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구의 원형을 찾아 나서다, OXO GOOD GRIPS
21C, 아슐리안 문화의 계승자 볼륨배지시즌배지

Written by 박재경  고유주소 시즌2 / Vol.14 브랜드 교육 (2010년 03월 발행)

지금 주변에 있는 것들 중 ‘도구’가 아닌 것을 찾아보기는 힘들다. 몸을 두르고 있는 옷과 신발은 피부의 연장(expansion)으로서 도구며, 안경은 시력을 보강하기 위한 도구, 노트북은 연장된 뇌라 보아도 무방하다. 그런 측면에서 《생각의 탄생》의 저자 루트번스타인이 실생활에서 사용하는 도구나 장비를 두고 (몸의 확장이기에) 유령사지(phantom limbs)라 표현한 것도 그리 억지스럽지 않다. 이처럼 도구는 이제 인간의 생활에서 떼려야 뗄 수 없는, 삶의 일부이자 몸의 일부가 되었다. 그런데 도구의 원형(原形, 본디의 꼴, 복잡하고 다양한 모습으로 바뀌기 이전의 단순한 모습)은 무엇일까? 당신이 위에서 처음 대면한, 바로 ‘주먹도끼’다. 직립보행을 하게 된 인간이 사용한 ‘최초의 도구’라는 측면에서 그러하다. 이러한 주먹도끼가 제작되던 구석기 시대의 석기 제작 기술과 관련된 문화를 아슐리안 문화라 하는데, 21세기를 사는 요즘 아슐리안 문화를 (그들이 의도했는지는 모르겠지만) 계승하는 브랜드를 발견했다. 옥소(OXO), 그중에서도 굿그립(GOOD GRIPS)이라는 제품 라인이 그렇다. 왜 그들의 제품이 도구의 날것(RAW)을 계승한다고 볼 수 있을까?

The interview with 코스모양행 옥소 브랜드 매니저 과장 박재경

 

 

 

 

‘원형’이 갖는 RAW함에서 감(感) 찾기

도구의 원형에 해당하는 주먹도끼에서 우리가 주목해야 하는 부분은 도끼의 날(edge)에서 느껴지는 편각(偏角) 이나 석재의 견고함 같은 기능적 측면이 아니라, 이 도구를 잡을 때 손아귀에 들어오는 둥근 부분이다. 어떤 사물의 원형이 가진 RAW함에서 우리가 발견해야 할 것은 그것의 기능적 측면이 아니다. 기능은 시대를 거듭하면서 진화하게 마련이기에 현대의 것을 따라오기 힘들다. 하지만 원형들의 RAW함에는 브랜딩을 위한 인사이트와 좋은 스토리텔링 소스가 숨겨져 있다. 그것에서 느껴지는 감(感, 오감을 통해 전해지는 느낌이나 생각)을 찾는 것이 RAW를 연구하는 이유다. 주먹도끼에서는 어떠한 감을 얻을 수 있을까.

주먹도끼의 손잡이 부분은 사용자의 빈번한 손놀림에 의해 자연적 마모를 겪으면서 사용자의 연장(expanded)된 손, 즉 연장(tool)이 되었다. 하지만 이러한 자연적 마모는 시간이 오래 걸릴 뿐만 아니라 그리 편리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구석기를 지나 신석기, 청동기, 철기를 지나면서 손잡이 부분에 점차 ‘의도된 마모’가 가미된 것도 좀 더 ‘편리함’과 ‘안전감’ 그리고 ‘안정감’을 찾기 위한 인류의 노력이었을 것이다. 이 세 가지 요소(편리함, 안전감, 안정감)를 한 번에 표현할 수 있는 단어는 없을까? 영어 표현으로 ‘grip’은 어떨까? ‘그립감(grip感, 움켜잡았을 때의 느낌)’ 말이다.

“이 골프채는 그립감이 별론데?”
“손잡이는 그립감이 좋아야 해.”
“이 카메라는 그립감이 좋군.”

우리가 평상시에 꽤나 자주 사용하는 표현에서 보이는 그립이란 단어에는 편리함, 안전감, 안정감이란 측면이 모두 들어있다고 볼 수 있다. 그리고 이 그립감은 그 도구와 사용자의 관계에 있어 상당히 중요한 역할을 한다. 과거 어떠한 도구(제품)를 잡았을 때 느껴지는 접촉감의 호불호가 추후 그것을 선택(구매)하는 것에 얼마나 큰 영향력을 행사했는지 떠올려 보면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싱거운 이야기처럼 들리겠지만 어쩔 수 없이, 그 그립감이‘훌륭할 때’ 좋은 관계가 시작된다. 그렇다면‘좋은 그립감’이란 무엇일까? 이를 알기 위해서는 우선 ‘grip’이란 단어에 대해 더 알아볼 필요가 있다.

