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 영생불멸의 이야기로 세상을 이해한다
Book I. Myth 볼륨배지시즌배지

Written by 장영란  고유주소 시즌2 / Vol.22(상) 브랜드 인문학 (2011년 11월 발행)

장영란 교수에게서 그리스·로마신화를 듣는 내내, 지혜의 여신인 아테나(Athene)의 손에 이끌려 올림포스 산을 이리저리 돌아다니는 듯했다. 신 같은 사람, 사람 같은 신들의 이야기를 계속해서 듣고 있다 보니, 내 안의 본성이 신성처럼 느껴졌다. 수천 년 전 신화 이야기와 2011년의 신화 이야기를 동시에 듣자 급기야는 몇천 년의 세월을 달리하는 두 개의 이야기가 데칼코마니처럼 한데 포개져 지금이 고대 그리스인지, 21세기인지 헷갈릴 지경이었다. 그중 애플의 심벌 이야기는 진실에 가깝다고 느낄 정도로 믿어졌다. 신화에서 그 근원을 찾아 상징적 의미를 해석해 나가는데, 나의 맥북에서 반짝이는 사과가 에리스의 황금사과처럼 보이기 시작했다. 분명 신화인데, 그것은 어느새 완벽한 진실이 되어 있었다. “포세이돈이 나와의 전쟁에서 이기기 위해 인간에게 말을 주었지. 이번에는 무엇을 준비했나 봤더니, 스티브 잡스라는 이름으로 나에게 전쟁을 선포했더군. 내 정원에서 올리브 나무를 모두 뽑아 거기에 사과를 심고는 그 지혜를 사람들에게 주고 있단 말이야.” (이처럼 인터뷰를 하는 내내 장영란 교수의 말투는 지혜의 여신인 아테나가 얘기하는 듯 들렸다.) 여신 니케는 브랜드 나이키로 환생했고, 에리스는 여전히 우리들 중에 누가 더 지혜로운지를 확인하기 위해 애플을 던진다. 그 옛날 에르메스는 우리를 하데스로 안내했지만, 지금은 자신의 매장으로 우리를 안내하고 있다. 신화가 브랜드가 되고, 브랜드가 신화가 되는 현재의 시장에서 브랜드와 신들의 이종교배가 시작되었다.

신화, 세상을 이해하는 원리
Q
유니타스브랜드의 창간 특집이 ‘판타지 브랜딩’이었는데요, 특집기사 중의 하나가 UB‘백화점은 신들의 놀이터다 - 신들의 박물관’이라는 거였어요. 백화점 문을 열고 들어서면, 에르메스를 시작으로, 제우스, 헤라, 미네르바 등 신화에서 그 이름을 따온 브랜드들이 너무나 많기에 거기서 모티브를 따온 거죠. 이처럼 브랜드는 끊임없이 신화로부터 수혈을 받아 이른바 ‘브랜드의 신화화’를 꿈꾸고 있습니다. 아마도 오늘 인터뷰 내용은 브랜드가 왜 자꾸 신화를 탐할까가 주제가 되지 않을까 싶은데요, 먼저 신화의 정의부터 묻고 싶습니다. 사실 신화라는 말이 다양하게 사용되다 보니 그 본래 뜻이 퇴색된 것 같습니다.

 

A
신화는 문자 그대로 이야기하면 ‘신들의 이야기’입니다. 그리스어로 ‘신’은 ‘테오스(theos)’라고 하는데요, 이 단어는 형용사인 ‘테이오스(theios)’에서 파생된 단어예요. 그런데 이 ‘테이오스’라는 말을 주목해 볼 필요가 있어요. 이 단어를 우리말로 번역해 보면 ‘놀랍다’ ‘경이롭다’로 뜻풀이를 할 수 있는데요, 정리해 보면 그리스인들에게 신은 ‘놀라움’을 안겨다 주는 존재라고 할 수 있는 거죠. 바로 이 ‘놀라움’이라는 단어가 매우 중요합니다. 
 
알고 있다시피 서구에서 신화와 철학의 출발지는 그리스잖아요. 그리스인들에게 있어 신은 믿을 것인가, 말 것인가 하는 선택의 문제가 아니었어요. 왜냐하면 그들에게 신은 너무나도 당연한 존재였기 때문이에요. 고대 그리스인들은 끊임없이 인간이 살고 있는 이 세계에 대해 놀라워했어요. 해가 바뀌어도 변함없이 다시 피어나는 들꽃과 풀 한 포기 같은 자연의 현상조차 그들에게는 모두 놀라움의 대상이었죠. 그런데 이 놀라운 자연적 대상과 현상들을 당시 고대 사회에서는 그 무엇으로도 설명할 수 없었어요. 바로, 신이 아니고서는 설명할 수가 없었다는 겁니다. 이것이 신화의 시작입니다.
 
그리스인들은 자신들을 둘러싼 세계가 어떻게 구성되어 있는지 끊임없이 질문했고, 그 질문에 대한 답을 신들의 세계에서 찾은 거죠. 물론 이 ‘놀라움’의 원인을 다른 곳에서 찾은 사람들도 있었습니다. 이들은 무언가 논리적이며 이성적으로 납득이 가능한 원인을 찾고자 했죠. 여기에서 탄생한 것이 바로 ‘철학’입니다.
 
