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Story, My Concept
휴먼브랜드의 무브먼트, 컨셉휠 볼륨배지시즌배지

고유주소 시즌2.5 / Vol.24 Vol.24 휴먼브랜딩 (2012년 03월 발행)

‘비평하다’라는 뜻의 ‘critic’은 어원적으로 보면 ‘구별하다’ ‘분별하다’를 의미하는 라틴어 ‘krinein’에서 왔다. 구별한다는 것은 다른 것과 달리 그것만이 가지고 있는 가치를 분류해내는 것을 말한다. 아이덴티티를 찾는 과정은 자신이 만들어온 스토리를 바로, 비평해보는 것이다. 영화를 본 후, 그 영화가 다른 영화와 다른 점, 그 영화만이 지고 있는 특별한 점, 혹은 아쉬운 점, 그 영화가 흥행에 성공하지 못한 이유, 또는 관객과의 공감을 기가 막히게 끌어낸 이유 등을 분석하고 해석해주는 비평가처럼 아이덴티티를 찾는 작업은 자신의 스토리로 만들어진 영화를 보고 스스로가 비평가가 되어 분석해보는 작업이라 할 수 있다. 자, 지금부터 당신이 이제껏 만들어온 삶의스토리를 떠올리며, 날카로운 비평의 촉수를 세워보라. 아마도 쉽지는 않을 것이다. 지나온 세월만큼이나 스토리의 러닝타임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당신의 영화가 상영되기 전 먼저 두 편의 영화를 보여주길 원한다. 아직 이 영화에 대한 어떤 스포일러도 공개된 적이 없다. 두 편의 영화를 보는 동안, 당신이 끊임없이 생각해야 할 것은 그들을 움직이게 하는 그 무언가다. 그 무언가를 찾을 무렵, 당신의 영화를 어떻게 감상해야 할지 감이 잡힐 것이다.

삶은 결과가 아니라 스토리다

2003년, 전 세계가 일제히 이란을 주목했다. 그곳은 29년간 머리가 붙어 한 몸으로 살아온 샴쌍둥이의 분리 수술 현장이었다. 주인공은 라단, 랄레흐 비자니 자매. 사망 확률이 높음에도 불구하고 이 자매가 수술을 선택한 이유는 다름 아닌 “나를 찾고 싶다”라는 간절함 때문이었다. 안타깝게도 자매의 이 간절함은 끝내 이뤄지지 못했다. 수술 도중 사망했기 때문이다.

 

《개성의 탄생》의 저자 주디스 리치 해리스는 동일한 유전자를 가지고 있을 뿐만 아니라, 29년이나 똑같은 환경 속에서 자랐음에도 불구하고 전혀 다른 사람으로 성장한 이 자매를 예로 들면서 개성에 대한 화두를 던진다. ‘개성’을 뜻하는 ‘individuality’라는 단어를 살펴보면 ‘분리되다’라는 뜻의 ‘divide’에서 파생된 것임을 알 수 있다.

 

divide, 그러니까 분리되고, 분리되고, 또 분리되어 더 이상 분리될 수 없는 상태가 바로 개성이다. 따라서 개성이란 나를 ‘유일무이한 존재임을 증명해주는 증거’라 할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아이덴티티의 비슷한 말을 개성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나만의 고유한 아이덴티티가 남을 때까지 쪼개어 간다는 것은 어떤 것일까?

 

“나는 누구인가?” 다시 한 번 이 질문을 생각해보자. 수많은 사람들이 이 질문에 매달렸지만 어느 누구도 답을 찾을 수 있는 이른바 ‘로직(logic)’은 만들지 못했다. 사람이란 그렇게 쉽게 분해되고 쪼개어 그 속을 들여다볼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아이덴티티는 수학공식처럼 미분과 적분을 몇 번 하면 결과물로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얘기다.

 

미국의 정신분석학 박사인 제임스 힐먼의 얘기를 들어보자.

“유전학과 환경의 상호작용이 인간의 삶을 형성한다는 이론은 인간 개인의 특수성이라는 본질적인 개념을 빠뜨리고 있음을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 (중략) 인간이 원인과 결과를 바라보는 방식을 보면 ‘이 일이 일어났기 때문에 내가 이럴 수밖에 없다’ 혹은 ‘○○○ 때문에 내가 이런 것이다’라고 생각하는 것은 인간을 하나의 결과물이라고 얘기하는 것이다.”

 

이러한 힐먼의 얘기를 빌어 미국의 자기계발 전문가인 톰 버틀러 보던은 “인간은 결과가 아닌 스토리다”라고 얘기한다. 이것이 바로 미분과 적분을 통해 아이덴티티를 찾을 수 없는 이유다. 우리의 삶은 어떤 공식에 의한 결과적인 결론이 아니라, 수많은 스토리들의 축적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다시 나만의 고유한 아이덴티티가 남을 때까지 쪼개어 간다는 것은 어떤 것일까, 라는 질문으로 돌아가보자. 인간의 삶이 스토리라면, 혹 나와 동일한 스토리를 구축한 사람이 있을까?

 

 

미국의 자기계발 전문가인 톰 버틀러 보던은
“인간은 결과가 아닌 스토리다”라고 얘기한다.
이것이 바로 미분과 적분을 통해 아이덴티티를 찾을 수 없는 이유다.
우리의 삶은 어떤 공식에 의한 결과적인 결론이 아니라,
수많은 스토리들의 축적이기 때문이다.

 

 

29년 동안 한 몸으로 산 라단, 랄레흐 비자니 자매도 서로 다른 스토리를 구축했기에, 그들은 몸의 분리를 원했을 것이다. 이런 사실을 토대로 볼 때 고유한 아이덴티티가 남을 때까지 쪼개어간다는 것은 바로 나는 ‘왜’ 이러한 스토리를, 그러니까 다른 사람과는 구별된 스토리를 구축하게 됐을까, 하는 그 근원적 이유를 찾아가는 과정이다.

 

“나는 왜 이런 내용의 소설을 쓰게 되었을까?”

“나는 왜 아프리카만 여섯 번을 갔다 왔을까?”

“나는 왜 직장을 네 번이나 옮기게 되었을까?”

 

이처럼 자신이 구축해온 삶의 스토리를 ‘왜’라는 잣대로 쪼개고 쪼개어 갔을 때 그 마지막에 남는 것, 그것이 바로 당신을 다른 사람과 다른 유일무이한 사람으로 만들어주는 당신만의 핵심 키워드이며, 아이덴티티다.

 

우리는 이제 두 사람이 만든 사람의 스토리를 들어볼 예정이다. 한 명은 쌈지농부의 천호균 대표이며, 다른 한 명은씨에스에이크리에이티브의 조성아 대표다. 이들이 만들어 온 삶의 스토리에 ‘왜’라는 질문을 해가며 끊임없이 쪼개어 나갔을 때, 그들에게 어떤 것이 남는지 살펴보길 바란다. 자, 본론은 이제 시작이다.

 

 

 

“나는 나의 길을 간다”
The interview with 쌈지농부 대표 천호균

 

 

역시나, 그는 우리를 실망시키지(?) 않았다. 붉은 색의 바지에 군밤장수 모자라 불리는 귀달이모자를 쓰고 등장한 천호균 대표. 천 대표의 캐릭터는 ‘독보적’이라는 말이 절대 어색하지 않을 정도로 그만이 만들어낼 수 있는 독특함이 있다. ‘거지백’을 시작으로, 그의 행보는 언제나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쌈지, 놈, 딸기를 비롯하여 쌈지스페이스, 쌈지사운드페스티벌, 쌈지길 등 당시 시장에는 없었던 새로운 브랜드와 트렌드를 선보일 때마다 천호균 대표의 이름 앞에는 ‘특이한’ ‘독특한’ ‘별난’ 이라는 단어가 꼭 붙어 다녔다. 2년 전 쌈지의 부도 소식이 들리며, 천 대표는 그야말로 한때 신화를 일구었던 ‘전설’이 되어 역사에 묻히는 듯했다.

 

하지만 이도 잠시 그는 새로운 명함을 들고 사람들 앞에 등장했다. 명함에는 놀랍게도 ‘농부’라고 적혀져 있다. 그런데 이게 참, 묘하게 잘 어울린다. 몇 십 년 동안 동시대 사람들보다 앞서 살아야 하는 패션업계에 종사한 그임에도 불구하고 동시대보다 조금은 느린 삶의 속도를 즐기는 농부라는 직함이 절대 어색하지 않다.