 

 

Grip & Good Grip

도구를 움켜잡는 행위를 표현하는 이 ‘그립(grip)’이란 단어에는 의외의 의미들이 숨어 있다. 이단어를 영어사전에서 찾아보면 다음과 같은 뜻이 있다.

 

grip
꽉 붙잡음, 움켜쥠 / 통제, 지배 / 이해, 파악

 

먼저, ‘통제’와 ‘지배’. 무엇인가를 움켜쥔다는 것은 그 대상을 사용자의 목적에 따라 움직임을 제한하고 복종시킬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도구를 움켜쥔다는 것은 그 도구‘를’ 사용자‘가’ 통제하고 지배하는, 즉 주객(主客)의 서열이 정리되는 행위다. 이로써 사용자는‘안전감’을 느끼게 된다.

또 다른 의미를 보자. ‘이해’와 ‘파악’이다. 잡았을 때 느껴지는 촉감으로 그 대상을 직감적으로 이해하고 그것의 역할이 무엇인지 파악할 수 있는 행위가 grip인 것이다. 잡아 보는 것만으로도 이해되고 파악되는 도구가 있다면 불안감을 없애 주고 뇌의 지적 수고도 덜어 줄 것이다. 그러면서 사용자는 안정감과 편리함을 느낄 수 있게 된다.

단어의 의미 그대로만 따져 보더라도 good grip, 즉 좋은 그립감이란 어떠한 대상을 움켜쥐었을 때 통제 가능하며 그것이 무엇인지 직관적으로 이해되고 파악되는 대상에게서 느껴지는 감정이다. 만약 도구가 이 같은 good grip을 가질 수 있다면 그 제품은 적어도 사용자 중심(user friendly)의 기준에서는 최고점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뿐만 아니라 시각장애인이나 노인, 아이들도 어렵지 않게 사용할 수 있다. 이러한 의미를 가진 grip, 그리고 good grip이란 단어를 뼛속까지 이해하고 표현하고자 하는 브랜드가 옥소 굿그립(OXO GOOG GRIPS)이다.

 

박재경(이하 ‘박’) 이름 그대로 ‘옥소 굿그립’의 가장 큰 특징은 훌륭한 그립감이다. 어떤 인종이든, 남성이든 여성이든, 어린이든 노인이든, 장애가 있든 없든 모든 사람들이 옥소 제품을 쥐었을 때 ‘안정감’을 느끼고, 이 도구로 요리할 때 ‘안전감’과 ‘편리함’을 느끼게 하는 것이 옥소의 목표다.

 

그런데 박재경 과장의 말을 들어 보면 의아한 점이 있다. 옥소의 굿그립 제품들은 ‘모든 사람’을 대상으로 한다고 한다. 사람마다 손의 모양도, 크기도, 잡는 방식도 다른데 어떻게 하나의 제품 모델로 모든 사람에게 good grip을 선사할 수 있을까? 게다가 막상 그들의 제품을 보면 ‘뭐가 다르지?’하는 의아함이 든다. 모양새가 그리 독특하지도 않고, 흔히 ‘손에 쥐었을 때 최고의 그립감을 준다’는 인체공학제품스럽게 생기지도 않았기 때문이다.