아리스토텔레스가 “철학은 놀라움에서 시작된다(Philosophy begins with wonder)”라고 말했죠. 그러나 같은 놀라움에서 출발하더라도 신화와는 다르게 철학은 비이성적인 것이 아닌 과학적인 근거를 찾아 도대체 말로 설명이 안 되는 자연의 이 기이한 현상들을 어떻게든 규명해 보려고 한 겁니다. 이처럼 고대 그리스에서 신화와 철학은 똑같이 ‘놀라움’에서 출발한 거예요.
 
다만, 그것을 설명하는 방식이 달랐을 뿐이죠. 예를 들어, ‘왜 번개가 칠까?’ 하는 질문에 신화는 ‘제우스가 화가 나서 번개를 쳤다’고 하는가 하면, 철학에서는 ‘구름이 부딪쳐서 나는 것이다’고 말합니다. 또 ‘지진은 왜 일어날까?’라는 질문을 하면 신화에서는 ‘바다를 뒤흔드는 포세이돈 때문이다’고 말하며, 철학에서는 ‘대지는 물에 떠 있기 때문에 물의 파장이 진동할 때 대지가 흔들려 생긴다’고 설명했죠. 이처럼 같은 질문에 대해 신화는 초월적인 존재로부터 그 해답을 찾았고, 철학은 그것이 맞고 틀림은 일단 제쳐두고, 어쨌든 이성적으로 설명이 가능하게끔 밝혀 내려고 한 겁니다. 그래서 ‘테이오스’라는 놀라움에서 동시에 출발한 신화와 철학은 시간이 흐르면서 신화는 이야기라는 뜻인 ‘미토스(mythos)’로 가지를 쳐 가고, 철학은 ‘로고스(logos)’라는 이성으로 뻗어 나가기 시작한 거지요.
 
그런데 *기업에서는 ‘창조 신화’라든가 혹은 어떤 사람을 빗대어, 예를 들면 ‘박정희 신화’ 이런 말을 하잖아요. 이것은 신화가 ‘놀라움’이라는 말에서 파생되어 왔기 때문에 거기에서 맥락을 같이 한다고 볼 수 있죠. 왜냐면, 기업이 창조되었다든가, 위대한 사람들의 행적은 그 원인을 알 수 없잖아요. 아주 놀랍죠. 그래서 ‘신화’가 가지고 있는 ‘놀라움’이라는 뜻을 빌려 와 쓰는 거라고 할 수 있어요. 여기에서 제가 말하는 것은 바로 고대 그리스·로마신화를 말하는 겁니다.

 

Q
신화와 철학은 모두 ‘놀라움’, 그러니까 당시 고대 그리스인들이 설명할 수 없는 현상을 만났을 때 어떤 방식으로든 그것을 해석하기 위해 생겨난 것이군요. 그렇다면 미토스(mythos)와 로고스(logos)로 각각 뻗어 나간 신화와 철학이 어떻게 현재의 모습을 갖추게 되었는지 궁금합니다.

 

A
신화는 미토스, 그러니까 이야기이기에 예술로 발전해 나갔어요. 특히 문학으로 가장 많이 발전해 갔죠. 너무나도 유명한 *호메로스의 《일리아스》 《오디세이아》는 그리스·로마신화의 가장 오래된 텍스트죠. 그런데 신화는 *그리스 비극에서 가장 많이 발견됩니다. 당시 그리스에서는 비극이 대단한 유행이었거든요. *그리스의 3대 비극 작가라 불리는 아이스킬로스(Aeschylos), 소포클레스(Sophocles), 에우리피데스(Euripides)의 주요 작품들은 모두 그리스 신화를 주제로 삼고 있죠. 이처럼 당시 비극의 90%가 모두 신화 이야기가 그 줄거리였어요. 그래서 신화의 주인공들은 비극의 영웅들로 다시 태어났죠.
 
그런가 하면 철학은 신화의 내용을 인용하되, 그것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며 더욱더 논리적으로 완성되어 가죠. 예를 들어 플라톤은 호메로스와 그 작품들을 비판하며 자신의 논의를 풀어 갑니다. 그래서 신화의 내용을 차용하되, 그것을 철학적으로 재구성하여 이야기했죠.
 
결국 앞에서도 잠깐 말씀드렸지만 신화나 철학은 전혀 다른 학문이 아닌 각기 세상을 이해하는 ‘방식’이었다는 거예요. 그래서 고대의 그리스 신화와 그리스 철학을 함께 공부하면 어떤 개념이 이쪽에서는 어떻게 설명되고 또 다른 쪽에서는 어떻게 설명되었는지 비교하며 볼 수 있어요. 예를 들어 ‘죽음’이 신화에서는 어떻게 표현 되었는지 보고 나서 플라톤 철학에서는 어떻게 해석되었는지 본다면 ‘죽음’에 대해서 제대로 볼 수 있게 되죠. 이러한 과정을 거쳐 신화와 철학은 그리스를 너머 전 유럽으로 확산되요.
 
이처럼 신화의 텍스트들 이 몇백 년에 걸쳐 문학 작품을 통해 끊임없이 재탄생되고, 또 철학으로 연구되면서 그것이 *서구 정신의 뿌리로 자리 잡히는 것은 물론, 전 세계 사람들의 사고방식에 영향을 미치게 된 겁니다. 그렇기 때문에 신화를 연구한다는 것은 단순히 스토리를 읽는 것이 아니에요.
 