 

자, 우리는 이 아이러니한 상황에서 그의 아이덴티티의 실마리를 풀어가보고자 한다. 첫 번째 질문은 그의 이름 앞에 붙는 수식어에서부터 출발한다. 다름 아닌, 무엇이 그를 이러한 독특한 아우라를 발산하게 하는가, 이다.

 

 

당신의 이름 앞에는 어떤 수식어가 붙습니까?

 

 

 

 

당신의 이름 앞에는 늘 ‘특이하다’ ‘독특하다’ 등의 단어가 붙는다. 이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사실, 난 특이한 사람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웃음). 그런데 왜 내가 특이해 보일까, 그것은 ‘경영인’이라는 기준으로 봤을 때 그렇다고 생각한다. 사실 내가 경영자가 될 거라는 생각을 단 한 번도 해 본 적이 없다. 그렇기 때문에 어린 시절부터 그에 대한 공부나 준비도 하지 않았다.

 

그러다 보니, 나에게는 경영에 대한 공식이 없다. 경영인들이 기업을 운영해나가면서 필요한 일종의 상식이 나에게는 없다 보니, 나는 자유롭게(?) 경영을 해나갔다. 이런 모습이 특이한 사람이라는 모습으로 비춰진 것 같다.

 

 

하지만 납득이 안 된다. 수많은 브랜드를 통해 당신이 보여준 독특한 발상들은 어떻게 설명하겠는가?
쌈지를 만들면서 생각했던 것 중의 하나가 지속가능한 비즈니스를 해야 한다는 거였다. 그러면서 ‘예술’을 떠올리게 됐다. 예술은 영원한 것 아닌가. 

 

예술 중에서도 내가 유독 관심을 가졌던 것은 우리만의 아름다움이었다. 것도 사라져가는 아름다움 말이다.

 

 

 

“예술은 쌈지의 영원한 테마입니다”라고 공표하며 예술과의 접점을 찾아 다녔다. 난 이 약속을 반드시 지키고 싶었다. 내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 중의 하나를 꼽으라면 나는 약속을 꼽는다.

 

예를 들어, 지나가는 말이라도 누군가와 어떤 일을 같이 하자고 얘기를 했다면 오랜 시간이 흘러도 그와 그 일을 도모한다. 그만큼 나에게 허튼 약속은 없다. 하물며 이것은 고객과의 약속이 아닌가. 반드시 지켜야만 하는 약속이라 생각하니 지혜와 아이디어가 생기더라.

 

말이 안 되는 것도 지키면 말이 된다. 도저히 실행할 수 없는 약속을 지키려고 노력하다 보면 그곳에서 이노베이션이 일어난다. 그게 바로 사람들에게 독특한 발상이라고 보여진 거 아니겠나.

 

 

약속이 독특함의 근원이 된 거라면, 그렇다면 당신에게 약속이란 구체적으로 어떤 의미인가?
예술가들을 만날 때마다 항상 나누는 얘기가 있었다. 주위의 사라져가는 아름다움에 대한 안타까움이다. 예를 들어, 재래시장 같은 것 말이다. 최고의 디자인은 세월이 만들어낸 디자인이라 생각한다.
 
그러던 중 예술가들로부터 종종 이런 전화를 받게 되었다. 양장점, 방앗간 등을 인수해주지 않겠냐고 말이다. 사라지는 아름다움을 지켜달라는 마지막 호소였다.

 

그러나 내가 모두 살 수는 없지 않는가. 그래서 내가 할 수 있는 방법을 찾기 시작했다. 그 고민 끝에 탄생한 것 중의 하나가 쌈지길이다.
 
쌈지길은 사라져가는 골목길을 재현해낸거다. 이게 약속이다. 쌈지스페이스이나, 쌈지사운드페스티벌도 그렇다. 실력 있는 젊은 작가들과 음악의 고수라 불리는 인디밴드들이 항상 필요로 하는 것은 ‘공간’이었다.

 

그래서 작가들에게는 작업 공간을, 인디밴드들에게는 공연장을 만들어 주어 그들의 예술 활동을 후원했다. 이것을 돈벌이 때문에 하겠나? 아니다. 약속이다. “쌈지의 영원한 테마는 예술”이라고 했을 때는, 단순히 브랜드를 통해서 무언가를 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 속에서 감당해야 할 예술 활동까지도 말하는 것이다.

 

이 약속을 지켰더니 이진경 작가를 비롯해 장기하와 얼굴들, 럼블피쉬, 넬 등과 같은 멋진 음악가들도 발굴할 수 있었던 거 아니겠나. 스스로에게 지어주는 의무감, 책임감, 이게 바로 약속이다.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실행이다. 내가 실행하지 않았다면, 그것은 약속이라는 이름으로 불려질 수 없었을 거다.

 

 

 

 

‘특이한’이라는 천 대표에게 붙는 수식어의 소위, 기원을 쫓아 올라가다 보니 ‘약속’이라는 것에 이르게 되었다.

 

약속 : 자신이 내뱉은 말에 대해 의무감 혹은 책임감을 갖는 것. 그리고 그것을 실행으로 옮기는 것. 그랬을 때 얻는 최고의 수확은 이노베이션.

 

천 대표에게 있어 약속은 이렇게 재정의 된다. 물론, 천 대표는 “약속을 지켜나가는 것은 무척이나 힘들다”라고 고백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에게 약속이란 삶의 율법과도 같은 것이기에, 오히려 지키지 않으면 “훨씬 더 고통스럽다”라고 얘기한다.

 

그가 삶을 통해 보여준 일련의 결과물들에 ‘특이한’ ‘독특한’이라는 수식어가 붙을 수 있었던 것은 바로 치열하게 지켜낸 약속의 작품들이다. 그런데 한 가지 눈여겨볼 만한 점이 있다.

 

 

스스로에게 지어주는 의무감,  책임감, 이게 바로 약속이다.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실행이다.

 

 

약속이라는 이름으로 그가 이루어온 것들을 보면 그 중심에 ‘아름다움’이 있다는 것을 금세 알 수 있다. 천 대표도 말했다시피 “쌈지의 영원한 테마는 예술입니다”라는 약속을 지키고자 한 결과이겠지만, 그에게 있어 아름다움은 단지 약속의 대상만은 아닌 듯하다. 그에게 두 번째 질문을 던져보자.

 

 

당신이 지키고 싶은 가치는 무엇입니까?
당신은 마치 아름다움을 지키는 수호자 같다. 아무리 약속이라고 하지만, 정말 목숨 걸고 지키는 듯한 모습이다.
쌈지를 경영하면서 예술가들과 만났을 때, 화려하거나 세련되었다고 해야 하나, 아무튼 그런 장르는 지극히 개인적인 성향에서 감동으로 다가오지 않더라(웃음). 반면 토속적이고, 소위 말하는 촌스럽다고 하는 것은 대번에 나와 공감대가 형성되었다.

 

생각해보니 내가 살아온 환경이 비록 시골은 아니지만, 많은 식구들이 북적대며 사는 서민의식이라고 해야 할까, 이런 것들이 깔려 있으니까 귀족적인(?) 향기가 풍기는 것에 대해서는 정서적인 교집합이 없던 게다. 이런 나의 본성들이 있다 보니, 쌈지에서 추구하는 아름다움은 촌스러운 것, 소외된 것, 사라지는 것, 불편한 것, 문명에는 반대되는 것, 그러한 것들이 되었다.

 

하지만 나의 본성도 본성이지만, 예술가들은 남들이 보지 못하는 가치를 보는 사람들이지 않나. 이들과 함께 있는 시간이 많아지면 많아질수록 나도 자연스럽게 그러한 것을 보는 눈이 떠지게 되었다. 가치를 부여 받지 못한, 그러나 사실은 아주 가치 있는 것들이 보이기 시작하더라.

 

사람과 사물을 보면서 전에는 보지 못했던 아름다움을 깨닫게 될 때 나는 정말 행복하다. 이렇게 귀한 것들을 보게 되었는데 그것을 지키고 싶지 않겠는가. 안 지키고는 못 배기는 거다(웃음).

 

 

무엇이 그렇게 아름답던가. 당신이 발견한 가장 아름다운 것이 무엇인지 궁금해진다.
너무나 잘 알고 있지만 또 너무나 모르고 있는 바로 ‘사랑’이다. 주위의 작가들을 보면서 그들의 크리에이티브가 어디서 나올까 유심히 관찰해봤다.
 
그것이 무엇인지 아나? 바로 희생적인 사랑에 대한 경험이더라. 헌신적인 사랑에 대한 경험은 보이지 않는 것을 보이게 한다. 그래서 나는 직원 면접을 볼 때 어떤 사랑을 경험해봤는지 꼭 질문한다.

