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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유주소 시즌2.5 / Vol.31 애플 코드와 씨드 (2013년 06월 발행)

애플의 개인용 제품 라인 앞에는 iMac, iPod, iPhone, iPad처럼 소문자 i가 붙는다. 왜 대문자 I가 아닌 소문자 i일까? 혹자는 ‘개인’을 의미한다고 말하고 혹자는 ‘인터넷’의 첫 글자라고 확신한다. 따지고 보면 모두 맞는 말이다. 스티브 잡스는 i가 의미하는 바를 한 번도 공개적으로 언급하지 않았지만, 처음 i를 사용한 iMac 공개 슬라이드에서 ‘internet, individual, inform, instruct, inspire’이라는 단어를 사용해 그 의미를 전달했다.

애플의 개인용 제품 라인 앞에는 iMac, iPod, iPhone, iPad처럼 소문자 i가 붙는다. 왜 대문자 I가 아닌 소문자 i일까? 혹자는 ‘개인’을 의미한다고 말하고 혹자는 ‘인터넷’의 첫 글자라고 확신한다. 따지고 보면 모두 맞는 말이다. 스티브 잡스는 i가 의미하는 바를 한 번도 공개적으로 언급하지 않았지만, 처음 i를 사용한 iMac 공개 슬라이드에서 ‘internet, individual, inform, instruct, inspire’이라는 단어를 사용해 그 의미를 전달했다.

 

애플 제품은 스티브 잡스 개인의 니즈에 의해 만들어졌다고 알려져 있다. 그는 ‘자신에게 필요한 것은 다른 이들에게도 필요할 것’이라는 확신이 있었다. 결국 i는 스티브 잡스 본인이기도 하고 애플을 구매하는 각 개인이기도 하다. 사용자는 애플 제품을 구매했지만, 실은 또 하나의 자신과 만난 셈이다. 사용자들은 애플 제품을 봤을 때, 바로 자신이 찾는 제품이라는 것을 직감적으로 알았다고 고백했다. 이성적으로 설명할 수 없지만, 자신의 영혼을 담을 공간임을 알아차린 것이다. 이런 느낌은 두 번 오는데, 처음 사용자가 제품을 본 순간, 두 번째로 브랜드의 철학과 신념에 동화되는 찰나이다. 바로 i가 !로바뀌는 때이기도 하다.

 

애플은 테크놀로지와 인문학의 교차점에 서 있다. 다른 말로 스티브 잡스의 직관과 기술력의 결합이다. 이는 테크놀로지 = 과학, 예술 = 인문학이라는 기존의 고정관념을 전복한다. 따라서 애플이라는 브랜드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기존의 시각을 180 선회해야 한다. 그리고 서로 반대되는 영역을 연결하고 이을 때 애플이라는 브랜드에 대한 통찰이 생긴다. i(애플 제품)는 (직관)으로 인지되고, (직관)는 i(애플 제품)로 탄생한다. 이를 설명하기 위해 세 가지 원리를 제시하려 한다.

 

첫째, 180 법칙(180 degree rule)은 애플의 브랜드 정신에 대해 얘기한다. 둘째, 도립실상(Invertedreal image)의 원리는 애플 브랜드와 소비자의 관계를, 셋째, 상보적인 구조(Complementary structure)는 브랜드의 차별화 코드에 대해 설명한다. 이들은 서로 다른 영역에서 사용하는 원리이나 여기서는 애플 브랜드를 이해하기 위한 기제로 사용되었음을 밝힌다.

 

 

1. 180 degree rule

왜 애플인가?

사람들은 애플이라는 브랜드에 열광하면서도 위의 질문을 던지면 선뜻 답하지 못한다. 가령 제품을 산 이유에 대해 설명할 수 있다 하더라도 그 이유가 제품 구매 욕구보다 우선한다고 말할 수 없다. 애플 제품에 대한 신뢰와 선망이 이미 자신 내부 어딘가에 있었거나, 바로 자신이 원하던 것임을 직감적으로 캐치했기 때문이다. 이런 현상은 비단 애플 제품에만 해당하는 것은 아니다. 자신이 좋아하는 브랜드 제품을 떠올려보자. 막 새로 출시한 제품을 봤는데 가슴이 뛴다면, 그건 이성일까? 감성일까?