옥소에 대한 궁금증을 해결하기 전, 잠시 도구의 RAW, 주먹도끼로 돌아와 보자. 주먹도끼 역시 도구이므로 grip이라는 단어에 충실하면 할수록 도구로서의 제 역할을 다하게 될 것이다. 당신에게 이 주먹도끼에서 인사이트를 얻어 최고의 grip감을 줄 수 있는 제품을 만들라고 한다면 어떤 작업물을 내놓을까? 만약 당신이 손잡이 부분에 지점토나 흙을 덧대고 앞으로 이것을 사용할 사람에게 쥐어 보라 한 뒤, 그의 손 모양이 남긴 그대로 굳혀서 제품을 만들겠다고 한다면 참으로 인체공학적(?)설계를 떠올린 사람이라 할 수 있겠다. 사용자의 손에 가장 적합한 모양이 결국 최적의 그립감을 제공할 것이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 가지 간과한 점이, 도구는 손에 ‘잡힌 상태’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특정 행위(움직임)를 통해 어떤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아마도 도끼를 단순히 쥐고 있을 때와 그것으로 짐승의 가죽을 벗길 때, 가죽에 구멍을 뚫기 위해 힘을 줄 때의 손이 취하는 모양새는 달라질 것이다. 그래서 손 모양을 찍어 만든, 그래서 특정 행위의 ‘틀’이 되어버린 손잡이는 생각보다 편하지 않다. 작업할 때 손은 계속 움직이기 때문이다. 주변에서 이 같은 실수를 한 제품을 찾아보는 것은 어렵지 않다. 혹시 손의굴곡을 ‘나름’ 고려해서 만든 장우산의 손잡이를 잡아 본 적이 있는가? 그 굴곡은 오히려 더 불편한 경우가 많다. 게다가 왼손잡이라면 더욱 그럴 것이다.

 

 


 

 

 

RAW와 RAWlish

위에서 말한 것처럼 손의 ‘틀’을 찍은 듯한 손잡이가 있는 제품을 제공한다면 그것은 정말, 말 그대로 RAW하다. 날것 그대로의 상태일 뿐인 것이다.

이제 옥소의 제품을 한번 보자. 옥소는 그러한 1차적인 디자인보다는 가다듬고 더 가다듬어 마치 사람이 오랫동안 사용해서 닳아 없어질 부분은 없어지고 손에 맞게 남겨져야 할 부분만 남겨진 듯한 자연스러운 매무새를 만들어냈다. 즉 전혀 가공하지 않은 듯 보이지만 오히려 상당한 가공이 들어간 RAWlish(RAW스러운, 유니타스브랜드 Vol.7 참고)한 브랜드다.

 

보통 제품 하나당 평균 2년 정도의 개발 기간을 갖는다. 그렇게 연구한다 해서 만들어도 모든 제품이 시장에 출시되는 것은 아니다. 나름의 명확한 기준이 있어서 그 모든 것을 통과해야만 시장에 나올 수 있다. 이러한 모든 노력은 고객에게 최고의 그립감을 선사하기 위함이다. 그래서 옥소의 제품은 만져 보기 전에는 모른다. 그래서 소비자들에게 가장 어필하기 힘들기도 하다. 움켜쥐었을 때의 그 느낌을 어떻게 글로, 이미지로 표현할 수 있겠나. 하지만 한번 실제로 만져 보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실제로 만져 보아야, 잡아 보아야 알 수 있다는 박재경 과장의 설명(혹은 변명 아닌 변명)도 궁금증과 의심을 누그러뜨리기에 충분치 않다면 옥소의 탄생 스토리와 그들의 연구 과정을 엿볼 필요가 있다. 그러면 이처럼 밋밋한(?) 디자인이 어째서 최고의 그립감을 제공하는 디자인이고, 도구의 본질에 가까운 것인지 이해하게 될 것이다.

사실 옥소의 창립자 샘 파버(Sam Farber)는 관절염 때문에 조리도구를 사용하는 데 어려움을 겪던 아내를 보고 쉽게 잡을 수 있고, 손을 다칠 확률이 적으며, 편리하고 안전한 조리도구를 만들기로 결심했다. 그러다가 그 대상이 점차 환자뿐만 아니라 일반인으로까지 넓혀졌고, 소비자와 주방장, 조리도구 판매상, 그리고 저명한 노인학자 패트리시아 무어(Patricia Moore )등을 이사회에 영입하면서 회사를 설립하기에 이르렀다. 수백 개의 모델들을 만들어 보고 수십 차례 디자인 작업을 거쳐 1990년 ‘OXO’라는 이름으로 15개의 상품을 시장에 선보인 것이다.