 

쌈지농부가 탄생된 것도 바로 이 사랑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어느 날 시골길을 걷는데 과거에는 별 생각 없이 지나가던 길이었지만, 그날은 논밭의 아름다움이 눈에 들어오지 않겠나. 사랑하니까 보이지 않던 아름다움이 보이게 된 거다. 그러고 보니 농사야말로 진짜 예술이라는 생각이 들더라.

 

하지만 이 역시 점점 소외되고, 사라져가고 있는 예술이더라. 본격적으로 농사와 농부를 살리는 길이 무엇일까를 고민하게 되었다. 이렇게 해서 탄생한 것이 바로 쌈지농부다. 만약 짧은 시간 안에 사랑하기, CEO들끼리 사랑하기 대회, 이런 것이 있다면 1등할 자신이 있다(웃음).

 

 

당신에 의해 정말 예전에는 보이지 않던 것들이 보이게 된 것들이 많다. 쌈지스페이스에서 발굴된 아티스트들도 그렇고, 쌈지페스티벌은 인디밴드들의 등용문 역할을 하지 않았나.
맞다. 지금은 농부들을 발굴하고 있는 중이다. 예술가들이 세상을 바꾸는 역할을 하는 사람들이라면, 농부들은 세상을 구하는 사람들이더라. 
 
지금은 돌아가신 한살림운동을 하셨던 장일순 선생만 봐도 그렇지 않나. 자연을 살리며, 생명운동을 하는 것이 뭐냐. 세상을 구하는 것 아니냐.

 

그래서 나는 전국 방방곡곡을 다니며 좋은 농부들을 찾아 사람들에게 소개하고, 또 그들이 가꾼 농산물들을 안전하고, 공정하게 유통될 수 있도록 유통망을 개척해주고 있는 거다. 무엇보다 가진 재주가 디자인이니, 농부들의 정성이 올곧게 소비자들에게 전달되게 하기 위해 농산물 패키지들을 디자인해주는 등 디자인컨설팅도 해주고 있다.

 

내가 만약 사랑을 몰랐다면, 그래서 아름다움을 보는 눈이 없었다면 농사에 대해 관심이나 가졌을까? ‘농사’라는, 어찌 보면 매력적인 아이템이 아닌 이것을 통해 수많은 비즈니스 아이템을 만들 수 있었을까? 아니다. 사랑했기 때문에 이 모든 것이 가능했다.

 

 

시작은 약속을 지키기 위해에서 비롯되었는지 모른다. 하지만 결국 천 대표는 그 과정 속에서 그만의 명분은 물론이거니와 더 나아가 ‘초월적 책임감’이라 할 수 있는 사명감을 가지게 되었다. 더 이상 그에게 아름다움은 단지 “쌈지의 영원한 테마는 예술입니다”라는 명제의 실현이 아니라 그의 생을 통해 이루고 완성해야 할 ‘가치’가 된 것이다.

 

이 가치를 기준으로 천 대표가 일궈온 일련의 결과물들을 다시 바라보면, 그의 촉수는 언제나 (그가 거듭해서 강조한) ‘보이지 않는 아름다움을 보이게 하는 것’에 뻗어 있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삶에서 자신이 생각하는 중요한 가치를 규명하는 것은 아이덴티티를 찾아가는 데에 있어 핵심이라 할 수 있다.

 

왜냐면, 생각해보라. 아름다움이 모두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일까? 아니다. 모든 사람이 아니라 ‘그’ 사람에게만 중요한 가치라는 것은 그만의 독특한 본성이 담겨 있다는 것의 방증이다.

 

 

결국 천 대표는 그 과정 속에서 그만의 명분은 물론이거니와
더 나아가 '초월적 책임감'이라 할 수 있는 사명감을 가지게 되었다.

 

 

자, 이쯤 되면 한 가지 궁금해지는 것이 있을 듯하다. 지금까지 그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도대체, 왜 실패했을까? 그가 지키고자 하는 소위, 약속이라는 것의 결과에 해당하는 것은 실패보다는 성장이 훨씬 더 어울리는 말이기 때문이다. 세 번째 질문이다.

 

 

당신이 실패에서 얻은 것은 무엇입니까?

아픈 이야기라고 생각된다. 그러나 피할 수 없는 질문이기도 하다. 쌈지가 부도 처리되었을 때 사람들에게 적잖은 충격을 안겨줬다. 실패의 이유를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생긴대로 살지 않아서 인 것 같다(웃음). ‘생긴 대로 살자’가 나의 모토인데 지나온 시간을 돌이켜보면, 그렇지 못했던 순간들이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쌈지가 추구하는 예술은 말했다시피 소외된 아름다움이다. 때문에 브랜드의 방향성 또한 소외된 마니아들을 향해 갔어야 했는데, 그것을 인식할 새 없이 순식간에 기업이 커져버렸다.
 
 
그러한 상황에서 언더그라운드 문화를 추구해야 하는 것이 우리의 본질이면서도 브랜드 가치를 높여야 한다는 생각에 스타 마케팅도 해야 하지 않을까 하는 등 내부적인 가치 충돌도 있었다.

 

결국 영화사를 만드는 등 사업을 확장하면서 원래 우리가 해야 할 일들 외에, 다른 일들도 하다 보니 한계점에 다다르게 된 것 같다. 그 시점에 이르니 정말 내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 아주 선명하게 보이더라.

 

그래서 돈을 잘 벌어야 하는 패션잡화 브랜드들은 모두 매각을 하기로 하고, 나는 쌈넷 등 문화예술 컨텐츠들을 기반으로 하는 브랜드와 ‘쌈지농부’ ‘딸기가 좋아’만을 집중하기로 했다.
 
이 브랜드들은 모두 뚝심을 가지고 오랫동안 끌고 가야 할 것들로, 소위 당장 돈이 되는 브랜드가 아니다(웃음). 하지만 이것이 바로 내가 해야 하는 일이라는 걸 알게 되었다.

 

 

실패를 통해 자신이 누구인지, 그래서 무엇을 해야 하는지 선명하게 알게 되었다는 말인가. 그렇다면 Before와 After라고 해야 할까, 실패 이후 당신에게 온 가장 큰 변화는 무엇인가?
현재 눈에 보이는 현실은 너무나 불안하다. 이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마음이 너무나 평안하다면 믿겠는가? 이건 진실이다. 왜냐면, 쌈지가 매각되는 과정을 지켜보면서 나에게 꿈이 하나 생겼기 때문이다.

 

바로 ‘가치만으로 사업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하는 것이다. 쌈지농부나, 딸기가 좋아는 모두 소위 사업성보다는 이 사회에 반드시 필요한 가치를 전하는 브랜드라 할 수 있다. 과거에도 물론, 브랜드의 가치에 대해서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비즈니스 아래에 가치를 두었다. 지금은 오로지 가치만으로도 기업을 운영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려고 한다. 그런 생각에서 쌈지농부를 사회적 기업으로 만들게 되었다. 가치만으로도 기업을 경영하는 데에 성공한다면 후배들에게 굉장한 도전을 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그들을 위해서 나는 지금 몸소 실험을 하고 있는 것이다. 내가 하나의 밀알이 되어 가치만으로도 기업을 경영할 수 있다는 것을 확증해내는 것 말이다.

 

 

좋은 가치가 좋은 기업, 브랜드를 만든다는 말에 동의한다. 하지만 분명, 쉬운 일은 아니다. 가치만으로도 기업을 운영하면서 궁극적으로 당신이 이루고자 하는 것은 무엇인가?
그 얘기를 하려면 먼저 2008년으로 거슬러 올라가야 할 것 같다. 당시, 디자인 올림픽이 열렸는데, 주제가 ‘미래의 디자인’이었다. 수많은 기업들이 그곳에 참여해 첨단 사회의 디자인들을 선보였다. 그러나 쌈지에서 보여준 디자인은 다름 아닌 ‘농사’였다.

 

 

 

 

왜? 그때 나는 스스로에게 이런 질문을 던졌기 때문이다. “미래에는 과연 무엇에 가치를 두는 사회가 될 것인가?” 먼 미래에도 가치가 있는 것이라면, 그것은 가장 오래된 문명이라 생각했다. 그 답이 농사였던 것이다. 여기가 바로 가치만으로도 기업이 운영될 수 있다, 라는 확신을 가지게 된 출발점이 아닌가 싶다.

