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erview ┃ 다름보다 다움으로, 우아한형제들 볼륨배지시즌배지

고유주소 시즌2.5 / Vol.33 브랜드 경험 (2013년 10월 발행)

누구나 한 번쯤은 전단지를 받아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처음 한 두 번은 전단지를 받고 들여다보기도 하지만, 이마저도 곧 쓰레기통에 버리기 일쑤다. 게다가 사람이 많은 번화가나 먹자골목에서 한 걸음 떼기 무섭게 전단지를 건네는 손길을 계속 뿌리치기도 그리 유쾌하진 않다. 받는 사람도 주는 사람도 어색한 순간이다. 전단지로 넘실대는 길을 지나 집에 돌아간 당신이 현관문을 열기도 전에 해야 할 일이 있다. 대문에 붙은 전단지를 떼서 버리는 일이다. 어쩌다 간혹 문에 붙은 책자는 가지고 들어오기도 한다. 가끔 쓰레기로 여겨지는 전단지지만, 이게 없다면 단골 중국집이 휴일일 때 몹시 곤란해질 수 있다. 왠지 밥하기 귀찮거나, 혹은 너무 바빠서 끼니에 신경쓰기 어려울 때야말로 전단지가 빛을 발할 순간이다. 이런 날엔 배달만큼 제격인 게 없다. 큰맘 먹고 펼쳐 든 책자에는 뭔가 먹을 거리가 가득하지만 선뜻 고르기 힘들다. 종이를 한 장 한 장 넘길 때마다 여러 생각이 번뜩거린다. 사진이랑 실제는 다르겠지? 맛이 있을까? 비위생적이진 않을까? 배달음식이 도착했다는 초인종 소리는 그렇게 반가울 수 없는데, 그걸 감내하기엔 이전의 과정이 썩 즐겁지는 않다. 우아한형제들은 이런 고민을 말끔하게 타파했다. 21세기 최첨단 찌라시, ‘배달의민족’으로.

The interview with 우아한형제들 대표 김봉진

 

 

난무하는 다름보다 하나뿐인 다움으로

‘정보기술을 활용하여 배달 산업을 발전시키자.’

비장하고 결연하다. 2010년, 우아한형제들은 이 지상과제를 안고 태어났다. 그리고 배달의민족이라는 애플리케이션을 낳았다.

 

2013년 8월 기준, 우리나라 스마트폰 사용자 3,500만 명 중 20%인 700만 유저가 배달의민족 애플리케이션을 내려받았다. 배달의민족에 등록된 업소 수는 12만 개로, 114나 우리나라 최대검색포털인 네이버보다 많다. 여기에 도미노피자, 미스터피자, KFC 등 전문 프랜차이즈까지 더하면 이 수는 더욱 늘어난다. 어마어마한 수의 가맹업소를 보유한 만큼, 배달의민족에서 이뤄지는 월 주문량은 220만 건, 매달고객들이 남긴 배달 리뷰는 10만 건에 달한다. 태동 4년째인 젊은 회사지만, 배달의민족은 배달시장의 새로운 문화를 주도해나가며 과업을 아주 착실하게 이행 중이다.

 

거기서 거기’였던 배달 문화의 판도를 바꾼 건 상황을 이해하는 자신만의 정의에서 시작했다. 우아한형제들은 배달음식에 대해 나름의 정의를 내렸다. 그들에게 배달음식은 사랑하는 사람들과 나눌 수 있는 행복한 시간이었다. 행복한 시간을 갖기 위해서는 배달음식을 검색하는 과정도 당연히즐거워야 하고, 당연히 애플리케이션을 구동하는 순간부터 재미가 있어야 했다.

