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드의 자기다움, 사람으로 완성하다: 고어
Step 1. G to G: Gene to Gene 볼륨배지시즌배지

Written by 김인규  고유주소 시즌2.5 / Vol.27 브랜드의 제자도, 브랜드십 (2012년 10월 발행)

직원의 50~60%가 자신이 리더라고 생각하는 기업, 360도 전방위 시스템을 통해 서로가 서로를 평가하는 기업, 대표의 집무실이 없는 기업, 직책이나 직급에 상관없이 서로의 이름을 부르는 기업. ‘이런 기업이 실제로 존재할까?’라는 질문을 하는 건 당연한 일일 테다. 하지만 이것은 시작에 불과하다. 이 기업에는 기업이라면 응당 있어야 할 규칙이나 법규 같은 것이 거의 없다. 대신 도전적이고 실험적이며, 어떤 것은 신비롭기까지 한 ‘그들만의 약속’이 존재할 뿐이다. 이 기업은 다름아닌 고어(Gore)다. 지난 Vol. 16 ‘브랜드십’ 특집을 통해 고어를 소개하고 난 후, 지금까지도 위의 질문을 받고 있는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 고어가 가진 조직문화는 여느 기업에서 쉽게 볼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질문은 이렇게 바뀌어야 하지 않을까? 고어는 ‘어떻게’ 이러한 조직문화를 가지게 되었을까? 조금 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고어는 ‘어떻게’ 초전도체의 브랜드십을 가지게 되었을까? 자, 한번 생각해보자. 고어는 초전도체(Vol. 16 p. 32 참조)가 된 리더로 인해 브랜드가 지향하는 핵심가치가 중심이 되어 기업이 경영되고 있음을 Vol. 16을 통해 얘기한 바 있다(Vol. 16 p. 82~93 참조). Vol. 16에서 다루었던 4개의 브랜드십 유형 중 굳이 가장 어려운 것을 꼽아보면, 초전도체가 아닐까. 왜냐면 이것은 리더가 기존에 가지고 있었던 모든 권한을 전부 역행하는 것으로 철저하게 ‘내려놓음’이 수반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것이 바로 고어가 초전도체 브랜드십을 가질 수 있는 비밀이다. 브랜드십의 첫 번째 단계인 Disciple이 다름 아닌 이것이기 때문이다.

나는 누구인가?

리더가 초전도체가 되면, 조직은 이렇게 바뀐다. 조직 구성원들의 저항이 0이 되어 브랜드의 핵심 가치를 가지고 기업을 경영해 나가는데 장애물이 없으며, 브랜드의 핵심 가치가 왜곡되거나 변질이 되지 않고 무한히 흐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리더가 자신이 아닌 브랜드에 집중하기 때문에 브랜드를 띄우게 된다. 결국, 초전도체가 된 리더가 있는 기업은 강력한 브랜드십을 구축하며 영속가능경영을 향한 초석을 마련하게 된다. 《경영의 미래》에서 게리 하멜이 미래 경영의 모델로 고어를 꼽은 것도(물론 그는 초전도체라는 말을 사용하지 않았지만) 바로, 초전도체가 된 리더로 인해 조직 전체가 그들이 추구하는 가치를 중심으로 움직이는 수평적인 시스템을 주목했기 때문이다.

 

김인규(고어코리아 전 본부장): 출장을 가도 직급에 따라 좌석에 차등을 두지 않는다. 전 직원이 동일한 기준으로 좌석을 배정받는데, 이코노미 클래스, 비즈니스 클래스, 퍼스트 클래스를 나누는 기준은 오로지 비행 시간이다. 비행 시간이 10시간 넘으면 어제 입사한 신입사원도, 30년 근무한 직원도 비즈니스 클래스를 탄다.

 

지난 Vol. 16에서 고어의 수평적인 시스템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인터뷰다. 이 말의 어디에도 ‘리더’이기에 누려야(?) 하는 특권은 없다. 다시 말해, 여기에 리더와 리더가 아닌 사람에 대한 구분은 없다. 오직 브랜드십만이 있을 뿐이다. 그렇다면 다시 이 질문을 해보자. 고어는 어떻게 초전도체의 리더를 만들 수 있었을까? 그 답을 찾기 위해 가장 먼저 살펴보아야 하는 것은 다름 아닌 고어의 기원이다. 기원을 뜻하는 ‘origin’의 어원이 유전자 ‘gene’의 어원과 같은 계보인 것을 안다면, 왜 기원을 좇아가 봐야 하는지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그곳에서 존재의 본질인, ‘자기다움’이 무엇인지를 확인할 수 있다. “나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은 비단, 인간에게만 중요한 질문이 아니기 때문이다.

 

 

평범한 사람들이 비범하게 일하는 곳, 고어

고어의 기원을 거슬러 올라가다 보면 가장 마지막 지점에서 만나는 것은 더글라스 맥그리거의 ‘Y이론’이다. 당시, 대부분의 기업들은 X이론 위에 Y이론을 눈요기로 약간 덧칠한 경영을 하고 있었다. 그러니까 직원에게 필요한 것은 ‘그들을 통제하고 강제할 수 있는 규율과 처벌’이라고 생각한 것이다. 하지만 고어의 창업자인 빌 고어의 생각은 조금 달랐다. 분명, Y이론만으로도 기업을 경영할 수 있다고 그는 확신했다. 사람들에게 임무를 부여하지 않고 자신의 마음대로 일할 수 있는 선택권을 준다면 오히려 통제나 규율이 있을 때보다 훨씬 더 놀라운 일들을 해낼 수 있을 거라는 믿음이 있었다. 빌 고어가 이토록 Y이론에 대해 맹신에 가까운 믿음을 보인 이유는 무엇일까? 여기가 바로 출발점이다.

 

 

빌 고어는 맥그리거의 Y이론을 바탕으로 창업했다. 왜 그는 인간을 소위, Y형이라고 생각했는지 궁금하다.

김인규: 알다시피 고어는 고어텍스를 비롯하여, 우주, 자동차, 화학, 컴퓨터, 통신, 에너지, 환경, 산업재, 의료, 군수, 제약, 바이오, 반도체, 섬유 등 다양한 분야에서 1000종이 넘는 수많은 제품을 생산하는, 그야말로 혁신적인 제품을 만드는 곳이다. 그렇기에 ‘창의성’을 필수적으로 요한다.
 
