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erview ┃ Nostalgic Brand, Le Labo 볼륨배지시즌배지

고유주소 시즌2.5 / Vol.33 브랜드 경험 (2013년 10월 발행)

세상은 향으로 넘쳐난다. 세상에는 40만 가지가 넘는 향이 존재하고, 이 중 인간이 구별할 수 있는 향은 1만 가지 내외 다. 인간은 매일 약 23,040번 호흡하고, 12m 3 (세제곱미터)의 공기를 들이마신다. 한 번의 호흡에 걸리는 시간은 4~5 초(성인 남성 기준), 숨을 내쉴 때 향을 맡게 된다. 한 번 호흡할 때마다 향을 맡는다면, 우리는 하루에 셀 수 없이 많은 향 을 경험할 수 있다는 소리다. 물론 실제로 가능하진 않다. 그만큼 인간은 향에 둘러싸여 있다. 끊임없이 향을 풍기고 맡 으며 살아간다. 이는 마치 우리가 브랜드로 넘쳐나는 세상에서 호흡하는 것과 같다. 향은 브랜드처럼 흔하고 감성과 맞닿아있으며, 자기만의 것을 갈구한다. 향의 경험은 브랜드 경험만큼이나 개인적이 고 은밀하며, 기억에 매인다. 향을 소유하기 위해 만든 인간의 결과물인 향수(香水)가 과거의 기억을 좇는 향수(鄕愁) 와 동음어인 것은 아이러니하다.

The interview with KLH International Co. Le Labo 브랜드 매니저 김유정

 

 

향수를 구입하는 사람들은 브랜드와 자신을 동일시하는 경향이 짙다. 《애착의 대상》의 저자 아서 아사 버거(Arthur Asa Berger)는 “향수를 사용하는 사람들은 브랜드명이나 여타 브랜드 요소와 상관없이 ‘향’ 자체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인다. 사람들은 향수나 패션, 라이프스타일과 관련된 브랜드를 선택할 때 신중해지는데, 이는 스타일과 관련되기 때문이다. 스타일은 통일성을 추구하며 자신도 스타일의 일부로 받아들인다”고 전했다. 르 라보(Le Labo) 김유경 브랜드 매니저 또한 “사람은 자기만의 향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진짜 향수는 자기 체취와 섞일 때 본연의 향이 나타난다. 개인적으로 메이크업처럼 향수도 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여러 번 고쳐 매무새를 만져야 한다. 르 라보 또한 그런 것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소비자의 향을 찾아준다는 것은 매력적인 일이다”라고 말했다.

 

향수에 대한 소비자 기대 조사 결과를 찾아보니, 사람들은 향수를 통해 ‘행복’과 ‘진정성’ 등 긍정적인 감정을 바라는 것으로 드러났다. 개인적으로 사람이 향수를 뿌리는 이유는 두 가지라고 생각한다. 하나는 자신만의 아이덴티티를 찾으려는 개인적인 욕구와 또 하나는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긍정적인 감정을 유도하기 위함이다. 향은 가장 직접적이고 오래 기억된다. 장기 기억에는 거의 향만 저장된다고 한다. 향은 또한 인간의 기억과 감성, 상상력을 자극한다. 감각은 인간의 감성에 도달하는 지름길이다. 어떤 향기를 맡았을 때 우리의 뇌는 그 향과 관련된 기억 속으로 순식간에 빨려 들어간다. 기억은 감각과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Born in Grasse, Raised in New York

르 라보(Le Labo)는 그들의 향수를 다음과 같이 표현했다.

“향수를 뿌린 순간부터 기존 향수와는 확연히 다르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르 라보 향수는 충격적이다. 향이 당신을 사로잡고 놀라게 하고 자극하며 흥미를 유발할 것이다. 그 독창성과 혼합 기술, 순수하게 감각을 탐하는 관능의 완벽한 하모니를 소개한다.”