 

애플은 소비자에게 제품 이상의 가치를 선사했다. 브랜드 신념, 경영 철학, 융합적 사고, 혁신 등, 로 대변할 수 있는 것들이다. 《나는 왜 이 일을 하는가(Start with Why)》의 저자 사이먼 시넥(Simon Sinek)은 “애플이 끊임없이 성장하고 혁신할 수 있었던 것은 그들이 목적과 신념을 말했기 때문이다. 다른 기업이 무엇을 제공할 것인가(What)를 말할 때, 애플은 왜 하는가(Why)에 집중했다(Vol. 20 브랜드 창업 Why 이론 참조)”면서 “그들의 ‘Think Different ’는 실현되었다. 소비자는 ‘무엇’이 아닌 ‘왜’를 보고 선택했다. 브랜드의 ‘왜’는 자신이 브랜드를 선택한 이유이자 가치다”라고 피력했다.

 

애플은 소비자에게 브랜드의 새로운 시각을 제공했다. 이 시각은 이성이 아닌 감성에 의해 움직인다. 그리고 보이지 않는 선, 자신의 생각이 지나치게 개입하거나 잘못된 판단을 할 우려의 한도 내에서 자유롭게 브랜드와 관계 맺고 소통하도록 도와준다. 소비자는 브랜드 주위에서 제3의 시각으로 각도를 달리하여 계속해서 브랜드에 자신을 대입하고, 자신의 신념을 이루기 위해 브랜드를 좇는다.

 

이때 (브랜드를 보는) 최대각인 180°, i가 가 되는 순간 소비자는 브랜드와 자신이 일치되었다고 생각한다. (180°가 넘으면 자신의 생각이 브랜드를 가리거나 브랜드가 개인의 진정성을 덮게 된다.) 이것이 180 법칙이다. 이때 중요한 것은 브랜드가 소비자와의 거리를 지키면서 일관된 모습을 보이는 것이다.

 

이 법칙은 영상 촬영에 쓰이는 용어다. 카메라는 영화와 드라마 촬영 시 두 인물 사이에 그어진 180 선과 그 선에 있는 촬영기 사이의 삼각형 구도 내에서 촬영하게 되어 있다. 이때 시점의 일관성을 유지하기 위해 적용하는 화면 내 상상의 선이 바로 가상선(Imaginary line) 즉, 180° 선이다. 이 선의 규칙을 어기면 시점이 급격히 바뀌어 영화를 보는 관객의 시선에 혼란을 초래하게 된다. 이 규칙은 컷(Cut)과 컷 사이 공유 공간을 지켜주면서 화면의 방향을 일관되게 한다. 브랜드에 응용할 때는 두 인물 대신 브랜드와 소비자(자신)를 놓고 제3의 화각으로 관찰한다.

 

 

Golden Circle

사이먼 사이멕이 말한 골든서클(Golden Circle)은 황금비(Golden Ratio)에서 나온 개념이다. *황금비(1:1.618, 137.5°)는 균형과 미를 상징하는 숫자 간의 관계이며, 가장 안정적이고 아름다움을 느끼는 비율이다. 건축, 미술, 음악, 수학, 자연 등 다양한 분야에 사용되었고, 자연에 질서가 있음을 증명하는 데 이용되었다. 우리 주변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데, TV의 가로세로 비율, 신용카드와 명함 그리고 지금 살펴보고 있는 애플의 로고, 아이폰(뒷장 이미지 참조), 맥 OS X 라이온 등이 황금비가 적용된 사례다.