우리가 여기에서 생각해 봐야 할 것은, ‘그렇다면 왜 신화가 이렇게 시대마다 그야말로 부름 받는 존재가 됐을까’입니다. 칼 융은 신화에는 인간 정신의 보편적인 원형들이 들어 있기 때문에 시대가 바뀌어도 계속해서 신화에서 그 원형들을 꺼내 이야기할 수밖에 없었다고 얘기합니다. 바로 이것입니다.
 
생각해 보세요. 신화가 처음 생겨났을 때는 우리가 지금 알고 있는 얘기보다 훨씬 더 많은 이야기들이 있지 않았겠어요? 그런데 지금까지 살아남은 것들은 바로 인간 정신의 보편성을 가진 것들이기에 남아서 전해지고 있는 거죠. 그래서 신화를 공부한다는 것은 바로 시대와 공간을 모두 초월해서 인간정신의 보편적인 것, 그러니까 원형을 알아 가는 것입니다.

 

Q
그렇군요. 수천 년의 시간을 거쳐온 이야기이니, 신화가 지금에 오기까지 수많은 난관들을 헤쳐 왔으리라는 상상을 해봅니다. 교수님은 그리스 신화와 그리스 철학, 모두 전공하셨습니다. 이 두 가지를 모두 안다는 것은 세상을 설명하는 두 가지의 방법을 모두 안다는 것일 텐데요, 그렇다면 이 두 가지를 모두 아는 것이 교수님의 삶에 어떤 영향을 미쳤을까 궁금합니다. 신화학자, 혹은 철학자로 살면서 얻은 것은 무엇입니까?

 

A
한마디로 얘기하면 세상을 다르게 보는 방식을 알게 되었다고 말 할 수 있을 것 같네요. 위에서도 계속 얘기했지만, 신화든 철학이든 모두가 세상을 어떻게 바라보아야 할까 하는 질문으로 시작된 학문이잖아요. 이 학문들의 궁극은 좋은 삶(Good life)이란 무엇일까, 라는 것입니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좋은 삶을 ‘*행복한 삶’이라고 말했죠. 그러면서 그는 모두가 이 행복을 원하는데도 불구하고 각기 다른 삶을 추구하는 이유는 사람들이 각자 자기에게 좋아 보이는 것을 행복이라고 여기며 추구하기 때문이라고 말해요. 그것이 어떤 사람에게는 돈이고, 어떤 사람에게는 명예이고, 어떤 사람에게는 지식이겠죠. 그런데 아리스토텔레스는 가장 좋은 삶이란 ‘진리’를 추구하는 삶이라고 얘기합니다.
 
이처럼 신화와 철학을 공부하면서 진리란 무엇일까에 대해서 끊임없이 알아 가다 보니 결국 통념적으로 사회를 보는 시각이 아닌 다르게 보는 시각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사람들은 사회를 어떻게 봐야 할까, 라는 고민도 없이 주변에 휩쓸려서 모두가 똑같이 사회를 바라봅니다. 그러나 이러한 공부를 하다 보면 일종의 규정된 방식에서 벗어난 시각을 갖게 됩니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결국은 ‘다르게’ 보는 이 방식이 올바르게 바라보는 방식이라는 것입니다.
 
특히 UB철학적 사고가 다르게 보는 방식을 훈련하는 데 도움을 주었지요. 철학이라는 것 자체가 끊임없이 사회에 질문을 던지면서 사유하는 거잖아요. 그러다 보니 모두가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것에 대해서 그대로 받아들이기보다는 ‘왜?’라는 질문을 던지며 저만의 시각으로 그것을 다시 해석해 보게 되었죠. 이게 바로 철학의 힘이며, 결국 인문학의 힘인 거죠.

 

 

아리스토텔레스는 좋은 삶을 ‘행복한 삶’이라고
    말했죠. 그러면서 그는 모두가 이 행복을 원하는데도
   불구하고 각기 다른 삶을 추구하는 이유는 사람들이
    각자 자기에게 좋아 보이는 것을 행복이라고 여기며 
     추구하기 때문이라고 말해요. 어떤 사람에게는 돈이고,
           어떤 사람에게는 명예이고, 어떤 사람에게는 지식이겠죠.

 

 

 UB‘백화점은 신들의 놀이터다 - 신들의 박물관’
(유니타스브랜드 Vol.1 p66 참조)

 

*기업에서는 ‘창조 신화’라든가
현대에 와서 신화라는 말이 종종 다른 뜻으로 사용되는 것을 볼 수 있다. 원래 신화는 고대인들의 사유나 표상이 반영된 우주 기원의 이야기 혹은 신이나 영웅들의 이야기를 뜻하는 말인데 현대에 이르러 기업의 성공스토리라든가 특정인물의 놀라운 행적에 대해 신화라는 표현을 쓴다. 이는 신화가 가진 원래 속성인 ‘경이로움’에서 파생된 것이다. 1차적인 의미의 신화가 고대인들이 알 수 없는 자연 현상 또는 인간의 원형적 모습에 대한 경이로움을 형상화 시킨 것이라면 이와 동일하게 2차적 신화라는 말은 현대에서 일어나는 경이로운 업적이나 기상천외한 행적에 대한 놀라움을 비유적인 표현으로 나타내는 말이다.