르 라보는 스위스인 에드워드 로쉬(Edouard Roschi)와 프랑스인 파브리스 피노(Fabrica Penot)에 의해 설립되었다. 에드워드는 화학자, 파브리스는 기획자인데, 여러 활동을 하다가 한 향수 회사 동료로 만났다. 둘은 뜻도 잘 맞고 소위 코드가 맞는 사람이었다. 이에 공장에서 찍어내는 매력 없는 향수 말고 우리가 하고 싶은 것을 하자는 생각으로 회사를 나와 의기투합하여 르 라보를 창업하였다. 그들의 만남 이후에는 한 단어만 남았다. ‘Le Labo!’

현재 에드워드는 파리에 거주하며 연료 등을 공수하는 일을 맡고 있고, 파브리스는 뉴욕에서 비즈니스를 하고 있다. 르 라보는 말 그대로 ‘실험실’이다. 브랜드네임뿐만 아니라 모든 매장은 향을 다루는 실험실처럼 꾸며져 있다. 마치 향료 회사의 그곳을 그대로 옮겨놓은 듯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르 라보 제품은 모두 즉석에서 제조하는 방식을 따르는데, 직접 실험기구를 이용해 향수를 배합한다. 소비자가 향을 충분히 고려해서 주문하면 바로 앞에서 에센셜 오일에 알코올과 물을 혼합해 만든다. 모든 매장은 오픈되어 있으며 누구나 원료를 확인하고 향을 맡아볼 수 있다.

에드워드 로쉬는 한 인터뷰에서 ‘바로 만들면 더 신선한 향이 나는가?’라는 질문에 “차이는 거의 없다. 그럼에도 향수 제조 과정을 보여주는 이유는 체험을 중요시하기 때문이다. 직접 보면서 호기심을 가지고 물어보기도 하고 향도 맡아보라는 의도다. 카운터 뒤에 있는 수많은 갈색 병은 모두 원료다. 좋아하는 향수를 고르면 원재료 향을 맡아보게 하는데, 마치 맛있는 음식 재료를 직접 확인하거나 맛보는 즐거움과 비견한다. 탐구와 발견이다”라고 답했다. 르 라보 향수는 세계 최고의 조향사들이 프랑스 그라스(Grasse) 지방에서 공수한 최고급 원료를 사용한다. 그라스 지방은 향수 제조의 역사적 수도며, 프랑스 남부 리비에라 해안에 위치하고 있다. 여기서 르 라보가 시작되었다. 그들의 모든 것이 시작된 곳이다. 르 라보가 그라스에서 태어나 뉴욕에서 자랐다고 말하는 이유다.

 

The Story behind Le Labo fragrance BX

르 라보는 차별화된 수제 컨셉의 향수 브랜드다. 앞서 언급했지만, 소비자는 눈앞에서 자신의 향수가 배합되는 과정을 볼 수 있다. 그것은 신선한 경험이다. 그러나 르 라보의 브랜드 경험은 여기서 그치지 않고 한발 더 나아가 특별한 개인 맞춤 레이블링(Personalized Label)으로 쐐기를 박는다. 르 라보 향수에는 모두 타이핑된 레이블이 붙는데, 이 개인 맞춤 레이블링에는 소비자가 원하는 메시지를 담는다. ‘세상에 단 하나뿐인 나만의 향수’인 셈이다. 이로써 오랫동안 기억에 남는 소장품으로서의 가치를 더한다. 레이블에 사용된 서체도 르 라보를 표현하는 중요한 요소인데, 모든 레이블과 브랜드 편집물에 동일한 서체를 쓴다. 영어 및 숫자는 마그다 텍스트(Magda text)를 사용하며, 한글은 송성훈신형 타자체를 사용한다. (단, 빈티지 캔들과 바디 컬렉션은 레이블링 서비스를 하지 않는다.) 서체부터 향까지 개인의 브랜드 경험을 극대화하기 위한 노력은 섬세하면서도 자유로운 그들의 문화에서 비롯한다. 지금부터 르 라보 김유정 브랜드 매니저와 나눈 향내 나는 브랜드 경험 스토리를 전한다.

