 볼 수도 있겠지만 결국 디자인 경영이 한계점을 갖지 않기 위해서는 이미지 경영, 브랜드 경영과 함께 시너지 효과를 내어 서로가 연결되어야 한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됩니다. 그렇지 않으면 그 브랜드는 디자인만을 강조한 절름발이가 될 수 있기 때문이죠. 브랜드 파워를 증진시킬 수 있는 요소들을 세분화해서 관리하는 것은 분명 필요합니다. 하지만 통합성 없이 성공적인 디자인 경영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그렇다고 디자인 경영을 브랜드 경영의 종속적인 개념, 즉 브랜드 경영의 하위 개념으로 생각한다면 왜곡되고 편협한 결과로 이어집니다. 디자인, 이미지, 브랜드가 통합적으로 균등하게 관리될 때, 진정으로 위대한 디자인의, 위대한 이미지를 가진, 위대한 브랜드가 탄생하여 한 세대를 풍미하는 브랜드로 인정을 받을 수 있는 것입니다. 결국 디자인 경영을 하는 궁극적인 목표는 브랜드 파워를 갖기 위 해서입니다.

 

그렇다면, 브랜드 경영의 관점에서 바라보는 디자인 경영은 무엇입니까? 
브랜드가 본질적으로 가지고 있는 한계점이 바로 인텐저블(intangible)하다라는 것입니다. 보이지 않기 때문에 만질 수 없다는 것인데, 브랜드를 볼 수 있게, 만질 수 있게, 또 소유할 수 있게 해주는 것, 이것이 디자인의 역할입니다.

 

명품들이 이니셜 패턴으로 가방을 만드는 이유도 결국은 보이지 않는 브랜드를 보이게 해서 소유를 용이하게 해주기 때문입니다. 브랜드를 기억한다고 할 때, 창업자가 누구고, 브랜드 스토리가 무엇인지를 기억하는 것이 아니라 ‘백문이 불여일견’이라고 하듯이 한 번 보여지는 것이 낫다라는 것이죠. 루이비통을 어렵게 말로 설명하는 것보다 LV라는 이니셜이 새겨진 제품을 보면 “아, 저게 루이비통이구나!”라고 소비자들이 쉽게 알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렇듯 디자인 요소는 소비자와 브랜드와의 관계를 형성합니다. 만질 수도 없고, 볼 수도 없는 브랜드만으로는 소비자와 관계를 형성하기가 어렵습니다. 그러므로 소비자와 관계를 구축할 수 있는, 브랜드 경영을 할 수 있는 하나의 툴을 디자인 경영이라고 이해할 수 있는 겁니다.

 

그래서 브랜드는 무형의 자산이라고 말하지만 어떻게 보면 브랜드는 디자인을 통해서 유형의 자산이 되는 것이죠. 즉 디자인 경영이라는 것은 고객과의 관계를 형성하기 위해서 자사의 브랜드를 소비자에게 보이게 만드는 활동, 소유하게 하는 활동, 만질 수 있도록 하는 활동이고, 이것이 바로 브랜드 경영이라 할 수 있습니다. 결국 디자인 경영은 브랜드 경영이 보여지는 결과로 봐야 한다는 것이죠.

 

기업들이 디자인 경영을 할 때, 가장 염두에 두어야 할 부분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어느정도 이미지만 좋은 제품을 만드는 것이 목적이라면, 굳이 디자인 경영을 할 필요가 없습니다. 단, 최고의 제품, 최고의 브랜드를 만들고 싶다면, 디자인 경영은 필수적인 것이 되어야 합니다. 즉 디자인 경영은 좋은 기업이 아니라 위대한 기업이 되기 위한 것이며, 디자인, 이미지, 브랜드가 ‘통합성’의 개념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국내 브랜드 가운데서 이러한 ‘통합성’이라는 측면에서 디자인 경영을 잘하고 있는 사례가 있다면 무엇입니까? 
현대카드 사례를 이야기 할 때, 가장 우선적으로 꼽는 성공 요소가 바로 디자인 경영입니다. 현대카드가 성공적인 브랜딩 구축없이 디자인 파워만으로 지금의 위치까지 올 수 있었느냐를 반문해보면 그렇지 않다는 것이죠. 결국 디자인 경영 이면에 숨겨진 것은 현대카드가 브랜드 파워를 높이기 위해서 마케팅부터 영업까지의 모든 활동들에 대해 총체적 노력을 기울였다는 점입니다.

