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시장의 정의를 만들어 주십시오
현 유니타스브랜드 편집장이 차기 유니타스브랜드 편집장에게 볼륨배지시즌배지

고유주소 시즌2.5 / Vol.26 브랜드 서신 (2012년 08월 발행)

우리는 브랜드로 이루어진 이 세상이 좋은 브랜드를 통해 더 좋은 세상으로 바뀔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어떤 사람이 보기에 그런 생각은 매우 바보 같고 위험한 생각이라고 합니다. 하지만 세상을 변화시킨 생각들을 살펴보면 처음에는 그저 황당하고 괴상한 이야기였습니다. 우리가 살고 있는 대부분의 상품이 그런 상상에 의해 탄생된 것입니다. 그런 상품이 브랜드가 되어 문화가 되고 또 다른 가치를 만들고 있습니다. 이런 일이 너무나 신기하지 않나요? 여기까지가 저희 편집 방향입니다.

안녕하십니까? 

유니타스브랜드 차기 편집장님.

 

창간호부터 지금까지 편집장을 맡고 있는 권민입니다. 저는 이 편지를 읽고 있는 두 번째 편집장님은 어떤 분이며 현재 무엇을 하고 계실까를 상상하면서 이 편지를 쓰고 있는 중입니다. 여자일까? 남자일까? 창간호부터 우리와 함께 한 독자일까? 아니면 최근에 유니타스브랜드를 알게 된 독자일까?

 

누구냐에 따라서 저의 말투가 달라질 것 같습니다. 초창기 독자라고 생각하면 마음이 좀 더 편해집니다. 혹시 지금, 유니타스브랜드 내부에 있는 사람일까? 아니면 외부에 있는 사람일까도 궁금합니다. 어찌 되었든 차기 편집장님은 제가 후임자로 직접 선정한 사람이기에 분명 저보다 브랜드에 대한 사명감과 열정이 뜨거운 사람일 것입니다. 그것만큼은 틀림없다고 생각합니다. 그 마음을 가지고 편지를 쓰겠습니다.

 

오늘 제가 유니타스브랜드 2대 편집장님께 편지를 쓰는 이유는 단 한 가지입니다. 지금 이 편지를 통해 제가 하는 이야기를 마음에 담아 두었다가 언제가 될지 모르지만, 편집장님을 면접할 때 여기에 쓴 내용을 편집장님의 행동에서 볼 수 있기를 바라기 때문입니다. 먼저 유니타스브랜드의 지금까지 편집 방향에 대해 말씀드리겠습니다. 그것이 앞으로 차기 편집장님께서 시즌 6(아마도 시즌 6부터는 2대 편집장님이 유니타스브랜드를 맡게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을 기획하는데 도움이 될 겁니다.

 

저희는 브랜드로 이루어진 이 세상을 ‘좋은 브랜드’로 채우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우리가 만든 잡지는 좋은 브랜드에 관한 이야기를 담았습니다. 우리가 만든 노트는 좋은 브랜드를 만들 수 있는 도구를 제공합니다. 그리고 우리는 좋은 브랜드를 만들 수 있는 교육을 진행했고, 직접 현장에 나가서 컨설팅도 했습니다. ‘좋은 브랜드는 무엇일까?’라는 질문을 스스로 던지면서 2007년 10월 창간호부터 여기까지 왔습니다. 

 

우리는 좋은 브랜드가 좋은 시장 생태계를 만들 수 있다고 믿습니다. 사람과 사람, 사람과 자연 그리고 문명과 문화의 공존을 ‘브랜드’라는 것을 통해 찾고 보급하려고 했습니다. 아마 이 부분까지는 공감했거나 수긍하기 때문에 지금 현재 유니타스브랜드를 읽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브랜드로 이루어진 이 세상이 좋은 브랜드를 통해 더 좋은 세상으로 바뀔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어떤 사람이 보기에 그런 생각은 매우 바보 같고 위험한 생각이라고 합니다. 하지만 세상을 변화시킨 생각들을 살펴보면 처음에는 그저 황당하고 괴상한 이야기였습니다. 우리가 살고 있는 대부분의 상품이 그런 상상에 의해 탄생된 것입니다. 그런 상품이 브랜드가 되어 문화가 되고 또 다른 가치를 만들고 있습니다. 이런 일이 너무나 신기하지 않나요? 여기까지가 저희 편집 방향입니다.

