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w York in Seoul 볼륨배지시즌배지

고유주소 시즌1 / Vol.4 휴먼브랜드 (2008년 05월 발행)

뉴욕 지사에서 3년간 근무를 하고 올해 1월에 한국으로 다시 귀국한 N사의 김세라 대리. 아침 출근길이면 차에서 내리자마자 스타벅스에서 베이글과 에스프레소 샷 1잔을 더 추가한 카페라떼를 사들고 자리에 앉는다. 12시 10분 전. 오늘따라 회사 근처에 있는 설렁탕집이 아니라, 감미옥 설렁탕집 맛이 그립다. 약간 멀지만 그래도 가기로 결정. 대학 동창 모임이 있는 금요일. 장소는 뉴욕 다운타운의 이스트 빌리지(East Village)에서 본 식당과 비슷한, 20평 정도되는 자그마한 그리스 음식을 파는 식당으로 예약했다. 4시간 동안 지중해식 요리와 즐거운 수다로 저녁을 보내고, 자정이 되었지만 금요일이어서 그런지 왠지 일찍 잠들기가 아쉽다. 주중에 다운 받아 둔 <더티 섹시 머니(Dirty Sexy Money)>를 보기 위해 노트북을 꺼내 들고는 새벽 2시가 되도록 잠들 줄 모른다.

혹시 지금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도
김세라 대리와 비슷한 행동을 한 적이 있다면
아래의 리스트에서 뉴욕 증후군이 있는지
테스트 해보는 것은 어떨까?

 

 

New York Syndrome Test

ㅁ 언제부터인가 아침 식사는 베이글과 커피다.
ㅁ 당근, 샐러리, 양파와 크림치즈를 섞어 만든 베지터블 크림치즈를 1cm정도 두께로 베이글에 발라 먹어도 아무렇지 않다.
ㅁ 설탕 2스푼, 프림 2스푼을 넣은 인스턴트 커피에 익숙했던 미각이 아메리카노에 우유와 시럽을 넣는 것이 더 자연스러워졌다.
ㅁ 커피를 주문할 때, 우유 대신 소이밀크(두유)를 넣어달라고 말한다.
ㅁ 가끔씩 벤더나 델리에서 파는 1달러짜리 드립커피가 생각이 난다.

 

 

도대체 언제부터 내 미각과 식성이 달라졌지?

ㅁ 뉴욕 배경의 미드와 영화는 꼭 챙겨서 보며, 혹시라도 아는 장소가 나오면 “어? 저기 내가 가본 곳인데…”하는 일종의 향수병이 도진다.
ㅁ 케익, 음식을 주문할 때나 제품을 살 때, ‘뉴욕’이라는 단어가 들어간 제품에 왠지 더 끌린다.
ㅁ 한 달에 한두 번 정도는 청담동과 이태원에 가서 맛있는 브런치를 즐긴다.
ㅁ 가격이 만만치는 않지만 왠지 뮤지컬을 보아야만 할 것 같은 강박관념이 생겼다.
ㅁ 뉴욕에서 자주가던 타이 레스토랑이 있는지 인터넷을 뒤진 적이 있다.
ㅁ 뉴욕 이스트 빌리지(East Village)의 소소하고 아기자기하면서도
ㅁ 편안한 카페나 레스토랑이 생각이 날 때면 신사동 가로수길을 찾는다.
ㅁ 하루에 한 번 정도는 뉴욕 타임즈 웹사이트에 들어가서 기사를 확인한다.

 

 

도대체 내가 한국에 있는 것일까? 뉴욕에 있는 것일까?