 

*호메로스의 《일리아스》 《오디세이아》
그리스 초기에는 일종의 구전문학에 지나지 않았지만 호메로스의 서사시 《일리아스》 《오디세이아》를 시작으로 본격적인 기록 문학의 시대를 맞이하게 된다. 이 두 작품은 유럽에서 가장 오래된 서사시로 그리스의 역사, 신화, 문화와 예술의 시작으로 평가 받으며 작품 자체가 바로 그리스의 시작이라 보기도 한다. 작품에서 보여지는 저자의 언어와 기법은 천재적이라 칭송 받으며 서양 문학의 최초이자 최고의 걸작으로 이후 예술. 문학 전반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다.

 

*그리스 비극
‘그리스 비극’은 문학 작품 최고의 형식이라 불리는 비극 중에서도 가장 높이 평가 받고 있다. B.C. 5~6세기 경 아테네에서 열리던 디오니소스(Dionysos) 축제의 말미를 장식하던 예술 작품으로 인류 역사상 최초로 등장한 공연 예술이자 희곡 문학의 형식이다. 인간 존재의 근원적 모순들을 비극이라는 작품을 통해 탁월하게 형상함으로써 보편적 가치를 지닌 고전으로 남을 수 있게 된다. 그리스 비극은 단순히 신화 속 영웅들의 이야기로만 머물지 않고 불안과 혼란 속에 살아가는 인간의 비극적 존재에 대한 성찰을 보여준다. 그리고 그 비극의 근원, 그리고 인간의 조건을 통해 현재 우리가 살고 있는 시대 속 인간의 존재 조건에 대해 생각해 볼 기회를 제공한다.

 

*그리스 3대 비극 작가
그리스 3대 비극 작가가 불리는 아이스킬로스(Aeschylos),소포클레스(Sophocles), 에우리피데스(Euripides)의 작품들은 끊임없는 충돌의 과정으로 탄생되는 인간의 역사를 통해 인간의 고통과 절망, 인간 존재의 비극성에 대한 깊은 성찰을 보여준다. 그리고 이를 통해 그들이 살고 있는 현재의 문제점과 인간 전체의 문제를 이야기 한다. 아이스킬로스(Aeschylos)는 그리스 비극작가 가운데 가장 종교적이며 정치적인 성격을 지니는데 자신의 한계를 망각하고 신의 질서에 도전하는 인간을 응징함으로써 정의를 실현하는 신을 통해 이야기를 전개하고 있다. 소포클레스(Sophocles)는 인간의 조건과 운명을 가장 절망적으로 표현한 작가로서 인간의 행동과 성격이 운명을 결정짓는 중요한 요소라고 보고 있다. 신의 잔인함에 의해 희생 되는 인간의 비극을 노래하며 죽음을 인간의 궁극적인 안식처로 여긴다. 에우리피데스(Euripides)는 신이라는 존재에 대한 깊은 불신과 인간이 가진 내면의 갈등에 관심을 보이며 인간의 고통과 비극을 작품을 통해 나타낸다.

 

*서구 정신의 뿌리
서구 문명은 크게 헬레니즘과 헤브라이즘의 두 줄기로 볼 수 있다. 신 중심적이고 초월적이며 영적인 성향을 가진 신화의 시대였던 헤브라이즘 시대를 지나 서구 정신의 근간이 된 르네상스를 통해 인간 중심적이며 현세 중심적인 헬레니즘으로 그 문명의 방향이 전환되는데 이러한 생각의 충돌이 계속해서 일어나며 서구 문명의 역사가 전개된다. 그리스 신화는 이런 서구 문명의 두 흐름의 가장 중요한 정신적 근간을 이룬다. 신화는 이렇듯 인간 사유의 원형이기도 하지만 그 표현의 산물인 문학의 원형이기도 하다. 그 이유는 문학이 신화로부터 구전의 전통을 물려받았기 때문인데, 문자가 없던 시절 구전으로 전해져 오던 신화의 다양한 주제들이 기록의 시대에 접어들며 정교한 문학으로 남겨졌기 때문이다. 이렇듯 신화는 서구적 인간 사유의 원형으로 다양한 방식으로 서구인들의 가치관과 세계관의 근간을 이룬다.

 

*행복한 삶
발칸 반도의 중부 쪽에 위치했던 마케도니아의 작은 도시 스타게이로스에서 태어난 아리스토텔레스는 인간의 삶과 행복에 관해 굉장한 관심을 가진 사람이었다. 그는 인간이 사는 이유가 행복해지기 위해서라고 말한다. 즉 인간 삶의 최종 목적이자 최고의 선은 바로 행복이다. 이는 플라톤이 말하는 선의 이데아와는 달리 인간의 노력으로 얻을 수 있는 현실 세계의 구체적인 선과 행복을 말한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이것이야 말로 인간 행위의 궁극적 목적이며 영혼의 미덕의 실현으로 작용하는 것이라고 정의했는데 이것은 정의로운 이성에 따라 행동해야 하는 도덕성의 보편법칙을 뜻한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이 같은 도덕적 행위는 결코 자연적으로 발생하지 않으며 올바르게 사유하는 습관, 올바르게 선택하는 습관, 올바르게 행동하는 습관의 발전을 통해 지속적으로 연마되는 인간의 궁극적인 목적인 행복은 이와 같은 행위를 통해 이룰 수 있다고 보았다.