 

 

고품질의 창의적 향수를 만들기 위해
동물에게 고통을 줄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는 데서 연유한다.
아름다움을 창조하기 위해 누군가 학대당하고 고통받아야 한다면
그렇게 탄생한 아름다움은 진정한 아름다움일까.

 

 

르 라보의 제조 방식은 많은 이에게 흥미와 관심을 유발했다. 지인을 통해 브랜드에 대한 얘기를 들었을 때 재미있고 흥미로운 경험이 될 거라는 확신이 들었다. 브랜드만의 철학이 확고할 것 같다. 브랜드 철학이 있다면 소개해 달라.
르 라보의 철학은 ‘와비 사비(Wabi-sabi)’에서 영감을 받았다. 와비 사비는 일본 미학 중 하나로 자연스러움을 중시하는 미의 기준을 일컫는다. 소박한 우아함, 조용함, 다져진 아름다움과 물건은 시간이 지나고 많이 쓰일수록 값어치가 높아진다는 신념을 따른다. 또한 르 라보의 브랜드 비전은 향수를 통해 사람들의 삶을 좀 더 아름답게 만드는 데 있다. 각 향수는 개별 특성이 있고 그에 맞는 포장을 통해 소비자에게 특별한 가치를 더한다.
 
두 설립자가 강조하는 것은 하나다. 사람들은 르 라보의 향수 제조를 구매하는 것이 아니다. 그들은 우리가 왜 향수를 만드는지를 구매한다. 따라서 소비자의 삶을 풍요롭게 하고 재미를 선사하기 원하는 우리의 의도와 그 이유를 전해야 한다. 비록 그들이 매장에 들렀다가 그냥 가더라도 그 얼굴에 미소가 드리워졌다면, 성공한 것이나 다름없다.

 

 

르 라보 제품은 장인 정신에 기인한다고 들었다. 수공 작업으로 재료를 엄선해서 만든다고 하는데, 이는 향수에 대한 애착과 브랜드 자부심에서 나오는 것 같다. 제품에 대한 소개 부탁한다.
르 라보는 친환경을 지향한다. PETA(People for the Ethical Treatment of Animals, 동물을 인도적으로 사랑하는 사람들)에서 인증한 ‘식물성, 비동물 실험 브랜드’다. 르 라보의 모든 콜렉션에는 동물성 원료가 전혀 들어가지 않는다. 전 제품은 식물성 원료만 이용하며, 이는 고품질의 창의적 향수를 만들기 위해 동물에게 고통을 줄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는 데서 연유한다.
 
아름다움을 창조하기 위해 누군가 학대당하고 고통받아야 한다면 그렇게 탄생한 아름다움은 진정한 아름다움일까. 우리는 그렇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르 라보의 향수 코스메틱 컬렉션은 인체에 유해한 실리콘, 파라벤 성분이 들어있지 않다. 제품으로 보면, 르 라보의 향수와 향수 코스메틱 제품들은 고농축 에센셜 오일(15~30%)이 함유되어 있어서 향의 개성이 분명하고 지속력이 강한 특징이 있다. 그리고 우리는 향에 있어 성을 구분하지 않는다. 유니섹스를 지향하며, 위대한 향수에는 성의 구분이 없다고 믿는다.
 
예술작품도 마찬가지다. 앤디 워홀(Andy Warhol)의 작품이나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그림에 성의 구분이 있을까. 그렇지 않다. 즉, 소비자의 개성, 취향 감성에 포커스를 둬야 한다. 르 라보 제품 중 ‘로즈31’은 치마를 입은 남자가 컨셉이었다. 애드워드 워시는 스코틀랜드, 버마 등에서는 남자가 치마를 입는데 ‘왜 이곳 남자들은 모두 바지만 입을까?’ 생각하면서 가장 여성스러운 원료인 장미향을 사용해 남자가뿌릴 수 있는 향수를 만들었다고 전했다. 그는 ‘스커트를 입는 대신 ‘로즈31’을 뿌린다’고 말한다.
 