 

제가 차기 편집장님의 인터뷰에서 질문할 내용을 먼저 알려 드리겠습니다.

 

첫째, 제가 지금까지 말한 유니타스브랜드의 편집방향에 대해 차기 편집장님의 의견을 듣고 싶습니다.

둘째, 저희의 생각에 동의한다면 실제로 그렇게 행동한 결과물을 보고 싶습니다.

셋째, 우리가 생각하는 것들이 실제로 이루어진다면 어떤 세상이 될 것 같나요? 아주 구체적으로 듣고 싶습니다.

 

저희의 편집방향에 동의하는 것은 쉬울 것입니다. 왜냐면 세상이 그렇게 변해야 하는 것을 누구나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좋은 영혼으로 좋은 브랜드를 만들고 좋은 직장을 만들어 좋은 사회를 이루어가는 것은 좋은 생각입니다. 하지만 위험한 생각이기도 합니다. 이런 생각이 이루어지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사람들의 구매 기준이 고가와 트렌드가 아닌 브랜드 철학과 가치에 기인하고, 브랜드를 구매하기 위해서 기존의 유통 대신 생태계로 이루어지는 유통에서 구매하게 된다면 어떻게 될까요? 구매의 기준이 가격대비가 아니라 가치대비가 된다면 어떻게 될까요? 세상은 바뀔 것입니다.

 

 

우리는 좋은 브랜드가 좋은 시장 생태계를 만들 수 있다고 믿습니다.
사람과 사람, 사람과 자연 그리고 문명과 문화의 공존을
‘브랜드’라는 것을 통해 찾고 보급하려고 했습니다.
유니타스브랜드는 ‘브랜드로 세상을 바꾸자’고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유니타스브랜드의 생각은 이처럼 매우 Critical한 생각입니다. 구글이 ‘악해지지 말자’고 이야기하고, 애플이 ‘다르게 생각하자’고 이야기한 것처럼, 유니타스브랜드도 ‘브랜드로 세상을 바꾸자’고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혹시 편집장이니까 글을 잘 써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으세요? 시인이 글을 잘 쓰는 것과 소설가가 글을 잘 쓰는 것처럼 말입니다. 하지만 유니타스브랜드의 글은 다른 잡지나 혹은 동종 브랜드 관련 잡지의 글과는 다릅니다. 유니타스브랜드 책을 모두 보셔서 아시겠지만, 저희 책은 참고서처럼 만들었습니다. 참고서를 만드는 편집장의 글은 어떨까요? 저희에게 브랜드는 단어이고, 브랜딩은 문법입니다.

 

글을 쓰는 사람의 입장에서 이것은 해괴한 논리죠. 그래서 글을 잘 쓰는 기준으로 본다면 유니타스브랜드의 글은 어쩌면 형편없을 겁니다. 사실 저도 글을 잘 쓰거나 교정 교열을 기가 막히게 잘 하는 사람은 절대로 아닙니다. 참고로 저는 애플 노트북에서 페이지(Page)로 문서 작업을 하기 때문에 프로그램 특성상 자동 교정 교열도 안 됩니다. 그래서 에디터들이 제 글의 맞춤법을 고치느라 항상 고생합니다. 이렇게 저의 치부를 드러내는 이유는 글을 잘 쓰는 것을 목표로 두어서는 안 된다는 것입니다. 브랜드에 관한 호기심과 상상력이 더 중요합니다. 글이라는 것은 넘쳐흐른 것들을 주워담아 쓰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브랜드에 관한 많은 정보, 많은 독서, 많은 경험, 많은 생각이 없으면 넘쳐흐르지 않습니다. 차기 편집장께서는 브랜드 지식이 넘쳐흘러야 합니다.