 

UB철학적 사고가 다르게 보는 방식을 훈련하는 데 도움
무엇보다도 브랜더에게 철학적 사고가 필요한 이유는 브랜드를 통해 혁신을 일으키기 위해서는 평범함에 구속된 브랜더의 ‘관점’에 변화가 일어나야 하기 때문이다. 철학적인 관점으로 볼 때 그 옛날 철학자들이 ‘지혜를 경이롭게 여기고 사랑하는 자’들이었다면 오늘날 브랜더들은 ‘소비자들을 경이롭게 여기고 사랑하는 자’여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많은 브랜더들이 아직도 시장 점유율, 매출과 같은 숫자와 경쟁사를 밟고 일어서기 위한 전략으로 점철된 보고서에 따라 움직인다. 반면 철학은 탐구하는 사람으로 하여금 물질적이고 피상적인 대상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아니라 그 모든 것의 주체가 되는 ‘인간’의 본질에 초점을 맞추도록 사고를 변환시킨다. 따라서 브랜더가 철학적 사고를 기반으로 시장과 소비자들 달리 보는 관점을 가져야만 브랜드도 비로소 선한 목적과 떳떳하게 소비될 만한 가치를 가지게 될 것이다(유니타스브랜드 Vol.15 p186 참조).

 

 

브랜더,
영생의 이야기를 브랜드로 속삭이다
Q
진리를 추구하는 삶이 가장 좋은 삶이라는 말의 대구로, 진리를 추구하는 브랜드가 가장 좋은 브랜드라고도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이제 오늘 인터뷰의 주제인 ‘브랜드와 신화’에 대한 질문을 드리겠습니다. 앞에서도 말했던 것처럼 백화점 문을 열고 들어섰을 때 우리가 만나는 브랜드를 보면 많은 곳에서 신화에서 그 이름을 가져온 것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그리스·로마신화에 나오는 승리의 여신인 니케는 올림픽을 통해 부활했고, 브랜드 나이키를 통해 또 한 번 부활했죠. 지금의 나이키를 보면 정말 소위 여신의 귀환으로 여겨집니다. 신화학자로서 이처럼 브랜드들이 신화를 통해 자신을 드러내는 것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A
사실, 유럽인들에게 있어서 신화에 이름을 차용한다는 것은 너무나도 당연한 것입니다. 질문할 필요가 없을 정도로 말입니다. 왜냐면 앞서 말했다시피 그리스·로마신화는 그들에게 있어서 정신이기 때문이죠.
 
마치 우리가 어린 시절 《콩쥐팥쥐》를 읽고 자란 것과 같이, 그들은 《일리아스》 《오디세이아》를 읽고 자랐어요. 그렇기 때문에 그들에게 올림포스의 신들은 아주 친숙합니다. 무엇보다 그 신들이 상징하는 것들이 무엇인지를 너무나 잘 알고 있지요. 이름으로 신화를 차용하는 것은 신기한 것이 아니라, 너무나 자연스러운 일이라는 겁니다. 하지만 굳이 분석을 해보자면, 그리스·로마신화는 유럽의 정신을 지배하는 것 중의 하나이긴 하지만, 유럽인들만 아는 것은 아니지요.
 
신화는 그리스 시대에서 끝난 것이 아니라 오랜 시간에 걸쳐 다양한 문학 작품을 통해 계속적으로 반복되어 왔어요. *셰익스피어만 봐도 신화를 모티브로 쓴 것이 얼마나 많습니까. 그래서 유럽인뿐만 아니라 머릿 속에는 문신이 된 것처럼 신화의 의미들이 각인되어 있죠. 그래서 신화는 그 자체만으로도 설득력과 호소력을 가지게 됩니다.
 
브랜드가 신화에서 그 이름을 차용하는 것은 바로 이러한 신화의 힘 때문이겠지요. 굳이 우리 브랜드가 지향하는 바를 구구절절 설명하지 않아도, ‘나이키’ 하는 순간 사람들은 승리의 여신인 ‘니케’를 떠올리며 금세 그것이 주는 이미지를 떠올리죠. 그래서 아주 구체적이지는 않더라도 소비자들은 이 브랜드의 철학이 무엇인지, 이 브랜드가 무엇을 하려는지를 짐작할 수 있게 되는 거죠. 그 순간 나이키라는 브랜드는 니케라는 승리의 여신이 가지고 있는 상징적 의미와 이미지들을 모두 누리게 되는 것입니다. 이것만큼 강력한 UB브랜드 이미지를 구축하게끔 해주는 것이 어디 있겠습니까.
 
신화는 단순히 1~2년만에 만들어진 이야기가 아니잖아요. 오랜 시간 사람들의 입에서 입으로, 그리고 문학 작품을 통해서 만들어지고 읽혀지 내려온 것이기에 분명 오래된 이야기임에도 불구하고 오늘날에도 살아있는 이야기로 사람들의 정신을 지배하고 있는 거죠. 이것을 *신화의 ‘현재성’이라고 얘기하는데요, 이 현재성 때문에 브랜드뿐만 아니라 수많은 것들이 신화에서 이름들을 많이 따오지요.
 
예를 들어, 새로운 행성이 발견되면 거기에 이름을 붙이잖아요. 대부분 그리스어 또는 라틴어를 써요. 이러한 단어들이 대부분 그리스·로마신화에서 기인한다는 겁니다. 이게 무슨 뜻인가요? 전 세계 사람들이 공용으로 지칭하는 것에 그리스·로마신화에서 비롯된 단어를 쓴다는 것은 그것이 가진 상징적 의미가 모두에게 통용된다는 것을 의미하지요. 이처럼 신화는 고전이 아니라 현재에도 살아 숨쉬는 이야기라는 겁니다.