 

내가 이렇게 할 수 있었던 보다 근원적인 이유는 결국 무한경쟁 시대에서 생존경쟁자는 ‘선한 사람’이 될 거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기업은 이 선한 가치를 만들어내기 위해 존재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사람들이 쌈지의 인재상은 무엇이냐고 물을 때면, 항상 ‘착한 사람’이라고 대답했던 이유도 이 때문이다.

 

착한 사람들이 모여 선한 가치를 실현해내기 위해 기업을 운영한다면, 생각해보라. 사회가 어떻게 될지(웃음).

 

 

당신이 생각하는 선하다, 착하다는 어떤 의미인가?
나를 넘어서, 너와 나, 그리고 우리, 더 나아가 사회, 그것을 초월하면 한 나라, 더 넘어서면 자연,
 
이렇게 나를 향해 있던 시선을 점점 밖으로 돌려 ‘함께’ 사는 것에 관심을 가지는 것, 그것을 선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몇 년 전부터 나는 하루에 하나씩 착한 일을 하자라는 결심을 하고, 그것을 지켜나가고 있는 중이다.

 

한 번은 강의를 하게 되었는데, 강의를 들으러 오는 사람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착한 일에 여러분도 동참해주십시오. 불을 끄고 강의를 하면 어떨까요?” 에너지 절약이라는 착한 일을 나는 물론이거니와 강의를 들으러 온 사람들도 함께 하자고 권유한 것이다. 깜깜한 공간에서 강의를 했는데, 의외로 반응이 너무 좋았다.

 

항상 오늘은 어떤 착한 일을 할까, 고개를 돌려 보면 할 수 있는 일들이 많다. 나의 아버지가 돌아가시기 전에 내 손을 꼭 잡고 한 말이 있었다. “늘 착한 마음을 기억하라”는 것이었다. 유언은 약속이 아닌가. 그 약속을 지금 실현하고 있는 거라 할 수 있다.

 

 

《프루스트를 좋아하세요》에서 알랭 드 보통은 고통에 대해 이렇게 얘기한다.

 

“자동차가 잘 움직이고 있는데 그 복잡한 내부 기능에 대해 배워야 할 이유가 어디 있는가? 오직 고뇌에 빠졌을 때만이 알 수 있는 것이다.” 그렇기에 알랭 드 보통은 고통이야 말로 ‘삶의 완전한 기술’이라고 얘기한다.

 

그의 말에 비추어 천 대표를 보면, 고개가 끄덕여질 것이다. 천 대표는 고통을 통해 자신의 내부에 있는 근원적인 갈망의 실체를 확인했다. 다시 한번 알랭 드 보통의 얘기를 들어보면 “고통이란 불행이긴 하지만, 그것은 삶의 의미와 가치를 찾을 수 있는 생산적인 불행”이라고 말한다.

 

천 대표에게 있어서도 실패는 곧 생산적인 불행이 되어 자신이 추구하고 싶은 삶의 목적과 의미를 발견하게 했다. 아이덴티티 키워드를 찾아가는 데 있어 고통이라는 프레임을 통해 삶을 바라봐야 하는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 그것은 삶 속에서 자신이 추구하는 본질이 무엇인지 알 수 있게 하기 때문이다.

 

물론, 천 대표는 쓰라린 실패를 맛 보기 전에도 그가 무엇을 원하는지에 대해 전혀 모르지는 않았다. 하지만 실패라는 사건이 그의 삶을 관통하는 순간, 하지 말아야 할 것이 무엇인지 명쾌하게 알게 된 것이다. 하지 말아야 할 것을 모두 제하면 결국, 해야 할 것만 남게 된다. 바로 이것이 삶의 목적일 테다.

 

 

천호균의 컨셉휠

지금까지 세 가지 질문을 통해 천 대표의 삶을 따라가 보니, 다음과 같이 다섯 개의 문장으로 요약해볼 수 있었다.

 

그는 약속을 매우 중요하게 생각한다.
그는 아름다움을 최고의 가치라 생각한다.
그는 소외된 아름다움을 발견해내고, 그것을 널리 알리는 것을 자신의 사명이라 생각한다.
그는 사랑을 통해 세상을 바라본다.
그는 선한 가치의 추구가 결국 생존경쟁에서 이긴다고 생각한다.

 

다시, 이 문장에서 중요한 단어만을 골라 보면 다음과 같다.

 

약속, 실행, 아름다움, 소외된 것, 사랑, 선한 가치.

 

이 여섯 개의 단어를 숙지하고,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 천 대표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이 여섯 개의 단어가 마치 하나의 사이클을 이루는 듯 반복적으로 나오는 것을 알 수 있다.

 

만약 당신이 이 여섯 단어의 주인공이 천호균 대표라는 사실을 모른다고 하자. 당신은 이 단어들을 삶의 가치 키워드로 살아가는 사람을 어떤 사람이라고 말할 텐가? 먼저, 천호균 대표의 말을 들어보자.

 

 

지금까지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당신은 기업가, 경영자보다는 오히려 그 반대에 서 있는 사람처럼 느껴진다. 당신은 스스로를 어떻게 부르고 싶은가? 천호균답다는 것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인디음악, 젊은 작가들, 서민적인 것, 소외된 것들… 내가 좋아하는 코드들이다.
 
다시 정리해보면 나는 이것들을 발견해내는 것뿐만 아니라, 사라지지 않도록 하기 위해 기업을 운영하면서 소비자들과 얘기했다.
 
그런 의미에서 나는 이러한 것들을 지키는 의무를 가진, 운동가라고 해야 할까, 그게 바로 천호균다움이라고 얘기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는 스스로를 운동가라고 불렀다. 사전에는 운동가가 이렇게 정의되어 있다. ‘어떤 목적을 이루려고 힘쓰는 사람.’ 이 단어를 통해서 다시 위의 여섯 개의 단어를 바라 보자. 그리고 다시 질문해 보겠다. 그는 어떤 사람이라고 말할 수 있는가?

 

그는 약속을 실행하는 운동가다.
그는 소외된 아름다움을 위한 운동가다.
그는 사랑으로 선함을 만드는 운동가다.

 

이 세 문장을 압축하여 하나의 상징적 단어를 만든다면 무엇이라 표현할 수 있을까? 이 질문은 바꿔 말하면 그는 ‘어떤’ 운동가라고 할 수 있는가, 이다. 물론, 여기서 ‘정답’이라는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 다만, 누구에게나 붙일 수 있는 보편적인 단어보다는 좀 더 천 대표의 본질을 뚜렷하게 보여줄 수 있는 단어를 선택하면 좋다.

 

 

 

 

운동가라는 단어에서 다시 출발해보면, 그가 추구하는 운동은 보이지 않는 아름다움을 발굴해내는 것이며, 약속의 실현을 통해 결국에는 선한 가치를 만들어내는 것이다. 즉, 비폭력적인 운동이며, 평화주의의 운동이며, 혹은 가치에서부터 출발하는 인문주의적 운동이다.

 

‘Peaceful Crusader’, 비폭력적으로, 평화를 지향하며, 모두 함께 조화롭게 살기 위해(Peaceful) 자신이 옳다고 믿는 것을 이루기 위해 장기적으로 단호한 운동을 벌이는 사람(Crusader). 어떤가? 유니타스브랜드는 천 대표를 ‘Peaceful Crusader’라고 정리해보았다.

 

이것이 천 대표의 아이덴티티 키워드이며, 첫 번째 휠에 들어갈 단어다. 자, 본격적으로 그의 컨셉휠을 그려보도록 하자.

 

 

Peaceful Crusader라는 아이덴티티 키워드에서 시작된 휠은
핵심 가치로 확장되고,
더 나아가 이것들이 그의 삶에서 의미하는 것으로 뻗어나갔다.

 

 

1. 첫 번째 휠, 아이덴티티 키워드

그와의 인터뷰를 통해 그의 삶을 몇 개의 문장으로 구성해본 후, 다시 이 문장을 몇 개의 단어로 정리해보았다. 그리고 최종적으로 Peaceful Crusader라는 그의 아이덴티티 키워드를 도출해냈다.

 

 

2. 두 번째 휠, 아이덴티티 키워드의 핵심 가치

Peaceful Crusader는 무엇을 목적으로 존재하는, 혹은 존재해야 하는 사람인가? 이런 질문을 해 보았을 때, 앞서 정리해 보았던 3가지 단어로 표현할 수 있다.

 

소외된 아름다움을 위해, 사랑으로 선한 가치를 만들기 위해, 약속의 실행을 위해. 즉, Peaceful Crusader가 추구하는 중요한 가치는 아름다움, 선함, 약속이라는 세 가지 단어로 설명할 수 있다.