앞서 언급한 여러 사례들은 뉴욕에 1년 이상 거주 경험이 있는 몇몇 사람에게 물어 보았던 뉴욕 증후군이다. 뉴욕에 대한 사람들의 반응은 극과 극이다. 뉴욕의 모든 것을 사랑하는 사람들과 뉴욕의 매력이 무엇이냐고 묻는 이들, 이렇게 두 부류로 쉽게 갈린다. 뉴욕에 대해 비판하는 사람들의 말에 아랑곳하지 않고, 뉴욕에 한 번 중독된 사람들은 연어의 회귀본능처럼 어떻게 해서든지 그 도시로 돌아가려고 한다는 것이 뉴욕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말이다.
왜 그 수많은 도시 중에 뉴욕일까? 그 이유가 자본주의에 바탕을 둔 미디어의 파워일 수도 있고, 개인주의의 확산에 따른 자연스러운 문화의 대이동일 수도 있다. 이에 대해 《스페이스 마케팅》의 저자이자 공간전략 디자이너인 홍성용 대표는 이렇게 말한다. “뉴욕은 경제와 현대 문화 등에서 강력한 파워를 가지고 있어서 그것이 곧 도시 파워로 이어진다고 생각합니다. 그 배경을 살펴보자면, 사실상 뉴욕은 다민족 다문화의 압축 도시이기 때문에 문화로 인한 갈등이 많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다양성을 인정하지 않으면 피곤한 도시생활을 해야 하기 때문에 이를 관용으로 묵인하는 환경이 조성되었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뉴욕 사람들은 이러한 갈등구조에 대해 신경을 쓸 만큼 한가롭지 못합니다. 모든 상황이 빠르게 돌아가고 바쁘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환경에서 표현의 자유를 인정하게 되는 분위기 또한 자연스럽게 형성되었는데, 이것이 ‘뉴욕은 자유의 도시’라는 이미지를 형성하게 된 것 같습니다. 이 이미지는 심리적 터부로 인해 문화적 장벽이 강한 동양인들에게, 뉴욕이 동경의 대상이 되도록 한 중요한 요소입니다. 왜냐하면 자유에 대한 갈망은 인간의 가장 자연스러운 본능이니까요.” 그 이유가 무엇이든, 분명 한국에도 뉴욕의 도시 코드를 발견할 수 있는 곳들이 점점 눈에 띄게 증가한다는 것이다.

 

수지스(Suji’s)

뉴요커들은 바쁜 주중의 스트레스를 주말 브런치라는 시간의 유희를 통해서 해소시킨다. 물론 브런치는 영국에서부터 시작된 문화이지만, 그것을 확산시킨 곳은 뉴욕이다. 미드에서 보여지는 브런치 문화는 서울처럼 바쁜 일상에서 작은 여유를 찾는 사람들의 갈증을 풀어주기에 적절한 대안이다.

 

굳이 압구정과 청담동을 찾지 않더라도 이제는 홍대, 가로수길, 이태원으로 브런치를 즐기러 갈 수 있게 되었다. 즉, 압구정과 청담동만이 유일하게 외국 스타일을 느낄 수 있는 공간은 아닌 것이다. 그래서일까? 이태원 수지스는 뉴욕식 브런치 레스토랑으로 유명세를 탄 이후 고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미국 가정식 브런치를 전하겠다는 박수지 사장의 의도답게 그들의 인테리어 또한 편안하고 따듯하다. 버터와 잼을 가득 담아 놓은 바구니와 풍성한 양의 감자, 오믈렛, 토스트 등이 제공 되는데 그것을 담은 그릇이 눈에 띈다. 뉴욕의 크레이트 앤배럴(Crate & Barrel)매장에 있는 제품의 특징인 단색이지만 심플한 원색 컬러의 커다란 그릇에 먹음직스럽게 음식이 나온다. 수지스가 사용하는 컬러는 뉴욕에서 활동하고 있는 인테리어 디자이너 케네스 포어먼(Kenneth Foreman)의 ‘컬러에 대한 철학과 일치한다. 컬러란 있을 수도, 없을 수도 있는 것이지만, 있으면 공간에 경쾌함을 더해주는 디저트 같은 존재’라는 그녀의 생각을 닮았다.

 

 

 
 

 

 

에릭스 뉴욕 스테이크 하우스(Eric’s New York Steak House)

에릭스 뉴욕 스테이크 하우스는 에릭(Eric)이라는 미국인이 2000년도 서래마을에 1호점을 내면서 시작된 레스토랑이다. 에릭은 캘리포니아 출신이지만 뉴욕에서도 오래 살았던 사람이었고, 문화의 용광로라는 두 지역에서 다양한 문화의 영향을 받았다. 그는 한국에서도 정통 뉴욕 스타일의 스테이크 문화를 확산시키고 싶은 마음에 에릭스 뉴욕 스테이크 하우스를 16평이라는 아주 작은 규모로 시작했다. 그러나 광우병 사태와 IMF 등을 겪으면서 사라질 뻔한 개인 사업을 ‘창해 웰빙푸드’에서 인수하게 되면서, 지금의 에릭스 뉴욕 스테이크 하우스가 있을 수 있었다. 창해 웰빙푸드 김용성 대표는 “저희는 에릭이 왜 이 사업을 시작했을 때의 초심을 잊지 않고 있습니다. 그래서 스테이크를 대중에게 일반화시키려는 그의 철학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특히 가격 측면에서 말이죠. 그리고 뉴욕 스테이크는 반드시 뉴욕 스타일이어야 합니다. 그래서 안심은 2~2.5cm, 등심은 1.5cm 두께를 유지하도록 노력하고 있습니다. 뉴요커는 두툼한 고기의 질감을 좋아하고 이것이 바로 뉴욕 스타일이니까요. 저희 스테이크에는 멋들어진 장식은 없습니다. 하지만 고기의 질이 좋으면, 소금만 찍어도 맛있는 것이 스테이크입니다. 그렇기에 저희는 고기의 품질에 신경을 많이 쓰는 것이죠.”라고 전했다.