 

골든서클은 황금비가 인간의 행동에 질서와 예측 가능성이 존재함을 보여준다. 즉, 이 개념은 ‘Why’에 대한 통찰로, 자신의 행동에 대한 근거와 이유가 된다. 가령 ‘사람들은 왜 선호하는 브랜드를 가질까’와 같은 질문에 대한 해답이다. 그렇다면, ‘왜 사람들은 애플을 주목할까?’ ‘왜 사람들은 기꺼이 자기 몸에 할리 데이비슨 문신을 새길까?’ ‘사우스웨스트항공은 왜 성공한 항공사가 됐을까?’ ‘왜 사람들은 존 F. 케네디의 말에 꿈을 품고 기어이 달착륙을 실행하려 했을까?’ 사이먼 사이멕은 “이 브랜드들은 상상력과 꿈, 신념을 전염시키는 ‘영감’의 기법을 사용했다”고 말한다. 그 기법을 알았든 몰랐든 직관적으로 리더들은 브랜드를 향유하는 소비자의 마음을 꿰뚫어 본 것이다.

 

골든서클은 그 기법에 관한 이론이다. 이 이론은 왜(Why)에서 출발해 어떻게(How)와 무엇(What)으로, 즉 세 개의 서클 중심에서 바깥쪽으로 이동한다. 서클의 세 부분 중 가장 바깥 원에 해당하는 What은 기업이 제공하는 서비스나 제품을 가리킨다. 가운데 위치한 How는 기업과 조직, 조직원들의 일하는 방식이며, 차별화된 가치와 프로세스를 가진다. 마지막으로 가장 안쪽에 있는 Why는 기업이든 조직원이든 ‘왜 이 일을 하는가’와 맥이 닿아있다. 보통 광고나 마케팅은 바깥에서 안쪽, 즉 What에서 Why로 진행된다.

 

예를 들어 핸드폰 마케팅을 할 때, “우리는 훌륭한 스마트폰을 만들었습니다. 얇고 가볍고 빠르며, 사용자에게 친절합니다. 우리의 기술력은 믿을 수 있습니다. 사고 싶지 않으세요?”라고 말한다. 그러나 애플은 이와 반대로 피력한다. “애플은 모든 면에서 현실에 도전합니다. ‘Think different’라는 가치를 믿습니다. 우리의 제품은 유려한 디자인에 사용자 친화적이고 설명서가 필요 없습니다. 훌륭한 스마트폰이 탄생했습니다. 사고 싶지 않으세요?”

 

 

 

 

기업이 ‘무엇’을 차별화하고 ‘어떻게’ 잘하는지 보여주는 것으로 소비자의 맘을 흔들 순 있지만, 브랜드 마니아를 형성하긴 힘들다. ‘왜’에서 보여주는 신념은 다른 브랜드가 아닌 우리 브랜드에 끌리는 이유를 합리화한다. 애플 브랜드의 영향력은 ‘왜’에서 나온다. 애플은 제품이 존재하는 이유를 먼저 생각하고, 그 후 사람들이 그 제품을 원하는 이유와 연결했다. 사실 맥 프로를 선호하는 사람은 이성적인 판단 기준에서라기보다 그냥 애플이 좋은 경우가 대부분이다. 다만, 애플이 ‘왜’를 공유하기 때문에 품질이 더 좋다고 믿는 것이다. 소비자를 감화, 감동시키는 것은 브랜드의 보이지 않는 신념, 가치, 열망, 상상, 꿈이다.

 

 

황금비(Golden Ratio)
이탈리아 수학자 피보나치(E. Fibonacci)가 고안한 수열. 1, 2, 3, 5, 8, 13, 21, 34, 55…와 같이 앞에 위치한 두 숫자의 합이 다음에 올 숫자가 되는 특수한 수열로서, 비율은 1:1.618이다. 이 수치가 시각적으로 가장 균형 잡힌 비율이라고 일컬어지는 황금비다. 애플의 로고와 아이폰 등 애플 제품은 이 피보나치수열(황금비)을 적용한 사례다.
이미지출처: http://revoseek.com/apple

 

 

Steve Jobs: intuition

사이먼은 “골든서클의 원리는 단순한 커뮤니케이션 기법이 아니다. 인간 행동의 진화와 관련 있는 생명의 작용원리다. 인간의 뇌 단면도를 보면 뇌를 구성하는 세 개의 층이 골든서클과 일치함을 알 수 있다”고 강조했다. 골든서클의 ‘무엇’에 해당하는 부분이 뇌의 신피질이며, 합리적이고 분석적인 사고와 언어를 담당한다. 나머지 ‘어떻게’와 ‘왜’는 뇌의 변연계를 구성하고 있다.