 

 

3. 세 번째 휠, 핵심 가치의 의미

그렇다면, 이 세 개의 가치는 그에게 어떤 의미인가? 구체적인 의미들을 적어보면, 그가 생각하는 가치에 대한 정의가 무엇인지 알 수 있다. 결국 천 대표에게 있어 아름다움이란 지속가능한 예술이며, 영원한 삶의 테마일 뿐만 아니라, 오래된 문명이며, 미래의 가치라 할 수 있다.

 

그런가 하면 선함이란, 나를 넘어서서, 더불어 사는 삶을 추구하는 것, 함께 연합하는 것, 그리고 결국에는 생존경쟁자가 되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약속은 신뢰에서 시작하며, 의무감이며, 책임감이지만, 이것은 변혁을 불러일으킨다.

 

 

 

 

위의 컨셉휠이 바로 완성된 천호균 대표의 컨셉휠이다. Peaceful Crusader라는 그의 아이덴티티 키워드에서 시작된 휠은 그가 생각하는 핵심 가치로 확장되고, 더 나아가 이것들이 그의 삶에서 의미하는 것으로 뻗어나갔다. 물론, 이것은 천 대표의 짧은 인터뷰를 통해 만들어진 것이기에 수정되거나 혹은 보완될 여지가 충분히 있다.

 

하지만 여기에서 눈여겨 봐야 할 것은 이것이다. 천 대표가 그간 구축해온 스토리를 끊임없이 쪼개가며, 그는 왜 이런 수식어가 붙을까? 그는 왜 이런 가치를 중요하게 생각할까? 그는 왜 실패를 했을까? 라는 질문을 통해 삶을 조명해본 결과물이 바로 컨셉휠이라는 것이다.

 

다시 말해, 오랜 시간에 걸쳐 그가 만들어온 스토리들을 쪼개가며, 이 스토리들이 무엇을 중심으로 만들어졌는지, 그 배열을 해본 것이 컨셉휠이라는 말이다. 자, 다시 한번 천 대표의 컨셉휠을 보자. 어떤가? 삶에 대한 그의 철학과, 그가 삶을 대하는 태도, 그리고 삶의 목적이 무엇인지 짐작할 수 있지 않은가?

 

 

 

당신의 삶을 디자인해 드립니다
The interview with 씨에스에이크리에이티브 대표 조성아

 

 

조성아LUNA, 조성아RAW, 조성아22. 홈쇼핑을 즐겨보는 사람이 아니더라도 TV 채널을 돌리면서 이 세 개의 브랜드가 방송되는 것을 한 번쯤은 본 적이 있을 것이다. 그리고 어김없이 이어지는 ‘매진’이라는 단어도 또렷하게 들어봤을 것이다.

 

이 세 개의 브랜드가 런칭되자마자 사람들의 관심을 단숨에 끌 수 있었던 것의 상당 부분이 ‘조성아’라는 이름 때문이라는 것을 부정하지는 못한다. ‘스타’라는 꼬리표가 붙은 우리나라 최고 배우들의 메이크업 아티스트로서, ‘분장사’라 치부되던 직업을 메이크업 아티스트라는 예술가로 끌어올린 장본인이 바로 조성아 대표이기 때문이다. 

 

그런 그녀의 노하우가 전수된 브랜드들이 선을 보인다는 것은 뷰티 제품에 관심이 많은 소비자들에게는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정작 조 대표는 “나는 화장품을 만든 것이 아니다”라고 얘기한다. 또한 “화장품을 팔 생각도 없다”라고 얘기한다.” 그러면서 “나는 라이프스타일을 디자인해 주는 것이다”라고 말하는 조 대표. 그녀의 컨셉 휠은 바로, 그녀가 직접 명명한 그녀의 모습에서부터 시작해야 할 것 같다.

 

 

나는 휴먼브랜드다
“저는 휴먼브랜드예요. 22년 전, 처음 이 길을 걸을 때부터 저는 제 스스로가 브랜드라고 생각했어요.”

 

혹자는 이 문장만을 본다면 아주 극단적으로 말해 ‘교만함’이라는 단어를 떠올렸을 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자연스러움’이라는 단어가 훨씬 더 잘 어울린다고 한다면 어떤가? ‘자연스러움’이란 꾸미지 않고, 순리에 맞으며 당연한 것을 뜻하는 단어다. 그녀의 말을 조금 더 들어보자.

 

 

브랜드라는 것이 뭔가. 명확한 자신의 아이덴티티로 사람들과 소통하는 것 아닌가. 만약 내가 메이크업 아티스트가 아니라 fine-art를 계속 하고 있었다면, 나는 나를 브랜드라고 얘기하지 않았을 거다. 왜? fine-artist라고 한다면, 그것은 그냥 나의 작품세계를 하면 그뿐이다.

 

그러니까 그것을 알아주는 사람이 있든 없든, 내 그림을 어떻게 해석하든 상관하지 않는다. 그저 자신의 길을 묵묵히 걸어가면 된다. 하지만, 메이크업 아티스트는 그렇지 않다. 명확하게 말해 철저하게 상업적인 영역에 서 있다.

 

그렇기에 내가 하는 작업을 사람들과 공유하고 싶고, 널리 알리고 싶고, 내가 알고 있는 그간의 경험과 무엇보다 나의 철학을 함께 공유하여 나와 같은 행복을 누렸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그런 의미에서 나는 언제나 스스로를 ‘브랜드’라는 관점에서 본다.

 

처음 이 일을 시작했던 22년 전에도, “나는 브랜드다”라고 생각했던 것도 이 때문이다. 결국, 내가 되야 할 것은 브랜드가 아닌가?

 

 

 

 

그녀의 말대로 22년이 지난 후, 그녀는 단순히 인간 조성아가 아닌 하나의 브랜드가 되었을 뿐만 아니라, 자신의 아이덴티티를 고스란히 닮은 세 개의 브랜드까지 런칭했다. 그렇기에 스스로를 일컬어 휴먼브랜드라고 말하는 그녀의 말은 지극히 자연스럽다.

 

유니타스브랜드가 말하는 휴먼브랜드야말로 자기다움이 너무나 명확해 그것을 제품 브랜드로까지 확장할 수 있는 강력한 아이덴티티를 지닌 사람이기 때문이다. 이처럼 그녀가 휴먼브랜드가 될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끊임없이 스스로에게 예언적 발언을 한 ‘자기암시’의 결과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그것보다 더 근원적인 이유는 따로 있었다.

 

 

난 수학을 아주 못했다. 그런데 부모님은 나에게 수학을 못 한다고 야단치지 않았다. 대신 나는 미술을 너무나 잘했다. 선생님들이 천재라고 부를 정도였으니까. 부모님은 나의 미술적인 재능만을 칭찬해주었지, 못하는 부분을 애써 찾아내서 그것을 잘하게끔 강요하지 않으셨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레 내 가치에 대해 알게 된 것 같다. 우리의 눈은 바깥을 향해 있어서 자꾸만 다른 사람과 상황을 보게 된다. 그런데 그 눈을 자기 안으로 돌리기 시작하면, 나를 보게 된다. 나는 항상 스스로를 보는 훈련을 많이 했다.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또 싫어하는지, 뭘 할 때 행복해하는지 등에 대해 항상 생각했다. 심지어 나는 화장실 가서도 늘 생각하는 사람이다. 그러다 보니, 나를 정확하게 알게 되고, 정체성에 대해 훨씬 더 빨리 깨달은 것 같다.

 

 

 

 

조 대표는 인터뷰 내내 “나는 ○○○하다”라는 말로 자신을 분해했다가 조립했다가를 반복했다. 그녀는 스스로에 대해서 아주 자세하게, 그리고 구체적으로 알고 있었다.

 

무엇보다 프랑스의 철학자 몽테뉴가 “인간이 만든 위대하고 고귀한 걸작은 목적 있는 삶을 사는 것이다”라고 말한 것처럼, 그녀는 자신이 목적에 대해 무엇보다 분명하게 알고 있었다. 우리는 그녀 스스로가 자신을 바라보는 그 눈을 따라, 순차적으로 그녀의 컨셉 휠을 그려보기로 했다.

 

먼저, 컨셉 휠의 가장 가운데 휠인 아이덴티티를 알아가는 질문부터 던졌다.
“당신은 스스로를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나는 라이프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다
당신에게는 몇 개의 직함이 있다. 메이크업 아티스트인 조성아를 비롯하여, 씨에스에이크리에티브의 대표이자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조성아 엣 폼의 CEO가 그것이다. 당신은 무엇이라고 불리기를 원하는가?
당연히 나는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다. 난 항상 사람들에게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의 피를 가지고 있다고 말한다(웃음). 크리에이티브 디렉터가 무언가. 내가 생각하고 있는 의식, 철학, 비주얼 등을 쉽게 말해 형상화시키는 디렉션을 하는 사람 아닌가. 어떤 사람은 그것을 비디오로 보여주고, 어떤 사람은 오디오로 보여주고, 나는 메이크업이나 화장품으로 형상화해서 보여주는 것이다.

