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브래텀_4. 이론과 실제가 충돌하면 실제를 바꾸라 볼륨배지시즌배지

고유주소 시즌2.5 / Vol.31 애플 코드와 씨드 (2013년 06월 발행)

“스컬리. 그래서 잡스가 자신의 뇌를 얇게 썰어서 10명의 사람에게 이식했다는 건가요?” “글쎄요. 스티브 잡스는 간 이식을 받았죠. 다른 사람의 신체를 이식해서 예전과 다른 감정과 능력이 생긴 경우가 있다는 보고는 들으셨죠?” “스컬리, 잠이 확 깨는 가설입니다.” 멀더는 스컬리를 주목했다. “멀더, 제 말은 가설이 아니라 뇌과학의 특수 사례를 이야기했을 뿐이에요. 아직 학계에서는 인정하지 않지만, 셀룰러 메모리(Cellular Memory, 세포 기억설)라고도 불러요. 장기 이식자들에게 기증자의 성격이나 습관이 그대로 전이되는 현상인데, 애리조나주립대 심리학 교수 게리 슈왈츠(Gary Schwartz)가 처음 발견했어요. ‘세포 기억기능’은 사람의 생활 습관, 식성, 관심분야, 일종의 단편기억 등이 뇌뿐만 아니라 인체의 세포 속에도 저장된다는 가설에 무게를 두고 있지요.”

멀더는 서울 도착 2시간 전이라는 기내 방송을 듣고 일어났다. 스컬리는 멀더가 보던 ‘슈퍼내추럴 코드’ 리포트를 읽고 있었다. 스컬리가 멀더에게 물컵을 건네주었다.

 

“스컬리는 안 잤어요?”

 

“네, 보고서 거의 다 봤어요. 이제 멀더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조금 알 것 같아요.”

 

멀더는 의자를 세우고 따뜻한 물수건을 얼굴에 덮었다. “내가 어떤 생각을 하는지 전혀 모를 겁니다.”

 

“스티브 잡스는 죽어가고 있었죠. 하지만 애플을 포기하지 않았어요. 뭐라도 했을 거예요. 멀더는 NeXTStep10 멤버가 스티브 잡스의 복제인간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스컬리, 그런 생각은 10년 전에 했을 거예요.”

 

“그러면 스티브 잡스 뇌의 해마, 배면 전두엽 대뇌피질 그리고 중뇌 부위를 도려내어 10명에게 이식했다면요?”

 

“그건 또 무슨 소리예요? 의학적 근거가 있어요?” 멀더는 재미있다는 표정을 지으면서 기지개를 폈다.

 

“《뉴론》잡지 2004년 10월 14일 판에 코카콜라와 펩시콜라를 마신 사람들의 머리를 자기공명영상(MRI)으로 들여다본 실험이 있어요. 맛을 보면서 어느 한 브랜드를 선택할 때 활성화되는 뇌 영역을 검사했죠. 결과는 코카콜라를 좋아하는 사람이 코카콜라를 마셨을 때, 펩시콜라를 마신 것보다 복내측 전두엽 대뇌피질(Ventromedial prefrontal cortex)이 더 강하게 활성화된다는 거였고요. 게다가 이 효과는 코카콜라에 대한 선호와도 관련이 있었죠. 코카콜라에 대한 선호가 높을수록 이 부위가 더 강하게 활성화되었거든요. 연구팀은 ‘뇌의 이 부위가 좋아하는 맛을 느낄 때 활성화되는 영역’이라고 설명했어요. 그리고 다시 상표를 보여주고 음료를 먹게 했을 때는 배면 전두엽 대뇌피질(Dorsolateral prefrontal cortex)과 해마(Hip-pocampus)가 흥분한 것으로 드러났지요. 흥미롭게도 앞서 활성화된 복내측 전두엽은 전혀 움직임이 없었어요. 배면 전두엽 대뇌피질은 정서적인 정보에 따라 어떤 행동을 선택하게 만드는 기능과 연관이 있고, 해마는 기억·학습과 관련된 영역이라는 사실이 이제까지 과학자들의 연구를 통해 알려졌죠. 연구팀은 ‘코카콜라 상표를 보면 뇌는 자신에게 호감을 준 광고와 마케팅과 같은 정보를 되살려 그쪽을 선택하는 행동을 이끌어내는 것’이라고 설명했어요. 즉 ‘콜라’는 ‘맛’이 아니라 브‘ 랜드’에 따라 선호도가 달라지는 것이다’라고 결론 내렸죠.

