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황 때는 불황전략을, 불황 때는 호황전략을
두 번째 편지, 조카 세민이에게 볼륨배지시즌배지

고유주소 시즌2.5 / Vol.26 브랜드 서신 (2012년 08월 발행)

불황이 되면 불안하고, 불안하면 새로운 방법을 찾는단다. 새로운 방법을 찾기 위해 무엇인가를 소비하려고 하는 거야. 이것이 가장 손쉽게 불안을 해소하는 방법이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조용하고 불안한 것을 견딜 수 없어 하지. 혹시 이런 상황을 시험하고 싶니? 너의 핸드폰을 집에 놔두고 출근해 보면 불안이 주는 입체적인 고통과 불안의 실체를 제대로 경험할 수 있을 것이다. 나는 불황의 불안도 그와 비슷한 강도로 몰려온다고 생각해.

7-3(WED)04:10
보낸사람 : 작은아버지 강기원

 

회사 내부에서 벌어진 복잡한 사항에 대해서 이야기를 들었다. 글쎄, 내가 그런 상황을 겪었다면 원칙대로 진행할 것 같다. 너도 알다시피 유로 붕괴로 인한 원유 가격의 상승과 세계 자금 사정의 어려움으로 우리는 한동안 매우 거친 길을 걸어가야 한다. 이런 상황에서 나는 네가 헤어진 동업자에 대한 연민 때문에 다른 생각을 안 하기 바란다. 지금 너와 같은 상황에서는 옆을 돌아볼 시간도 없다.

 

우리는 불황을 3D로 보아야 할 것 같다. 먼저 현실을 살펴보아야 해. 그것이 사실인지 아니면 진실인지도 파악을 해야 하지. 불황 때마다 나오는 이야기는 럭셔리 상품만 호황이라는 이야기가 있단다. 불황이면 미니스커트가 유행이라는 황당한 트렌드도 항상 등장하는 단골 메뉴지. 불황에 럭셔리 상품이 팔리고, 짧은 치마가 유행이라는 이야기에 대해 네가 알고 있는 사실은 무엇이니? 혹시 한 번이라도 정보가 너무 왜곡되어 있다고 생각해 본 적은 없니?

 

내 경험을 하나 들려줄까? 내가 겸임교수를 하면서 어떤 회사를 컨설팅하고 있었을 때, 아주 극심한 불황을 겪은 적이 있었다. 그때 컨설팅을 했던 기업은 선물 전문 기업이었는데, 불황이 되자 유난히 고가를 찾는 사람이 많아졌어. 불황에는 당연히 저가가 팔려야 하는데 고가가 더 많이 팔리는 것을 보고 나는 의문을 품었지. 그래서 고가 구매자들에게 그 이유를 물어보니 호황이었을 때는 인사치레 선물이었지만, 불황이 되니 가격이 좀 더 높은 것을 선물해 감동을 주어야 한다고 말하더군. 그래서 고가 물건을 골랐다고 하더라. 현실은 불황이지만, 불황 중에서 호황이 있다는 것은 사실이고, 그 진실은 불황을 극복하기 위한 대안이라는 것이지. ‘현실과 진실 그리고 사실은 모두 다르다’는 것이 내가 배운 교훈이다.

 

네가 깊이 생각해야 할 것은 불황이 오면 원칙을 변칙으로 바꾸어 놓을 수 있다는 점이다. 대부분의 사람은 습관적으로 게으르고, 변화를 싫어하지. 그러나 불황이 오면 사람들은 기존에 해왔던 방법에서 다른 방법을 찾아보려고 한단다. 마케팅 차원에서 보면 이때는 거의 10년에 한 번 올까 말까 하는 전략적 타이밍이라고 할 수 있어. 그리고 이때 사람들은 광고보다는 뉴스에 더 초점을 맞추지. 왜냐면 완전히 다른 것을 찾고 있기 때문이야. 그래서 미디어는 그것이 무엇이든 간에 불황의 시기에 이야기가 될 만하거나, 혹은 자신에게 적용이 가능한 것들을 뉴스 컨텐츠로 만들어서 사람들에게 열심히 알려준다. 예전에는 미디어에 광고와 광고성 기사만이 넘쳐났지. 그러다 더 이상 실을 광고 컨텐츠가 없어질 무렵 이야기를 시작했어. 하지만 불황의 시기에는 미디어들이 오히려 광고 속에 숨어 있던 스토리를 찾는다. 이게 바로 게임의 룰이 바뀌었다는 거야. 이런 상황에서 시장은 기존의 방향과는 완전히 다른 쪽으로 흐르게 된단다.

 

 

불황이 오면 사람들은 기존에 해왔던 방법에서 
다른 방법을 찾아보려고 한단다.
마케팅 차원에서 보면 이때는 거의 10년에 한 번 올까 말까 하는
전략적 타이밍이라고 할 수 있어.

 

 

특히 시장을 리딩하는 브랜드들은 이때 가장 흔한 방법이라 할 수 있는 두 가지를 선택한다. 첫째는 자신이 기존에 누리고 있던 시장을 지키기 위해 가격할인을 하거나 또는 재고를 파는 거야. 둘째는 경영적 학습효과로 터득한 비용절감과 인원삭감을 하는 방법이지. 이런 상황은 마치 전쟁터에서 갑옷을 벗고 나온 장수와도 같은 모습이다. 내가 알려준 전략의 개념을 기억하고 있겠지? 혹시 잊을 것 같아 다시 한 번 말해주마.
‘나의 강점으로 적의 약점에 집중하는 것.’