르 라보 제품은 포장 재질이나 형태가 매우 Raw 하다. 소재 선택이 남다르다. 많이 가공되고 완벽한 아름다움이 아니라 Raw하지만 점점 정이 드는 것을 선호한다. 개인적으로 르 라보 덕분에 눈의 취향이 많이 바뀌었다. 본연의 모습 그대로를 보면서 본질이 중요하다고 느낀다. 향수의 물 색깔은 정말 아름다운데, 르라보는 그 본연의 아름다움을 그대로 느끼게 해준다.

 

 

 

 

 

르 라보의 브랜드 경험을 어떻게 정의할 수 있을까. 무엇을 정의한다는 것은 브랜드가 전사적으로 외부와 소통하는 단일의 생각이 아닐까 한다.
기본적으로 모두가 자유롭고 즐겁게 향을 만끽하는 브랜드 경험을 중시한다. 또한, 자유로움과 즐거움이 있는 기업 문화, 창의성을 발휘할 수 있는 환경이 그런 브랜드 경험을 만들어낸다고 생각한다. 독창적인 상품기획과 브랜드 철학, 미학을 탐미하는 브랜딩을 하고 있다. 우리의 브랜드 경험은 ‘독특함, 특별함, 자유로움’을 지향하며, 한 마디로 ‘탐구’라고 말할 수 있다.
 
소비자들 중에는 자신이 어떤 향을 좋아하는지 모르는 사람이 있다. 알고 싶은 향이 있어도 그것이 뭔지 알지 못해 물어보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특히 향은 좋아하는데 그 향의 에센셜 오일은 어떤지, 무슨 색깔인지, 원료는 어떻게 생겼는지 모르는 소비자가 더 많다. 소비자는 르 라보의 브랜드 경험을 통해 궁금한 것을 탐구하고 본인 취향을 발견하게 된다. 물론 이 이야기는 체험 전에 해당한다. 나는 이것을 향과 향수를 알아가는 경험이라고 말한다. 이런 경험을 통해 자신이 좋아하는 것과 맞는 것을 구분하고 향을 더 깊이 알게 된다. 한마디로 자신을 더 잘 알게 되면서 라이프스타일을 보는 관점도 달라진다.

 

 

르 라보의 브랜드 경험은
‘독특함, 특별함, 자유로움’을 지향하며,
한 마디로 ‘탐구’라고 말할 수 있다.

 

 

르 라보 브랜드가 고객에게 주고 싶은 경험은 무엇인가.
재미라고 생각한다. 재미와 추억이다. 우선 르 라보는 백화점에서만 판매하고 있지만, 지나가던 고객들도 ‘어? 저 제품은 뭐지?’하는 호기심을 유발한다. 신기한 경험을 제공하니까. 소비자들은 제품을 만들고 레이블링 후 포장까지 전 과정을 지켜보면서 재미있어한다. 재미있는 상품군도 있다. 르 라보만의 크리에이티브가 다른 가치를 만들어 내면서 상품에 적용된 것인데, 액체 향수뿐만 아니라 액상 파이프와 오일 파이프도 있다.
 
매장에 있으면 소비자들이 레이블에 들어갈 문구를 진지하게 고민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직원과 상의하기도 한다. ‘뭘 할까요? 이게 좋을까요? 띄어쓰기할까요? 말까요?’ 이런 고민의 과정도 그들에게는 기억에 남는 경험이 된다. 발렌타인데이, 화이트데이 에는 선물할 제품을 찾는데, 가령 선물할 제품을 고르고 그 사람을 위해 무슨 문구를 넣을까 생각하면서 추억에 잠긴다. 우리는 그런 모습을 보면서 매출보다, 고객과의 소중한 추억을 공유했다고 여긴다. 그 안에 우리 브랜드가 있다는 것이 기쁘다.
 