 

우아한형제들은 배달의민족을 주로 사용할 고객층이 20대 대학생들일 것으로 예상했다. ‘무한도전’이나 ‘컬투쇼’ 같은 비주류 문화 코드에 열광하는 젊은이들의 눈높이에 맞춰서 원래의 배달이 갖고 있던 진부한 이미지를 신선하게 풀어나갔다. 부스스한 머리에 슬리퍼를 신고 마주쳐도 어색하지 않은, 일상 속의 솔직한 감정을 스스럼없이 나누며 함께 낄낄댈 수 있는 친숙한 동네 형 같은 이미지였다. ‘21세기 최첨단 찌라시’, ‘전단지 백과사전’ 등의 문구도 같은 맥락에서 탄생했다. 이런 느낌은 키치, 패러디, B급이라는 컨셉으로 이어졌고 그들이 전하는 브랜드 경험이 되었다.

 

 

우아한 형제들이 생각하는 브랜드 경험은 무엇인가.
브랜드 경험의 정의는 ‘자기다움’이다. 그리고 브랜드 경험은 공감, 배려, 인터널 마케팅(Internal marketing)에서부터 시작된다. 배달의민족의 브랜드 포지션과도 일맥상통하는 부분이 있다. 우아한형제들이 다른 서비스를 내놓았다면 또 다른 방향으로 나아갔을것이다. 우아한형제들의 자기다움은 키치, 패러디, B급이다. 만드는 사람들, 그들이 만드는 결과물, 커뮤니케이션 방법도 그러해야 한다. 우리는 이런 키치함의 극단을 표현할 때 ‘변태 같다’고 말하는데, 놀랍게도 우리 직원들은 이 말을 더 들으려고 노력한다. 이제는 습관이 되었다. 직원 간에 커뮤니케이션을 할 때도 시시한 농담을 하는 것 같지만 여기에서 아이디어가 쏟아지고 분위기는 좋아진다. 라인(Line)에 전 직원 84명이 얘기하는 채팅 방이 있다. 주말, 휴가기간 상관 없이 즐겁게 이어진다.

 

자기다운 디자인을 하기 위한 가이드라인이 있는가.
디테일한 가이드라인은 없다. 예전에 다른 회사에서 근무할 때 나이키 프로젝트를 1년간 진행한 적이 있다. 그때 한 달간 나이키 쪽 브랜드 팀장이 와서 진행한 교육은 철학과 정신에 관한 얘기였다. 나이키는 수많은 캠페인과 프로모션을 진행하는데도 세부적인 가이드라인이 없다고 했다. 정신은 충분하되, 아웃풋은 그 정신에 기반해 자유롭게 표현하는 것이다.
 
여기서 영감을 받아 우아한형제들의 가이드라인을 만든 게 두 가지다. ‘풋!’하고 ‘아~’다. 빵 터지는 웃음이 아니라 소소하게 ‘풋!’하고 웃는 느낌과 ‘아~’하고 공감하게 만드는 것. 우리의 디자인에는 이 둘이 녹아 있되, 둘 중 하나만 있어도 된다. 디자인 스타일도 제각각이고 폰트 사용도 마찬가지다. 디자이너들은 이 감성 안에서 웃음을 주려고 한다. 훨씬 더 유연한 것 같다.
 
사실 과거에 폰트 사이즈와 간격, 컬러, 별색 지정 등 숨막히게 적어 놓은 5cm 정도 두께의 가이드라인을 만든 적이 있다. 하지만 이걸 보고 작업하는 사람은 없었다. 우아한형제들은 순간적인 아이디어를 더 많이 차용하는 편이다. 여기서의 순간은 단순한 감이 아니라 오랜 시간에 걸쳐 훈련된 감이라고 할 수 있다. 회의실에서 수학적 논리를 이야기하고 강점, 약점 분석해서 아이디어가 나오는 게 아니다. 우린 별도의 아이데이션 회의 없이 마구잡이로 다양한 주제의 얘기를 하다가 탁 나온 것을 캐치한다. 탁 잡았을 때 나를 비롯한 여러 사람이 붙잡아 빨리 모델링해본다. 이렇게 하나의 아이디어를 캐치할 때 바로 여러 사람이 살을 붙이고 착착 진행하기 때문에 한 사람의 아이디어랄 게 잘 없다.
 