그렇게 시작된 옥소는 현재 1,000여 개의 제품을 생산하고 있으며 환자는 물론 인종, 연령, 성별, 그리고 왼손잡이나 오른손잡이에 관계 없이 모두가 사용하기 편리하고 좋은 그립감을 선사하는 제품을 개발하기에 이르렀다. 2년이라는 연구 기간은 물론이고 옥소의 인적 구성에서도 ‘최적의 그립감’을 찾기 위한 노력이 엿보인다. 누구에게나 좋은 그립감을 만들어 내기 위해서는 다양한 인종, 연령, 성별에 따른 시현이 필요할 것이다. 그래서인지 옥소의 직원은 다국적, 다인종으로 구성되었으며 사내에서 들을 수 있는 모든 언어를 따져 보면 15개 국어나 된다. 새로운 제품에 대한 피드백과 아이데이션을 위해서라면 모든 직원뿐만 아니라 그들의 가족까지 동원하고 있다. 이 모든 것이 그들이 다양한 손으로부터 공통되고, 결과적으로 수렴되는 ‘최적의 그립감’을 찾기 위한 노력이다. 이러한 과정을 거쳐 옥소니언(OXOnian, 직원들이 스스로를 지칭하는 용어)만의 까다로운 심사기준에 통과해야만 간결하면서도 오묘한 그립감을 살린 신제품으로 생산된다.

 

 

 

 

Good Grip For All, 유니버셜 디자인

앞선 설명들이 말해 주듯 옥소의 디자인은 *유니버셜 디자인(universal design)이다. OXO라는 그들의 브랜드 네임도 유니버셜 디자인답다. 앞으로 읽어도 뒤로 읽어도, 위에서 보아도 아래서 보아도, 거울에 반사되거나 물에 반사되어도, 어떠한 위치에서 이 브랜드를 보아도 OXO라는 같은 이름을 읽게 되는 것이다. 병상에 누워 있는 환자나 시신경에 문제가 있는 환자들의 시선까지도 배려한 이름이 아닐까?

 

 

* 유니버셜 디자인
흔히 ‘평생 디자인’이라고도 불리는 유니버셜 디자인은 장애인이나, 노인, 어린이 등 사용자가 처한 상황에 관계없이, 특히 약자 입장을 배려한 디자인을 말한다. ‘더 편하게, 더 안전하게, 더 풍요롭게’를 주된 가치로 두는 유니버셜 디자인은 1980년대 미국의 건축가이자 공업 디자이너인 론 메이스가 배리어 프리(barrier free, 장애물로부터 자유로워지기) 개념을 말하면서 생겨났다. 모든 사람이 사는 데 불편함이 없는 디자인이란 신체적 장애뿐 아니라 상황적 장애까지 고려한 디자인이란 점에서 단순히 ‘노약자’를 위한 배려가 아니라 ‘사람’을 위한 휴머니즘이 담긴 디자인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옥소의 유니버셜 디자인이라는 컨셉은 ‘손맛을 통해 직감적으로 느껴지는 최적의 그립감을 모두에게 주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그들은 ‘도구’라는 것의 본질을 궁리하고 그것을 기능으로 풀어 낸다.

 

  

유니버셜 디자인 By Smart Function

옥소의 제품 중 가장 독특한 제품을 꼽자면 단연 계량컵이다. 이미 10여 년 전 특허를 받은 이 제품을 단순히 ‘뛰어난 기술’이라고 표현하기에는 부족하다. 도구를 사용하는 사용자의 자연스런(RAW) 상태를 고려한 디자인이다. 일반 계량컵처럼 옆에서 계량이 가능한 것은 물론, 위에서 내려보는 것으로도 계량이 가능한 이 제품은 허리를 굽히는 수고(일반인에게는 수고 정도일지 모르지만 환자나 노약자에게는 노고가 되는)를 덜어준다. 또한 물이 끓었을 때 손잡이를 들어 기울이기만 하면 중력과 무게중심이라는 ‘자연(RAW)의 원리’를 이용해 자동으로 주둥이 뚜껑이 열리고 닫히는 주전자도 뜨거운 증기에 손을 델 염려를 덜어 준다. 뿐만 아니라 모든 제품에 의도된 무게감과 각종 숨은 기능을 심어 놓음으로써 사용자들로 하여금 ‘안정감과 안전감 그리고 편리함’을 느끼게 한다. 이러한 효익을 전달하는 옥소라는 브랜드 역시 슈퍼내추럴 현상(유니타스브랜드 Vol.12 참고)을 보이는 소비자가 있었다.

  

 

뛰어난 기술’이라고 표현하기에는 부족하다.
도구를 사용하는 사용자의 자연스런(RAW) 상태를 고려한 디자인이다.   