 

불황에서는 너의 강점을 다시 한 번 재조정하기 바란다. 예전에 네가 생각한 강점은 리딩 브랜드의 기준보다 좀 더 잘하거나, 리딩 브랜드가 가지고 있지 않는 것으로 정의했지. 지금 내가 말하는 것은 그런 것이 아니야. 완전히 다른 것, 그러니까 시장의 기준을 완전히 바꾸어 버릴 만한 것이 필요해.

 

너도 알다시피 2002년에 등장한 애플의 아이팟과 2007년에 나온 아이폰은 당시 불황에도 잘 팔렸던 아이템이지. 불황임에도 불구하고 그렇게 비싼 MP3와 핸드폰을 산 이유는 무엇일까? 주목할 점은 비싼 아이팟과 아이폰은 사고, 다른 것은 사지 않았어. 사람들은 말이야, 식사는 남들이 보지 않는 곳에서 라면으로 때우더라도, 보여지는 부분에서는 비싼 사치로 자신의 자존심을 세우고, 스스로 만족감을 주려고 한다.

 

너는 이 점을 놓치지 말아야 돼. 사람들은 궁색한 것을 싫어해. 지구상에서 ‘유일하게’ 가진 것이 없을 때 자살하는 종은 오직 인간뿐이다. 그만큼 우리는 비천해지고 가졌던 것을 잃어버리거나, 혹은 가지고 싶은 것을 놓치는 걸 참을 수 없어 하지. 그래서 사람들은 늘 종전과는 다른 아주 희한한 구매를 원하지. 싸지만, 럭셔리하고 그리고 자랑할 만한 것을 찾아 구매한다.

 

도대체 이런 것이 있다고 믿는 이유는 무엇일까? 하지만 바로 거기에 인간의 욕구가 있어. 이런 감정의 형태를 굳이 단어로 조합하라고 하면 허용할 만한 탐닉, 기분 좋은 사치, 똑똑한 낭비라고 말할 수 있겠지.

 

불황이 되면 불안하고, 불안하면 새로운 방법을 찾는단다. 새로운 방법을 찾기 위해 무엇인가를 소비하려고 하는 거야. 이것이 가장 손쉽게 불안을 해소하는 방법이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조용하고 불안한 것을 견딜 수 없어 하지. 혹시 이런 상황을 시험하고 싶니? 너의 핸드폰을 집에 놔두고 출근해 보면 불안이 주는 입체적인 고통과 불안의 실체를 제대로 경험할 수 있을 것이다. 나는 불황의 불안도 그와 비슷한 강도로 몰려온다고 생각해.

 

불황이 되면 경쟁상대가 바뀌게 된다. 그야말로 이종격투기장이 되지. 복합형 기능을 가진 상품들이 출시되면서 기존의 상품들은 그야말로 ‘듣보잡’에 잡히게 돼. 내가 너에게 말하는 불황의 전략은 바로 ‘듣보잡’이다. 말 그대로 너의 상품이 사람들에게 ‘듣도 보도 못한 잡것’이 되게 해야 해. 내가 말한 ‘잡것’은 순혈 상품이 아니라 완벽하게 다른 변종 혹은 융합 상품을 말하는 거야.

 

네 아버지이자 나의 형이 이런 불황의 시기에 너에게 어떤 조언을 했을까? 굳이 듣지 않아도 대충 알 것 같아. 분명 그것은 해답이 아니며, 정답에 가깝다고 말하고 싶구나. 그러나 너는 나와 같은 방법으로 시장을 재편성하려는 신진 세력도 있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P.S. Coaching Point
불황에 빠진 브랜드를 구하라 
역설적으로 들리겠지만 불황 전략은 호황 때 세워야 한다. 그 반대로 불황 때는 호황 전략을 준비해야 한다. 호황 때 불황을 대비하지 않으면 불황은 갑작스럽게 오며, 그때는 감정적으로 브랜드 경영을 하게 된다. 할인 전략 혹은 저가 상품을 만들어서 매출을 유지하는 것이 일반적인 행동이다. 그 누구도 반박할 수 없는 ‘현금확보’라는 목표 아래 비용과 원가에 손을 대어 삭감을 감행한다. 이렇게 내상을 입은 브랜드는 아주 서서히 침몰하고 시장에서 사라지는 것이 불황에 빠진 브랜드의 최악의 시나리오다. 호황 때 불황의 전략을 세운다고 그것이 실제로 불황 때 적용되는 예는 적다. 하지만 불황에서 현재의 브랜드가 어려워지는 상황을 만들어보며 현재의 허약한 점이나 간과했던 점을 다시 확인해볼 수 있다. 무엇보다도 불황 때는 전략을 짜는 것이 아니라 호황 때 세웠던 전략을 선택하는 것이다. 그래서 전략 회의를 위한 ‘시간 낭비’를 막을 수 있다. 불황 때 가장 낭비되는 것은 모두 모여서 걱정하는 시간임을 명심해야 한다. 상사들은 불안해서 보고를 하라고 지시하고, 보고를 위한 회의는 진행되고, 그 회의 때문에 영업 현장에서는 끊임없는 어려움을 겪게 된다.
거듭 말하지만, 경영에서 가장 부족한 것은 돈과 사람이 아니라 시간이다. 특히 불황에서 현금 확보보다 더 중요한 것은 시간확보이기 때문에 시간을 낭비해서 경영이 붕괴되는 것을 막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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