연구의 가설은 ‘하나, 아무런 단서 없이 코카콜라와 펩시콜라를 마신 사람들은 차이를 구별하지 못할 것이다. 둘, 단서가 없는 경우 맛 평가를 위해 주로 감각기관에 의존하는 뇌 부위가 활성화될 것이다. 셋, 단서를 줄 경우 사람들은 특정 음료에 대해 선호를 표현할 것이다. 넷, 단서가 주어진 경우, 음료 자체보다 기존 지식에 기반을 둔 평가를 하기에 뇌의 다른 부위가 활성화될 것이다’였고, 자기공명영상의 결과는 이를 증명해 주었어요. 연구진들은 이렇게 발표했죠. 하나, 아무 단서가 없는 음료를 마신 경우 두 음료간 선호에 차이는 없었다. 둘, 단서가 없는 경우 뇌의 복내측 전두엽 대뇌피질(Ventromedial prefrontal cortex)이 활성화된다. 이는 감각기관의 정보에 의존한 판단활동이 주를 이뤘기 때문이다. 셋, 단서를 줄 경우, 특히 코카콜라는 선호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드러났다. 넷, 단서가 주어진 경우 뇌의 해마, 배면 전두엽 대뇌피질 그리고 중뇌가 활성화된다.”

 

“스컬리. 그래서 잡스가 자신의 뇌를 얇게 썰어서 10명의 사람에게 이식했다는 건가요?”

 

“글쎄요. 스티브 잡스는 간 이식을 받았죠. 다른 사람의 신체를 이식해서 예전과 다른 감정과 능력이 생긴 경우가 있다는 보고는 들으셨죠?”

 

“스컬리, 잠이 확 깨는 가설입니다.” 멀더는 스컬리를 주목했다.

 

“멀더, 제 말은 가설이 아니라 뇌과학의 특수 사례를 이야기했을 뿐이에요. 아직 학계에서는 인정하지 않지만, 셀룰러 메모리(Cellular Memory, 세포 기억설)라고도 불러요. 장기 이식자들에게 기증자의 성격이나 습관이 그대로 전이되는 현상인데, 애리조나주립대의 심리학 교수 게리 슈왈츠(Gary Schwartz)가 처음 발견했어요. ‘세포 기억기능’은 사람의 생활 습관, 식성, 관심분야, 일종의 단편기억 등이 뇌뿐만 아니라 인체의 세포 속에도 저장된다는 가설에 무게를 두고 있지요. 슈왈츠 교수는 20년간 장기이식을 받은 사람을 연구하며 70여 건의 사례를 발견했대요. 7살의 제니퍼는 심장이식 수술 후 알 수 없는 악몽을 꾸었는데, 누군가에게 살해당하는 꿈이었죠. 정신과 치료도 소용없었고, 보다 못한 제니퍼의 부모님은 제니퍼를 경찰에 데려가요. 그리고 제니퍼의 말에 따라 꿈속 살인자의 몽타주를 그린 경찰은 제니퍼에게 심장을 이식해준 랄프라는 소년의 살해범을 잡게 되지요. 그 반대로 63세의 윌리엄 쉐리던은 심장 이식 수술 후 그림 그리기에 월등한 창조력을 발휘하기 시작했어요. 윌리엄에게 이식된 심장은 자동차 사고로 숨진 24살의 케이스 네빌이란 젊은이였는데, 유능한 아마추어 화가였던 것으로 드러났죠. 37살의 쉐릴 존슨은 심장이 아닌 신장 이식 후 독서 스타일에 변화가 생겼어요. 평소 연예인이나 가십거리 관련 잡지만 좋아하던 쉐릴은 신장이식 후 도스토예프스키와 제인 오스틴의 소설을 즐겨 읽게 되었어요. 또, 개인적으로 마음에 걸리는 사례지만, 소니 그레이엄은 자살로 생을 마감한 테리 코들의 심장을 이식 받았죠. 시한부 삶을 살던 소니는 건강을 회복하여 새로운 인생을 살게 되었는데, 13년 후 돌연 자살해요. 놀라운 사실은 자살한 방법이 테리 코들과 동일했다는 점이에요.