 

뿐만 아니라 브랜드 지식이 마르지 않는 샘(저의 경우에는 ‘브랜드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입니다)이 돼야 합니다. 이 두 가지를 면접 때까지 갖추지 않으면 시즌 하나를 끝내고 나면 말 그대로 지식이 고갈될 것입니다. 우리는 브랜드에 관해서 아직 정의되지 않은 지식, 그러니까 현상은 있지만 이론이 없는 브랜드 지식을 찾고 있습니다. 브랜드의 기능과 품질에 대해서는 별로 관심이 없습니다. 어차피 그런 것은 시간이 지나면 그 누군가에 의해 바뀌죠. 저희들이 브랜드에 관심이 있는 것은 변화하지 않는 것으로 변화를 조장하는 것입니다. 이것을 경영학적인 정의로 ‘철학의 혁신’ 혹은 ‘전략’이라고 부릅니다. 유니타스브랜드 식으로 이야기하면 ‘자기다움으로 남과 다름’이라고 말합니다.

 

 

브랜드를 통한 자기다움은 자신의 기원과 시작 그리고 끝을 연구하는 겁니다.
인간만이 가지고 있는 창조성으로
브랜드를 만들어 새로운 세상을 창조할 수 있다는 사실이 놀랍지 않습니까?

 

 

우리가 인터뷰를 할 때 인터뷰이에게 항상 하는 질문이 있습니다. “왜 이런 브랜드를 만드셨나요?” 이 대답은 철학이 없으면 할 수 없는 대답이죠. 예를 들어 이 질문에 “돈을 벌기 위해서죠!”라고 말하면 취재는 거기서 끝납니다. 돈은 목적이 아니라 결과이고, 브랜드를 구매하는 사람은 소비자가 아니라 이웃이죠. 이웃이 브랜드의 돈 버는 수단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돈을 버는 것이 자기다움이기에 브랜드를 창조하는 것을 저는 ‘강장 브랜드’라고 말합니다. 강장동물 아시죠? 입과 항문이 같은 곳인 히드라가 바로 강장동물입니다. 

 

인류학적으로 말한다면 저희는 브랜드를 통해서 자기다움이란 무엇인가를 연구하는 그런 사람들입니다. 마치 화석을 보고 수백만 년 전 지구의 역사를 살피는 고고학자, 은하계를 관찰하면서 우주의 역사와 창조의 신비를 밝혀내려는 천문학자, 지구에서 벌어지는 최소의 자연 법칙으로 우주의 만유 법칙을 밝혀내는 물리학자 그리고 바다의 향유 고래를 찾아서 북극 해안을 6개월 동안 탐험하는 해양생물학자처럼 언뜻 이해가 안 가는 주제를 가지고 세상을 살아가는 그런 사람들이죠. 그래서 저에게 100년 전 상품들은 화석이고, 백화점은 소우주고, 브랜딩 법칙은 세상의 법칙이며, 새로운 브랜드의 등장은 심해 5천 미터에 있는 생물과도 같습니다. 브랜드를 통한 자기다움은 자신의 기원과 시작 그리고 끝을 연구하는 겁니다. 인간만이 가지고 있는 창조성으로 브랜드를 만들어 새로운 세상을 창조할 수 있다는 사실이 놀랍지 않습니까?