 

변연계는 신뢰와 충성심과 같은 모든 감정을 제어하고, 행동과 의사결정을 일으키나 언어 처리 능력은 없다. 감정을 통제하는 두뇌 영역에는 언어능력이 없기 때문에 사랑에 빠진 사람에게 ‘왜 좋은가?’라고 물으면 선뜻 답하지 못한다. 느낌과 감정은 있는데, 말로 설명하긴 어렵다. 우리가 ‘바로 이거야 ’ 혹은 ‘이 사람이야 ’라고 직감적으로 느끼는 감정도 이에 해당한다.

 

애플 사용자끼리 느끼는 친근함, 할리 라이더 간의 결속력, 사우스웨스트항공을 이용하는 사람들 간의 공감대, 존 F. 케네디의 얘기를 듣고 가슴이 뛰었던 사람들은 자신과 동일한 가치, 동일한 신념을 가진 대상을 직관적으로 캐치하고 소속감을 느낀다. 감정은 이성보다 빠르고 강하다. 변연계의 위력은 우리가 생각한 그 이상이다. 머릿속의 실질적인 권력 중심에 있는 셈이다.

 

신경마케팅 분야의 권위자 한스-게오르크 호이젤은 “감정이 결정에 미치는 영향이 무려 70~80%이며, 이는 무의식적으로 진행된다. 나머지 의식적인 평가는 20~30%(그중에서도 자유의지의 영향을 받는 부분이 얼마나 되는지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음)에도 못 미친다”고 밝혔다. 이어 “기업의 가장 중요한 브랜드 가치를 창출하는 일은 생산 시스템이 아닌 고객의 머릿속에서 이루어진다”고 했다. 스티브 잡스의 직관은 ‘왜’를 공유함으로써 소비자 직관을 장악했다. 그는 자신의 직감을 믿었다. 머리보다 가슴으로 접근했다. 소비자에게 애플이 단순한 제품 브랜드가 아닌 것은 이 때문이다.

 

 

2. Inverted real image

사람들은 자신의 생각대로 본다. 생각은 마음이며 마음은 본 것과 인지하는 것 사이에 놓인 창과 같다. 우리가 브랜드를 인지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브랜드는 소비자의 마음을 투과하고 난 후, 맺힌 상이라고 할 수 있다. 렌즈의 형태와 브랜드와의 거리에 따라 맺힌 상의 크기, 위치, 모습은 달라진다. 즉, 맺힌 상의 모습은 각 개인이 생각하는 브랜드의 실상이다. 여기서 마음을 관장하는 무의식의 관여가 렌즈의 형태를 좌우한다고 해도 무방하다. 그리고 상이 맺힐 수 있게 하는 모든 과정은 브랜드와 소비자의 관계에 의해 이루어진다.

 

다음 그림은 애플의 iMac, iPod, iPhone, iPad가 소비자의 마음을 투과하고 맺힌 상의 모습이다. 렌즈를 거친 상이 도립실상으로 맺히는 것과 같은 원리다. 사람에 따라 맺힌 상의 크기와 위치, 형태는 다르지만, 브랜드의 원형은 변하지 않는다. 즉, (i)라는 본질은 바뀌지 않았다. 는 소비자의 마음을 투과한 상의 이미지인 셈이다. 애플 브랜드가 소비자의 마음을 통과할 때, 눈에 보이는 실체, 제품 이전에 느낌으로 상이 존재함을 알 수 있다. 이때 맺히는 상의 크기가 큰 이유는 애플이라는 브랜드가 소비자의 마음속에서 증폭되어 실체보다 더 큰 의미와 가치를 지님을 나타낸다. 브랜드가 소비자에게 가치 있게 느껴진다면 결국 소비자가 생각하는 상대적인 가치가 존재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브랜드는 소비자의 마음속에 의미 있는 가치를 부여하는 무형의 실체로서 존재한다.