 

 

그렇다면 당신이 디렉션하여 형상화하고 싶은 것은 무엇인가?
나는 최고의 스타에서부터 소위, 상위 0.1%라고 불리는 그런 사람들의 메이크업을 담당했다. 그런데 놀라운 것은 이렇게 예쁜 얼굴을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얼굴에 항상 만족하지 않는다는 거였다.

 

최고의 메이크업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모습에 대해 자신 없어 하며, 스스로를 초라하게 생각하는 그들을 보면서 이건 아니다, 라는 생각이 계속 들더라. 결국 외모에 대한 불만족이 라이프스타일까지도 영향을 줘 심각한 마음의 병까지 안고 사는 사람들을 보면서, ‘진짜 아름다움’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다. 한 번 봐라. 내가 예쁜 얼굴인가? 아니다. 

 

하지만 나는 내 얼굴을 너무나 좋아한다. 바로 이거다. 내가 내 얼굴을 어떻게 생각하느냐에서 아름다움이 출발한다.

 

나는 어렸을 때부터 내 입술을 참 좋아했다. 친구들도 항상 입술이 이쁘다고 했다. 하지만 내가 스스로를 김태희와 비교하는 순간, 이 예쁜 입술이 보이지 않는다. 그저 김태희의 눈만 보일 뿐이다.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가장 아름다운 부분은 보지 못하고, 부족한 부분을 먼저 보기 때문에 언제나 스스로에 대해 만족하지 못하는 거 아닌가.

 

그러나 나의 예쁜 입술만을 본다면, 그 입술에서부터 시작하여 머리부터 발끝까지 자신감으로 뒤덮을 수 있다. 내가 브랜드를 만들게 된 것도 이 때문이다. 생각해보니 스타들이 이렇다면 일반인들은 더 심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 번 셈을 해보니 메이크업 아티스트로서 만날 수 있는 사람이 하루에 많아 봐야 20명, 열흘이면 200명이고, 1년이면 고작 2천 명에 불과하더라. 더 많은 사람들과 만나기 위해서는 브랜드를 런칭할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나는 단 한 번도 화장품을 만들어 판다고 생각한 적이 없다. 나는 라이프스타일을 만들어준다고 생각한다.

 

아이들을 장난감 코너에 데리고 가봐라. 그러면 엄마가 골라봐, 라고 말을 안 해도 막 달려가서 이것 저것 가지고 놀아보지 않나. 바로 이것이다. 내가 브랜드에 담고자 했던 것은 화장을 한다는 것을 ‘놀이’로서 즐겁게 체험하게끔 해주는 거였다.

 

화장을 할 때마다 내 단점은 이거니까 몇 단계의 화장에 의해 가려야 하고, 7단계에 거쳐 얼굴에 빛을 줘야 하고… 얼마나 스트레스인가. 화장을 하는 것이 어떤 단점을 커버하기 위한 수단이 아니라, 스스로가 즐기는 자발적 놀이가 된다면, 비로소 자신만의 아름다움이 무엇인지 찾을 수 있는 여유가 생긴다.

 

 

앞서 아이덴티티란 스스로의 신념에 의해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그러한 신념이 실체(entity)가 되어 타자에게 승인이 되었을 때 비로소 완성되는 것이라 했다. 그런 의미에서 그녀 스스로가 읊은 ‘라이프스타일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이하 라이프스타일 CD)’라는 이른바 그녀의 아이덴티티 키워드는 그녀의 삶 속에서 어떻게 실재가 되고 있을까?

 

이것을 알아보는 방법은 이렇다. 이 키워드가 그녀의 삶을 이루는 다양한 영역에서 일관성을 이루고 있는가를 살펴보는 것이다. 유니타스브랜드는 그녀의 삶을 크게 세 가지의 파트로 나누어 보았다.

 

첫 번째는 개인적인 영역이며, 두 번째는 소비자와의 관계 영역, 그리고 세 번째로는 직원과의 관계 영역이다. 즉, 그녀가 타인과 맺고 있는 관계를 기준으로 영역을 구분해본 것이다. 여기에서 관심의 촉수를 뻗어야 할 것은 각각의 영역에서 라이프 CD라는 무브먼트가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가 이다.

 

 

그녀의 아이덴티티 키워드는
그녀의 삶 속에서 어떻게 실재가 되고 있을까?
이 키워드가 그녀의 삶을 이루는 다양한 영역에서
일관성을 이루고 있는가를 살펴보는 것이다.

 

 

Part 1. 조성아

어떤 배우가 당신을 ‘정말 예측불가한 사람’이라고 말하더라. 당신에게서 사람들은 늘 획기적이고 놀라운 것을 원하는 것 같다.
나에 대한 키워드를 하나 꼽으라면 조이풀(Joyful)이다. 나는 일을 한다고 생각한 적이 없다. 그저 내가 좋아하는 것을 즐긴다고 생각한다. 그러다 보니 일 자체가 삶이다. 일과 쉼, 왜 이렇게 구분하지 않나. 나에게는 그런 경계가 없다. 천성이 굉장히 긍정적이다.

 

몇 년 전, ‘성공시대’라는 TV프로그램을 한 적이 있다. PD가 나에게 이런 주문을 하더라. 아팠던 기억들, 고통 받고 상처 받았던 것들, 이런 것들을 어떻게 극복하여 지금의 내가 되었는지를 보여줘야 한다고. 난 안하겠다고 했다.

 

왜? 나는 그런 사람이 아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어떤 사건이 일어났다고 하자. 그 사건이 나에게 큰 교훈을 주는 사건이었다. 그렇다면 그 사건이 교훈을 주고 끝나야지 내가 그 사건을 곱씹고 또 곱씹고 했을 때는 끊임없이 과거로 되돌아가는 거다.

 

나는 철저하게 미래중심적인 사람이다. 이러한 성향 때문에 나는 사람들보다 한 발자국 앞서서 사람들이 원하는 것을 만들어내게 되는 것 같다.

 

 

미래지향적인 삶을 추구한다면, 당신의 삶은 정말 예측불가할 것 같다(웃음). 당신이 삶을 대하는 태도라고 해야 할까, 어떤 태도를 취하는지 궁금하다.
나는 삶은 물음표라고 정의한다. 삶이란 계속해서 진화한다고 생각하는데, 진화의 코드에서는 누구도 예상할 수 없다. 경험으로부터 비롯된 축적된 데이터나, 인간이 생각할 수 있는 얕은 계산 등이 약간의 참고는 될 수는 있다. 하지만 절대적인 정답이 될 수는 없지 않은가.

 

그렇기 때문에 삶은 인생에서 만나는 꼬리에 꼬리를 무는 물음표들에 대한 정답을 찾아가는 거다. 이렇게 생각하면 삶이 정말로 조이풀하다고 느껴지지 않을까? 누구도 예측할 수 없기에, 그 누구의 답이 아니라, 나만이 찾을 수 있는, 그러니까 조성아만이 찾을 수 있는 정답을 찾는다고 생각하면 얼마나 신이 나는가.

 

 

그렇다면 인생에 만난 물음표를 해결하는 당신만의 방법은 무엇인가?

난 호기심이 아주 많다. 그러다 보니 관찰력이 매우 뛰어나다. 조성아LUNA에서 가장 인기 있었던 제품 중의 하나가 ‘보니 블러셔’다. 딸아이가 목욕을 하고 나왔는데, 뽀얀 피부에 볼이 발그스레 하더라. 순간 이거다! 했다. 솜털 안에서 베어 나오는 붉은 볼이 바로 여성들의 워너비가 아닐까, 했던 거다. 여기서 아이디어를 얻어 만들어진 것이 ‘보니 블러셔’다.

 

대부분 사람들이 재미있는 건 재미있는 거고, 무서운 건 무서운 거라고 단정적으로 생각하고 만다. 아이가 목욕을 하고 나오면, 목욕하면 원래 볼이 그렇지 뭐, 하고 끝이다. 하지만 나는 모든 것을 반전의 각도에서 본다. 그러면 재미있는 상황이 굉장히 슬픈 상황으로 역전되기도 한다. 이처럼 관점을 한 곳에 두지 않고 360˚로 전 방위적으로 돌려가면서 보다 보니, 물음표를 해결해나가는 나만의 독특한 방법들이 생기기 시작하더라.