 

사진 찍는 것을 좋아하는 저는 1991년에 받은 첫 월급으로 니콘 카메라를 샀습니다. 그 당시에 디지털 카메라는 없었습니다. 필름 카메라였죠. 그런데 이 카메라로 사진을 찍다가 팔아 버렸습니다. 그 이유는 사진을 찍는 것이 어려워서가 아니라 필름 값이 너무나 부담되었기 때문입니다. 필름 카메라 사용의 어려움 때문에 사진작가는 결국 전문직이 되었습니다. 디지털과 달리 필름으로 사진을 공부하려면 계속 인화를 해야 합니다. 디지털 카메라로 사진을 찍은 후 일주일 뒤에나 그 사진을 볼 수 있다고 생각해 보세요. 어떤 상황인지 알겠죠? 과거에는 사진 찍는 것이 여간 불편한 일이 아니기에 동네마다 사진관이 있었죠. 하지만 디지털 카메라의 등장으로 동네 사진관은 점점 사라졌습니다. 인터넷에 접속해 일반인들이 찍은 사진을 보면 전문 사진작가만큼의 수준급 사진을 많이 볼 수 있습니다. 불과 10년 만에 이런 일이 벌어졌어요.

 

 

브랜드에 관한 개념들은 너무나 빨리 퍼지고, 무엇보다 진화하고 있습니다.

 

 

브랜드도 이와 비슷한 상황입니다. 50년 전만 해도 시장에서 브랜드란 그저 상표에 불과했죠. 우리나라도 1990년이 되어서 비로소 브랜드 개념이 생겨났습니다. 2000년이 되면서는 브랜드에 관한 책이 하나 둘 나오기 시작했고요. 유니타스브랜드가 2007년에 나왔으니 시간상으로는 초창기에 나온 책입니다. 하지만 브랜드에 관한 개념들은 너무나 빨리 퍼지고, 무엇보다 진화하고 있습니다. 불과 몇 년 사이에 모든 기계가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 넘어간 것처럼 말입니다. 이로 인해 수많은 브랜드가 창조되고, 또 사라집니다. 현재, 2012년 8월은 브랜드 과도기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창간 10년이 되는 2017년에는 전혀 다른 시장과 브랜드가 존재할 거라고 생각됩니다. 그 이유는 유니타스브랜드가 창간 당시부터 계획하고 있었던 시즌 5까지 모두 마쳤기 때문입니다. 그러니까 아직도 유니타스브랜드가 존재하고 있다는 것은 브랜드의 시대로 넘어갔다는 것을 의미한다는 것입니다.

 

과연 브랜드 시대가 오면 어떤 세상이 될까요? 아까 카메라로 힌트를 드렸습니다. 현재의 유통구조가 다 사라질 것입니다. 미국에 REI라는 아웃도어 브랜드가 있는데 이 브랜드는 조합원들이 운영하는 브랜드입니다. 제 생각에는 이런 조합형 브랜드가 계속 나올 것입니다. 지금은 대형 전자상거래가 시장을 주도하고 있지만, 신뢰를 기반으로 한 전자상거래가 완전하게 구축되고, 소비자와 신뢰 관계를 맺은 브랜드가 등장하게 되면 현재 유통은 종말을 맞이하겠죠. 유니타스브랜드가 창간호를 발행했을 때, 대부분의 사람이 다음 호는 발행하지 못할 거라고 했습니다. 하지만 그렇게 6년이 지났습니다. 지금까지 수십만 명이 유니타스브랜드를 보았습니다. 이렇게 많은 분이 유니타스브랜드를 보았다면 10년 안에 수천 아니 수만 브랜드가 나올 거라고 믿고 있습니다.

 

현재 유니타스브랜드 편집장의 역할은 ‘좋은 브랜드의 정의’를 찾는 것입니다. 하지만 두 번째 편집장이 해야 할 일은 ‘좋은 시장의 정의’를 구축하는 역할일 것입니다. 사과나무의 사과는 셀 수 있지만, 사과씨 안에 있는 사과는 셀 수 없습니다. 시장에 있는 브랜드는 이야기할 수 있지만, 그 브랜드가 바꿀 시장은 상상할 수도 없습니다. 우리는 브랜드 안에서 시장을 찾는 중입니다.

 

아무쪼록 곧 뵙게 되기를 바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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