 

2007년 스티브 잡스는 《FORTUNE》과의 인터뷰에서 “소비자는 애플이라는 브랜드를 느낌으로 압니다. 느낌을 통해 뭔가 다른 점을 발견해 냅니다”라고 말했다.

 

 

 

 

iRelationship: Projection

사람은 관계 속에 존재한다. ‘인간은 무엇인가?’라는 근원적인 질문에 으레 제일 처음 등장하는 단어인 ‘사회적 동물’ 또한 관계에 대한 이야기다. 사람은 태어나자마자 가족이라는 작은 사회에 소속되고 이후 큰 사회에 속해 그 구성요소와 관계 맺으며 살아간다. 구성요소에는 사람뿐만 아니라 브랜드, 환경, 미디어 등 다양한 영역에 걸쳐 있다. 그리고 관계 맺을 때 사용하는 보편적인 도구는 소통이다. 미국의 철학자 겸 사회심리학자인 조지 하버트 미드(George Herbert Mead)는 그의 저서 《마음, 나, 그리고 사회》에서 사람간의 소통을 표현한 상징적 상호작용론에 대해 언급했다.

 

가령, A와 B가 소통할 때, 서로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보는 경우는 드물며, 자신의 모습을 상대에 투영한다. 이는 위에서 설명한 ‘도립실상’과도 연결된다. 사람의 본질 혹은 정체성을 i라고 치면, 사람과 브랜드가 소통할 때 이 둘은 마주 본 상태로 소통하게 된다. 그리고 본래의 나(i)로 소통하는 것이 아니라 상대 즉, 브랜드에 투영된 자신(!)의 모습으로 소통한다. 소비자와 브랜드의 관계는 자신을 투영하는 모체로서, 감정을 이입하고 관심과 신뢰를 주고받으며 니즈와 원츠 사이에서 지속성을 갖는다. 좋은 관계, 좋은 소통 방식은 상대방이 기대하는 나, 상대방이 보는 나의 모습이 상대에게 만족스러울 때 가능하다. 사람이 브랜드에 투영된 모습과 브랜드가 사람의 모습에 투영된 모습이 같을 때, 관계는 오랜 시간 지속된다. 그럼, 왜 사람은 상대에게서 자신의 모습을 보려고 할까? 유사성과 공감대는 마음의 문을 여는 열쇠가 되고 이는 관계 형성에 도움을 준다. 이런 소통 원리를 잘 활용한 예가 애플이다. 특히 애플은 소비자의 직감에 의해 적극적인 관심과 신뢰로 이어진 사례로 볼 수 있다.

 

런던 디자인 뮤지엄 관장이자 영국 왕립미술대학 객원 교수인 데얀 수직(Deyan Sudjic)은 “2003년 뉴욕의 애플 매장에서 처음으로 노트북을 구입했을 때, 나는 그 컴퓨터와 함께 늙어가게 될 거라고 진심으로 믿었다. 나의 미래를 위한 투자가 될 것이고 평생을 함께할 만큼 더없이 소중한 소유물이 되리라 생각했다. 그것이 수만 대나 생산된 물건이라는 걸 알고 있음에도, 동시에 어떤 식으로든 맞춤 양복처럼 개인적이고 내가 직접 개입한 물건처럼 여겨졌다”고 고백했다.

 

 

iBrand Positioning

2010년 1월 27일 아이패드가 처음 세상에 공개되던 때를 기억한다. 스티브 잡스는 아이패드가 기존의 넷북보다 얇고 가벼워서 휴대가 용이하고, 큰 화면으로 무선 인터넷을 통해 뉴스와 잡지, 동영상 콘텐츠를 볼 수 있다고 강조했다. 또한 앱스토어 애플리케이션 이용에 대해 자부심을 보였다. 이때 아이패드에 대한 반응은 두 부류로 나뉘었다. 한 부류는 새로운 기기에 찬사를 보냈고, 한 부류는 아이폰 네 개를 붙여놓은 것과 다르지 않으며, 멀티태스킹과 카메라 기능이 지원되지 않는다고 폄하했다. 그러나 아이패드는 이후 최고의 반응을 끌어내며 태블릿PC 시장의 독보적인 존재가 되었다. 현재 태블릿PC 시장은 아이패드와 그 외제품으로 나뉜다.