이런 방법론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두 가지가 중요하다. 하나는 오랜 훈련으로 감을 얻기 위해 지속적으로 뭔가를 하는 것. 사소하고 작게 여겨지는 단순한 일의 반복이 나중에는 실전에서 중요하게 작용한다. 다른 하나는 책을 많이 읽는 것이다. 지적 호기심을 계속 자극시켜 에너지가 나오도록 한다.

 

 

브랜더여, 엄마가 되라

키치, 패러디, B급 등의 유쾌한 컨셉은 강요가 아니라 브랜드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사고와 문화 속에서 나올 수 있었다. 인터뷰를 하기 위해 우아한형제들을 찾은 에디터가 사무실로 올라가기 위해 엘리베이터에 몸을 싣고 문이 닫히려는 찰나, 한 무더기의 ‘남자 개발자들’이 우르르 몰려 탔다.순간 어둡고 칙칙한 아우라(?)를 상상한 건 고정관념이었다.일 얘기에서 터져 나오는 유쾌한 웃음소리는 몇 초 안 되는 엘리베이터를 내리는 순간 이런 생각을 하게 했다. ‘이래서 우아한형제들이 가능한 거구나.’

 

 

(왼쪽. 오른쪽 위) 우아한형제들의 키치한 아이덴티티가 드러나는 포스터
(오른쪽 아래) 최근 우아한형제들의 광고 시리즈인 '잡지 테러 프로젝트'

 

 

브랜드의 철학에 공감하는 사람들이 모여 즐겁게 일하는 회사. 우아한형제들이 보여주는 결과물들도 당연히 그들을 닮을 수 밖에 없다. 눈이 오는 겨울날에 앞마당을 치우는 넉가래를 주겠다는 둥, 소녀시대가 비타 500 모델이었을 때 9명의 멤버를 모두 모은 세트를 주겠다는 둥, 빨래 안 하는 자취생을 위해 양말을 30켤레 선물하겠다는 둥 그저 일상에서 농담으로 넘길 법한 ‘풋!’ 했던 말들이 배달의민족에서는 ‘아~’하는 진담이 되었다. 배달의민족 어플 뿐만 아니라, 우아한형제들이 브랜드가 되는 여러 제품들도 자연스럽게 탄생했다. ‘이런십육기가(USB메모리)’, ‘덮어놓고 긁다보면 거지꼴을 못 면한다(카드케이스)’, ‘밥값은 1/N(티셔츠)’, ‘알고보면 연필꽂이(머그컵)’ 등 너무 솔직해서 입밖에 내지 못했던 유쾌한 이야기를 전파하고 있다. 그렇다면 지금부터는 재미있고 독특한 경험이라는 현상 자체가 아닌, 우아한형제들에서 이 현상을 어떻게 가능하게 만들었는지 생각해보자. 먼저 우아한형제들의 조직에서 시작한다.

 