빌 고어는 이 창의성이 탁월하게 발휘될 수 있는 환경이 무엇인지 고민했다. 그러던 중 그가 과거에 몸담았던 듀폰 시절, 동료들끼리 가장 창의적인 대화를 하던 순간들을 떠올려 보았다. 그 중 하나가 ‘카풀(Car Pool)’을 할 때였는데, 차 안에서는 회사의 위계 질서에 구애 받지 않고 자유롭게 대화를 나누며 새로운 아이디어가 넘쳐났던 것을 생각했다. 또 하나는 회사가 위기에 처했을 때 만들어졌던 TFT였다. TFT에서도 직원들이 모두 직급과 상하관계를 집어 던지고 모든 직원들이 자신의 역량을 충분히 펼칠 수 있는 회사를 만들고 싶어 열의를 보였다. 
 
빌 고어는 여기서 힌트를 얻어 사람들에게 적절한 환경을 만들어주면, 스스로 의미를 만들어 내고 행동하는 동기가 부여될 것이라는 Y이론을 지지하게 된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인간은 Y형이다’라기 보다는, ‘고어에서 원하는 인재상이 Y형이다’라는 것이 더 정확한 표현일 수 있다.

 

 

빌 고어가 Y이론에 주목한 것은 바로 이 질문에 대한 답이었기 때문이다.  

“우리는 누구인가?”

그는 자신이 어떤 회사를 만들고 싶어하는지 고민했다. 우리는 무엇을 하려고 하는가? 우리는 어떻게 일하려고 하는가? 우리는 어떤 결과들을 만들려고 하는가? 우리는 무엇인가? 우리는 무엇이어야 하는가? 빌 고어의 답은 이랬다(이 답은 《경영의 미래》에서 인용했다). ‘혁신에 열중하는 회사, 상상력과 창의력을 마음껏 발휘하는 회사, 호기심이 많은 연구원들이 자유롭게 발명하고 투자하고 성공하는 회사.’

 

 

그는 확신했다.
사람들에게 임무를 부여하지 않고 자신의 마음대로 일할 수 있는 선택권을 준다면
오히려 통제나 규율이 있을 때보다
훨씬 더 놀라운 일들을 해낼 수 있을 거라는 믿음이 있었다.

 

 

하지만 이런 회사는 현재(그러니까 그 당시)의 경영원칙들로는 도저히 불가능했다. 이것을 실현시키기 위해서는 새로운 경영의 패러다임이 필요했다. Y이론은 빌 고어에게 있어 선택이 아닌 어쩌면 필수였다. 그 이론이야말로, 그가 만들고자 하는 기업의 엔진이 되어주리라 확신했던 것이다. 매슬로우가 “‘창의성을 증진시키는 것은 무엇인가?’는 더 이상 핵심적인 질문이 되지 못한다. 그보다는 ‘도대체 왜 모든 사람들이 창의성을 발휘하지 못하는가?’가 핵심 질문이다”라고 한 것처럼, 빌 고어도 후자의 질문을 자신에게 던졌다. 고어의 인터뷰를 조금 더 들어 보자.

 

 

고어에게 맞는 인재상이 Y형이라면, 스스로에 대해 고어는 어떻게 정의를 내리는가?
김인규: 사람들은 고어텍스만을 알고 있겠지만, 사실 우리는 우스갯소리로 ‘특허로 먹고 산다’고 농담할 정도로 굉장히 많은 분야에서 혁신적인 것들을 수없이 많이 개발했다. 그렇기에 우리는 창의성을 바탕으로 혁신을 도모하는 기업이라 할 수 있다. 이런 의미에서 우리에 대해 정의해본다면, 한 마디로 이렇게 얘기할 수 있다. 우리는 ‘ordinary한 people을 뽑아서, extraordinary한 제품을 만들 수 있는 회사’라고 말이다.
 
모든 사람은 특별하지만, 사실 그 특별한 것이 제대로 드러나지 않는다. 잘 알겠지만, 인간이 가지고 있는 능력 중에 10%도 제대로 못쓴다고 하지 않나. 우리는 현재는 평범해 보이는 사람들일지라도 그들을 뽑아, 그들 속에 있는 잠재된 능력을 개발하여 그들로 하여금 특별한 일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회사다. 지난 번 인터뷰(Vol. 16)에서도 소개되었지만, 고어의 4가지 컬처인 자유(Freedom), 평등(Fairness), 헌신과 신뢰(Commitment), 워터라인(waterline)은 바로 ‘ordinary한 people’에게서 잠재된 창의성을 발견하여 그것을 최대한으로 발휘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도구인 것이다.

 

Vol. 16에서도 얘기했지만, 사실 다른 회사에서는 핵심가치 혹은 가치 키워드라고 부르는데 고어에서는 ‘고어컬처’라고 얘기한다. 왜 그렇게 부르는가?
김인규: 맞다, 우리는 다른 회사와는 다르게 ‘고어컬처’라고 얘기한다(웃음). 말 그대로 이 키워드가 문화가 되었기 때문이다. 문화가 무엇인가? 이미 하나의 양식으로 굳어진 것이 아닌가. 고어의 네 가지 문화는 사람들의 삶에 깊숙이 스며들어 있다. CEO가 여러 번 바뀌었지만, 그때마다 고어가 동일한 모습을 유지할 수 있었던 것은 이 컬처를 가장 밑바탕에 두고 그 위에서 비즈니스를 해왔기 때문이다. 어쩌면 우리는 비즈니스보다 이 고어컬처가 제대로 작동되는 것에 훨씬 더 신경을 쓰는 기업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결국에는, 이처럼 고어컬처만을 주목했더니 고어다운 비즈니스를 만들 수 있었다.

 

 

브랜드십이란 한 명의 리더가 브랜드의 운명을 책임지는 것이 아니라 모든 팔로워(follower)들이 운명 공동체가 되어, 브랜드가 가진 가치를 기준으로 한 의사결정을 통해 브랜드를 경영하는 리더십이다. 그런데 브랜드가 가진 가치를 알려면 그 브랜드가 누구인지를(무엇인지를) 알아야 한다. 고어는 여기서부터 출발했기에, 결국 고어컬처라는 그들만의 아이덴티티가 담긴 유전자(Gene)로 문화를 만들어 브랜드십을 구축할 수 있었던 것이다. 그렇기에 고어에게 있어 비즈니스란 다시 정리해보면, ‘우리가 누구인가라는 것에 대한 대답을 찾아 그것대로 사는 것’이라 말할 수 있다.