 

 

 

 

 

도넛 플랜트 뉴욕 시티(DOUGHNUT PLANT NEW YORK CITY)

도넛은 뉴요커의 라이프스타일에 맞는 가장 간편한 아침식사이자 동시에 디저트이다. 뉴요커들의 아침과 점심시간은 그다지 여유롭지 않다. 그래서 일을 하면서도 먹을 수 있는 도넛, 샐러드, 피자, 샌드위치 등을 선호한다. 크리스피 크림 도넛은 <섹스 앤 더 시티(Sex and the City)>의 미란다 덕분에 뉴욕의 최신 유행으로 급부상했었다.

 

이러한 도넛 시장에 도전장을 내민 뉴욕 스타일의 도넛 플랜트가 2007년 11월 29일, 명동에 1호점을 오픈했다. 이곳을 찾는 고객들은 주로 20대 후반에서 30대 중반까지로 일반적인 도넛 시장의 고객의 연령층보다 높다.

 

도넛 플랜트는 뉴욕에서 실제로 힐러리 클린턴, 마사 스튜어트, 코스비와 같은 유명인들이 애용하는 도넛이다. 뉴욕 맨해튼의 작은 가게에서 출발해 현재 본점 외에 뉴욕의 고급 델리숍인 딘앤델루카(DEAN&DELUCA)등을 중심으로 40여 개의 판매점에서 매일 판매되고 있는 최고급 천연 수제 도넛으로 입소문을 탔다. 도넛 플랜트의 창업자인 마크 이즈리얼의 이념은 ‘인체에 유해한 것은 아무것도 넣지 않는다’이다. 그래서 모든 재료가 오가닉(organic)이며 식물성 옥수수유를 사용하여 트랜스지방이 전혀 없는, 창업자의 정신을 그대로 계승하고 있다. 직접 손으로 만든다는 철저한 원칙을 고수하기에 하루에 3천 개 정도밖에 생산하지 않는다고 한다. 모두 판매 되어도 더 이상 생산하지 않아 항상 오후 2~3시경에는 모든 도넛이 매진되는 것으로 널리 알려진 것을 보니, 여전히 도넛 플랜트는 창업자 정신을 끝까지 지키고 있다.

 

도넛 플랜트는 스토리뿐만이 아니라, 매장 인테리어에서도 뉴욕이 느껴진다. 도넛 플랜트 이경재 상무는 매장 인테리어에 대해서 “뉴욕 지하철에 보면, 에이치빔(H-beam)이 그대로 노출되어 있고, 호텔 현관에 백열등이 쭈욱 꽂혀 있는 것을 쉽게 발견할 수 있는데 그와 비슷합니다. 아디다스 매장을 보면 확 트이게 오픈되어 있고, 옷이 걸려있지 않은 채 테이블 위에 놓여있고, 바닥도 일반 모르타르인 세면바닥입니다, 도넛 플랜트도 고급스럽고 세련된 컨셉이라기보다는 팩토리형 스타일 인테리어입니다.”라고 설명했다.

 

 

 
 

 

 

까페 별(Cafe Byul)

가로수길에서 뉴욕의 다양성을 느낄 수 있는 곳. 바로 카페 별이다. 높은 천장과 그곳을 가득 휘감는 환풍기는 속내를 환희 드러내고 있다. 꾸미지 않은 회색 벽면과 오래된 기름통 세면대가 있는 화장실에서 빈티지 스타일이 느껴진다. 반면에, 제 각기 다른 모양의 테이블과 의자에서 모던함이 동시에 묻어난다. 하나하나가 다른 테이블과 의자이기 때문에 혹여나 잃어버리면 똑같은 것을 구하기 힘든, 모두 유명한 디자이너의 제품이라고 한다. 이 모든 것이 고객을 위한 배려이다.