브랜드의 철학이 제품이나 서비스에 반영되는지 어떻게 알 수 있는가.
애플의 예를 들어볼까. 아이폰 뒷면에 ‘Designed by Apple inCalifornia’ ‘Assembled in China’라고 적혀있다. 애플이 이 문구를 새기기 시작하면서부터 누가 디자인을 했는지 중요해졌다. 만들어낸 지역만을 중시했던 관성을 깨드린 것이다. 이미 이 글귀에 그들의 철학이 녹아있다. 그들은 ‘가장 중요한 건 디자인이다. 만드는 것보다 디자인이 더 중요하다’고 얘기했다. 여기서 디자인의 개념은 기획, 계획, UX, BX 등이 모두 포함된다. 그들은 왜 캘리포니아라고 표기했을까? 실리콘밸리가 있는 곳, 잡 스가 도전정신을 가지고 열정과 꿈을 펼친 곳에서 애플을 디자인 했다는 의미가 아닐까? 그리고 이게 브랜드가 제품이나 서비스, 나아가 조직에 녹인 철학일 것이다. 일은 하다 보면 관성에 젖게 된다. 직원들이 관성대로 일하는 부분이 바뀌지 않으면 브랜드 철학, 제품, 서비스 등 고객과의 접점에 서있는 것들이 변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고객 접점에서의 커뮤니케이션은 어떻게 디자인해가고 있는지.
브랜드는 이성보다 감성의 영역이다. 예를 들어 치즈를 판다면, 이성적으로 치즈의 퀄리티와 데이터를 알려줄 수 있지만 이 치즈를 먹을 때 얼마나 행복한지, 즐거운지에 대한 이야기로 감성을 자극할 수도 있다. 우린 후자에 가깝다. 브랜드는 만들어서 끝나는 게 목적이 아니고, 거기서 결국 이익을 창출할 수 있어야 한다. 고객과 회사가 영속할 수 있는 명확한 사실이다. 처음에 우아한형제들을 만들었을 때, 그리고 배달의민족을 만들었을 때 우리를 알리는 방법에 무엇이 있을지 골몰했다. 홍보영상을 만들어 유튜브에 올리는 건 식상하게 느껴졌다. 바이럴 영상도 뻔히 연출된 각본이었다. 차라리 영상 제작비에 2,000~3,000만 원을 쓸 바에, 우리 같은 물건을 만들어서 주자, 직원이 좋아할 물건을 만들어서 주자, 갖고 싶게 만들자는 의견에 힘이 실렸다.
 
‘고객을 확보하지 말고 팬을 확보하라’는 말이 있다. 우리는 우리의 제품을 통해 조금씩 팬을 확보해 나가려고 했다. 좋아하지 않을 것 같은 VIP 고객들이 USB 메모리를 원할 만큼, 반응은 굉장히 좋았다. 내부 직원들이 정말 큰 고객이다. 직원들에게 테스트를 제일 많이 한다. 우아한형제들 브랜드 상품도 직원에게 먼저 배포하고 반응을 살폈다. 보통 기업의 직원들은 해당 프로젝트 팀에서 상품을 만들고 제품이 나오면 신문이나 매체를 통해 알게 된다. 이런 관성을 깨는 데서 많은 차이가 일어난다. 자사에서 만든 티셔츠를 보통 잘 입지 않지만, 우리 회사는 경쟁적으로 입고 다닌다. 브랜드를 정말 사랑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브랜드를 사랑하는 사람이 만든 것은 다르다.

 

 

브랜드를 사랑하는 사람은 어떻게 알아볼 수 있는가?
우리 웹사이트의 인재채용란에는 이런 글을 적어놨다.
 
《우리는 원합니다》
하나, 우리는 박력 넘치게 일한다. 자신을 믿고 뜨거운 마음으로 매사에 임하는 자. 우리는 원한다.
둘, 우리는 재미지게 일한다. 일을 통해 성장하고 주변 사람들과 어우러져 삶의 재미를 찾고자 하는 자. 우리는 원한다.
셋. 우리는 엄마가 하지 말라고 하는 것은 하지 않는다. 도덕적, 사회적 가치를 소중하게 생각하고 세상의 발전에 이바지하며가족들에게 자랑스러운 회사를 만들어 나가기를 희망하는 자. 우리는 원한다.
 
회사의 핵심가치는 근면성실, 새시대 새일꾼, 근검절약이다. ‘우리가 어떤 사람인가?’라는 질문에는 ‘조금은 RAW한 사람들로, 일에 대한 가치, 일의 즐거움에 대해 진지하게 탐구하고 매일매일이 감탄사인 ‘우와’하고 열정적인 사람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일 잘하는 사람은 많다. 하지만 난 자신의 일을 가장 사랑하는 사람을 뽑는다. 경력이 많은데 열정이 부족한 사람보다 경력은 낮아도 이 일이 아니면 죽겠다는 각오로 덤비는 사람을 채용한다. 자존감이 높아 이 분야에서 최고가 되겠다는 사람이다. 그 다음으로는 질문하는 것을 본다. 상대의 질문 안에 그 사람의 생각이 다 들어있다는 말도 있듯이, 그 사람이 하는 질문을 관찰한다. 자신의 일과 역할, 자신의 부족함을 고백하고 채울 수 있는 방법에 대해 질문하는 사람을 채용한다.