 

이로써 우리가 알고자 했던 ‘고어는 어떻게 브랜드십을 구축할 수 있었는가’에 대한 답에 훨씬 더 근접했다. 바로 반 세기가 조금 넘는 역사 동안 그들이 ‘고어컬처’를 어떻게 전달하며 보존해 왔는지 살펴보면 되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그들은 그들만의 Gene을 어떻게 복제하여 생산해왔는지를 알아보면 된다.

 

 

브랜드십의 핵심 Gene, 人

맥그리거가 Y이론을 만들 때 출발점으로 삼았던 6가지 질문이 있다. 그는 이 질문을 경영자들에게 끊임없이 던지며 그들이 어떤 관점으로 직원을 바라보는지 관찰했다.

1. 당신은 사람들이 믿음직하다고 믿습니까?

2. 당신은 사람들이 책임과 의무를 다하려 한다고 믿습니까?

3. 당신은 사람들이 그들의 일에서 의미를 찾으려 한다고 믿습니까?

4. 당신은 사람들이 본래부터 배우기를 원한다고 믿습니까?

5. 당신은 사람들이 수동적으로 변화하는 것에 저항할 뿐 변화 자체에 저항하지는 않는다고 믿습니까?

6. 당신은 사람들이 나태하게 지내는 것보다 일하는 편을 더 선호한다고 믿습니까?

 

각기 다른 질문처럼 보이나, 각각의 질문에서 군더더기를 모두 걷어내고 나면 종국에는 하나의 질문만 남는다. “사람을 믿습니까?”

 

당신이라면 과연, 이 질문에 어떤 대답을 할 것인가? Y이론의 배경이 되는 것은 다름 아닌 매슬로우의 욕구론이다. 매슬로우와 동시대에 활동했던 맥그리거는 매슬로우의 욕구론에서 생리적, 안정적 욕구와 같은 저차원의 욕구가 개인을 지배하는 것을 X이론이라 보았으며, 반면 자기존중이나 자기실현과 같은 고차원의 욕구가 사람의 주된 욕구가 되는 것을 Y이론이라 보았다. 즉, “사람을 믿습니까?”라는 질문의 정확한 의미는 “사람은 자기실현을 하고자 하는 욕구가 있다는 것을 믿습니까?” 혹은 “자기실현의 욕구가 사람을 지배하는 욕구라는 것을 믿습니까?”라고 해석할 수 있다. 이 질문에 대한 당신의 대답은 무엇인지 모르나, 적어도 고어는 ‘믿는다’였다. 고어의 본사는 물론이거니와 세계 어떤 지사의 홈페이지를 방문해도 첫 페이지에 등장하는 이 질문이 바로 명백한 증거다.

 

“글로벌 기업이 사람이 가장 큰 자산이라는 것을 정말로 ‘안다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요?”

“글로벌 기업이 사람이 가장 큰 자산이라는 것을 정말로 ‘믿는다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요?”

“글로벌 기업이 사람이 가장 큰 자산이라는 것을 정말로 ‘보여준다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요?”

 

 

고어는 사람에 대해 제대로 ‘알고’,
그리고 안 것을 ‘믿은’ 후, 믿은 것을 ‘보여주는’ 것이야말로
고어컬처를 보존하고, 다음 세대에 안전하게 전달할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라 생각했다.

 

 

고어가 주목한 것은 다름 아닌, ‘사람’이었다. 고어는 사람에 대해 제대로 ‘알고’, 그리고 안 것을 ‘믿은’ 후, 믿은 것을 ‘보여주는’ 것이야말로 고어컬처를 보존하고, 다음 세대에 안전하게 전달할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라 생각했다. 생물학적으로 자신의 유전자를 전달하는 방법은 임신을 통해서다. 여성과 남성의 유전자가 각각 들어간 난자와 정자가 결합하여 수정란이 되면, 그때 자신의 유전자가 전달된다. 물론, 이때 태아에게 전달되는 자신의 유전자는 50%다. 그렇다면 만약, 브랜드가 자신의 유전자를 전달하기 위해 수정란을 만들어야 한다면, 무엇과 결합해야 할까? 그것도 50%가 아닌, 100%를 완벽하게 전달하려면 말이다. 정답부터 말하면 브랜드의 가치와 똑같은 가치를 지닌 사람을 만나야 한다.

 

Best가 아니라 Right다
그렇다면, 50년 동안 고어컬처로 기업이 경영되도록 하기 위해 고어는 어떤 노력을 했는가? 특별한 시스템이 있었나?
김인규: 시스템이 아니라 ‘사람’이다. 고어는 사람을 너무나도 중요하게 생각하는 기업이다. 왜냐면 결국, 고어컬처를 만들어 가고, 그것을 지켜내야 하는 것은 사람이기 때문이다. 앞서도 말했듯, 고어컬처는 고어에게 있어서 생명과도 같은 것이다. 그것은 고어 그 자체다. 그렇기에 고어컬처를 이해하지 못하고 그것을 지키지 못하는 사람은 사실상, 고어와 함께 일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그래서 사람을 채용할 때 우리의 인터뷰 프로세스는 상당히 엄격하다고 할 수 있다. 20년 전 내가 입사할 때만 해도 인터뷰 과정이 평균 6~9개월 정도 걸렸다. 지금은 그보다 조금 줄었는데, 그래도 평균 3개월이다. 이 인터뷰를 통해 우리가 보는 것은 단 하나다. 이 사람이 고어컬처를 잘 지키고 보존할 수 있는 사람인가, 아닌가이다. 인터뷰를 할 때, yes 혹은 no와 같은 답변을 할 수 있는 질문보다는, 질문은 되도록 짧게 하고 질문한 것에 대해 지원자 자신이 본인의 이야기를 충분할 수 있도록 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지원자의 답변을 들으면서, 우리는 행간과 행간 속에 숨은 의도나 의미까지 파악하며 이 사람이 고어컬처를 훌륭하게 수행할 수 있는 사람인지 가늠한다.