1990년대 오스트리아 비엔나대학 의과대학의 브리짓 분젤 교수도 장기 이식 환자들이 보이는 유사한 변화를 조사했다고 해요. 대학병원에서 장기 이식 수술을 받은 환자 47명을 수술 3개월이 지난 시점에 인터뷰해 수술 전과의 변화를 확인한 거죠. 그 결과 환자들은 크게 세 그룹으로 분류됐어요. 성격이 전혀 변하지 않았다고 답한 그룹, 성격이 변하기는 했지만 새로운 장기로 인한 것은 아니라고 답한 그룹, 그리고 스스로 느끼기에 성격이 현저히 변했다고 답한 그룹으로요. 이 중 셀룰러 메모리와 유관한, 다시 말해 장기 이식 후 현저한 성격 변화가 나타났음을 체감한 환자는 총 3명으로 전체의 6%를 차지했어요. 45세의 한 남성은 17세 소년의 심장을 이식 받은 후 볼륨을 크게 높여 음악을 듣거나 새 자동차에 성능 좋은 스테레오 스피커를 장착하는 것이 꿈이 되었다며, 과거에는 결코 상상할 수 없었던 일이라고 말했죠. 분젤 교수는 이 남성이 장기 기능자가 아직 자기 몸속에 살아있어 마치 두 사람 분의 인생을 살고 있는 느낌이 든다고 얘기했다고 했어요. 분젤 교수가 그런 느낌을 받는 기분이 어떠냐고 묻자, 그는 ‘우리’는 괜찮습니다’라고 대답했대요.”

 

“스컬리! 10년 전 저의 모습을 보는 것 같은데요?” 멀더는 스컬리를 진지하게 바라보았다.

 

 

 

 

“아니요, 멀더. 그 반대예요. 상상하지 않고 사례와 패턴을 통해 입증하려는 거예요.”

 

멀더는 다시 한 번 스컬리를 물끄러미 바라보다 말을 꺼냈다. “스티브 잡스의 간이식… 고대 바벨론, 수메르 그리고 로마인들도 동물의 간을 꺼내서 점을 쳤어요. 에스겔이라는 이스라엘 선지자가 쓴 글에 이런 말이 있죠. ‘바빌로니아 왕이 그 두 길이 시작되는 갈림길에 이르러서는, 어느 길로 가야 할지 알아보려고 점을 칠 것이다. 화살들을 흔들거나, 드라빔 우상에게 묻거나, 제물의 간을 살펴보고, 점을 칠 것이다’라고 말했죠.”

 

“멀더도 이 분야를 연구했군요?” 스컬리를 웃으면서 말했다.

 

“물론이죠. 아, 하지만 사례는 보지 않았습니다. 직관적으로, 그러니까 고대인들의 직관과 깨달음에 의지하고 있죠. 고대 히브리어로 ‘간’은 카베드(Kabed)입니다. ‘무겁다’는 뜻인 ‘Kabad’가 어원이죠. 여기서 재미있는 것은 ‘영광’을 의미하는 단어 카보드(Kabod)도 같은 ‘무겁다’에서 유래된 사실이에요. 실제로 ‘간’의 무게는 1,200~1,600g 정도 되죠. 복강내 장기 중 가장 무거워요. 제 생각에는 미라를 만드는 과정을 보았던 히브리인들이 내장에 대해서 배웠던 것 같아요. 고대인들은 심장, 뇌 그리고 간에 특별한 영감과 의미를 부여했죠. 그래서 한국에서는 스스로 의사결정을 하지 못하고 남의 의견을 따르는 사람을 ‘쓸개(간에서 분비된 쓸개즙을 저장하는 주머니) 빠진 인간’이라고 말하더군요. 그럼 스컬리의 가설은, 스티브 잡스가 세포기억을 위해서 자신의 해마를 비롯한 자신의 내장 기관을 10명의 미니 잡스에게 이식했다는 거죠?”

 

“스티브 잡스가 간이식을 통해서 확실히 무엇인가를 느꼈다면 그렇다고 볼 수 있지 않을까요? 의학적으로는 어느 정도 가능한 이야기예요. 사망자 8명에게서 CHU456XT라는 특이 세포가 발견됐다면서요. 저도 프로젝트 합류하기 전에 좀더 알아보니 스티브 잡스의 췌장암에도 이 희귀성 세포가 발견됐었고요.”

 

“자, 그러면 스컬리의 의학적 소견은 무엇인가요? 이식 부작용인가요?”