 

 

좋은 UX는 좋은 브랜드가 될 수 있지만,
좋은 브랜드가 꼭 좋은 UX는 아니다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을 누구도 할 수 없을 만큼 그들답게 하는 것’이 우아한형제들이 그들의 브랜드 경험을 만들어가는 비법이라면 비법이다. 사실 배달시장은 원래 있어왔다. 배달의민족 같은 배달업소 정보를 제공하는 플랫폼도 있었다. 우아한형제들은 어떤 회사에서나 할 수 있는 어떤 회사도 할 수 없을 수준으로 했을 뿐이다.

 

그들은 배달시장에 신선하게 접근해서 새로운 문화와 배달습관을 창조해나가고 있지만, 우아한형제들이 던진 질문 중 우리가 더 귀 기울여 들을 것은 ‘배달을 어떻게 바꿔야 하는가’가 아니라 ‘우리의 정신으로 무엇을 어떻게 바꿀까’이다. 이런 관심이 지속적으로 좋은 브랜드 경험을 만들어내는 원동력이기 때문이다.

 

우아한형제들의 조직에 깃든 생각을 살펴봤으니, 우아한형제들이 재미있는 브랜드 경험을 만들 수 있었던 접근법에 대해 들어보자.

 

 

이모션, 네이버 등 쟁쟁한 기업에서 UX디자인도 하셨고, PLUS X의 창립멤버이기도 하셨다. 현장에서 일하는 디자이너로서(그는 스스로를 경영하는 디자이너라고 부른다) UX와 BX의 차이는 무엇이라 생각하나?
이제 현장 경력 14년차에 접어들었다. UX라는 말이 나오기 이전에도 이미 사용자 행태 분석, 표적집단면접법(FGI) 등을 디자인에 연구하고 접목했었다. UX는 왠지 이성적, 과학적으로 접근해서 만드는 것처럼 되었는데, UX의 구루로 일컬어지는 도날드 노먼이 말했던 건 사람을 이해하고 사람을 배려하는 나눔에 대한 것이었다.
 
UI가 시스템과의 접점, 채널을 의미한다면, UX는 사용자가 제품과 서비스에서 상호작용하면서 가지게 되는 게 중요하고, 전체적인 느낌이나 경험이 브랜드라고 본다. BX 전문가는 멀리에 있지 않다. 바로 ‘엄마’라고 불리는 사람들이 대표적이다. 아이에게 이성적으로 접근하지 않고, 본능적으로 행동한다. 우유가 뜨거운지 알아보려고 자신의 손등에 떨어뜨려 온도를 재보거나, 아이들이 가구 모서리에 부딪혀 아프지 않도록 스티로폼이나 쿠션으로 싸 놓는 등 미적인 것보다 배려, 애정, 사랑이 우선한다. 브랜드 역시 이성보다는 감성에 대한 얘기다.
 
빨간머리앤이라는 만화 주제가가 기억나는가? ‘주근깨 빼빼 마른 빨간머리앤, 예쁘지는 않지만 사랑스러워’라는 가사가 나온다. 예쁘다와 사랑스럽다는 비슷하지만 전혀 다른 문제다. 디자인을 할 때 예쁘게 해야 한다고 하지만, 그게 다 사랑스럽진 않다. 너무 완벽한데 정감이 안 가는 디자인이 있다. 반대로 조금 엉성한데 정감가는 디자인이 있다. 예쁘다가 디자인이라면, 사랑스럽다는 브랜드와 경험에 대한 것이다. 가령 남녀 간에도 한번 보고 사랑스러울 수 있지만, 오랫동안 교제를 나눌 때 교감에서 나오는 감정은 전자와 전혀 다른 의미의 사랑스러움이다. 따라서 UX가 전자라면 후자는 BX에 가깝다.