 

 

 

 

어떤가, 이러한 사람을 찾아내는 것이 쉬운가? 척 보면, 고어맨(Gore man), 넌고어맨(non-Gore man)이 분별되는가?
김인규: 고어의 경우, 전문적인 지식과 기술을 가지고 있어야만 개발할 수 있는 것들이 많다. 그래서 신입사원보다는 경력사원을 많이 채용한다. 알다시피 경력 사원들은 이미 전 직장에서 몸 담았던 문화에 젖어 있기 때문에 고어와 같은 문화를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것을 다소 힘들어하는 경우가 있다. 거기에 아직도 많은 기업에서는 X이론으로 기업이 경영되고 있기 때문에 이미 X이론이 몸에 배어 누군가의 케어를 필요로 하고, 또 돌봐주었을 때 훨씬 더 성과를 잘 내는 사람이 많다. 중요한 것은 이것이 좋다, 나쁘다가 아니다. 이런 사람은 고어가 원하는 사람이 아니라는 것이다.
지원자가 지금까지 수행해온 업무적 성과를 보는 것으로는 그가 고어가 원하는 사람인지 아닌지 제대로 분별할 수 없다. 여러 각도에서 다방면에 걸쳐 그 사람을 관찰하고 분석해야 그가 고어컬처를 보존하고 실천할 수 있는, 고어컬처의 DNA를 가지고 있는 사람인지 알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인터뷰 프로세스가 오래 걸리는 것은 어쩌면 당연하다. 고어는 ‘Best people’을 찾는 것이 아니다. ‘Right people’을 찾는 것이다. 그렇기에 Right people이라 생각하여 채용이 확정되면, 그때부터는 전적으로 그 사람을 믿고, 모든 것을 위임한다.

 

 

리처드 도킨스가 그의 저서 《이기적인 유전자》에서 말한 ‘밈 바이러스’를 주목해볼 만하다. 그는 정자와 난자를 운반체로 하여 몸에서 몸으로 전달되는 생물학적 유전자의 복제 과정과는 달리 문화라는 것은 밈(meme)이 매개체가 되어 인간의 뇌에서 뇌로 건너 다닌다고 말한다. 밈(meme)은 도킨스가 만든 신조어로, 그리스어에서 ‘모방’을 뜻하는 ‘미메메(mimeme)’에서 그가 가져온 말이다. 즉, 문화라는 것은 인간과 인간의 끊임없는 모방을 통해 복제되어 세대를 가르며 전달된다는 것이 도킨스의 지론이다.

 

 

‘Best people’을 찾는 것이 아니다. ‘Right people’을 찾는 것이다.
그렇기에 Right people이라 생각하여 채용이 확정되면,
그때부터는 전적으로 그 사람을 믿고, 모든 것을 위임한다.

 

 

도킨스의 이 이론에 비추어 다시 고어를 보면, 고어는 자신들만의 고어컬처를 전달하기 위한 밈으로 ‘Right people’을 찾았다. 학력이나 경력 등의 소위 스펙에서는 Best일지 모르나, 고어컬처의 관점으로 보아 Right하지 않으면, 과감히 채용에서 탈락시켰다. 고어컬처를 정확하게 이해하여 그대로 복제할 수 있는 ‘Right people’이야 말로, 빌 고어가 창업할 때부터 지금까지 보존해온 그들만의 가치를 훼손시키지 않고, 또 다음 세대에게 전달할 수 있는 매개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고어는 어떤 방법으로 고어컬처를 ‘복제’했을까? 다시 말해, 문화란 눈에 보이는 것이 아닌 생각이나 사상, 혹은 습관처럼 무의식적으로 우리의 몸과 마음에 체화되어 있는 것이다. 그렇기에 밈 바이러스를 제대로 가동시키려면 그들만의 복제 시스템(?)이 마련되어야 하지 않을까.

 

네버엔딩, 고어컬처 교육
오랜 기간의 인터뷰를 통해 Right people을 찾았다 할지라도, 그들이 고어컬처를 이해하는 데는 다소 시간이 걸릴 것 같다. ‘컬처’라고 부를 만큼 그것이 몸과 마음에 체화되도록 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하는가?
김인규: 입사를 하면, 고어컬처에 대한 기본적인 컨셉을 설명하는 오리엔테이션을 갖는다. 이 때에는 고어컬처에 대한 일반적인 설명을 해준다. 이 교육을 시작으로, 고어가 고어컬처를 어떻게 만들고, 그것을 지켜왔는지에 대한 워크숍이 계속적으로 이루어진다. 고어컬처가 실제적으로 어떻게 이루어지는지에 대한 일종의 케이스 스터디(case study)를 하는 워크숍에서부터, 이것이 왜 필요한지 혹은 각각의 부서에서 고어컬처를 어떻게 업무에 적용하고 있는지에 대한 심도 있는 토의와 토론을 하는 워크숍 등 그 종류가 다양하다. 이러한 워크숍을 비롯하여, 전 세계적으로 고어컬처를 잘 수행하고 있는 사람들을 초청하여 그것이 자신의 업무와 삶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그 스토리를 공유하는 포럼을 갖는다. 이러한 포럼은 공식적으로 분기별 혹은 해마다 갖는 것 외에 수시로, 필요하다고 판단될 시 이루어진다. 대부분의 기업에서도 수많은 교육이 이루어지고 있지 않나. 고어에도 직원들을 위한 교육이 아주 많다. 하지만 대부분의 교육은 다름 아닌 이 고어컬처에 관한 교육이다.

 

 

고어에 입사한지 얼마 되지 않은 직원들이 자주 하는 질문이 있다. “왜 이렇게 컬처교육을 많이 하나요?”이다. 고어에서는 입사하면서부터 퇴사할 때까지 그 수를 셀 수 없을 만큼, 말 그대로 시시때때로 고어컬처에 관한 교육이 이루어진다. 하지만 절대로 오해해서는 안될 것이 이것은 ‘주입식 교육’은 아니다. 반복학습을 통해 마치 세뇌를 하는 것처럼 고어컬처를 주입시키는 것이 아니냐는 질문을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오히려 이 교육은 ‘학습’보다는 ‘기억’에 포커싱이 되어 있다. 바로 이 질문을 다시 한번 떠올리게 하는 것이다. “고어는 누구인가?” 만약, 이 질문에 대해 제대로 답을 하지 못하거나 혹은 잘못된 답을 한다면 어떻게 될까? 그 즉시 진단과 함께 처방전이 제시된다.

 

 

고어에 입사한지 얼마 되지 않은 직원들이 자주 하는 질문이 있다.
“왜 이렇게 컬처교육을 많이 하나요?”이다.