하나의 에피소드를 소개하면, 로즈 데이 때 한 남성 고객이 꽃다발을 들고 여자 친구에게 선물할 향수를 골랐다. 선택은 ‘로즈 21’, 레이블링을 위해 문구를 생각하라고 했더니 고민하면서 문자로 상담까지 하는 열심을 보였다. 레이블에 들어갈 글자는 20자를 넘으면 안 된다. 한참 생각하다가 저와 합의를 본 것이 ‘Be My Rose’였다. 심지어 느낌표를 넣을까 말까도 상의했다. 그 순간 브랜드 매니저로서 행복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고객에게도 추억이 되겠지만, 그 추억이 나에게도 소중하게 느껴졌다. 결국엔 느낌표를 넣었다(웃음). 처음에 말한 것처럼 우리가 드리고 싶은 경험의 모습은 그런 재미와 추억이다.

 

 

Nostalgia Playground
향을 찾아주려면 후각을 자극하는 연습이 필요할 것 같다. 매장에서 소비자의 후각 경험을 극대화하는 장치 같은 것이 마련되어 있는가.
현재는 하고 있지 않은데 예전에는 ‘올팩셔너리(Olfactionary, Olfactive Dictionary(후각 사전)의 준말)’ 키트가 있었다. 향수 제조에 사용하는 40개의 기본 천연 에센스다. 현재는 내부 교육용으로만 사용하고 있는데, 직원들 교육시킬 때 향료를 뿌린다. 이걸로 후각 실험을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여러분 이것은 비타 오렌지 향이에요’라고 말하면 그 말을 듣고 본인이 갖고 있는 정보를 떠올리면서 ‘쓰고 달겠지 하고 맡아보면서 쌉쌀하고 달콤하네요’라고 답한다. 향을 맡아보게 하고 ‘무슨 향일까요?’라고 물으면 잘 모른다. 우리는 에센스 병에 이름을 붙이지 않았다. 소비자도 마찬가지다. 그들이 선택한 향수에 ‘이런 원료가 들어가요’하며 보여주고 향을 맡아보게 하면 대개 ‘이게 뭐지?’ 하면서 수수께끼 풀듯이 과정을 즐긴다.
 
르 라보는 매장에서 소비자와 편하게 향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향에 대한 지식을 더하면서 관계를 형성한다. 판매에 대한 압력은 전혀 없다. 고객이 원할 때 판매한다는 원칙을 실천하고 있다. 판매에 욕심내는 대신 과정을 같이 공유하고 느끼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결국엔 모든 것이 커뮤니케이션을 통해서 이루어진다.

 

 

 

 

사람들에게는 자신이 좋아하는 향이 있다. 향수 매장에 가면 ‘그 향을 찾을 수 있을까’라는 기대함이 있다. 내가 좋아하는 향을 어떻게 설명할까 고민하는 순간부터 브랜드 경험은 시작된다고 본다. 전체적인 관점에서 브랜드 경험 디자인을 고민하고 프로세스화한 것이 있는지 궁금하다.
르 라보 브랜드와 소비자의 접점이 극대화되는 곳이 매장이다. 우리는 매장을 매장이라고 하지 않고 놀이터(Playground)라고 부르는데, 그것이 포인트다. 앞서 언급했지만, 우리는 재미와 추억, 탐구, 발견을 지향한다. 소비자는 *놀이터에서 후각에 대한 경험을 하면서 노는 것이다. 우리는 소비자가 향을 즐길 수 있는 공간을 만들기 원했고, 고객이 왔을 때 자연스럽게 커뮤니케이션하고 소개하는 자리를 마련하고 싶었다. 물론 고객이 제품을 선택하면 이후 고객에게 특별한 기억을 제공하고 만들어드리는 것까지 포함한다. 르 라보는 고객들의 개성과 취향을 존중하며, 소비자에 맞춰 소비자가 원하는 그 자리에 있는다.

 

 

르 라보 브랜드와 소비자의 접점이 극대화 되는 곳이 매장이다.
우리는 매장을 매장 이라고 하지 않고 놀이터(Playground) 라고 부르는데,
그것이 포인트다.

