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아름다운 발톱, 문화 컨셉 볼륨배지시즌배지

Written by 황인선  고유주소 시즌1 / Vol.8 브랜드와 컨셉 (2009년 01월 발행)

컨셉은 브랜드가 나아가고자 하는 방향의 70~80%를 결정하기에 그 중요성이 크다는 사실은 명백하다. 하지만 컨셉에 있어서 ‘무엇을 말할지’가 결정되었다고 목표대로 나아간다는 보장이 없는 이유는 실행에 있어서 수많은 변수가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무엇을 말할까’만큼이나 ‘어떻게 말할까’의 중요성이 커진 것이 사실이다. ‘어떻게 말할까’를 고민한다면 고려해야 할 것이 바로 문화이다. 기업의 발톱처럼 공격적으로 보일 수 있는 마케팅을 소비자에게 가장 순화되고 아름답게 보여줄 수 있는 수단이 바로 문화이기에 그 중요성과 표현하는 깊이에 있어서 고민할 시기이다.

The interview with KT&G 북서울본부 영업 2부 부장 황인선

 

 

 

 

What vs. How

세실과 모리스가 예배를 드리러 가던 어느 날, 세실은 모리스에게 기도 중에 담배를 피워도 되는지 물어봤다. 이에 대해서 확신을 하지 못한 모리스는 랍비께 여쭤보자고 제안을 했다. 세실은 랍비에게 가서

“랍비님, 기도 중에 담배를 피워도 되나요?”
그러자 랍비는 근엄한 표정으로 

“형제여, 그건 절대 안 됩니다. 기도는 하나님과 나누는 엄숙한 대화입니다.”

라고 답했다. 이 대답을 들은 모리스는 질문을 잘못했다고 친구에게 전하면서 다시 질문을 했다.
“랍비님, 담배를 피면서 기도를 드리면 안 되나요?”

했더니 랍비는 온화한 미소를 지으며 

“형제여, 기도는 때와 장소가 필요 없습니다. 그러니 담배를 피우는 중에도 기도는 할 수 있지요.”

 

필자가 이 유머를 처음 들었을 때 ‘피식’하고 웃었다. 그러다가 머리가 아파왔다. 이 유머가 광고계에서 대립하던 ‘What to say?(무엇을 말할 것인가?)’와 ‘How to say?(어떻게 말할 것인가?)’의 논쟁을 상기시켰기 때문이다. 직업병이다. 그럴 때마다 필자는 “그럼 How to what to say는 어때?”라고 말하곤 했었다. 

 

What과 How. 골치 아픈 문제이긴 하지만 두 가지 예를 들어 설명해 보자.

 

하나는 90년대 초 탄산 음료의 대안으로 나온 이온 음료의 대표주자인 포카리스웨트다. 이 시장에서 게토레이는 스포츠 이온 음료라는 차별화된 시장을 만들고, ‘물보다 빨라야 한다’는 카피로 광고 커뮤니케이션을 했지만 지금 이온 음료 시장에서 게토레이는 어려워 보인다. 게토레이의 What to say는 부족함이 없다. 하지만 파란 컬러의 아이덴티티와 건강하고 젊은 여자 모델이 제시하는 포카리스웨트의 일관된 How to say를 이기지 못했다. 

 

두 번째, 에비앙이 성공할 수 있었던 이유는 스토리텔링 덕분이었다. 1789년 알프스의 작은 마을 에비앙 레벵에서 요양하던 귀족 ‘마르키드 레서’가 지하수를 먹고 병을 고쳤는데 후일 주민들은 이 물은 단순한 물이 아닌 약이라는 스토리를 상품화해 성공을 거뒀다. 이것이 How to say의 힘이다.

 

 

컨셉만으로는 추상적이다

흔히 마케팅 전략의 목표는 컨셉을 세우고 이에 대한 커뮤니케이션 장애요소를 제거하는 것인데, 컨셉은 철저한 문제의식에서 출발한다. 거시환경의 변화, 3C 등에서 나타난 문제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면 옳은 컨셉이 나올 수 없다. 문제의식은 논리적이고 냉철한 분석에서 출발한다. 그래서 컨셉은 기본적으로 What의 사고법을 필요로 하지만 이것은 시간이 흐름에 따라 다소 복잡해졌다.