 

동시에 소비자들이 카드에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알파벳이라는 디자인으로 차별화한 것입니다. 요즘 현대카드가 광고하는 홈페이지 3.0도 보면, 단순히 현대카드의 디자인 파워만을 보여주기 위함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궁극적으로 그들이 말하고 싶은 것은 브랜드와 고객 사이의 관계를 말하고자 하는 것입니다. 타 카드사의 홈페이지에 들어가면 첫 화면이 열리는 로딩 속도가 느리거나, 본인이 원하는 것을 찾는 것이 상당히 불편하지만 현대카드 홈페이지는 유저 인터페이스를 고려하여 가장 효과적인 방식으로 고객들이 불편하지 않게 디자인한 것입니다.

 

즉 현대카드의 홈페이지는 라이프스타일 툴로서의 디자인인 것이죠. 그러니까 단순히 결제를 위한 1차원적인 홈페이지의 기능이 아니라 라이프스타일 툴로서의 기능, 즉 현대카드와 고객의 깊은 관계를 유지하기 위한 툴이라는 것입니다.
그래서 브랜드 경영, 디자인 경영을 명확히 분리해서 생각하기보다는 통합적인 시각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하는 것입니다. 브랜드 경영은 고객의 경험을 창출하고 고객과의 관계를 형성하는 것입니다.

 

이를 위한 방법은 다양한데 그 방법이 디자인일 수도, 차별화된 이미지일 수도, CS활동을 변화시키거나 강화시키는 마케팅일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최고의 브랜드 경영을 하려면 반드시 필요한 것이 디자인 경영이라고 하셨는데, 그렇다면 그 이유를 궁금해 할 것 같습니다.
디자인 경영이라고 하면 소프트 경영이라는 개념으로 이해하고 계시는데, 소프트 경영은 보통 브랜드, 이미지, 디자인이라는 세 가지 영역으로 구분됩니다. 이러한 소프트 경영이 하드 경영보다 더 중요하다고 하는 이유는 기존의 것들이 더 이상 차별화 요소가 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하드 경영에서 차별점을 찾을 수 없었던 기업들이 그 다음으로 발견한 것이 바로 소프트 경영이고 그 첫 번째가 디자인, 두 번째가 이미지, 세 번째가 브랜드라고 말하는 것입니다. 제품력은 기본기를 다지는 단계로 브랜드가 성장하는 단계에서는 상당한 도움이 되지만 그 이후에는 매출이라든가 마케팅 파워에 별 도움을 주지 못합니다. 왜냐하면 일정 시간이 지나면, 경쟁사 제품력, 마케팅력은 얼마든지 따라올 수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나라가 세계 최고 수준의 제품력을 가진 브랜드를 만들어도 제값을 못 받는 이유가 actual quality(실제 제품력)보다 perceived quality(인지된 제품력)가 중요한 세상이 되었기 때문이죠. 국내 기업들이 해외시장에서 가장 많이 컴플레인을 받는 이유가 actual quality는 상당히 높아졌는데 perceived quality가 좋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아무리 해외에서 제품 상도 받고 소비자리포트(consumer report)가 뽑은 최우수 제품이라고 인정을 받아도 정작 소비자들은 유명 브랜드에 비해서 국내 브랜드는 조금 떨어지는 것이라고 느끼는 것입니다. 즉 디자인 경영의 중요성은 품질이라는 하드한 경쟁력에 걸맞게 외형적인 부분에도 신경을 써야 한다는 것을 의미하고 동시에 이미지, 브랜드가 따라오지 않으면 궁극적으로 파워풀한 기업이 될 수가 없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디자인 경영과 브랜드 경영을 따로 분리해서 생각해서도 안 되고, 할 수도 없습니다.

 

지금까지 말씀하신 것을 종합해보면, 디자인 경영이 곧 브랜드 경영이라고 말씀하신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우리나라 브랜드 경영의 현 위치는 어디쯤 와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앞서 말씀드렸지만, 우리나라가 디자인 경영에 있어서 연륜이 없는 것은 단지 출발이 늦었기 때문입니다. 브랜드 경영이 그런 의미에서 좀 더 자유로울 수 있는 것은 출발 시점이 비슷하다는 것이죠. 90년대 초반에 을 시작으로 해서 2000년대에 들어와서는 브랜드 관련 논문들이 2~3개 나오더니 중반으로 접어들면서 5~6개 정도 되다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 상황이었죠.