 

 

기억에 남는 고객들이 있다. 미국에서 옥소를 구매해 쓰던 분이셨는데 사용하던 집게의 중앙 스프링이 빠지면서 꼭지가 없어져 A/S를 요청하셨는데, 그런 경우 A/S는 불가능하고 무상 교환을 하게 되어 있다. 그런데 그 고객은 한사코 교환을 거부하고 A/S를 요청했다. 자기가 쓰던 것을 계속 쓰고 싶다는 것이다. 미국 본사에까지 그 부품을 요청했지만 결국 구할 수 없어 고객에게 사정을 알리고 다시 교환을 제안했다. 하지만 결국 교환하지 않고 자신이 쓰던 것을 계속 쓰겠다는 답변을 받았다. 주전자도 비슷한 경우가 있었다. 그 주전자만 7년을 써온 고객이 뚜껑 윗부분이 부러져 A/S를 요청했다. 간혹 그렇게 시작해서 새 상품으로 할인 받아 교환하려는 고객들이 있어 그런 줄로 알고 내규에 대해 말씀드리려 했는데, 유상으로라도 A/S를 해서 자기 것을 계속 쓰고 싶다는 것이었다. 굿그립 제품은 뭔가 손맛과 관련된 독특한 애착의 대상이 되는 것 같다.

 

이처럼 옥소의 (도구에 관한) 본질과 원형 연구는 소비자를 또 다른 코드로 감화시킨다. 그 그립감을 잊지 못하고 계속해서 자신이 사용하는 제품을 고수하려는 현상을 보이는가 하면, 제품에서 느껴지는 안정감과 안전감 때문에 브랜드 자체에 대한 일종의 믿음과 기대를 갖게 하는 것이다. 다음은 박재경 과장이 들려주는 소비자 피드백에 관한 이야기다.

 

 

 

 

소비자들의 피드백을 받아 보면 크게 두 가지다. 옥소 제품은 생각지도 못했던 부분에서 배려가 느껴진다고 한다. 아마도 곳곳에 숨겨진 기능이나 눈금선 등 작지만 세심한 부분에서 감동하는 것 같다. 그래서인지 ‘기대감’이 크다고 한다. 어떤 기능이 숨어있을지, 또 어떤 배려가 담긴 세심함을 경험하게될지 요리를 하는 내내 기대감에 부푼다는 것이다. 또 한 가지는 ‘믿음’이다. 솔직히 처음에는 어떠한 부분에서 ‘믿음’이란 단어를 표현했는지 브랜드 매니저로서도 의아했다. 특히 감자칼을 두고 그런 반응을 많이 보였다. 이유인 즉, 다른 회사의 필러(감자깎이 등) 제품들을 사용하다가 다친 경험이 많이 있었는데 옥소 제품은 그런 적이 없어서 믿음이 간다는 것이었다. 안전에 대한 믿음이 가장 많이 듣는 피드백이다.

 

 

‘도구의 원형’에 대해 고민하고 ‘최적의 그립감’을
제공하고자 하는 노력의 산물이며, 이를
소재와 기능으로 RAWlish하게 표현한 결과다. 

 

 

원형을 살린 브랜드, 원형이 된 브랜드

옥소에서 이러한 제품들이 탄생하고 그 제품들이 소비자에게 전달되어 위와 같은 관계를 맺게 된 것은 우연이 아니다. ‘도구의 원형’에 대해 고민하고 ‘최적의 그립감’을 제공하고자하는 노력의 산물이며, 이를 소재와 기능으로 RAWlish하게 표현한 결과다.

원형이라는 단어는 브랜드와 만나면서 여러 의미로 사용된다. 옥소처럼 자신이 제공하는 제품의 원형(原形)에서 찾은 RAW함을 RAWl-ish하게 풀어 내 소비자의 본능(옥소의 경우 안전감, 안정감, 편리함에 관한)을 자연스럽게 충족시키는 브랜드를 ‘원형을 살린 브랜드’라고 표현할 수 있다. 또 한 가지 ‘원형’과 조합을 이루는 브랜드 표현은 ‘원형(元型)이 된 브랜드’다. 이는 해당 카테고리에서 원형이 된 브랜드를 말한다. 말하자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해당 제품 군에서 제일 먼저 떠올릴 수 있는, 즉 비보조 인지도에서 1위를 차지 하는 브랜드라는 의미에 가깝다. 이해를 돕기 위해 원형의 두 가지 사전적 의미를 덧붙인다.

 

원형(原形)
본디의 꼴, 복잡하고 다양한 모습으로 바뀌기 이전의 단순한 모습.