 

Q
신화는 오랜 시간 동안 만들어져 온 것이기 때문에 그것이 가지고 있는 상징의 힘은 무서운 것 같습니다. 그런데 이것은 다른 말로 하면, 그 상징의 힘을 제대로 알지 못하고 표면적인 것만 신화에서 차용해 왔을 때는 소비자들에게 전혀 다르게 인식될 수도 있겠구나,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더군다나 그리스·로마신화의 경우 유럽인들에게는 우리의 《콩쥐팥쥐》와 같은 것이지 않습니까. 그렇기 때문에 국내 브랜드의 경우 그리스·로마신화를 정확하게 분석하고 안 후, 그것이 가지고 있는 상징의 힘을 사용해야 할 것 같습니다.

 

A
정확하게 말씀하셨습니다. *신화의 상징적 의미를 잘 몰라서 브랜드의 심벌이나 이미지를 잘못 사용하는 경우가 있지요. 우리는 잘 모를 수 있지만 사실 유럽인들은 너무나 직관적으로 아는 것이기 때문에 이것을 잘못 사용했을 경우 브랜드의 이미지에 큰 타격을 줄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상징은 특정한 카테고리 안에서 끊임없이 사람들한테 동일하고 반복적인 이미지를 주는 것입니다. 그래서 결국, 시대와 공간을 초월하여 모든 사람들의 머릿속에 그것에 관한 동일한 개념이 완벽하게 자리잡는 것이죠. 이처럼 상징은 모든 사람들이 인정해야만 하는 거예요. 그러니까 특정한 누군가가 만들어야지, 해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시대를 거쳐 모든 사람에게 동의를 받아야만 하는 겁니다. 그렇기 때문에도 상징이 되기 위해서는 기본적인 법칙이 있어요.
 
다름 아닌 시간적, 역사적인 과정 안에서 *동시성과 공시성, 그리고 통시성을 가져야만 비로소 상징이 될 수 있는 겁니다. 그런데 이 상징을 무시한 채, 신화에서 껍데기만 차용하여 브랜딩에 사용할 경우, 그것은 대단한 오류를 범하는 거라고 할 수 있죠. 하지만 반대로 생각해 보면 그 상징의 의미를 정확하게 알아서 사용할 경우, 소비자들에게 주는 영향력은 대단할 것입니다. 상징이란 아까도 말했듯이 우리의 뇌에 각인되어 있는 거예요. 그렇기 때문에 상징의 의미들을 제대로 알아서 브랜드와 연결시키면, 소비자는 브랜드가 말하고자 하는 것을 오해하지 않고 명확하게 알 수 있겠죠.

 

Q
교수님의 이야기를 듣다 보니, 브랜더라면 신화를 공부하는 것이 어쩌면 필수인 것 같습니다. 신화는 가장 오래된 이야기이고, 그 이야기들이 수백 년에 걸쳐 회자되어왔기 때문에 우리가 ‘상징’이라고 말하는 대부분의 것은 신화를 통해 만들어진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나라의 브랜더들이 신화를 제대로 알기 위해서는 어떤 것이 필요한지 교수님께 조언을 듣고 싶군요. 결국에는 신화에 등장하는 원형이나 상징 등을 브랜드에 결합시켜야 하는 것이 브랜더의 몫일 테니까요.

 

  

 

상징이 되기 위해서는 기본적인 법칙이 있어요.
다름아닌 시간적, 역사적인 과정 안에서 동시성과 공시성,
그리고 통시성을 가져야만 비로소 상징이 될 수 있는 겁니다.
그런데 이 상징을 무시한 채, 신화에서 껍데기만을 차용하여 브랜딩에
사용할 경우, 그것은 대단한 오류를 범하는 거라고 할 수 있죠.

 

 

A
신화란 보편적인 인간 정신의 원형을 가지고 있다고 했잖아요. 다시 말해 시간이든, 공간이든 이 모든 것을 초월하는 거란 말이에요. 이러한 보편적인 원형들이 무엇인지 찾아내고, 연구한다면 사람들의 욕구나 욕망을 찾아낼 수 있겠지요.
 
브랜더에게 소비자의 욕구나 욕망만큼 중요한 것이 어디 있겠습니까? 그래서 개인적으로 신화를 연구하는 것은 기업인들에게는 필수라고 생각해요. 그런데 대다수가, 신화를 제대로 모르고 있죠. 그것의 의미나 가치, 원리를 제대로 모르고 있다는 말입니다.
 
왜 흔히 ‘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인 것이다’고 얘기하잖아요. 그런데 이것은 문화 예술과 관련된 것에는 적합하다고 생각해요. 문화 예술이란 창의성과 독창성, 독특함을 원하는 것이기에 여기에는 이 말이 적용될 수 있어요. 그러나 기업에서는 그 적용 범위가 매우 작다고 생각합니다. 왜냐면, 기업에서 만드는 브랜드는 우리나라 사람만이 사용할 거라면 모르겠지만, 담장을 넘어 모든 사람들이 사용할 거잖아요. 그렇기 때문에 브랜드에는 모든 인간이 추구하는 보편적인 정신, 원형이 담겨야지 가장 한국적인 것이 담기면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거지요.
 