 

아이패드=태블릿PC는 소비자 마음속에 각인된 브랜드 포지셔닝의 예다. 브랜드 포지셔닝은 고객의 마음 속에 강력한 브랜드 이미지를 구축하며, 이를 위해서는 브랜드 차별화가 반드시 필요하다. 《브랜드, 행동경제학을 만나다》의 저자인 곽준식 교수는 “브랜드 포지셔닝에 의한 브랜드 차이 인식은 브랜드에 대한 소비자의 스키마(Schema)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유니타스브랜드 Vol. 6 스키마 접근법을 이용한 브랜드 포지셔닝 참조). 스키마는 어떤 대상(제품 범주 혹은 브랜드)에 대한 소비자의 기대나 지식들이 거미줄처럼 서로 네트워크로 연결되어 있음을 의미한다. 신규 브랜드가 새롭게 출시되면 자신이 가지고 있는 기존 스키마를 바탕으로 새로운 브랜드 정보를 처리한다”고 전했다. 브랜드와 소비자 네트워크를 도식화한 것이 바로 다음에 소개할 ‘브랜드 연상 네트워크’다.

 

 

 

 

3. Complementary structure

애플은 어떤 존재인가?

애플이 단순히 수많은 IT 기업 중 하나라고 말할 수 있을까? 만일 그랬다면, 애플의 첫 PDA 제품이었던 ‘뉴튼(Newton)’이 생산을 중단하던 날, 수많은 사람이 ‘뉴튼을 살려달라’고 외치진 않았을 것이다. 그리고 마침 그 날 스티브 잡스의 입사 제의를 받은 팀 쿡이 그 모습을 보고 가슴 뛰는 일도 생기지 않았을 것이다. 또 스티브 잡스가 일 잘하는 리더였을 뿐이라면, 그의 프레젠테이션을 가까이서 보기 위해 WWDC 현장에서 72시간 동안 밤을 새우는 사람도 없었을 것이다. 그의 사후 애플 본사 앞에 꽃과 편지가 쌓이지도, 전 세계적으로 애도의 물결이 일지도 않았을 것이다.

 

사람들은 애플이라는 브랜드를 위해 기꺼이 자신의 열정과 시간, 돈을 투자한다. 왜 그럴까? 아이폰만 해도 단순히 스마트한 휴대폰이라고 하기에는 90% 부족하다. 사람들은 애플이라는 브랜드와 관계 맺고 교감하며 소통함으로 친구 이상의 친밀감을 유지하고 있다. 이는 브랜드를 살아 있는 유기체로 본다는 방증이다. 그 안에 생명과 영혼을 불어넣었기에 가능한 일이다.

 

데얀 수직은 “사물의 유전자(유전 암호)는 부분적으로 그 물건이 만들어진 방식의 반영이지만, 그 물건이 지닌 상징적 의미의 반영이기도 하다. 유전자는 하나의 사물을 이루는(일관성) 작은 조각이다. 여기서 짚고 넘어갈 것은 동일한 형태와 색상, 요소를 사용하는 의미의 일관성이 아니다. 중요한 것은 그 물건에 들어간 사유의 본성과 만들어진 과정(방법)이다”라고 했다. 그렇다면, 왜 사람들은 애플에 공감할까? 애플의 브랜드 코드에는 어떤 DNA가 숨겨져 있는 걸까?

 

《4D 브랜딩》의 저자 토마스 가드는 “브랜드를 만들어 내는 유전학적 프로그래밍을 ‘브랜드 코드’라고 부른다. 네트워크 경제에서 ‘브랜드 코드’는 비즈니스 DNA와 같다. ‘브랜드 코드’는 차별화와 같은 의미이다”라고 피력했다. 다른 브랜드와 차별화한 애플 코드는 하나의 생명체로서 자신만의 DNA를 가진다는 말과 일맥상통한다. 애플의 DNA는 어떤 모습일까.