 

제품 컨셉, 브랜드 컨셉, 마케팅 컨셉. 여기까지는 What의 세계인데 광고 컨셉, 표현 컨셉, 미디어 심지어 모델이나 의상 컨셉 등으로 넘어가면 좀 아리송해진다. 컨셉은 흔히 약속의 말이라고도 하는데 이 컨셉이 월마트의 ‘세계에서 가장 저렴한’ 같은 약속의 목표부터 그 약속을 지키는 월마트만의 재고관리 등 차별화된 방법까지 의미가 확장되어 온 것으로 보인다. 아마도 이것들을 다 포괄하는 것이 컨셉이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컨셉은 실행 전 단계의 추상적인 목표나 방법을 가리키는 말임은 분명하다. 그래서 현장에서 컨셉과 실행은 항상 갈등한다. 좋은 컨셉인데 실행을 엉망으로 하는 경우도 많고 실행은 좋은데 컨셉이 안 좋은 경우도 많다.

 

필자의 경험으로는 컨셉은 목표의 70∼80%정도를 결정한다. 수치로 보면 컨셉이 중요한 것은 분명한데 요즘은 꼭 그렇지는 않다. 세상은 1%의 싸움인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우리는 목표를 정한 이후에 경로를 설정한다. 컨셉을 잡는 것은 중요하다. 그러나 그 목표를 정하고 경로를 찾았다고 과연 우리가 제때에 거기에 갈 수 있다고 보장하는가. 현실은 절대 실험실이나 공장이 아니다. 도중에 마적이 출현할 수도 있고 길이 끊겼을 수도 있고 사고가 날 수도 있고 미인계, 뇌물계와 같은 무수한 난관이 펼쳐질 수 있다. 거북이 새끼가 성인 거북이가 되는 것은 고작 2~3%에 불과하고 천하의 전략가 오딧세이도 그의 아내 페르포네에게 가는데 십 수년이 걸렸다. 컨셉을 결정하는 것만으로 모든 것이 만사형통이라고 믿는다면 그것이 얼마나 추상적인 것임을 냉엄한 현실이 말해준다.

 

우리는 그 동안 컨셉 찾기를 열심히 해왔다. ‘어느 시장에 들어갈까?’, ‘USP는?’, ‘뭐라고 차별화 포인트를 주면 좋을까?’, ‘미디어 컨셉은 무엇으로 할까?’ 사실은  이러한 것들을 찾는 것도 매우 어려웠다. 그래도 열심히 해온 덕분에 70∼80% 과제인 컨셉을 잘 찾는 기업은 많아졌다. 그러나 이제부터다. 이제부터 선수들끼리의 경쟁이 시작이다. 선수들끼리의 경쟁력은 컨셉 싸움보다는 나머지 20∼30%의 실행 능력, 즉 How to execute가 더 중요해진다.

 

골프가 그것을 명료하게 보여준다. 스포츠 중에 가장 많은 14개 의 도구을 사용하고 기상과 심리상태에 가장 민감한 스포츠가 골프이기 때문이다. 골프 하수들은 드라이버를 칠 때에 부들거리며 힘을 불끈 주다가 정작 그린에 올라가서는 홀컵에서 대충 치게된다. 그래서 하수다. 고수들은 정반대다. 드라이버는 OB만 안 나면 되고 그린으로 다가갈수록 숏 게임에 긴장하다가 퍼팅에 심혈을 기울인다. 1cm 차이의 그 미세한 승부가 수억 원의 상금을 결정짓기 때문이다. 집중력, 경험, 관찰력, 의지력, 스피드 조절과 같은 비전략적인 것들이 승부에 큰 영향을 미치는데 이것들이 How에 해당하는 것들이다. 컨셉과 실행에 대한 이상의 논리는 요즘 부상하는 문화 마케팅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문화와 마케팅이 결합한 문화 마케팅은 이질적인 DNA들이 만나 각축하는 장이라 더욱 더 How가 중요하다.

 

 

현장에서 컨셉과 실행은 항상 갈등한다.
좋은 컨셉인데 실행을 엉망으로 하는 경우도 많고
실행은 좋은데 컨셉이 안 좋은 경우도 많다.