무엇보다, 앞에서도 잠깐 언급했지만 우리나라의 신화는 아직 발굴도 안 됐을뿐더러, 스토리텔링이 되어 있지 않아요. 그래서 그리스·로마신화가 가지는 설득력과 호소력을 가질 수 없어요. 만약, 오랜 시간을 통해 끊임없이 연구되고 체계적으로 스토리가 만들어져서 우리나라의 신화가 *보편성을 획득하면 그때부터는 상황이 달라지겠죠. 그러나 아직은 시기상조라는 겁니다. 그래서 아직은 그리스·로마신화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거죠.
 
그렇다면 신화에서 원형들을 어떻게 찾아내고, 또 그것에 담긴 상징의 의미들은 어떻게 알아내느냐, 그것은 어쩔 수 없이 전문가들의 도움을 받아야 된다고 생각해요. 상징만 보더라도 각각의 이미지가 주는 의미라든지 시대별로 어떻게 변천되어 왔는지를 일반인은 볼 수 없는 영역이 많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브랜드의 철학, 그리고 이미지를 보여 줄 수 있는 상징 작업을 하고 싶다면 신화와 철학을 연구하는 전문가들과 함께해야죠.
 
물론, 전문가들과 함께한다 하더라도 이것은 하루 이틀에 만들어지는 건 아니에요. 신화에서 원형과 상징들을 꺼내는 1차 작업과 그것을 브랜드에 적용시키는 2차 작업에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거예요. 그런데 궁금하군요. 기업에서 브랜드 철학을 위해 전문가들을 고용하면서까지 오랜 시간을 쏟아가며 이러한 작업을 할지 말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나라 브랜드에서 신화에서 이미지나 상징들을 차용할 때 오류를 빚는 거겠죠.

 

*셰익스피어만 봐도 신화의 이야기를 모티브로 쓴 것
신화는 그리스비극을 시작으로 현대에 이르기까지 모든 문학과 예술의 마르지 않는 상상력의 원천으로서 신화 속 무수한 주제들이 재탄생 된다. 4대 시성중 한 명인 영국의 극작가 윌리엄 셰익스피어의 작품도 신화에서 모티브를 따온 것들이 많다. 예를 들어 세기의 사랑을 그린 세계적인 명작 《로미오와 줄리엣》은 그리스·로마신화 속 피라모스(Pyramus)와 티스베(Thisbe)의 이야기를 모티브로 삼고 있다. 오비디우스의 《메타모르 포세이스》에 등장하는 이야기로 바빌론 청년인 피라모스와 이웃에 사는 티베스는 앙숙집안의 아들과 딸로 두 사람의 결혼을 허락하지 않는 양가 집안을 피해 달아나려 했지만 끝내 이루지 못하고 죽음을 맞이하게 되는데 《로미오와 줄리엣》의 플롯과 흡사하다.

 

UB브랜드 이미지
브랜드학의 역사를 써 왔다 해도 과언이 아닌 데이비드 아커가 정의한 브랜드 자산의 구성 요소 네 가지가는 ‘인지도’ ‘충성도’ ‘지각된 품질’ 그리고 ‘연상 이미지’다. 장영란 교수의 말처럼 브랜드가 오랜 시간 동안, 게다가 탄탄한 스토리텔링이 이미 완성된 신화에 기댈 수 있다면 인지도와 연상 이미지, 심지어 충성도까지 상대적으로 빠른 시일 내에 구축할 수 있을 것이다. 간과하지 말 것은 이 방법은 말 그대로 누구나 쓸 수 있는 방법이며 혹시 먼저 이런 방식으로 시장을 선점한다 해도 언제든 경쟁자가 비슷한 방법으로 뒤쫓을 수 있다는 것이다. 브랜딩에 있어 네이밍, 스토리텔링도 분명 중요하지만 경쟁자가 모방할 수 없는 그 무엇을 갖추는 것이 핵심 중의 핵심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신화의 ‘현재성’
미국의 신화학자 조지프 캠벨은 신화는 과거의 이야기가 아니라 현재 진행 중인 삶에 대한 이야기라고 말한다. 또한 ‘슈퍼맨’과 ‘스타워즈’도 영웅신화의 속편이라 말하며 인간들은 모두 신화를 되돌려 살고 있다고 주장한다. 실제로 ‘해리포터’와 ‘반지의 제왕’ 등에 나오는 주인공들이 모두 어린 시절 아버지 없게 외롭게 자라며 운명적으로 다가온 사명을 갖고 모험을 떠나는 구조가 신화 속의 영웅의 이야기와 너무도 흡사하다. 신화는 원형과 변형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기본적인 틀인 원형은 시간과 공간의 변화에 따라 점차 그 문화의 사람들에 의해 변화하며 그것이 속한 사회를 설명하고 가치관을 포함한다. 이렇게 시간과 공간에 따라 재탄생되며 현재성을 지닌 신화는 현대사회에 와서 영화, 오페라, 애니메이션 등 다양한 문화컨텐츠로 끊임없이 활용되고 있다.