 

 

우아한형제들이 말하는 브랜드 경험의 시작도 공감과 배려라하셨는데, 같은 연유인 것 같다.
그렇다. 우아한형제들의 명함 뒷면에는 Date와 Memo 란이 마련되어 있다. 명함을 주고 받을 때 잊지 않기 위해 명함 위에 메모를 하는 경우가 있는데, 당사자가 앞에 있다면 실례처럼 느껴진다. 심지어 얼굴에 낙서하는 것처럼 생각된다. 그런 배려가 브랜드가 잔잔한 신뢰를 쌓는 바탕이 되지 않을까? 호텔 레스토랑의 물컵이 투명인 이유는 웨이터가 멀리서 보고 있다가 물이 떨어지면 와서 따라줘야 하기 때문이다. 그 사람이 필요하기 전에 배려하는 것이 브랜드 경험이다. 엄마가 BX 전문가가 될 수 밖에 없는 이유는 ‘내 아이’라는 너무나 명확한 배려 대상이 있기 때문이다. 디자이너들이 브랜드를 만들 때 가장 많이 하는 방법 중 하나가 ‘세련되고 예쁘고 멋있게’다. 우리는 그걸 ‘허세디자인’이라 부른다. 굳이 각을 잡고 폼을 잡을 필요가 없다는 뜻이다. 디자인 안에는 진심이 담겨 있어야 한다.

 

 

좋은 UX는 좋은 브랜드가 될 수 있지만, 좋은 브랜드가 꼭 좋은 UX는 아닌 것 같다.
먼저 언급한 ‘예쁘다’와 ‘사랑스럽다’처럼 예쁜 디자인이 좋은UX와 다르고 좋은 UX가 좋은 브랜드와 다르다고 본다. 잘못된UX도 익숙하면 좋을 수 있다. 버튼이 오른쪽에 있고, 거기에 익숙해 있다면 당연히 버튼이 왼쪽으로 옮겨감으로써 생산성과효율성이 떨어질 것이다. MMORPG 같은 개임을 하다보면 몸에 밸 정도로 버튼 위치나 감각에 의존하게 되는데, 버튼이 바뀌면 패닉 상태가 되어 버린다. 잘못된 UI여도 익숙한 UI가 좋은 UX가 될 수 있다. 사용성을 일부러 꼬는 경우도 많다. 백화점의 에스컬레이터 위치를 생각해보라. 백화점 1층도 전략적으로어떤 브랜드를 집중적으로 보여주거나 제외한다. UX를 설계할 때도 충분히 좋은 걸 알지만, 전면에 보여주지 않을 때가 있다.

 

 

그렇다면, 정말 좋은 디자인이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좋은 것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앞서 ‘좋은 것’의 기준이 무엇인가에 대해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이건 굉장히 철학적인 의미다. 편한 것? 착한 것? 착한 것이 나쁠 수도 있다. 우유부단하고 모든 것을 만족시키려고 하다가 모두 죽어버릴 수 있다. 개인적으로도 좋은 디자인은 무엇인가를 두고 많은 고민을 해왔다. 예쁜 디자인이 정답이 아니라는 건 나도 디자인을 시작하고 한참 후에 알았다. 좋은 디자인은 상황에 적합한 디자인이다. 적절한 디자인, 중용, 고객에 맞는 디자인이다. 김가네김밥을 갔는데 호텔에서 쓰는 크고 화려한 메뉴판을 준다면, 반대로 호텔에 갔는데 김가네김밥의 나무 젓가락을 준다면 어떻겠는가.