 

 

패러다임 컨셉의 이동

컨셉에는 개별 브랜드를 다루는 컨셉부터 한 시대를 특징짓는 패러다임 컨셉까지 있을 것이다. 이제까지 30∼40년간을 기능적 욕구 충족이나 이미지 제고를 통한 포지셔닝에 주목하던 것이 업계의 패러다임 컨셉이었다면 시대가 풍족해지면서 문화, 인권, 환경 등에 주목하는 것은 21세기 드림 소사이어티의 패러다임 컨셉이다. 문화 마케팅이 그 패러다임 이동의 한복판에 있다.

 

최근 문화 마케팅에 많이 주목하고 있으며, 체험과 스토리텔링은 마케터의 단골 메뉴가 되었다. 이 시대의 문제의식이나 비전의 문화, 이야기가 중요하게 들어왔다는 얘기다. 이 시대는 절대적 잉여가 주제가 된 시대니까. 지금 서민들은 5만 원으로 옛날 임금님 수라상보다 풍성한 메뉴를 즐길 수 있고, 20년 전 상류층도 쉽게 누리지 못했던 영화, 팝 음악, 페스티벌, 해외여행 등의 문화를 쉽게 즐길 수 있다.

 

소장용으로 지포 라이터를 사고 아름다운가게와 같은 ‘나눔’의 문화가 확산되는 이유는 잉여의 시대에서는 상품의 부차적 욕구가 본질적 욕구를 전복하기 때문이다. 기업과 지자체가 다투어 문화센터, 문화관을 짓고 전국에는 1,000여 개의 축제가 릴레이로 열린다. 한강 프로젝트, 디자인 서울, 청계천, 헤이리 마을, 한류우드까지. 이들은 ‘바보야, 문제는 경제야!’가 아니라 ‘바보야, 이제는 문화야!’ 라고 말한다. 전 세계가 불경기를 맞아 이들 프로젝트의 지속성 여부는 불투명해 보이지만 시대의 흐름은 루비콘 강을 건넜다. 붉은 악마를 통해서 레드 콤플렉스를 건넌 것처럼 말이다.

 

 

 

(좌) 더바디샵 2007 가정폭력근절   (우)더바디샵 아나타로딕

 

 

문화 마케팅 매트릭스

문화는 넓게는 공동체의 생활양식을 가리키고 좁게는 심미적 실천행위로서의 미술이나 음악, 오페라 등을 가리킨다(R. Williams). 이런 개념이 기업 마케팅이나 브랜드와 결합하는 것이 문화 마케팅인데 그 결합의 정도는 높은 것도 있고 낮은 것도 있다.

 

LG기업 PR광고를 보면, 명화 이미지를 빌어서 광고를 하는데 이는 좁은 의미의 문화인 예술 텍스트를 접목한 것이다. 단순히 이미지를 광고에 차용했다는 점에서 브랜드나 기업 에센스와의 결합 정도는 낮다고 볼 수 있다. 이것을 표로 제시하면 다음과 같다.

 

 

<문화 마케팅 매트릭스>
간략히 제시한 이 문화 마케팅 매트릭스는 80년대에 활동한 프랑스 기호학파인 그레마스(A.J Greimas)의 텍스트 심층구조 분석모델인 ‘기호사각형 모델’에 착안해서 필자가 응용한 것으로 인형-데카르트-사랑방-산타 4분면으로 나누어지고 이 매트릭스는 한 기업이 실행하는 문화 마케팅의 위치와 방향성을 살펴보는 데 유용하다. 더 자세한 내용은 현재 집필중인 책에 소개될 예정이다.
 
인형, 데카르트, 사랑방, 산타
*인형 분면: 인형은 겉은 아름답지만 생명이나 철학이 없다. 이처럼 문화를 모방수준에서 마케팅에 이용하는 것으로 PPL이나 패러디를 예로 들 수 있다.
*데카르트(Tec+Art) 분면: 브랜드에 문화와 아트를 결합하여 마케팅을 하는 경우를 의미한다. 예로는 앙드레김 디자이너와 가전제품 디자인 제휴를 맺고 마케팅을 한 삼성전자가 있다.
*사랑방 분면 : 사랑방은 손님을 응접하는 장소이다. 이렇게 문화 활동에 참여하는 사람들을 공간으로 모으는 문화 마케팅을 뜻한다. 예로서 백화점의 취미지원, 문화센터 등이다.
*산타 분면: ‘세상의 어린이에게 행복을’ 이라는 미션을 꾸준히 실천하는 산타처럼 한 기업이 그들만의 대표적 문화 공동체 미션을 꾸준히 실천하는 기업활동을 뜻한다.