 

즉 해외도 브랜드 경영을 시작한 지는 얼마 되지 않았기 때문에 브랜드 경영에서는 상대적으로 많이 뒤쳐지지 않은 비슷한 수준을 유지할 수 있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 나라는 브랜드 경영을 통 해서 광고의 격 차, 디자인의 격차를 좀 더 효과적으로 줄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제는 브랜드라는 툴이 있기 때문에 국내 기업들이 디자인 회사나 광고 회사들을 효과적으로 활용해서 궁극적으로 브랜드 경영에 있어서 선두의 자리에 오를 수 있는 가능성이 높은 것이죠.

 

디자인 경영을 하기 위해서는 의사결정권을 가진 CEO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탁월한 디자인 경영을 위한 CEO의 자질이 있다면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밀레니엄 시대에서 가장 중요하게 회자되는 이슈는 엔터테인먼트와 커뮤니케이션이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나야 한다는 것입니다. 세상이 돌아가는 흐름만을 파악하거나 고객과의 관계를 맺기 위한 무미건조한 커뮤니케이션만으로는 부족합니다. 기업이 고객과 하는 모든 커뮤니케이션에서 엔터테인먼트 요소를 고려하지 않으면 더 이상 소비자와 원활한 커뮤니케이션을 할 수 없는 세상이 되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훌륭한 디자인 경영을 하는 CEO가 되기 위한 자질 가운데 하나는 바로 엔터테인먼트 마인드로 커뮤니케이션하는 것입니다. 디자인 경영을 잘 하는 CEO는 커뮤니케이션을 잘 한다는 것을 의미하는 동시에 엔터테인먼트 마인드가 있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죠.

 

가장 쉬운 예로 스티브 잡스가 디자인 경영을 잘하는 이유도 그가 단순히 커뮤니케이션 방법을 잘 알고 있다는 사실을 넘어서 아이튠즈처럼 음원을 연결시킬 수 있는 엔터테인먼트 마인드가 있기 때문이죠. 또한 디자인 커뮤니케이션 측면을 봐도 엔터테인먼트 요소를 엿볼 수 있는데 아이팟을 사용하다 보면 단지 ‘멋있고 폼이 난다’라는 개념을 넘어서 ’재미있다’ ‘계속해서 작동시켜보고 싶다’ 그리고 ‘질리지 않게 만든다’는 것을 느낄 수 있습니다. 버튼이 많으면 훨씬 더 편할 것 같지만 그렇지 않다는 것을 아이팟은 디자인으로 보여주었고, 결국은 스티브 잡스는 엔터테인먼트 요소가 고객을 질리지 않게 한다는 사실을 알고 소비자와 디자인으로 커뮤니케이션 했던 것입니다.

 

그렇다면 또 다른 자질은 무엇입니까? 
‘변화를 수용하는 능력’입니다. 변화를 수용하지 못하면 그 브랜드는 살아남을 수가 없습니다. ‘고객들은 왜 저럴까’라고 생각하기보다는 기업이 변해야 되는데, 기업이 변하지 않으면 고객과의 관계를 형성할 수 없고 단절되기 때문입니다. 변화는 기업의 생명입니다. 그래서 브랜드를 흔히 유생물이라고 이야기하죠. 물론 비가시적인 개념이지만 결국 유생물이라는 것은 무엇인가 자라나고 끊임없이 변화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러한 변화에 제대로 적응하지 못하면 브랜드 경영을 한다고 할 수가 없습니다.

 

1960년대에 나온 라코스테가 계속해서 변화를 시도하지만 그 자극을 최소화시키는 디자인 개념을 적용하여 브랜드 변화에 성공한 케이스라고 할 수 있습니다. 50년 전의 라코스테 악어 디자인과 현재의 악어 디자인을 보면 큰 변화가 느껴지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0년 전이나,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촌스럽게 느껴지지 않는 이유는 매우 효과적으로 디자인 경영을 했기 때문입니다. 만약 과거의 심볼만 고집해 왔다면 너무 촌스럽고 거칠어서 사용할 수 없었을 것 입니다. 그러나 그 변화를 느끼기 위한 최소한의 자극값인, 역치를 이용해서 서서히 변화하면서 지금의 브랜드로 성장할 수 있었던 것입니다.