 

 

향수제조과정
1. 냉장고에 보관된 신선한 에센셜 오일을 꺼낸다.
2. 저울 위에 비커를 얹고 정량의 알코올을 붓는다.
3. 각 향기별 용법에 따라 스포이드로 에센셜 오일을 투입한다.
4. 잘 혼합되도록 투명해질 때까지 스틱으로 섞는다.
5. 공병에 좀 전에 조합한 신선한 향수를 붓는다.
6. 기계를 이용하여 병입을 마무리한다.
7. 전용기계를 사용하여 한 번 더 쉐이킹 작업을 시행한다.
8. 향수 캡으로 닫고 마무리한다.
9. 향수 제조일자와 장소, 고객이 원하는 문구로 레이블링을 만든다.

 

 

보통 메이크업 브랜드 같은 경우 매 시즌별로 새로운 제품이 나올 때마다 자체적으로 프로모션을 진행하는데, 르 라보는 어떤가. 브랜드를 알리고 경험을 확대하기 위한 프로모션이나 이벤트가 있는지 궁금하다.
르 라보는 2년에 한 번 글로벌 이벤트 ‘시티 익스클루시브(City Exclusive)’를 실시한다. 시티 익스클루시브는 세계 8개 도시의 르 라보 부티끄(Boutique)에서만 판매하는 리미티드 에디션 향수다. 최상급 유기농 원료로 만든 에센셜 오일 함유율이 30% 정도 되며 오직 개인 주문만 가능하다. 기존의 클래식 컬렉션보다 유니크하고 럭셔리한 것이 특징이다. 지난 2011년에 열렸고 올해 9월부터 45일간 글로벌로 동시에 진행됐다. 국내 르 라보 ‘코너(Corner)’는 이번에 부티끄만이 참여할 수 있는 릴레이에 참여하는 특별한 기회를 가졌다. 한국에서는 보통 시티 익스클루시브 향수를 딱 10일간 판매한다. 판매 기간과 판매 장소, 판매량이 제한되어 있다. 향수 가격은 두 배에 달한다. 보통 행사가 끝나고 판매하는 경우가 있는데 시티 익스클루시브 컬렉션은 다른 때에 상시 구매할 수 없다. 매 시즌 새로운 제품을 소개하지 않는 대신 다른 곳에서는 경험할 수 없는 고급스러운 향으로 소비자에게 특별한 브랜드 경험을 제공한다.

 

 

 

 

매장에서의 브랜드 경험도 그렇고 브랜드 접점에 있는 ‘사람’은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다. 특히 향수를 제조하고 상담해야 하기 때문에 직원 채용에 심혈을 기울일 것 같은데, 채용 기준이나 교육 과정이 있나.
개인적으로 르 라보를 경험하면서 생각 자체가 다르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예를 들면 스킨 케어 제품을 판매하는 직원 채용이라면, 피부도 예쁘고 얼굴도 투명하며 키도 커야 할 것 같다. 실제 그런 채용 기준을 적용한다. 향수 판매라면 어때야 할까. 르 라보에는 그런 기준이 없다. 실험실에 어울리는 유니폼 대신 앞치마를 두른다. 르 라보라는 브랜드를 좋아하고 우리 향을 좋아하는 것이 최고의 덕목이라고 말한다. 고객과의 커뮤니케이 션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근무 시간은 11시부터 7시까지. 11시부터 7시까지 영업한다는 것은 곧 판매에 목숨 걸고 악착같이 일하지 않는다는 말이다. 재미있고 즐거운 분위기에서 일하기를 독려한다. 가령 매장 분위기를 보면 뉴욕시 맨해튼 지역의 롤리타(Nolita)가 위치적으로 소호(SoHo)보다 연령대가 낮기 때문에 그에 맞춰 소비자와 친구처럼 편안하게 대화한다. 한국에서는 상상할 수 없는 브랜드다.
 