 

반면, 바디샵의 경우는 소외받는 세계와 함께 한다는 정신을 바탕으로 에코문화를 기업컨셉과 상품에 결합시켜 결합도가 높다는 측면에서 좌 상단(산타 분면)에 위치한다. 한국 사례로는 유한킴벌리와 예술을 상품과 깊게 연결시킨 쌈지가 있고 그들은 각각 좌상단, 우상단에 놓인다.

 

LG기업 PR광고만 보면 컨셉은 명확하지만 그것을 실행하는 정도가 낮고 쌈지의 경우는 컨셉도 분명하고 그 결합도도 높지만 아직 작은 기업이라 넓이는 좁다. 아모레퍼시픽 설화수도 한국 명장 디자인과 한방 컨셉을 브랜드에 깊숙이 결합시켰지만 한국 예술에만 연결시킴으로써 쌈지와 같은 위치에 놓이고 그 영향력은 바디샵보다는 작다.

 

 

타인능해(他人能解) - 세상의 아름다운 발톱

브랜드는 소유를 전제로 하기 때문에 배타적이지만 문화는 가치를 공유하고 격을 높여준다는 측면에서 이타적이다. 문화는 그 동안 이기적인 기업 마케팅과 결합되기가 어려웠지만 착한 소비, 사회적 기업처럼 기업미션의 변화와 함께 착한 마케팅과 화학작용을 하면 문화 마케팅은 ‘세상의 아름다운 발톱’이 될 수 있다. 문화 마케팅을 세상의 아름다운 발톱이라고 하는 이유는 문화의 이타성을 차용하지만 메세나처럼 일방적인 기부자가 아니라 소비자도 좋고 기업도 좋은 쌍방향 윈-윈 게임을 추구하기 때문이다. 바디샵, LG기업, KT&G 상상마당이 좋은 예다.

 

기업의 문화 마케팅은 소비자를 향한 발톱이 있고 소비자도 그 발톱을 아름답다고 인정할 때 사회는 톨레랑스 사회로 성숙해진다. 구례에 가면 운조루란 고택이 있는데 그곳에는 유명한 운조루 쌀뒤주가 있다. 지름 66cm, 높이 114cm의 쌀뒤주 하단에는 ‘타인능해(집사람이 아니어도 열 수 있다)’가 쓰여 있는데 마을 사람들이 1년에 퍼간 쌀은 평균 36가마니, 운조루 수확의 20%라고 한다. 전쟁과 사화 속에 많은 고택들이 동네 사람들에 의해서 불태워졌지만 이 운조루는 마을 사람들이 스스로 지켜 지금 문화재로 보존되고 있다. 이 쌀뒤주가 바로 세상의 아름다운 발톱이다. 3끼 밥이 백성의 하늘인 시대에 쌀이 윈-윈 소재였다면 지금 잉여의 시대에서는 백성의 또 다른 하늘인 문화가 그 소재다. 운조루는 공유의 컨셉, 타인능해의 철저한 실행으로 살아남았다.

 

차별화된 컨셉을 잡는 것은 필수다. 문화는 컬처노믹스 시대에서의 패러다임 컨셉이다. 그 컨셉을 어떻게 자기 몸에 맞게 실행으로 옮기는가는 각 기업의 성숙도에 달려있다.
사우스웨스트 항공의 컨셉은 결코 유머경영이 아니다. 그들의 컨셉은 항공기 운영에 모든 거품을 빼는 서비스의 구현이었고 그를 잘 실행하기 위해서 유머를 택한 것뿐이다. 파크랜드가 옷값 거품을 뺀다면서 빅 모델을 쓴 것과 비교하면 실행이 다르다.

 

아직 우리나라에는 문화를 컨셉으로 하는 기업이 많지 않다. 대부분 겉멋 단계에 머물면서 문화 마케팅 매트릭스상의 우분면에 위치한다. 그래서 기업의 발톱이 그대로 보인다. 이제 그 발톱이 세상의 아름다운 발톱으로 진화하길 기대해 본다. 운조루 쌀뒤주의 타인능해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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