 

 

김인규: 1년에 한 번씩 전사적으로 고어컬처가 제대로 작동되고 있는지 조사를 한다. 조사 결과 만약, 점수가 기준치보다 낮은 팀이나 전년도에 비해 현격하게 낮아진 팀, 부서, 혹은 로컬 (국가, 사무실 혹은 공장)이 있으면 왜 제대로 작동이 되고 있지 않은지에 관해 철저하게 원인 분석을 한다. 해당 팀원들이 직접 토론을 통해 다양한 관점에서 원인을 분석하여, 그것을 극복하거나 혹은 개선할 수 있는 대안을 스스로 마련하도록 한다. 대안을 실천해본 후 그래도 고어컬처가 제대로 운영되지 않으면 HR부서나, 리더십 혹은 경험이 많은 시니어들이 함께 참여하여 또 다시 대안을 만들고, 이것이 제대로 지켜질 때까지 방법을 강구한다. 그런 의미에서 다른 회사와 고어의 CEO나 혹은 팀의 리더가 다른 점은 바로 ‘인내력’이라 할 수 있다.
 
고어에서는 인내력이 엄청 좋아야 한다. 만약 어떤 사람이나 팀에 문제가 발생하면, 그 문제를 해소할 수 있는 답을 알더라도 절대 지시를 하지 않는다. 충분한 이야기로 설득해나가는 방법을 택한다. 시간을 두고 각각의 사람과 한없이 대화하고, 카운슬링을 하며 그 답을 이해시키기 위해 노력한다. 360도 평가 시스템을 통해 만약 어떤 사람에게 부족한 면을 발견하거나, 무엇보다 고어 컬처에 제대로 적응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면, 우리는 그에 적합한 교육과 코칭을 통해 끊임없이 그들을 케어(care)한다. 말로는 쉬워 보일지 모르나 사실 그리 쉬운 일은 아니다.
 
생각해 봐라. 일반적으로 기업이란 이익을 추구하는 집단이기 때문에 그 기업이 추구하는 가치나 이념에 위배되는 사람은 사실상 그만두게 한다. 대부분의 기업에서는 기업이 하고자 하는 것에 제대로 따라오지 못하는 직원의 경우, 인사상 그것이 무엇이든 어떤 조치가 가해지지 않나. 하지만 고어는 그렇게 하지 않는다. 정말, 굉장한 인내력을 가지고 각각의 사람들을 케어한다. 이것 또한 Comminent에 해당하는 고어컬처 중의 하나이기 때문이다.

 

 

아마도 X이론으로 기업이 경영되는 곳에서는 이러한 의사 결정이나 대화 방식이 너무나 더뎌 보여, 오히려 답답하게까지 느껴질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고어에게 중요한 것은 채찍을 가해 고어컬처가 빨리 지켜지게 하는 것보다, 직원 스스로 고어컬처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명확하게 이해하여 그것의 본의(本意)가 ‘제대로’ 지켜지는 것이 옳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명령’보다는 ‘인내’를 선택한다.

이쯤 되면, 독자들은 이런 질문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 회사도 기업의 핵심 가치나, 비전 교육을 끊임없이 하는데 왜 고어처럼 되지 않을까? 먼저, 질문부터 하겠다. 혹시 독자가 다니고 있는 회사의 비전이나 사명, 그리고 브랜드의 핵심 가치를 지금 당장 외울 수 있는가? 만약, 외울 수 있다면 두 번째 질문이다. 당신은 이 핵심가치대로 일하고 있는가? 예를 들어, 핵심가치 중의 하나가 ‘정직’이라면 당신은 정직한 브랜더인가? 당신이 만드는 브랜드는 정직함을 추구하고 있는가? 정직함을 지키기 위해 그 브랜드는 어떤 노력을 하는가? 만약 이러한 질문에 답할 수 없다면, 이것이 바로 고어와 당신이 다른 점이다. 위에서 언급했듯, 고어가 주목하는 것은 고어컬처가 ‘제대로’ 실행되는 것이다.

 

고어컬처, 직원과 싱크로율 100%를 이루다
어떤 것보다 바로 ‘교육’이 고어컬처를 50년간 작동할 수 있게끔 한 원동력이었던 것 같다. 그렇다면 이것이 실제로 기업과 브랜드에서 어떻게 작동되는지 궁금하다.
김인규: 만약 우리가 어떤 제품을 개발하려고 한다고 하자. 그렇다면 제품 개발을 담당하는 직원이 이 제품이 왜 필요한지에 대한 프레젠테이션을 하지 않나. 그때 그 프레젠테이션은 반드시 고어컬처를 기준으로 해야 한다. 그러니까, 예를 들어 신소재를 개발한다고 한다면, fairness 관점에서 어떤지, 그것이 과연 고어는 물론이거니와 고객, 협력사 등에게는 얼마나 fairness한지, 또 워터라인 관점에서는 반드시 포함되어야 하는 의사결정자들은 모두 포함되었는지 등, 이렇게 신소재 개발 이슈에 모든 고어컬처 용어들을 대입해가면서 이것이 고어컬처에 타당한지, 아니면 위배되는지를 얘기하는 것이다. 회의석상에 모인 모든 사람도 마찬가지로 고어컬처를 기준으로 회의 안건을 분석하며 이 이슈에 대한 의사결정을 내린다. 우리의 회의는 대부분 회의 주제가 고어컬처에 맞는가, 아닌가에 대한 토론이라 할 수 있다. 만약, 고어에서 누군가를 설득하려면 고어컬처에 맞는지만 확인시켜 주면 된다.

 

왜 ‘문화’라는 용어를 쓰는지 이제 십분 이해가 간다. 이것은 고어에게 있어서 공기와도 같은 것이다.
김인규: 이것으로밖에 고어가 설명되지 않으며, 이것으로만 고어에서 생활할 수 있다. 이런 프레젠테이션을 하려면 고어컬처를 제대로 모르고 있으면 안될뿐더러, 자신이 하고 있는 일이 고어컬처에 얼마나 적합한 일인지를 스스로 깨닫고 알아야 한다. 어쩌면 이것이 교육보다 고어컬처를 50년간 유지시킬 수 있었던 비결일지도 모른다. 고어는 알고 있다시피 주주회사가 아니다. 그래서 주주들의 눈치(?)를 볼 필요가 없다(웃음). 그렇기에 단기적인 관점이 아니라 장기적인 관점에서 의사 결정을 한다. 장기적인, 그러니까 긴 안목으로 멀리 내다보며 의사결정을 하려면, 우리가 누구인지의 관점에서 의사 결정을 할 수밖에 없다. 그것이 바로 고어 컬처다. 그렇기에 우리의 모든 비즈니스는 이 고어컬처를 통해서만 설명되어야 하고 설득되어야 하지, 그 어떤 것으로도 정의될 수 없다.
지난 인터뷰에서도 예를 들긴 했지만, 코성형 수술을 할 때 필요한 보형물을 개발, 판매했지만, 결국 이 사업을 접었다. 이 특허를 통해 엄청난 수익을 얻었음에도 불구하고 접은 이유는 단 하나다. 고어컬처에 위배되기 때문이다. 우리는 치료를 필요로 하는 사람들을 위해 이것을 개발했는데, 사용되는 곳은 미용을 위한 성형이었다.