 

“이식 부작용으로 인한 스트레스성 자기 붕괴 몰입 증후군.”

 

“스컬리… 역시!”

 

“역시? 뭔데요?”

 

“변하지 않았어요. 사람이 변할 수 있다는 생각을 잠시 했네요.” 멀더가 가볍게 웃었다.

 

“그래요? 사람은 변하지 않아요. 생각의 방법이 달라질 뿐이에요. 보는 것은 항상 같은 것을 보죠.”

 

“그러면 슈퍼내추럴 코드는 왜 열심히 읽었어요? 그러니까 앞으로 내가 상상하는 것을 예측하려는 것이었나요?”

 

“아니요, 멀더. 오히려 그 반대예요. 멀더 당신이 이 가설 탓에 보지 못하는 것을 보려고 했어요. 26년 동안 8,000km에서 따로 살고 있었던 한국의 일란성 쌍둥이 이야기 들어보셨죠? 태어나자마자 헤어졌지만 살아온 인생이 비슷했어요. 직업도 비슷했고, 습관도 비슷했죠. 1979년 미국의 토머스 부처드가 연구한 쌍둥이 ‘짐 루이스와 짐 스프링거’의 사례는 더욱 놀라워요. 이들도 태어나자마자 입양돼서 40년 동안 서로 다른 곳에 살았지만 모든 것이 비슷했어요. 치질, 고혈압, 직업뿐만 아니라 애완견 이름이 토이라는 것, 두 번의 결혼에서 만난 부인 이름까지도 모두 일치했어요.”

 

“그런데 그런 유전자 결정론은 히틀러의 이론이라는 사실, 아시죠?”

 

“그럼 아까 멀더가 저에게 인터넷 천재와 유대인 라인에 대해서 말했던 것, 잊지 않았죠?” 스컬리가 웃으며 되물었다. 멀더도 따라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스컬리, 그런데 저는 정말로 이번 사건을 좀 더 다르게 생각해요. 기관이식보다는 정신적 이식에 더 가깝다고 생각해요. 브랜드 부족주의에 입각한 일종의 영적인 결합이라고 생각해요. 쉬운 말로 ‘소속감’이겠죠. 할리데이비슨이라는 모터사이클은 수송수단보다는 일종의 ‘연결’이라는 인간의 코드(Code)를 잡고 있어요. 유대인들이 느끼는 소속감을 생각해 봐요. 4,000년의 역사 중 2,000년을 국가도 없이 떠돌이 생활을 했지요. 비록 세계인구의 0.23%에 불과한 1,500만 명의 소수 민족이지만 그들은 ‘하나’라고 느끼고 있어요. 어떻게 그럴 수 있을까요? 제가 말하는 브랜드 부족의 소속감은 유대인이 느끼는 소속감에 가까워요.” 멀더는 노트를 열어서 스컬리에게 뭔가를 보여 주었다.

 

“안나 한에게 물어보니까 릴레이션십(Relationship)에 해당하는 한자어는 이렇대요.”

 

스컬리는 건너편의 안나 한을 보았다. 그녀는 고개를 푹 숙인 채 자고 있었다.

 

“음… 아랍 말 같은데요.”

 

“한자라는 거예요. 여기에 이 3개의 단어가 소속감(所屬感)이라는 단어예요. 여기서 속(屬)자는 두 가지 뜻과 음을 가지고 있어요. 먼저 ‘무리 속’과 ‘이을 촉’이에요. 그러니 소속감이란 어느 무리에 속한 느낌이고, 어딘가에 ‘이어져 있는’, ‘연결된 느낌’이라고 해석할 수 있어요. 《유니크 브랜딩》이라는 책을 쓴 스캇 데밍이 이렇게 말했더군요. ‘브랜드의 성공 비결은 고객에게 약속한 것 이상을 이행함으로써 그들이 특정 문화 집단이나 가족에 속해 있는 느낌을 창조해내는 능력에 있다. 브랜딩은 마치 결혼할 때와 같은 소속감을 수반하는 강한 애착을 만들어 내는 작업이다.’ 제대로 된 브랜드 부족 심리는 기관 이식보다 더 큰 힘을 만들어 낼 것 같아요.”