 

호주와 미국에서 음악과 경영을 동시에 공부한 안진순 사장은 카페 별을 내기 전 음악이라는 전공을 살리면서, 경영을 동시에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가를 고민하다가, 자신의 문화코드를 공유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에 카페 별을 시작했다. 안진순 사장은 뉴욕과 카페 별이 닮은 점에 대해서 “개인적으로 뉴욕을 참 좋아합니다. 뉴욕을 떠올리면 가장 먼저 다양성이 떠올라요. 획일적이지 않은 개성이 넘치는 문화코드가 있는 곳이지요. 카페 별을 찾는 고객들이 이곳에 와서 구경할 것들이 있었으면 하는 바램으로 다양성을 고려했어요. 그리고 각기 다른 의지와 테이블이지만 이질적인 느낌이 아니라 서로 조화를 이루고 있어요. 이러한 것이 뉴욕과 닮지 않나요? 몇 개의 테이블은 메탈의 차가운 느낌이 나고 동시에 바닥은 오래된 공장에서 쓰인 나무인데 이를 통해서 따듯한 감성 또한 전하고 싶었습니다.” 라고 말한다.

 

 

 

 

 

갤러리303(Gallery303)

금호건설에서는 수출형 아파트인 갤러리303을 광주에서 선보인다. 프랑스, 영국, 뉴욕의 라이프 스타일을 갖춘 맞춤형 주거 공간인 갤러리303은 364세대 가운데 28세대를 뉴욕 스타일로 꾸몄다.

 

갤러리303을 기획하고 분양 마케팅을 하고 있는 플래닝 코리아 김희진 대리는 “뉴욕 로프트(loft) 스타일은 10층에서 15층까지 상층부에만 있고, 유닛(unit) 구성이 3가지 타입으로 되어 있습니다. A타입은 1층이 부엌, 2층이 작업 공간인 복층형, B타입은 작업과 주거 공간이 확실하게 분리되어 있는 단층형, C타입은 2층이 부엌, 1층이 작업 공간인 복층입니다. 뉴욕 스타일은 전문가 부부의 바쁜 라이프스타일을 위해 주거와 작업공간을 구분시킨 분리형 스튜디오 주거 공간입니다. 일과 휴식을 함께할 수 있도록 각 기능별 동선을 짧게 설계한 것이 특징이죠. 이것은 일과 휴식을 모두 취할 수 있는 워케이션(workation)이라는 문화코드를 반영하고 있습니다.”라고 설명했다.

 

뉴욕 스타일은 28세대뿐이지만 그 안에서 6가지의 스타일로 나뉜다. 이것이 가능한 이유도 아래 그림에서 보이는 것처럼 3가지 타입의 4가구가 하나의 직사각형 모양을 만들고, 이러한 큐브 스타일이 서로 대칭을 이루기 때문이다.

 

 

 
▲뉴욕 스타일인 갤러리 303의 거실, 주방 이미지

▲전문가 부부를 위해 복층형과 플랫타입으로 구성된 분리형 스튜디오 아파트

 

 

러브마크(Lovemarks)를 새길 수 있는 도시코드를 찾아서

뉴욕은 다양한 문화를 인큐베이팅을 할만한 자본력과 환경을 배경으로 뉴욕의 문화의 코드를 전 세계적으로 전파하고 있다. 패션을 시작으로 이제는 음식과 주거문화까지 확산되어 가고 있다. 한국도 예외는 아니다. 《컬처코드》의 저자 클로테르 라피이유(Clotaire Rapaille)는 ‘컬처코드란, 특정 문화에 속한 사람들이 일정한 대상에 부여하는 무의식적인 의미’라고 설명한다. 도시의 코드라는 것도 클로테르 라피이유가 말하는 작은 범위의 컬처코드일 것이다.

 

미국이라는 거대한 도시는 각각의 환경과 분위기에 따라 그들의 독특한 문화를 만들어가고 있으며 그것이 바로 자연스럽게 도시 브랜딩으로 이어지고 있다. 사치 앤 사치의 대표이자 《러브마크(lovemarks)》의 저자는 ‘러브마크란 소비자들과 감성적으로 연결된 브랜드, 소비자의 열렬한 사랑을 받는 브랜드, 소비자의 삶 속에 들어와서 그들의 꿈을 현실로 만드는 브랜드’라고 설명한다. 이러한 러브마크가 다른 사람의 시선을 느낄 필요 없이 자유를 누릴 수 있는 뉴요커의 라이프스타일을 꿈꾸는 한국은 물론이고, 전 세계 사람들의 마음 속에 새겨지고 있다. 도시의 러브마크는 그 어느 것보다 강한 중독성이 있는 브랜딩 전략이다. 새삼스레 전 세계적으로 뻗어나갈 수 있는 서울 도시 브랜딩에 대해서 생각하게 된다. 더 나아가 국가 브랜딩 또한 끊임없이 고민해야 할 문제일 것이다. 왜냐하면 우리는 더 이상 영토 정복의 시대가 아닌, 작은 도시 단위에서조차도 문화 전쟁이 일어나는 시대에 살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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