 

 

 

 

Part 2. 조성아와 소비자
조성아라는 이름으로 브랜드를 만들었을 때, 아무리 당신이 알려주고자 하는 라이프스타일이 있다 해도 그것을 소비자에게 표현하는 것은 또 다른 것 아닌가?
맞다. 메이크업 강의를 많이 하는데, 어느 날 내 강의를 듣는 내내 사람들이 필기하는 것을 보면서, 메이크업은 이렇게 공부하는 게 아닌데, 하는 생각을 했다. 왜 필기를 할까,

 

유심히 살펴보니 PH밸런스가 어떻고, 하는 나의 전문 용어가 익숙지 않다 보니 필기를 하는 거란 걸 알게 되었다. 그래서 그 다음부터 이렇게 했다. “땀구멍이 너무 크면 개기름이 잘잘 흘러요.” 이게 그 사람들의 언어 아닌가.

 

브랜드를 처음 만들 때, 사실 아티스트이기에 오프라인에서 멋진 숍을 내고 싶었다. 사실, 누가 그렇지 않겠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홈쇼핑이라는 채널을 선택한 것은 강의를 할 때 느꼈던 그 갭을 줄일 수 있는 것은 홈쇼핑밖에 없다는 결론을 냈기 때문이다.

 

홈쇼핑을 통해 유통, 판매를 한다고 하자 다들 나를 소위 ‘장사꾼’이라는 시선으로 보더라. 그러나 나의 경험을 통해 소비자들과 충분히 소통할 수 있는 방법은 이것밖에 없다는 확신이 있어 강행했다.

 

 

소통을 중요하게 생각한다면, 당신이 생각하는 진정한 소통이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나는 방송을 할 때 대본이 없다. 왜? 대본은 짜여진 각본 아닌가. 그럴 때는 만들어진 의도가 담기게 된다. 그러나 내가 만든 제품은 대부분 나의 경험을 통해 만들어진 것들이다.

 

정말 이 제품을 만들 때 내가 했던 생각, 경험들을 제대로 전달하려면 각본이 아니라, 진정성만 있으면 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대본없이 있는 그대로의 사실과 경험을 얘기한다. 대부분의 브랜드들이 상품을 만들어 놓고, 거기에 컨셉과 스토리를 싣지 않나.

 

하지만 내가 만든 제품들은 그 반대다. 이미 컨셉과 스토리가 있는 상태에서 브랜드가 만들어진다. 소통이란 진정성이 담보되지 않으면 안된다. 만약, 진정성이 담보되지 않았다면, 방송에서 나의 오디오와 비디오가 안 맞았을 것이다(웃음).

 

 

Part 3. 조성아와 직원
직원들에게는 어떤 CEO로 불리는지 궁금하다. 당신의 리더십 성향을 얘기하라면 무엇이라 할 수 있는가?
나는 사실, 딱 한 가지만 강조한다. 직원들한테 하는 얘기는 이거다.

 

“당신은 여기서 종으로 일을 하느냐, 아니면 오너십으로 일을 하는가?”
“당신은 자신을 브랜드라고 생각하고 일을 하느냐, 아니면 시키는 일만을 쳐내는 것에 급급해 하는가.”

 

되게 과격한 표현이지만, 노예 근성으로 일을 하느냐와 스스로를 브랜드라고 생각하고 일을 하느냐는 굉장한 차이가 난다. 후자처럼 일을 하면, 아무리 일이 힘들고 또 감정적으로 업 다운이 계속 된다 하더라도 내가 주도적이 되어 그 상황을 충분히 즐길 수 있다.

 

하지만 노예처럼 일을 하면 모든 동기가 타인으로부터 비롯되기 때문에 항상 강요받고 있다고 생각하고, 결국 스스로를 자학하며 행복하지 않다고 생각하게 된다. 그땐 정말, 그야말로 노동을 하게 된다. 브랜드가 되려면 자신을 존중하고 사랑해야 한다.

 

이것은 바로 자신감으로부터 나온다. 이때야 비로소 오너십으로 일할 수 있게 된다. 그렇기에 궁극적으로 나는 직원들에게 자신감을 원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직원들이 브랜드로서 설 수 있도록 어떤 도움을 주고 있는가?
예를 하나 들어보겠다. 직원들의 명함에 자기 시리얼 넘버를 새기게 한 적이 있다. 예를 들어, 1825라고 했을 때, 자신이 입사한지 1825일이 되었을 때, 그러니까 입사한지 딱 5년이 되었을 때 자신만의 브랜드를 런칭하겠다, 라는 등의 자신만의 의미와 스토리가 있는 시리얼 넘버를 새기게 한 것이다.

 

생일과 같은 평범한 것은 절대 안 된다. 브랜드라는 것이 자신만의 컨셉과 스토리를 만드는 것 아닌가. 이게 바로 스스로를 브랜드로 만들어가는 하나의 과정이 되는 거다. 이처럼 우리 회사의 특징 중의 하나가 스스로가 만든 기준에 의해 주도적으로 일을 할 수 있는 시스템을 끊임없이 구축하는 것이다.

 

그 흔한 학력 기준도 없고, 호봉도 없다. 과거에 어디에서 몇 년을 일했는지도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것은 자신이 얘기한 그 컨셉대로 살고 있는가 이다. 내가 하는 역할은 바로 그 컨셉대로 살도록 멘토가 되어주는 거다(웃음).

 

 

그 흔한 학력 기준도 없고, 호봉도 없다.
과거에 어디에서 몇 년을 일했는지도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것은 자신이 얘기한 그 컨셉대로 살고 있는가 이다.
내가 하는 역할은 바로 그 컨셉대로 살도록 멘토가 되어주는 거다.

 

 

다시, 라이프스타일 CD로 가보자. 사실, 메이크업 아티스트라는 직업은 굉장한 창의성을 요하는 직업이다. 그렇기에 그녀가 스스로를 이렇게 명명한 것은 어쩌면 너무나 당연한 것일 테다. 그러나 단지 직업적인 영역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그녀가 삶 속에서 맡은 그녀의 역할에서 모두 라이프스타일 CD로서의 역할을 감당하고 있을 때만이 이것을 그녀의 아이덴티티라 말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이것은 짧은 인터뷰에서 증명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이 인터뷰 속에서 라이프스타일 CD가 추구하고자 하는 철학이나 태도 등의 일관성을 발견한다면 그것만으로도 그녀는 라이프스타일 CD로 살고 있음을 가늠해볼 수 있을 것이다.

 

자, 지금까지 그녀의 인터뷰를 통해 각각의 영역에서 그녀가 라이프스타일 CD로서 어떻게 실체화되고 있는지 살펴보자.

 

 

Part 1. 라이프스타일 CD의 삶의 태도

인생은 물음표이기에 답을 찾아가려면 360도의 전 방위적인 관점이 필요하다. 호기심이 너무 많다. 그래서 남들이 생각지 못하는 것을 발견한다. 미래지향적인 사람이다. 사람들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늘 먼저 찾게 된다.

 

 

Part 2. 조성아와 소비자 : 라이프스타일 CD의 커뮤니케이션

소비자에게 라이프스타일에 관한 철학을 알려주기 위해 눈높이 대화법이 필요하다 진정한 소통이란 자신의 철학과 경험을 실제로 나누는 것이다. 아티스트로서의 욕심보다 대중들의 욕망에 맞춰 홈쇼핑을 선택했다.

 

 

Part 3. 조성아와 직원 : 라이프스타일 CD의 철학

모든 직원은 브랜드다. 그들을 브랜드로 보아야 그들 또한 라이프스타일 디렉터가 될 수 있다. 경력이나 스펙보다는 어떻게 주도적으로 일하는가가 훨씬 더 중요하다. 직원들의 자기스러움이 무엇인지 찾아주는 것이 CEO의 역할이다.

 

물론, 라이프스타일 CD는 보는 사람에 따라 다르게 해석될 수 있다. 그러나 여기에서 조 대표가 얘기하는 라이프스타일 CD는 누구를 모방하는 삶이 아니라 자신만의 고유한 삶을 살 수 있도록 돕는 사람이라 할 수 있다.