 

“멀더, 그 소속감을 만드는 코드는 자아를 인식하는 데 있어요. 자아 일관성과 자아 향상은 자아에 강화적 역할을 하느냐 아니면 보완적 역할을 하느냐의 문제죠. 예를 들어 애플이 자신과 ‘닮아서’ 샀다면 자신의 기존 자아를 강화하는 역할을 할 것이고, 반대로 ‘닮고 싶어서’ 샀다면 자신의 자아를 보완하는 거예요. 마치 결혼과 비슷한 거죠. 배우자를 고를 때 나랑 닮은 사람이랑 할 것이냐, 나를 보완해 줄 수 있는 사람과 할 것인가가 배우자를 선택하는 가장 중요한 기준이 되잖아요. 멀더는 NeXTStep10의 선별 조건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세요?”

 

멀더는 한동안 말을 하지 않고 뭔가를 생각했다. 그리고 조용히 말을 이었다.

 

“스컬리의 말대로 세포 기억과 유전자 결정론에 입각한 선별이라고 한다면 현실적으로 불가능할 거예요. 잡스와 기관에 대해서 부작용이 일어나지 않는 삶을 찾았을 것이고, 무엇보다도 잡스의 미학적 코드를 일치하는 사람을 찾았을 거예요. 무엇보다 그들이 잡스를 선택한 것이 아니라 잡스가 그들을 선택했겠죠. 아마도 조엘 포돌니는 특수한 의사 결정 상황을 만들어서 스티브 잡스와 같은 선택을 하는 사람들을 찾았을 겁니다. 스티브 잡스의 힘은 의사결정이잖아요. 소속감이 있으며, 잡스의 미학적 감각이 있고, 무엇보다 잡스와 같은 의사결정을 하는 사람들일 거라고 생각해요.”

 

“그럼 왜 그들의 몸에서 잡스와 같은 특이한 암세포가 나왔죠? 이것도 소속감의 발현인가요?”

 

“지금 제 가설에 이식 당할 것 같아서 거부반응을 일으키는 거예요?” 멀더는 웃으면서 말했다.

 

“아니에요! 다행히 아직까지는 멀더가 그들이 복제인간이라고 주장하지 않았네요!”

 

“스컬리! 어떻게 알았죠? NeXTStep10은 복제인간이에요!” 멀더는 놀란 눈으로 쳐다보았다.

 

“멀더!!” 순간 흥분한 스컬리가 큰 소리를 냈다. 안나 한이 고개를 돌려 그들을 또렷이 응시했다. 스컬리는 별일 아니라는 표시로 멋쩍은 눈웃음을 지어 보였다.

 

“멀더!” 스컬리는 조그만 목소리로, 하지만 황당한 얼굴로 다시 한 번 멀더를 불렀다.

 

“영적 복제!” 멀더가 조용히 말했다.

 

“네? 영적 복제요?”

 

“그들은 단순히 잡스와 코드가 맞는 것이 아니라 근본이 같은 사람이에요.”

 

“도대체 근본이 뭐죠?”

 

“예수가 유대인 선생이 구원에 대해서 묻자 ‘물과 성령’으로 거듭나지 않으면 구원받을 수가 없다고 말했죠.”

 

“오… 멀더. 이게 또 무슨 말이에요?”

 

“스컬리, 잘 들어봐요. 나는 아직 신앙심은 없지만, 신앙인들이 공유하는 현상에는 믿음을 갖고 있어요. 전 세계 10억의 기독교 인구들이 믿고 있는 그 책 속에 뭔가가 없다면 2천 년 동안 수백 억의 신자와 수많은 순교자를 만들었을까요?”

 

“이런. 설마 미니 잡스들이 스티브 잡스와 함께 순장(殉葬)되었다, 이런 건가요?”

 

“약 2,500년 전에 살았던 헤라클리투스(Heraclitus, BC 535~475)가 ‘보이지 않는 연관성은 보이는 연관성보다 강력하다’고 말했죠. 그들이 본 것은 과연 무엇일까요?”

 

“멀더, 생각하는 것은 우리지만, 생각하는 순간 생각이 우리를 지배하기 시작해요. 인간은 자신이 보는 것을 믿는 것이 아니라 믿는 것을 보려고 하죠. 도대체 멀더가 보려는 것은 무엇이죠? 아니 믿고 싶은 것은 뭐죠? 스티브 잡스를 말하는데 왜 갑자기 2천 년 전 이야기를 꺼내는 거예요?”