 

 

Apple’s DNA

모든 생명체는 자신만의 고유한 DNA(유전자의 본체)를 가진다. DNA는 대칭 구조를 띠며, 자기 복제 시스템을 이룬다. DNA의 이중나선은 서로 상대방을 복제한 상보적 염기 서열 구조(Complementary sequence structure)로, 플러스(+) 가닥과 마이너스(-) 가닥으로 나뉜다. 이중나선은 그 구조가 아름답고 질서 정연하며, 생명이 탄생하거나 분열할 때 정보 전달 메커니즘 역할을 한다고 알려졌다. (유니타스브랜드 Vol. 23 브랜딩 임계지식 사전 참조) DNA는 A(아데닌), G(구아닌), C(시토신), T(티민)의 4종으로 이루어져 있고, 단백질(20종)은 네 개의 문자 중 세 개의 문자 조합으로 만들어진다(4X4X4=64, 두 문자씩 조합할 경우 4X4=16개로 20개의 단백질을 커버하지 못함). 가령 APPLE iPad의 단백질에 해당하는 DNA 문자는 다음과 같다.

 

 

 

 

이렇게 새겨진 DNA는 그 배열 정보를 책임지고 보존, 복제하며 새로운 변화의 가능성을 만들어낸다. 그리고 이 DNA는 상보적 구조로 반드시 대칭 구조로 존재한다. 이때 A와 T, C와 G가 서로 대응되고 A와 T, C와 G의 개수는 같다.

 

 

 

 

그러나 애플의 DNA 염기를 A, T, C, G로만 규정하는 데는 무리가 있다. 애플의 정보, 타 브랜드와 차별화하는 핵심 성분으로 정의하기 위해서는 DNA 염기에 대한 재정의가 이루어져야 한다. 따라서 이들 문자를 각각 i(A와 T)와 (C와 G)로 대체하려 한다. i는 브랜드와 자아를, 는 직관과 창의력을 의미한다. 이렇게 대체한 애플 DNA의 모습은 아래 이미지와 같다.

 

 

 

 

그림에서 보는 것과 같이 애플의 브랜드 DNA는 i와 !가 각각 자신을 복제하여, 와 i로 배열된 가닥을 이룬다. 그 가닥은 애플의 가장 핵심적이고 중요한 정보를 가지고 애플 제품과 브랜드 가치로 태어난다. 또한 이 DNA는 소비자들에게 침투하여 그들을 숙주 삼아 애플 바이러스를 퍼뜨리는데, 바이러스에 감염된 대상자는 몸에 애플 항체를 지니게 된다. 이때 항체는 변화와 새로운 환경에 약하여, 애플이 업그레이드될 때마다 변형된 브랜드 DNA를 공급 받아야 한다.

 

애플은 브랜드에 자아를 투영하며, 직관과 창의력으로 세상을 변화시켜 나간다. 애플을 애플답게 만드는 것은 결국 애플 브랜드 내에 심어져 있는 DNA인 셈이다. DNA에는 생명의 신비가 숨어있다. 단지 아미노산 성분이 아니라 그 안에는 보이지 않는 영혼과 의식, 창조의 섭리가 담겨 있다.

 

DNA가 복제될 때, 지극히 안정된 형태로 남과 다름을 추구하고 생명을 영속할 수 있게 한다. 토마스 가드는 “남과 구별되는 것은 생물학적 욕구”라고 말하면서 “차별성뿐만 아니라 유사성도 중요하다”고 언급했다. 성공한 브랜드일수록 자기 유사성을 보유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 자기 유사성은 의식 속에 들어 있는 브랜드 이미지가 오랜 시간 유지되는 것을 의미한다. 한스-게오르크 호이젤은 “뇌는 자동으로 자신과 유사하고 익숙하며 호감이 가는 브랜드를 선택한다”고 강조한다. 애플을 선택하는 사람들은 보통 애플 제품에서 자신과 비슷한 모습을 발견하거나 자신의 부족함을 채우는 방향으로 나뉜다. 전자는 브랜드가 자아를 강화하는 역할을 하며, 후자는 자아의 보완적 역할을 한다. 소비자 공감을 이끌어내는 훌륭한 브랜드는 하나의 인격체로 자신의 강점과 약점을 채워주는 존재 그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애플의 DNA는 자기의 꿈을 이뤄가는 것이다. 나의 꿈! 스티브 잡스는 매킨토시를 만들 때 자신이 만들고 싶어서 만들었다고 했다. 그 기기가 자신의 삶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의 삶을 바꿔놓을 것이라 확신했다. 그는 그런 확신 속에서 제품을 만들었다. 제품에 기술만 담겨 있어서는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일 수 없다. 꿈이 있고 미래가 있기 때문에 사람들은 감동한다.”
충남대학교 산업미술학과 교수 조성환