 

최소한의 자극값으로 서서히 변화해야 한다는 것이 구체적으로 어떠한 의미인가요? 
기업의 CI를 예로 들어 설명해드리죠. 기업의 CI 교체 주기는 주로 짝수년 단위로 이루어집니다. 그래서 창업 20주년, 30주년, 50주년 등 대개 10년 단위로 CI를 바꿉니다. 이것이 의미하는 바는 과거에는 상당히 세련된 디자인이었는데 10년, 20년이 지나니 촌스러워서 이제는 봐 줄 수가 없는 것이죠.

 

현재의 기업의 디자인 경영, 디자인 관리는 이미지가 닳아 없어질 때까지, 촌스러워질 때까지 사용하다가 ‘더이상 촌스러워서 못쓰겠다, 바꿔야겠다’라는 그 시점에 가서 바꾸는 수준입니다. 촌스러워지는 이유는 끊임없이 관리하지 않았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이죠. 필요하면 조금씩 변화를 주면서 유지하고 발전시켜야 했는데 CI 디자인은 유니폼이라고 생각하다 보니 유니폼을 교체하기가 어려웠던 것입니다. 그러나 CI는 유니폼이 아닙니다.

 

가변적인 것이기에 CI는 현재진행형이라고도 말합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기업은 CI의 이미지가 닳아 없어지고 촌스러워질 때까지 사용하고 있습니다. 조금이라도 변형하면 큰일이라도 나는 것처럼 생각하죠. 그것은 관리를 위한 관리이지 디자인 경영이 아닙니다. 변화(variation)라는 선택권을 줌으로써 각 환경에 맞는 최적의 디자인을 적용할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 바로 디자인 관리고 디자인 매뉴얼 관리입니다. 디자인 매뉴얼은 어플리케이션, 즉 ‘응용’이지 ‘헌법’이 아니기 때문이죠. ‘어플리케이션’은 말 그대로 응용할 수 있도록 융통성이 있어야 하는데 융통성을 배제한 상태에서 변형하지 말고 그대로 사용하라고 하면 의미 없는 디자인 경영이 되는 것입니다.

 

대표님께서 20여 년 동안 브랜드 컨설팅을 하시면서 깨달은 브랜딩 원칙이 있다면 무엇입니까? 
기업의 제품, 이미지, 서비스와 같은 부분을 통합적으로 차별화시키고, 활력을 유지하면서, 트렌드를 주도할 수 있는 연관성을 창출하는 것, 이 세 가지가 바로 브랜드 경영 차원에서 이야기하는 브랜드 포트폴리오 관리입니다. 이 세 가지를 설명하기 위해서 제가 요즘 ‘브랜드는 비행기가 되어야 한다’고 이야기를 합니다.

 

비행기가 성공적으로 이륙하려면 엔진이 좋아야 하는데, 바로 이 엔진에 해당하는 것이 ‘차별화’입니다. 차별화가 안 된 브랜드는 결국 추락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 다음으로 비행기가 하늘에서 오랫동안 비행하려면 에너지원인 연료가 있어야 합니다. 연료가 바로 ‘활력’인 것입니다. 활력, 즉 비행기의 에너지원이 떨어지면 중간지점에서 착륙해서라도 에너지원을 공급받아야 계속해서 비행할 수 있는 것처럼 브랜드도 활력을 계속해서 불어 넣어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조종사들이 출근을 하자마자 체크하는 것이 기후인데, 이를 브랜드에 적용하면 환경분석인 것입니다. 경쟁사, 고객 그리고 환경의 변화를 빠르게 감지해야 하는 것이죠. 이러한 변화를 읽지 못하면, 즉 브랜드가 트렌드 세터가 되지 못하면 결국 추락할 수밖에 없습니다.
브랜드 포트폴리오 관리 측면에서 브랜드를 비행기에 비유하기도 하지만, 이는 브랜드의 가장 기본적인 목표와 궁극적인 목표를 설명하기 위해서이기도 합니다. 비행기는 두 가지 힘에 의해서 작동을 하는데 추진력과 앙력이죠.