 

“기왕 말한 김에 하나만 더 말하죠. 2,300년 전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가 구축한 말이에요. 미메시스(Mimesis)라고 들어보았죠? ‘재현’의 의미가 있는 ‘모방’을 뜻하는 단어예요. 예술이라는 자연의 재현(모방)을 정의하기 위해 만들어졌지요. 아리스토텔레스는 이런 관점에서 ‘예술가란 여러 재료들을 사용해서 인생을 모방(Mimesis), 예술을 추구하는 자들’이라고 했어요. 예술이 자연의 모방(재현)이라면 브랜드는 무엇의 모방(재현)일까요? 미니 잡스들은 분명 복제라고 부를 정도의 무엇인가를 모방하고 있어요. 그것을 코딩이라고 일단 정의해두죠. 제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동시성’입니다. 원래 동시성이란 키에르케고르의 종교관에서 나온 개념인데, 시간을 초월하여 종교적 현상이 되풀이되는 것을 말해요. 제가 성경을 인용하는 것은 바로 신앙심이 좋은 키에르케고르 때문이에요. 하지만, 동시성이라는 말은 물리학에서 특수 상대성 이론을 설명할 때 등장하죠. 놀랍지 않나요? 게다가 브랜드 지식에서는 브랜드 사용자가 시간과 공간을 초월하여 ‘창업자의 정신과 가치’를 공유하면서 그들이 원하는 방식 이상으로 사용하는 것으로 조사되고 있어요. 지금 읽고 있는 ‘슈퍼내추럴 코드’ 리포트의 중심 코드는 시너지(Synergy)예요. 코드가 맞는 공급자와 소비자가 하나되어서 상표를 브랜딩하고 브랜드로 만드는 이야기를 하고 있죠. 그 과정에서 일어나는 관계들은 공식화할 수 없을 만큼 매우 복잡해요. 사랑, 비전, 협력, 문화, 숭배, 중독, 애착, 보호, 수집, 일체, 성장 등 사람과 사람 사이에 일어나는 관계와 다르며, 그보다 더 큰 진정성과 목적성을 갖기도 하죠.”

 

 

 

 

“그러니깐 영적 복제는… 정확히 말해 애플의 근본은 신앙심이라고 생각하는군요.”

 

“저의 생각은 애플의 영적 믿음, 그리고 우주 진화론입니다.”

 

“예? 영적 믿음과 진화요? 창조론과 진화론인가요?”

 

“그런 의미는 아니에요. 《전설이 되는 브랜드 만들기》의 저자 로렌스 빈센트는 ‘고대 문명의 서양 신화는 자연 세계의 신비로운 현상들을 신들과 영웅들의 투쟁과 정복이라는 이야기를 통해 설명했다. 오늘날에는 브랜드 신화가 이와 유사한 목적으로 사용된다’고 말했죠. 그는 ‘전설적인 브랜드’는 자신의 전설이 개인의 경험과 결합하는 과정을 통해 ‘활성화’ 시키고 독특한 체험을 만든다고 주장했어요. 키에르케고르와 대립각을 세운 니체도 아주 재미있는 주장을 했어요. 아까 잠깐 말한 것 같은데요. ‘초인’ 말이에요. 니체는 나약한 인간을 넘어선 인간을 위버멘쉬(Ubermensch)라고 말했는데, 그 뜻은 말 그대로 ‘인간을 넘어선 인간’이에요. 니체가 말하는 위버멘쉬는 태어날 때부터 초인적 힘을 가진 영웅이 아니라 앞서 말한 것처럼 자신의 한계를 넘어선 사람들이죠. 마치 스티브 잡스 같은 사람이라고 볼 수 있어요. 순수한 아이들은 자신의 한계를 모르죠. 넘어지면 일어나고, 도전적이며, 진취적이고, 자신의 나약함을 망각하고 더 높은 이상을 꿈꿔요. 니체가 보고 싶었던 그리고 되고 싶었던 사람이 바로 이런 순수한 영혼을 가진 사람이에요. 믿음을 가진 사람들이죠. 브랜드의 고객 중에는 창업자의 창업정신과 가치를 존중하면서 ‘헌신(Commitment)’하여 브랜드 성장에 기여하는 사람들이 있어요. 브랜드를 소유함으로 창업자의 정신을 소유하고 싶어하며 그것을 자신의 삶 속에서 모방(재현)하려고 한다는 거죠. 이것을 브랜드 동시성(Simultaneity, 同時性)이라고 하죠. 제가 말한 영적 복제입니다. 브랜드는 창업자, 운영자, 마니아, 충성자, 소비자, 문화, 스토리, 감동, 품질, 관계 등 모든 것이 함축되어 하나가 된 상징의 결정체예요.