 

 

 

 

손익분기점과 대차대조표가 
기업의 비전이나 사명, 브랜드의 핵심 가치보다 더 우위에 선다.
하지만 고어는 창립 이래,
고어컬처 외에는 어떤 기준도 두지 않았으며
어떤 전략도 세우지 않았다.

 

 

대부분 기업에서는 기업의 비전이나 사명, 혹은 브랜드의 핵심 가치를 적어 액자 속에 넣은 후 벽에 걸어 놓는다. 하지만, 고어에서는 액자 속에서 이것을 꺼내어 실재(實在)가 되게 했다. 많은 기업에서 기업의 비전과 실상이 일치하지 않을 때가 많다. 인정하고 싶지 않겠지만, 오직 손익분기점과 대차대조표가 기업의 비전이나 사명, 브랜드의 핵심 가치보다 더 우위에 선다. 하지만 고어는 창립 이래, 고어컬처 외에는 어떤 기준도 두지 않았으며 어떤 전략도 세우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어는 여전히 성장곡선을 그리고 있는 중이다. 이미 《성공하는 기업의 8가지 습관》에서 짐 콜린스는 고어처럼 비전을 세우고, 그 비전을 성취해 가는 이른바 비전기업이 성공했음을 증명한바 있다. 고어는 고어컬처라는 브랜드십을 통해 자신들이 누구인지 잊지 않고, 자기다움으로 기업을 운영한 결과 비전기업이 ‘어떻게’ 만들어지는 증명해 냈다.

 

자아실현, 브랜드십의 선순환 구조를 만들다

다시 Y이론으로 돌아가 보자. Y이론은 직원은 일하는 것을 휴식이나 놀이처럼 자연스러운 것으로 여기며, 무엇보다 자신에게 주어진 목표 달성을 위해 스스로 관리할 줄 아는 사람으로 보는 관점이라 했다. 결국, 이 이론대로 기업을 경영할 경우, 직원들은 자기실현 욕구, 그러니까 매슬로우의 욕구론에서 가장 최고 단계인 5단계의 욕구를 충족하게 된다. 과연 Y이론은 고어에서 어떤 결과물을 낳았을까? 이 질문이 중요한 이유는, 고어컬처의 기원이 이 Y이론으로부터 나왔기 때문이다.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찾기 전에 먼저 다음의 질문을 보자.

 

“자신의 운명을 소유한다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요?”

 

이 질문 역시, 고어 홈페이지의 첫 번째 페이지에 등장하는 질문이다. 자신의 운명을 소유한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Y이론에 비추어볼 때, 스스로 자신에게 주어진 일을 선택하고 그것을 결정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진 것을 의미하는 것이 아닐까. 그렇다면, 이러한 운명은 어떻게 소유할 수 있는 것일까가, 아마도 위의 질문보다 선행되어야 하는 질문일 테다.

 

김인규: 고어의 승진은 다른 회사의 승진과는 그 개념이 조금 다르다. 우리에게 있어 승진이란 ‘회사에 더 많은 기여(contribution)를 할 수 있는 역량이 늘어난 것’을 말한다. 무슨 말인가 하면, 대부분의 회사는 한 부서에서 하나의 잡 스테이션(job station)을 가지고 있지 않나.
 
하지만 고어는 조금 다르다. 한 사람이 다양한 업무 포지션을 맡을 수 있다. 물론 자기가 맡고 싶다고 해서 무조건 업무를 맡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360도 평가 시스템을 통해 평가되고, 증명된 자신의 역량에 따라 여러 가지 프로젝트를 할 수 있는 권한이 주어지는 것이다.
 
이처럼 자신의 업무 포지션이 많아지면 이것을 회사에 대한 기여도가 높아졌다고 얘기한다. 여기에 자신이 케어해야 하는, 그러니까 스폰서를 해야 하는 사람이 많다면 이것 또한 기여도가 높은 것이다. 이처럼 회사에서 자신의 업무가 많거나, 혹은 다른 사람을 도와줄 수 있는 기회가 많거나, 이 모든 것을 합하여 회사 기여도가 높다고 얘기한다.

 

고어에서 말하는 승진은 직급이나 직책이 높아지는, 그러니까 계급 혹은 지위가 높아지는 사전적 의미와는 달리 자신이 회사나 주변 사람들에 더 많은 도움을 줄 수 있는 성품과 능력, 인격이 ‘성장’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 성장의 기준은 또 다시 고어컬처로 귀결된다. 그렇기에 고어에서 성장하려면 진급을 위한 시험이나, 목표 영업 달성, 프로젝트 결과물이 좋아야 하는 것이 아니라, 고어컬처에 적합한 사람이어야 한다.

 

우리는 지금까지 고어컬처가 고어 내부에서 어떻게 이행되고 있는지 살펴보았다. 거기에는 어떠한 명령이나 지시, 강압이 없었다. 오직 자기 스스로가 고어컬처가 무엇인지 이해하고 그것을 이행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해야 했다. 이것이 바로 운명을 소유하는 것이다. 누구로부터가 아니라, 자신으로부터 모든 것이 시작되는 것이 운명을 소유하는 것을 뜻한다. 그렇다면 이 운명을 소유했을 때는 어떤 일이 일어날까?