 

추진력은 고객의 가치를 창출하는 것이고, 위로 뜨는 힘인 앙력은 고객의 마음을 사로잡는 것을 의미합니다. 정리하자면 고객의 가치를 창출하는 것이 브랜드의 가장 기본적이 목표이며, 고객의 마음을 사로잡는 것이 바로 브랜드 경영의 궁극적인 목표라는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브랜드 경영을 하고자 하는 기업들에게 도움이 될 만한 대표님만의 새로운 브랜딩 노하우 혹은 법칙 있다면 말씀해주십시오.
검증된 개념은 아니지만 브랜드의 ‘블랙홀 법칙’이라고 해서 세 가지로 나누어서 생각하는데 그 첫 번째가 브랜드 ‘잠식성’입니다. 블랙홀이 주위의 별들을 모두 빨아 들이는 것처럼, 브랜드 세계에서도 이러한 현상이 벌어집니다. 브랜드에게 있어서 이미지는 매우 중요한 부분인데, 블랙홀의 잠식성에서 보여지는 것처럼 약한 이미지를 가진 브랜드는 강한 이미지를 가진 브랜드에 흡수 통합된다는 것입니다. 자사의 브랜드가 강해지지 않으면 강한 브랜드를 쫓아갈 수밖에 없는, 미투 브랜드처럼 되어버리는 상황이 전개가 된다는 것이죠. 재작년에 강한 브랜드와 약한 브랜드가 코브랜드(co-brand) 광고를 하면 누가 이득이 될 것이냐에 대한 논문이 나왔는데, 결론부터 말하자면 강한 브랜드가 더 이익이라고 합니다. 상식적으로 약한 브랜드가 강한 브랜드의 후광을 입을 것으로 생각하지만 전혀 반대의 결과인 것이죠. 예를 들어 삼보가 인텔 인사이드 칩을 쓴다는 것을 강조하기 위해 인텔 로고와 소리를 넣어서 광고하면, 소비자는 삼보가 아닌 인텔 인사이드를 더 기억한다는 것입니다.

 

브랜드 잠식성의 법칙에 의하면, 약한 브랜드와 강한 브랜드가 5:5의 광고비를 지출했을 때, 약한 브랜드가 더 손해라는 말씀이시군요. 
약한 브랜드가 원했던 광고 효과를 얻지 못하는 것이니 그런 셈이죠. 두 번째는 블랙홀의 ‘통합성’인데, 블랙홀은 끊임없이 흡수해서 자신의 몸집을 키워나갑니다. 브랜드로 바꿔 이야기하면, 브랜드의 통합관리적인 측면에서 이해할 수 있습니다. 그만큼 브랜드에게 있어서 통합관리가 중요합니다.

 

브랜드의 이미지를 바꾸고자 할 때, 브랜드의 얼굴인 디자인만 바꿔서는 역부족이라는 것입니다. 브랜드의 실체는 그대로이기 때문에 디자인만으로 브랜드 이미지 변화라는 성과를 이루어내기는 어렵습니다. 하다못해 A/S 활동에도 변화가 있어야 하고, CS 마케팅에서도 고객 대응 자세가 바뀌어야 합니다. 물론 이러한 측면에서 직원들의 마인드 변화가 선행되어야 한다는 것은 두말할 필요도 없습니다. 이처럼 브랜드가 통합적으로 관리되었을 때, 브랜딩이 되는 것입니다. 블랙홀처럼 새로운 것을 흡수했으면, 결국 통합하는 능력이 있어야 합니다.

 

만약 블랙홀이 통합하는 능력이 없었다고 한다면 자기 몸집에 안 맞는 것을 잠식하는 바람에 폭발해버리거나 아니면 우주에서 공중분해가 될 수도 있을 것입니다.

 

지금까지 많은 브랜드와 인터뷰하면서 말씀하신 대로 브랜드 경영에 있어서 통합성을 강조하여 브랜딩에 성공한 사례가 많았던 것 같습니다. 통합성 다음은 무엇인가요? 
블랙홀의 ‘변화성’입니다. 블랙홀의 형태에 대한 과학자들의 의견은 분분합니다. 왜냐하면 끊임없이 변화 기 때문이죠. 그래서 블랙홀은 추정하기도 어렵고 연구하기가 어렵다는 이야기를 많이 합니다. 블랙홀이 끊임없이 변화하는 것처럼 트렌드의 변화를 읽지 못해서 브랜드가 스스로 변화하지 않으면 생존이 어렵습니다.

 

그만큼 브랜드가 변화에 유연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개인적으로 이러한 세 가지 측면을 고려하면서 브랜딩을 하는 것이 좋은 브랜드에서 위대한 브랜드로 성장할 수 있는 길이 아닐까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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