여러 사람에게 할리데이비슨을 머릿속에 떠올린 후 방금 나열했던 단어들을 대입시켜 보면 대부분 비슷한 연상이 이루어지는 걸 알 수 있어요. 애플도 마찬가지예요. 이처럼 브랜드에는 그 시대의 문화, 경제, 심리, 정치, 기호와 같은 보이지 않는 연관성이 있어요. 마치 미국의 건국 슬로건으로 잡았던 ‘e pluribus unum(라틴어로 여럿으로 이루어진 하나, 동의어: Unitas)’처럼 수많은 개념이 연결되어 하나로 이루어진 ‘덩어리’예요. 생산자의 신념과 소비자의 가치가 ‘동기화’되고, 고객은 브랜드와 함께 ‘물아일체’를 느끼며, 브랜드를 통해서 창업자의 창업 이념을 공유하는 ‘동시성’, 그리고 브랜드를 통해서 창조적 예술성을 체험하는 ‘미메시스’까지… 이 모든 개념이 연결되고 하나가 될 때 슈퍼내추럴 코드를 가진 브랜드를 볼 수 있는 거죠.”

 

“멀더, 미안한데요. 그런 소속감과 영적 복제라고 말하는 일체감은 사실 신기한 이론들이 아니에요. 마케터들이 자주 사용하는 심리학적 개념들이죠. 키에르케고르나 니체는 아니지만 C. S. 루이스도 ‘인간이 선과 악의 경계를 넘도록 하는 강력한 힘은 집단에서 배척당하기를 거부하고 소속되고자 하는 기본적인 욕구’가 있다고 말했죠. 비록 루이스가 뇌를 본 건 아니었지만, 재미있게도 그의 이야기는 사실로 드러났어요. 사람들이 다른 사람들로부터 배척당하는 경험을 하면 뇌에서 신체적으로 아픔을 당할 때 활성화되는 부위가 똑같이 활성화돼요. 아주 똑같이요. 뇌의 움직임으로 알 수 있는 건, 인간에게 다른 사람과 관계 맺고 그 사람들 속에 포함되려는 아주 강력한 동기가 있다는 점이에요.
오히려 저는 사회심리학(Social Psychology)의 유명한 실험 중 스탠리 밀그램의 ‘권위에 대한 복종(Obedience to Authority)’ 실험에 더 큰 비중을 두고 싶어요. 권력의 지시 때문에 한 개인이 자신의 자아를 잃은 채 얼마나 쉽게 복종하는가를 잘 보여준 연구죠. 이 실험에서는 다른 사람을 과도하게 신뢰하는 것이 자신에 대한 합리화나 책임 회피와 관련되어 있음을 보여주고 있어요. 분명히 틀린 답이지만 모두가 맞다고 말하면 자신의 의견을 수정하는 일종의 규범적 압력(Group Conformity)도 비슷한 실험이죠.”

 

“스컬리, 하나만 물어보죠. 왜 인간들이 권위와 규범에 복종하도록 설계되었을까요?”

 

“설계하다뇨, 누가요?”

 

“인간의 본성이요!”

 

“그건 사회생활을 하면서 일종의 문화와 습득된 지식…”

 

“세포 기억을 말한 것은 당신이었어요. 그러니깐 유전학적 운명 속성을 말한 게 스컬리였다고요. 태어나자마자 자연의 본능에 따라 거미집을 만드는 거미 이야기를 했잖아요. 다시 물어볼게요. 인간의 기본 본능은 무엇일까요? 사자 새끼를 고양이처럼 키울 수 있어도, 결국 사자가 고양이는 될 수 없잖아요. 사자의 본능이 그 안에 있으니까요. 인간도 지구에 살고 있으니까 분명 자연의 법칙에 따르는 본능이 있을 겁니다. 자연은 자연의 본능을 따르죠. 인간의 문명과 문화도 본능이라고 생각해요.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도시를 보면 가장 지구와 어울리지 않은 본능을 보여주고 있어요.”