 

김인규: 고어는 직원 스스로가 어떤 누구에 의해서라 아니라 ‘셀프 모티베이션(self motivation)’이 되어야만 행복하게 일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것이 Y이론이지 않나. 본인이 셀프 모티베이션이 되어 일에 흥미를 느끼게 되는 순간, 그때부터 그 직원은 어떤 관리도 할 필요가 없다. 왜냐면, 제재가 없이도 그는 스스로 일을 찾아 알아서 잘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4가지 고어컬처의 하부에는 ‘Belief individual’이라는 고어컬처가 있다. 셀프 모티베이션이 되게 하려면, 각 사람의 인격과 그들의 개성을 믿어주어야 한다. 모든 사람은 다 다르다. 그래서 회사가 그들만의 개성을 존중하여 그 개성이 제대로 발휘될 수 있는 장을 마련해 주었을 때, 그 사람은 결국 회사 안에서 자신이 어떤 존재인지 알게 되고, 결국 거기에서 의미를 찾기 시작한다. 이것이 바로 자아실현이다. Y이론의 궁극은 직원들이 자아실현을 하는 것이다.

 

 

고어에서 성장하려면 진급을 위한 시험이나,
목표 영업 달성, 프로젝트 결과물이 좋아야 하는 것이 아니라,
고어컬처에 적합한 사람이어야 한다.

 

 

매슬로우는 《인간욕구를 경영하라》에서 자아실현에 대해 이렇게 얘기하고 있다.

“자아실현을 하는 사람들의 경우, 그들이 하는 일은 성직자들이 쓰는 말로 ‘사명’, ‘소명’, ‘의무’, ‘천직’이라 불릴 정도의 것들이다. 삶에 있어서 이 사명은 자기와 너무나 동일화가 되어서 간이나 폐만큼 중요한 그 사람의 일부가 된다. 그렇기에 그들에게 사명인 일을 빼앗아버리는 것은 그들을 죽이는 것과 거의 다름 없다.”

여기서 매슬로우가 말한 ‘사명과 자기가 동일화되었다는 것’은, 기업과 브랜드가 추구하는 비전과 사명, 핵심가치가 자신과 ‘싱크(sync)’되었다는 말이다. 우리가 찾고자 했던 답이 이것이다. 고어는 어떻게 초전도체의 리더십을 가지게 되었을까? 정리해보면, 고어는 고어컬처를 통해 직원 개개인이 스스로의 자기다움을 발견하여, 그 자기다움을 기업과 브랜드의 비전과 싱크되도록 함으로써, 결국 리더는 초전도체가 되고, 기업은 브랜드십을 구축할 수 있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낼 수 있었던 것이다.

 

 

브랜드십, 제자를 삼는 법칙(道)

시즌 1과 시즌 2.5에 걸쳐 고어를 두 번씩이나 다룬 것은 고어가 가지고 있는 브랜드십이 어떤 기업에서도 볼 수 없는 독특한 시스템이기도 하지만, 사실은 이것을 얘기하고자 했다. 아마도 독자들은 Vol. 16에서 고어를 소개했을 때와 동일한 질문을 할 것 같다. 바로, “고어를 우리 기업에는 어떻게 적용해야 하나요?”

 

하버드 비즈니스 스쿨에서는 언제나 고어를 예로 든다고 한다. 고어는 모든 회사들이 닮고 싶어하는 회사임에는 틀림없다. 그렇다면 고어의 문화를 자신의 기업이나 브랜드에 응용하고 싶은 곳이 있다면 어떻게 조언하겠는가?
김인규: 사실 많은 곳에서 그런 문의를 한다. 그러나 단호하게 말한다. 그것은 아니라고. 무슨 말이냐면, 이 문화는 고어이기 때문에 가능한 문화다. 이것은 소위 고어가 잘났고, 최고라는 얘기가 아니라 고어는 끊임없이 우리가 누구일까를 고민했다.
 
창의적이고, 혁신적이며, 끊임없이 호기심을 가지고 다양한 사업 분야에서 혁신적인 개발을 하는 사람들이기에 이러한 문화가 만들어진 것이다. 그러니까 ‘고어 맞춤형 문화’인 것이다. 이것은 다른 말로 이러한 문화가 고어처럼 일하지 않는 회사에는 맞지 않는 문화라는 것이다. 특히나 위계질서가 반드시 필요한 곳에서는 절대 이 문화를 적용할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고어의 문화를 닮고자 하는 것이 아니라 왜, 고어가 이러한 문화를 만들었가를 닮고자 했으면 좋겠다. 고어의 문화가 퍼펙트한(perfect) 문화라고 할 순 없다. 이 문화에서도 개선되어야 할 부분이 있다. 그렇지만 이 문화는 고어에게 가장 ‘이펙티브한(effective) 방법’이라 할 수 있다. 직원 개개인이 기업에 대한 열정을 가지고, 그것에 충분한 관심을 가지고 있으면 자연스럽게 강한 팀이 된다. 그런 의미에서 고어를 따라 하려고 하는 것이 아니라, 각각의 기업에서 먼저 자신들이 누구인지 정의를 내리고 고어가 그랬던 것처럼 자신들만의 컬처를 만들어야 한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그것이 반드시 문화가 되게 해야 한다. 

 

고어가 강력한 브랜드십을 가지고, 리더십이 아닌 브랜드십으로 경영을 할 수 있었던 것은 다음 과 같이 두 가지로 요약된다. 첫째, 자신들이 누구인지, 그리고 어떻게 일하려고 하는지 알았다. 둘째, 그것을 실천하기 위해 그들만의 핵심가치를 만들어 그것을 문화로 정착시켰다.

만약 “고어를 우리 기업에는 어떻게 적용해야 하나요?”라는 질문을 한다면, 당신의 기업과 브랜드가 누구인지 아는 것을 그 출발점으로 삼아야 할 것이다. 《삶의 의미를 찾아서》에서 정신과 의사인 빅터 프랭클 박사는 동시대에 함께 활동 했던 정신과 의사인 샬롯 뷜러의 얘기를 빌어 이렇게 애기한다.

 

“목적은 삶에 의미를 부여한다. 사람들은 모두 가치를 창조하고 싶어한다. 더 나아가 인간은 창조와 가치를 향한 기본적이고 선천적인 지향성을 지니고 있다.”

 

 

“고어를 따라 하려고 하는 것이 아니라,
각각의 기업에서 먼저 자신들이 누구인지 정의를 내리고
고어가 그랬던 것처럼 자신들만의 컬처를 만들어야 하는 것이다.”