 

원형(元型)
어느 민족이나 인종이 같은 유형의 경험을 반복하는 동안 일정한 정신적 반응을 나타내게 되어 특유의 집단적·무의식적 경향을 지니게 된다. 그것을 구체화한 것이 아키타이프이며, 신화나 전설에 많이 나타난다.

<문학>본능과 함께 유전적으로 갖추어지며 집단 무의식을 구성하는 보편적 상징.민족이나 문화를 초월하여 신화, 전설, 문예, 의식 따위의 주제나 모티프로 되풀이되어 나타나는 것으로 오랜 역사 속에서 겪은조상의 경험이 전형화되어 계승된 결과물이라고 할 수 있다.

 

 

 

 

 

 

이처럼 어떤 사물의 원형이 갖는 RAW함을
RAWlish하게 구현해 내는 것은 인간의
본능적 욕구를 충족시키는 똑똑한 표현법이다. 

 

 

두 단어의 차이에서 보듯, 모든 사물의 원형(原形)은 단 하나일 가능성이 높다(보통 최초의 것이 원형으로 인정받는다). 하지만 ‘(카테고리내의) 원형(元型)’은 변할 수 있다. 예를 들면 만년필의 원형(原形)은 새의 깃털에 잉크를 찍어 쓰던 시절의 ‘그것’이거나 상품으로 보자면 세계 어딘가에서 ‘최초’로 만년필을 만든 ‘그 누구의 작품’일 것이다. 만약 이 만년필의 RAW함(디자인이나 재질에서 느껴지는 감感)에서 인사이트를 받아 RAWlish하게 풀어냈다면 이것은 원형原形을 살린 브랜드라 말할 수 있다. 하지만 그 브랜드가 시장에서의 원형(元型)은 아닐 수 있다는 의미다. 만년필이라는 제품군에서 원형(元型)이 된 브랜드는 (현재로서는) 아마도 몽블랑일 것이다. 그러나 미래, 2500년의 만년필의 원형(元型)이 무엇이 될지는 모른다. 만약 몽블랑이 지금의 명성을 유지하면 그 때에도 원형이겠지만 새로운 강자 A라는 브랜드에 의해 시장판도가 바뀌면 그때는 A가 그 카테고리의 원형(元型)이 될 것이다.

이처럼 어떤 사물의 원형이 갖는 RAW함을 RAWlish하게 구현해 내는 것은 인간의 본능적 욕구를 충족시키는 똑똑한 표현법이다. 무언가의 ‘최초’는 그간의 잠재되고 누적된 욕구를 만족시키기 위한 인간의 노력이 가장 적나라하게(RAW) 들어가 있기 때문이며 그만큼 인류에게 커다란 충격을 주기에 각인 효과도 클 것이기 때문이다. 주먹도끼처럼 말이다. 그 원형의 RAW를 활용할 줄 안다면 풍부한 브랜딩소스를 얻을 수 있다는 얘기다. 옥소는 원형(原形)을 살린 브랜드라고는 말할 수 있지만 아직 카테고리의 원형(元型)이 되었다고 말할 수는 없다. 그들이 앞으로 어떤 스토리텔링을 통해 브랜딩하는가에 따라 최고의 브랜드 작위라 할 수 있는 ‘원형(元型)이 된 브랜드’로의 등극 여부가 결정될 것이다. 

 

 

MINI INTERVIEW

 ‘사용자 관찰’에서 감(感)찾기
The interview with Lily Sei

옥소의 뉴욕 본사 사무실 한켠에는 전 세계 각 지사 직원들이 길에서 주운 장갑들을 모아 전시해 두었다. 장갑 주인의 인종, 성별, 취향, 연령 등을 알 수는 없지만, 이들 모두가 옥소의 잠재적 고객이며 이들 중 그 누구도 소외되는 사람 없이 편안하게 사용할 수 있는 제품을 만들겠다는 유니버셜 디자인의 철학을 조직원이 늘 상기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다.

‘좋은 그립감(good grip)’은 정의하기가 매우 애매하다. 옥소는 이를 어떻게 정의하는가?
1차적으로는 단어 의미 그대로다. 사용자가 옥소 제품을 움켜쥐었을 때 편안하고 안정감을 느낄 수 있다면 그것이 ‘굿 그립’이다. 하지만 2차적으로는 ‘자신감’을 주는 도구를 제공하는 것이 목표다. ‘옥소라면 어떤 요리라도 잘 해낼 수 있을 것 같은 자신감’이 드는 것이 좋은 그립감이라 생각한다.
 