 

“멀더… 설마…”

 

“맞아요. 우리는 다른 우주를 알고 있어요. 우리 몸에는 우주의 본능이 있어요. 전 그것이 브랜드라고 생각해요. 제가 브랜드와 인류학을 연구하는 것은 인간의 숨겨진 본능을 찾고 싶은 거예요. 창세기에 재미있는 사건이 있더군요. 신의 형상을 닮은 아담이 창조되자마자 했던 일이 모든 생물의 이름을 지었어요. 그러니깐 아담의 본능은 ‘창조’였어요. 인간이 계속 창조하고 이름 짓는 것은 본능이라고 생각해요. 스티브 잡스는 ‘우주가 놀랄만한 물건을 만들고 싶다’ 그리고 ‘자신의 인생에 그 어떤 힘의 개입을 직관적으로 알았다’고 말했어요. 과연 그것이 무엇일까요?”

 

“멀더, 설마 창조주가 스티브 잡스를 통해 계속 창조했다고 생각하는 건 아니죠?”

 

“스컬리가 그렇게 상상한다면 제 생각이 이식된 거군요.” 멀더는 웃었다.

 

“좋아요. 그럼 거듭나게 하는 물과 영은 무엇이죠? 설마 스티브 잡스가 신이라고 말하는 것도 아니겠죠.”

 

“오, 그것도 좋은 생각이네요!”

 

“멀더!”

 

“그것은 절대 아니에요. 하지만 스티브 잡스가 신이 가지고 있는 창조의 원천과 구조를 이해하고 있는 것 같아요. 먼저 그의 기준이 신의 것이죠. 우주를 놀라게 할만한 것은 인간이 생각할 수 없는 생각이에요. 아담을 만들었던 창조주가 있다면 분명 또 다른 아담을 기대하지 않았을까요? 신의 본능인 창조능력을 갖춘 사람이 창조하는 것을 보고 싶지 않았을까요?”

 

“그런 가설로 이번 조사를 하면 우리는 매우 어려운 문제에 직면할 것 같아요. 솔직히 지금 상황으로선 다시 뉴욕으로 돌아가고 싶군요.”

 

“인간의 몸은 50조의 세포로 이루어져 있죠. 하지만 50조의 세포가 모두 자의식이 있는 것은 아니에요. 자의식은 하나만 느낄 수 있어요. 하지만 소설을 써보면 내 안에 수십 명의 인격체가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어요. 여자, 남자, 악당 심지어 신도 될 수 있어요. 이건 놀라운 거예요. 50조의 세포가 멀더는 아니지만 하나의 멀더를 느낄 수 있는 것처럼, 애플에는 모든 사람이 애플로 느끼게끔 하는 인격체가 있어요. 더 심한 사람은 스티브 잡스처럼 되는 사람도 있죠. 이것이 무엇일까요? 기독교에서는 이런 것을 교회라고 말하잖아요. 진보된 애플에게는 이런 종교와 같은 모습을 느낄 수 있어요. 조직이 인격체로 느껴지는 것을 말하는 거예요. 이런 것은 군대, 특수 조직에서 많이 보이는 현상이죠. 제가 찾는 것은 바로 이것입니다. 인간의 본능을 찾고 싶어요.”

 

“이제 멀더가 왜 성경의 논리를 가지고 가설을 세웠는지 조금은 알겠네요. 그러니깐 인간은 신성이라는 본성을 가진 독특한 생명체다. 이 생명체의 본성은 창조고, 그 창조성을 그대로 보여준 것이 스티브 잡스다. 따라서 스티브 잡스를 연구할 수 없지만, 우리가 만날 그 사람을 통해서 스티브 잡스의 실체와 집단 인격체적 특수성을 입증할 수 있다, 이거죠?”

 

“비슷해요.” 멀더는 고개를 저었다.

 

“비슷해요? 또 다른 것이 있나요?”

 

“어쩌면 그들이 스티브 잡스일지도 몰라요! 스티브 잡스는 연기를 했고, 그 10명이 진짜 스티브 잡스일지도 모르죠.”

 

“멀더, 정말 당신은 무엇을 생각하는지 모르겠군요. 대단한 반전이에요.”

 

“스컬리, 어쩌면 스티브 잡스가 폐기되었을지도 모르죠.”

“정말 황당하게 들리지만 설마 그 생각에 대한 가설이 있나요?” 스컬리는 가장 황당한 얼굴로 멀더를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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