 

이것을 아름다움이라는 도구를 통해 만들어주는 사람이 바로 그녀가 말하는 라이프스타일 CD다. 이런 의미로 라이프스타일 CD를 본다면, 그녀는 개인적인 영역을 비롯해 소비자와의 관계, 기업의 CEO로서의 역할에서도 라이프스타일 CD로서 그 정체성을 드러내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그렇다면 이제부터 생각해봐야 할 것은, 라이프스타일 CD가 추구하는 핵심 가치가 무엇인가이다. 바로 두 번째 휠을 구성할 목록이다. 이것은 각각의 파트에서 그녀가 중요하게 언급했던 몇 가지 가치 키워드들을 통해 찾아볼 수 있다.

 

 

Part 1. 물음표, 호기심, 반전의 시각, 조이풀, 미래지향적, 긍정적
Part 2. 조성아와 소비자: 소통, 진정성, 소비자들의 언어
Part 3. 조성아와 직원: 오너십, 자신감, 브랜드, 자기주도적

 

 

이 단어들 중에서 가장 각 파트를 아우를 수 있는 가장 핵심적인 단어를 고른다면 당신은 무엇을 고를 것인가? 이것을 다시 그녀의 인터뷰를 토대로 하여 하나의 문장으로 만들어보면 좀 더 명쾌해진다.

 

 

Part 1. 인생은 물음표다. 그렇기에 긍정적이 되면, 항상 호기심과 반전의 시각을 가지고 조이풀한 삶을 살 수 있으며, 미래지향적이 된다.
Part 2. 조성아와 소비자: 소비자와 관계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소통이다. 진정성을 가지고 그들의 언어로 소통하는 것 말이다.
Part 3. 조성아와 직원: 직원들은 모두가 브랜드이다. 그렇기에 자기주도적으로 오너십을 가지고 일하게 해줘야 한다. 그것의 근원은 바로 자신감이다.

 

 

이렇게 볼 때, 좀 더 전체를 포괄적으로 아우를 수 있는 개념은 긍정적, 소통, 자신감으로 압축될 수 있다. 결과적으로 이 단어를 제외한 나머지 단어들은 이 단어들을 좀 더 구체화하고, 의미를 확장해서 설명해주는 단어들에 해당되기에 세 번째 휠을 구성하는 단어로 자리매김 되어진다. 이렇게 해서 완성된 조성아 대표의 컨셉휠은 다음과 같다.

 

 

 

 

메이크업 아티스트에서 브랜드를 만들기까지 그녀가 만들어온 삶의 스토리의 근원이 바로 이것이라 할 수 있다. 물론, 이 컨셉휠도 그녀의 모든 것을 말해준다고는 할 수 없다. 하지만, 그녀의 삶이 어떤 에너지원을 가지고, 어떤 방향으로 흘러가는지 짐작할 수 있다.

 

무엇보다 조성아LUNA에서부터 조성아22까지 단순히 조성아 대표가 만든 브랜드가 아니라, 왜 그러한 브랜드 철학을 가지게 되었는지 십분 이해할 수 있다. 자. 그렇기에 그녀의 컨셉휠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브랜드 by 휴먼브랜드

아래의 컨셉휠은 바로 앞서 만나본 천호균 대표와 조성아 대표의 컨셉휠에서 네 번째 휠을 더 그려본 것이다.

 

 

천호균의 컨셉휠

 

 

조성아의 컨셉휠

 

 

지난 vol. 20 ‘브랜드 창업’을 통해 유니타스브랜드는 창업자의 ‘오리진(Origin)’이 결국 브랜드의 ‘온리진(Only gene)’이 된다고 얘기했다. 즉, 브랜드란 자기다움으로 남과 다름을 추구하는 것이기에, ‘자기다움’을 만들기 위해서는 바로 창업자만이 가진 오리진을 브랜드의 초석으로 삼았을 때, 결국 이것이 씨앗이 되어 브랜드의 온리 진이 될 수 있다는 것이었다.

 

휴먼브랜드란 이미 자신만의 오리진이 무엇이 명확히 아는 사람들을 일컫는다. 즉, 어느 분야에서 ‘기준’이 된 사람들로 이들은 하나의 가치를 상징하는 사람들이라 할 수 있다. 그렇기에 이들이 어떻게 자신의 브랜드를 통해 그 가치를 발현시켜 나갔는지를 살펴보는 것은 중요하다.

 

사실, 이런 이유로 천호균 대표와 조성아 대표를 이번 인터뷰이로 삼았다. 이들은 독특한 삶으로도 주목받지만, 자신만의 브랜드를 런칭하여 성공하였다고 평가 받는 창업자이자 브랜더이기 때문이다.

 

자, 위의 컨셉휠을 다시 보자. 어떤가? 쌈지, 쌈지농부, 그리고 조성아RUNA, 조성아RAW, 조성아22라는 브랜드가 왜 이러한 브랜딩을 하고 있는지 그 명확한 이유에 대해 알수 있지 않은가. 이들은 모두 자신의 아이덴티티를 브랜드에 그대로 투영시켰다. 이것은 그들의 다음 이야기를 들어보면 훨씬 더 분명하게 알 수 있다.

 

 

천호균 이제는 쌈지답다와 천호균답다가 구별이 안 되는 것 같다. 오랫동안 나는 내가 고민하고 생각하는 것들을 쌈지와 그리고 현재 쌈지농부를 통해 실현시켜 왔다. 그랬더니 내가 성숙하면 브랜드가 성장하고, 또 브랜드가 성장하면서 내 인생의 깊이도 더 깊어지더라.

 

조성아 조성아LUNA에서부터 조성아22까지, 내가 추구했던 것은 조성아스러움을 브랜드를 통해 담아내려고 했던 것이다. 그러니까 내가 추구하는 아름다움의 철학을 말하고자 브랜드를 만든 것이기에 그 철학을 제대로 말할 수 있는 방법을 연구했다. 그게 점점 진화하여 조성아22까지 왔다. 조성아22가 바로 나를 가장 닮은 브랜드라 할 수 있다. 이제 나의 혈통과 가장 비슷해졌다.(웃음)

 

 

천호균 대표와 조성아 대표를 휴먼브랜드라고 부를 수 있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단순히 자신만의 확고한 삶의 철학을 가지고 있는 것을 넘어 그 철학과 그리고 거기에서 발현된 가치를 기반으로 브랜드에서도 동일하게 그 철학과 가치를 그대로 실현하고 있기 때문이다.

 

스코틀랜드의 정신과 의사인 R.D. 랭이 쓴 《분열된 자아》에서 랭은 정신분열자와 그렇지 않은 사람을 이렇게 구분한다. 전자를 비통합적 인간, 후자를 통합적 인간이라고. 그러면서 통합적인 인간은 살과 뼈의 감각을 가지고 비전을 품으며, 그 비전대로 살아가려는 사람이지만, 비통합적 인간은 몸과 마음 사이의 간격이 커서 육체와 정신이 따로 산다고 얘기한다.

 

좀 더 자세히 말하면, 비통합적 인간은 몸과 마음 사이의 간격이 큼으로 인해, 그들의 진정한 자아는 내면 깊숙이 숨어버려서 세상과 만나는 지점에서 그들은 ‘거짓 자아 시스템’을 작동시킨다는 것이다. 물론, 이것은 정신질환 환자와 그렇지 않은 환자를 구분하기 위해 랭이 사용한 언어이지만, 휴먼브랜드 관점에서 보면 사실 많은 사람들이 바로 이러한 비통합적 인간으로 살아가고 있다. 

 

 

자신의 삶의 스토리를 쪼개보면서
이 스토리가 왜 만들어졌는지에 대한 근원적인 이유를 찾아
그것을 컨셉휠로 그려보았을 때,
자신이 통합적 인간으로 살고 있는지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자신이 생각하는 아이덴티티와 타인이 자신을 바라보며 생각하는 아이덴티티 사이에 균열이 일어나 자신을 더욱 거짓 자아 시스템 속에 가둬두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컨셉휠은 바로 통합적 인간으로 살기 위한 최적의 도구다.

 

자신의 삶의 스토리를 쪼개보면서 이 스토리가 왜 만들어졌는지에 대한 근원적인 이유를 찾아 그것을 컨셉휠로 그려보았을 때, 그리고 그것이 자신의 삶 속에서 무브먼트가 되어 어떻게 작동되고 있는지 관찰해보았을 때, 자신이 통합적 인간으로 살고 있는지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천호균 대표와 조성아 대표가 그의 아이덴티티를 삶의 영역은 물론이거니와 브랜드와 비즈니스 영역에서도 동일하게 작동시키는 것처럼, 만약, 당신이 휴먼브랜드로서 완성되어 가기를 원한다면 반드시 컨셉휠을 그려보라. 당신이 정말 통합적인 인간으로 살아가고 있는지, 확인해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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