 

 

브랜드십이란 결국, 브랜드가 가진 가치가 의미가 되어 브랜드를 리더를 비롯한 팔로워들이 그것을 영속적으로 지켜내기 위한 리더십이다. 그렇기에, 빅터 프랭클 박사의 말처럼, 기업이나 브랜드가 해야 할 것은 그저 직원들로 하여금 일 속에서 의미를 찾도록 도와주면 된다. 즉, 자신들이 몸 담고 있는 기업과 브랜드가 어떤 ‘의미’가 있는 것인지 알려주면, 자연스레 인간의 선천적인 지향성에 의해 직원들을 그것을 기꺼이 지켜내기 위해 헌신을 감행한다는 것이다. 빅터 프랭클 박사의 이야기를 좀 더 들어보자.

 

“매슬로우가 말한 자아실현이라는 것은 자기 자신에 집중하는 것이 아니다. 자아실현이라는 과업은 중요한 일에 헌신함으로써 스스로 의미를 성취했을 때 인간은 자신을 성취하는 것이다.” 이 말은 지금까지 고어의 브랜드십이 얼마나 타당한 것인지 다시 한 번 확인시켜 준다. 결국, 고어는 사람들로 하여금 스스로 브랜드가 가지고 있는 가치에서 의미를 찾게 하여 그곳에서 자아실현을 이룸으로써 브랜드의 영속가능경영의 엔진을 가속화시킨 것이다. 그렇기에 고어는 이렇게 얘기한다.

 

김인규: 고어컬처라는 것은 단순히 기업의 경영에 관한 것이 아니라, ‘사람에 관한 지침이나 규칙’이라 할 수 있다.

 

세계 어떤 나라를 가든 유대인들이 거주했던 곳은 그들만의 집성촌이 이루어져 있다. 그것은 그들이 다른 사람들과 거리를 두기 위함이 아니라, 그들만의 문화를 그곳이 어디든 지키기 위함이었다. 그들은 자신이 누구인지, 그리고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에 대해 잊지 않기 위해 성경을 읽으며, 오랜 시간 그들의 조상이 해왔던 율법과 규칙들을 지키면서 지금까지 살고 있다. 이것을 고어에 비추어 다시 얘기해보면, 고어는 50년 전, 빌 고어가 기업을 세울 때 가지고 있었던 생각과 그 생각을 지키기 위해 만든 핵심 가치를 잊기 않기 위해 매년 수없이 많은 교육을 진행하고, 프로젝트가 진행될 때마다 마치 유대인들이 율법책을 꺼내 보듯, 자신들의 고어컬처를 꺼내어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브랜드의 제자(disciple)가 되는 것은 이런 것이다. 어떤 일을 하든 브랜드의 핵심 가치를 꺼내 보며, 그대로 자신이 살고 있는지 확인하는 것, 자신의 행동을 브랜드의 가치에 초점을 맞춰 그것에서 의미를 실현해 가는 것 말이다.

“고어를 우리 기업에는 어떻게 적용해야 하나요?”라고 다시 묻는다면, 대답은 이것이다.

 

 

김인규: 고어가 어떻게 하고 있는지 보지 말라. 고어가 무엇을 보며 쫓아가고 있는지를 보라.

 

 

 

Vol. 16 고어편 Review
더글라스 맥그리거의 X이론과 Y이론
심리학자이자 경영학자인 더글라스 맥그리거는 1960년 《기업의 인간적 측면》이라는 책을 통해 X이론과 Y이론을 선보였다. 이것은 기업에서 직원들을 보는 시각을 두 가지로 나누어 설명한 것이다. X이론은 직원이 선천적으로 일을 싫어하고 가능하면 피하려고 하기 때문에, 기업에서 원하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직원을 강제적으로 통제하고 처벌로 위협해야 한다는 이론이다. 반면, Y이론은 인간은 자신에게 주어진 목표 달성을 위해 스스로 지시하고 통제 하고 관리할 수 있기 때문에, 직원에게 있어 일은 휴식이나 놀이처럼 자연스러운 거라고 얘기한다.
고어컬처 
고어에는 네 가지 핵심가치로 이루어진 고어컬처가 있다.
1. 평등함(Fairness): 고어에서 모든 직원은 평등하다. 이것은 ‘동등함’과는 다른 것으로 동일한 기준과 규칙을 통해 직원을 평가(?)한다는 의미이다. 그 예로, 고어에는 ‘전방위 평가 시스템(360도 피드백)’이 있다. 이것은 직속 상관이 직원을 평가하는 것이 아니라, 모든 동료가 각각의 직원에 대해 1등부터 꼴찌까지 등수를 매기는 방식을 통해 직원을 평가한다.
2. 자유(freedom): ‘일하는 방식’에 있어서 자신이 가진 능력과 재량을 마음껏 사용할 수 있는 자유를 말한다. 예를 들어, 고어에는 ‘장난시간(dabble time)’이라는 것이 있는데, 이 시간에는 직원들이 자신이 하고자 하는 것을 마음껏 해볼 수 있다. 또한 고어에서는 자신이 원하는 프로젝트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항상 열어둔다. 무엇보다 스폰서 제도를 두어 동료들이 서로 성장할 수 있게끔 서포트해 줄 수 있는 자유를 부여한다.
3. 헌신과 신뢰(commitment): 고어에서는 여느 기업과는 다르게 직급 체계가 없기 때문에, 스스로 고어에 헌신해야 할 뿐만 아니라, 이러한 헌신이 제대로 이루어질 수 있도록 어떤 조직이든 최대한 150명이 넘지 않도록 조직구성을 만들어 서로 간의 끈끈한 신뢰를 유지할 수 있도록 한다.
4. 워터라인(waterline): 고어에서는 프로젝트 단위로 업무가 이루어진다. 그래서 워터라인이라는 독특한 제도를 두는데,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사람 외에 프로젝트를 객관적으로 볼 수 있는 또 다른 책임자를 두어, 의사결정을 할 때 프로젝트에 함몰된 의사결정이 아닌, 보다 객관적으로 의사결정을 할 수 있도록 돕는다.
* 이 원고는 Vol. 16에 소개된 ‘Fair, Flat, Free가 만든 브랜드십, 고어(p. 82~93)’의 2편이라 할 수 있다. 그렇기에 이 원고를 읽기 전 반드시 위의 글을 읽어 보길 바란다. 아래는 이 원고에서 반드시 알아야 하는 핵심 개념만을 정리해 놓은 것이다.
http://www.unitasbrand.com/article/76200772

 

 

사진촬영 장소제공 : 마이크임팩트, 엠스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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