개인적으로 르 라보에 와서 많이 바뀌었다. 사람도 브랜드에 따라서 달라지는 것 같다. 원래 나는 정형화된 것을 중시하고 클래식하고 완벽한 것을 좋아했는데, 점점 그렇지 않은 것도 좋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브랜드 철학이 ‘와비 사비(Wabi-Sabi)’다. 덕분에 소박하고 우아한, 조용하고 자유로운, 시간의 흔적이 묻어나는, 쓸수록 값어치가 높아지는 것의 소중함을 배웠다. 이젠 최고의 것을 추종하고, 억지로 만드는 것보다 그냥 자연스럽게 그 자리에 있는 것이 더 아름답게 보인다. 고객들에게 그런 브랜드 경험을 주고 싶다.

 

 

향수 개발에서 판매까지의 타임라인
1) 향수 기획(최근에 New Floral의 꽃 향수 두 개가 동시에 출시되었는데, 르 라보는 그동안 중성적이고 개성 강한 향
이 많아서 조금 더 꽃 향을 가미한 향수를 만들어보자는 의도에서 기획되었다).
2) 예산안 작성.
3) 상품 기획.
4) 향수 제작. 퍼퓨머(Perfumer)를 물색하고 그 사람에게 만들고 싶은 향수를 제안하면, 퍼퓨머가 향수를 만들어 옴 .
5) 퍼퓨머가 만든 샘플을 가지고 이건 ‘진한데, 강한데, 로즈가 더 많았으면 좋겠다’는 식의 의사 전달 및 커뮤니케이션 조정 과정을 거친다. 이 과정은 1년 6개월 정도 소요된다.
6) 다양한 서류작업. 향수를 제작하고 판매하기 위해 승인 절차를 밟는다. 상품을 승인받기까지 6개월의 시간이 걸린다. 특히 유럽은 서류 심사 과정이 조금 늦게 진행되는 편이어서 더 많이 걸리고, 미국이나 다른 나라는 그에 비해 조금 짧은 편이다.
7) 서류를 기다리는 동안 본사에서는 상품으로 만들기 위한 준비 과정을 거친다. 포장부터 용기, 로고 타입, 전시, 홍보물 작성, 브랜드 소개 카탈로그 등 상품으로서의 가치를 더하는 작업이 진행된다. 그리고 세계 각 나라마다 준비해야 할 일이 있다. 각 매장 직원들 교육도 필요하고 제품을 효과적으로 소비자에게 전달하기 위한 일련의 커뮤니케이션 과정이 이루어진다. 이런 준비 과정을 거쳐 향수가 탄생하고 판매가 완료되기까지 걸리는 시간은 1년 반에서 2년, 많이 걸리는 경우는 3년 정도다.

 

 

브랜드 경험을 제공하는 것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뭐라고 생각하나.
브랜드와 소비자 접점에서 고객을 이해하는 것, 그뿐만 아니라 고객이 눈으로 보고 귀로 듣고, 경험이 코로 확장되는 감성, 그런 커뮤니케이션이 중요하다. 르 라보 고객들은 이런 경험에 대한 기대치를 가지고 우리 브랜드를 바라볼 것이다. ‘어떤 경로로 올까. 우리 브랜드를 접한 다음에는 어떤 이미지를 가지게 될까. 우리가 바라는 삶이 좀 더 아름다워지는 경험의 모습은 구체적으로 무엇인가’. 소비자의 눈으로 많이 생각하고 시뮬레이션해서 그런 경험으로 이어질 수 있는 여러 장치를 만든다. 이 모든 것은 일종의 커뮤니케이션이다. 르 라보와 소비자는 감각을 통한 대화가 가능하다. 감각은 감성을 두드리는 힘이 있다. 우리는 그 힘으로 소비자와 관계 맺고 르 라보만의 메시지를 전한다.

우리는 기획과정에서 브레인스토밍을 많이 한다. 르 라보는 창의성과 독창성에 중점을 두며, 대량 생산이 불가능하고 상업적이지 않은 브랜드이기 때문에 작은 조직으로 운영하고 있다. 따라서 제품을 기획하고 만드는 과정에서 자유롭게 하고 싶은 것을 피력하는 편이다. 또한 소비자 관점에서 그들의 니즈와 원츠를 이해하고 좋은 점들을 보완하고 더해가려는 의지와 브랜드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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