 

“스티브 잡스 자체가 애플의 핵심이다. 그의 머리가 애플의 DNA다. 그러나 그가 부재한 상황에서 애플의 정체성은 혼란에 빠진 듯 보인다. 프로그램 코딩을 하면서 하드웨어 아키텍처까지 설계하는 사람이 또 있겠는가. 거기다 철학, 심리학 같은 인문학적 요소의 접목은 그가 이룬 업적 중 하나다.”
ROA Insight 대표 윤정호

 

“애플에는 ‘세상을 바꾼다’는 정신이 있다. 그것이 애플 DNA의 핵심 요소가 아닐까. 많은 브랜드가 진정성 있는 가치를 추구하지만, 대부분은 이윤과 자기만족을 위해 중요한 것을 잊어버린다. 애플은 그들이 옳다고 믿는 것을 추구하면서 세상을 변화시키려 노력했고, 그들의 일관성 있는 신념은 지속적인 발전을 이뤄냈다.”
소설가 겸 IT 평론가 안병도

 

 

 

스티브 잡스는 2004년 《The Guardian》과의 인터뷰에서 “애플의 몸속에는 혁신가의 DNA가 들어 있습니다. 이 DNA 덕분에 애플이 첨단 기술을 빨리 받아들여 모든 사람이 쉽게 사용하고 즐길 수 있는 제품을 만들어 낸 것입니다”라며 자랑스럽게 얘기했다. 그리고 2011년 3월 스페셜 이벤트 ‘애플 아이패드2 키노트’에서는 다음과 같은 연설을 했다.

 

“애플의 유전자 구성은 단순히 기술만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기술이 인문학과 만나고, 기술이 기초 학문과 만난 결과로 인해 우리의 심장이 뛰는 것이다. 그 어느 때보다 이러한 사실은 중요하다. 많은 태플릿 PC가 출시되고 있고, 아마도 이 제품들이 포스트 PC 시장을 장악할 것이다. 이 기기들은 하드웨어, 소프트웨어가 다른 회사에서 만들어지며 여전히 속도와 기능에 대해 말하고 있다. 우리가 경험한 모든 것에 비추어 봤을 때, 그런 접근 방식은 옳지 않다. PC보다 훨씬 사용하기 쉬워야 하고 더 직관적이어야 한다. 소프트웨어, 하드웨어, 애플리케이션이 잘 통합되어야 한다. 우리는 스스로 옳은 길을 가고 있다고 생각한다. 단순히 실리콘 조합의 제품이 아닌 유기적인 구조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하 생략)”

 

애플의 유전자에는 기술과 인문학이 모두 들어 있다. 그 유전자가 누구의 것이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그 DNA를 심을 수 있는 숙주의 대상을 규정할 수 없다는 사실이 더 중요해 보인다. 브랜드와 대표가 일치하는 등식이 성립될 경우, 대표가 부재한 상황이 오면 그 브랜드는 영속 가능한 힘을 잃는다. 현재 애플을 바라보는 많은 사람의 우려도 이와 일맥상통한다. 그러나 애플에 심어진 DNA가 스티브 잡스 것이라면, 그의 생각처럼 현실을 초월하는 가치와 비전이 그 안에 담겨 있을 것이다. 즉, 스티브 잡스의 존재보다 브랜드 가치가 상위에 있다는 의미다. 애플의 정신은 보이지 않는데 있고, 그것을 신뢰한 사람은 소비자 자신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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