 

 

 

 

브랜드가 경험을 제공할 때 잊지 말아야 할 가장 중요하게 생각해야 할 요소는 무엇인가.
일관성과 확장성이다. 드라마, 영화, 만화 등을 보면 확실한 아이덴티티와 성격을 가진 사람들이 있다. 모든 주인공은 성격이명확하지만, 실상에 있는 사람들은 꼭 그렇지 않다. 딱 떨어지게 약하지도 선하지도 유쾌하지도 우울하지도 않다. 이런 특성을 일관되게 보여주고 가져가야 한다. 일관성은 정체되면 안 된다. 브랜드는 긍정적인 방향으로 계속 성장해야 한다.
 
현대카드의 경우, 계속 새로운 것을 시도하면서 그 방향 안에서 움직인다. 이것이 확장성이다. 일관성을 유지하면서 나아가는 확장성은 매우 중요하다. 배달의민족이 처음부터 진행한 프로젝트를 보면 그 안의 느낌이나 톤앤매너는 비슷하지만 방식이나 표현기법이라든가 브랜드 상품을 만드는 등 계속 확장해본다. 주의할 것은 일관성의 함정에 빠지지 말라는 것이다. 사람도 어제 한 말 때문에 오늘 그것을 못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 또 어떤 사람은 몇 년 전에 한 말에 매여 있는 경우가 있다. 그러나 사실 사람은 계속 성장하고 있기 때문에 어제의 말로 오늘을 평가하면 안 된다.
 
위대한 사람들은 동시대 때 인정받지 못한 사람들이 많다. 그들은 하고 싶은 말이 있을 때 주저하지 않았다. 거짓말쟁이라고 손가락질 받은 사람도 상당수다. 남의 시선 때문에 일관성을 유지하는 건 좋지 않다. 자기 중심에서 자기가 추구하는 철학과 생각 안에서 일관성을 가져야 하는데, 어떤변화에 의해서도 똑같다면 그거야말로 더 이상한 거다.

 

 

궁극적으로 대표님이 생각하는 좋은 브랜드 경험은 무엇인가.
남들의 시선 속에서도 자기다움을 지켜나가는 브랜드가 주는 경험이다. 브랜드를 만드는 과정에서 좋은 브랜드가 됐던 브랜드들의 행보 중엔 처음부터 인정받지 못한 것들이 많았다. 카드사가 왜 글꼴을 만들고 디자인에 관심을 가졌을까? 개발만 열심히 하면 될 줄 알았던 검색엔진사이트가 왜 녹색 창 같은걸 만들까? 처음에는 다 의아해했다. 사람들은 배달의민족처럼 작고 흔한 서비스가 브랜드를 만들 수 있을까 생각했다. 잘 안 된 브랜드들은 이미 만들어진 브랜드를 답습하는 브랜드들이다. 잘 된 모습을 보고 거기서부터 시작하려는 오류를 범했기 때문이다. 이미 시중에 있는 제품이라도 우리만의 철학과 디자인을 입혀나가는 것, 그것이 브랜드가 자기답게 상상할 수 있는 여지라고 생각한다. 기업의 철학과 이념이 세워져 있으면 작은 일을 하더라도 동일하게, 나침반의 진북 같이 할 것과 하지 않아야 할 것을 구분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일본 교세라 회장 이나모리 가즈오는 일에 대해 ‘강렬하게 원하고 생생하게 그릴 것’을 당부했다. 강렬하게 원하는 것이 브랜드의 열정과 철학이라면, 생생하게 그리는 것은 브랜드가 줄 경험을 디자인하는 일일 것이다. 우아한형제들은 그들의 사명과 키치함을 전 조직적으로 강렬하게 갈망하고 생생하게 담아내고 있다. 그들의 행보는 어디까지일까. 전용폰트를 만들고, 제품을 만든 배달의 민족이 이번에 도전하는 영역은 피자다. 먹으면 어깨가 펴지는 ‘어깨피자’, 얼굴이 활짝 펴지는 ‘얼굴피자’, 꿈을 크게 펼칠 수 있는 ‘꿈을피자’ 등 의외의 영역으로 확장했지만, 너무나 배달의민족스러운 발상이다. 그들의 한계가 어딜지, 상상하게 되는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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