그러한 가치를 전달하기 위해 한 제품당 2년 정도의 연구 개발 기간이 있다 들었다. 그 외 또 어떤 측면에 신경 쓰는가?
아무래도 소재 측면을 빼놓을 수 없다. 옥소의 굿그립 제품은 손잡이 부분을 위한 소재로 산토프렌(Santoprene, 대표적인 열 가소성 신소재 고무로 높은 내마모성과 방수성, 가공 형상 용이성이 특징)을 사용한다. 반복적인 손동작이 많은 주방일에 적합하도록 내구성과 유연성도 뛰어나야 하며 물과 기름이 닿을 일이 많기에 미끄럼 방지 기능도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종전의 일반 고무와는 달리 고온에서의 변형도 적다. 참고로 식기세척기 내부에 사용되는 가스켓(gasket)에도 산토프렌이 사용된다. 제품 개발 연구 방법부터 소재까지 옥소에는 흔한 제품이란 없다. 심플하기도 하고 다른 제품과 큰 차이가 없어 보이지만 만져 보고 잡아봐야 알 수 있는 것이 옥소의 굿그립 제품이다.
 
‘편안함’과 ‘안정감’, 나아가 ‘자신감’을 주려면 ‘편안함’부터 갖춰야 할 것 같다. 그런데 유니버셜 디자인을 추구하는 옥소는 하나의 모델로 어떻게 모든 사람의 편안함을 만족시키는가?
물론 쉬운 일은 아니다. 편안하다는 것을 정의하는 것 자체가 어렵기 때문이다. 개인별로 편안함을 느끼는 대상과 이유가 달라서 더욱 그렇다. 뿐만 아니라 사용자도 편안하면 왜 편한지, 그 이유를 적절히 설명하지 못한다. 그래서 옥소의 제품 생산 프로세스는 면밀한 ‘소비자 조사’로부터 시작된다. 그 과정을 통해 사용자가 어떻게 도구와 상호작용을 하는지, 도구별로 가장 많이 힘을 쓰는 손가락은 어떤 손가락인지, 도구는 어느 부분에 가장 큰 하중을 받는지, 각 도구마다 약간의 유연성이 가미되면 좋을 부분은 어디인지를 끊임없이 관찰한다. 관찰 대상의 유효 표본 수를 최대화하고 그 안에서 다양한 사용자의 스타일을 고려하여 가급적 최대한 많은 사람에게 편안함을 제공하기 위해 노력할 뿐이다.
 
실제로 그러한 ‘사용자 행동 관찰’을 통해 얻은 수확이 있다면 무엇인가?
소비자 스스로도 ‘표현해내지 못하던 잠재 욕구’를 발견할 수 있다. 주변 사람에게 “종전의 계량컵에서 무엇이 불편한가?”를 물어보라. ‘유리라 떨어뜨리면 깨진다’ ‘손에 기름이 묻은 채로 잡으면 잘 미끄러진다’ ‘눈금이 잘 지워진다’ 정도의 ‘사용상의 가시적 답변’을 들을 것이다. 하지만 계량컵을 사용하는 모습을 관찰해 보면 우리가 너무 당연하게 여겨서 큰 문제라고 느끼지 않지만, 실제로는 굉장히 비효율적으로 행동하는 것을 보게 된다. 계량컵에 용액을 따르고 허리를 굽혀 수치를 확인한 뒤, 이내 몸을 세워 더 붓고, 다시 허리를 굽혀 눈금을 확인한다. 많이 부었을 경우에는 다시 덜어내는 수고까지 한다. 이것은 소비자 조사에서는 절대 나오지 않는 답변이다. 하지만 이를 개선한 제품을 선보이자 상당한 호응을 얻었다. 잠재되었던 욕구를 만족시켰기 때문이다. 그렇게 개발된 것이 2001년 출시된 ‘위에서 보아도 측량이 가능한 계량컵’이다. 이처럼 사용자와 도구의 자연스러운 상호작용을 관찰하는 것이 좋은 아이디어 소스가 될 때가 많다. 그것이 도구를 사용하는 소비자를 면밀히 ‘관찰’해야 하는 이유다. 

 릴리 세이 옥소 인터내셔널 비즈니스팀의 이사로 근무하고 있는 그녀는 미국, 일본을 제외한 약 40여 개국에서 옥소의 브랜딩을 담당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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