 

*신화의 상징적 의미
신화에 나오는 상징들은 모두 각각의 의미를 은유적으로 담고 있다. 예를 들어 신화 속에서 ‘발’은 ‘국가와 영혼의 운명’을 상징한다. 그래서 발에 상처를 입는다거나 신발이 안 맞거나 하는 등의 이야기는 국가의 기울어진 운명에 대한 은유적 상징의 표현이다. 오이디푸스 이야기에서 자신의 아들에게 죽으리라는 신탁을 받은 왕은 갓 태어난 아들의 발목에 못을 박은 뒤 버린다. 또한 아킬레우스나 헤라클레스의 이야기에서도 주인공들의 약점은 발에 존재한다. 《그리스 신화의 상징성》의 저자 뽈 디엘은 ‘신화는 베일 속에 감추어진 인간의 심리적 마음을 영웅과 악마, 그리고 신과의 관계로 상징화 시켰다’고 말한다. 이렇듯 신화는 다양한 상징적인 인간과 사물로 구성되어 있다. 또한 신화 속 상징은 다양한 의미를 함축하고 있어 다양한 해석이 가능하다.

 

*동시성과 공시성, 그리고 통시성
철학가이자 심리분석가인 칼 융은 ‘의미 있는 우연의 일치’라는 의미로 동시성 또는 공시성(Synchronicity(same time))이라는 개념으로 설명한다. 이것은 말 그대로 서로 다른 사건이 같은 시간이나 시기에 일어나는 것을 말한다. 또한 두 사건이 같거나 비슷한 의미를 가지고 연속적으로 혹은 동시에 일어났을 때 그 사건들을 연결하는 비인과적 법칙이 존재한다는 개념이다. 통시성은 어원적으로 두 시점(two times)을 뜻하지만, 일반적으로는 과거, 현재, 미래에 따른 시간의 순행적 흐름이다. 언어학자 소쉬르는 공시성을 수평적 관계로 통시성을 수직적 관계로 본다.

 

*보편성
그리스 신화는 기원전 950년과 750년 사이에 그리스인들이 페니키아의 알파벳을 도입하면 구두로 전해지던 이야기를 문자로 남긴 것이다. 이후 그리스 신화는 아르카익 시대와 고전시대, 헬레니즘 시대를 거쳐 비극과 철학에 의해 보다 정교하게 다듬어진다. 그 과정에서 오랜 세월 동안 인간의 의식 속에서 지속적으로 영향력을 발휘했던 가장 근원적이며 원형적인 신들의 이야기만이 살아남게 된다. 신화는 수 많은 세월 동안 기존의 민족과 새로운 문화를 가진 민족들이 함께 섞여 살면서 그 속의 등장 인물들도 다양한 방식으로 통합, 변화되며 체계적으로 정리되기 시작한다. 이 과정 속에서 신화는 보편성을 가지며, 각 민족의 문화와 가치관을 보여주는 특수성도 함께 드러낸다.

 

 

브랜드, 신화가 되어 영생을 꿈꾸다
Q
랄프 로렌의 창업자인 랄프 로렌은 본명이 랄프 립시츠(Ralph Lifschitz)로 유대인이죠. 그는 여러 번의 인터뷰에서 랄프 로렌을 만들 당시 ‘영국의 상징’이 되고 싶었다고 얘기합니다. 그런가 하면 페라리는 시쳇말로 남자들이 이혼하면 가장 먼저 사는 차라고 합니다. 아마도 페라리가 가진 상징성 때문이겠죠. 이처럼 브랜드는 끊임없이 무언가의 상징이 되려고 하죠. 어쩌면 이것이 브랜드의 궁극적인 목적일 수도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교수님이 말씀하신 것처럼 신화를 연구하는 데 기업이 쏟는 에너지는 적은 것이 사실입니다. 브랜드의 상징성에 대해 이야기하기 위해 애플을 예로 들어 보겠습니다. 신화학자의 입장에서 볼 때 애플은 왜 이 시대를 상징하는 아이콘이 되었다고 생각하십니까?

 

 The Judgment of Paris
Peter Paul Rubens
1636

 

A

먼저 신화학자의 입장에서 보자면 ‘사과’는 굉장한 상징적인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먼저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이 있어요. 스티브 잡스가 사과가 가진 상징적 의미를 알고 애플을 시작했을까요? 아닐 겁니다.
 
그런데 사람들은 애플이 달성한 결과물을 보면서 스티브 잡스가 어떤 생각과 목적으로 애플이라는 네이밍을 했을까, 애플에 어떤 상징적 의미를 넣었을까를 논하더군요. 스티브 잡스가 애플이라는 이름을 어떻게 선택하게 됐을까는 사실 전혀 중요하지 않습니다. 왜냐면, 인간의 모든 행동이 의도나 목적을 갖고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그러니까 대다수가 ‘우연성’에 의해 이루어진다는 겁니다. 지금처럼 커피를 마시는 것이 행동인가요? 아니잖아요. 물론 의식적인 행동에는 어느 정도 이유가 있겠지만 그렇지 않은 무의식적인 행동들, 그러니까 비의도적인 행동들은 이유가 없습니다.
 
그런데 우리는 사회 현상들을 보면서 마치 아리스토텔레스식으로 ‘모든 것에는 이유가 있다’고 생각하죠. 그러나 우연성이 훨씬 많아요. 애플이나 스티브 잡스도 현 시대의 아이콘이 되다 보니 사람들은 거기에 의미를 부여하려고 하는데요, 그것은 사실 학계에서 보면 해프닝일 수 있거든요. 왜냐면 그는 전혀 모르고 선택했을 거니까요. 설사 알고 선택했다 해도 생각해 봐야 할 것이 있습니다.
 
왜 애플은 시대적으로 도드라졌고, 다른 것은 도드라지지 않았는가 말이죠. 애플이 시대적 아이콘이 될 수 있었던 것은 바로 그 시대의 목적과 일치했기 때문이에요. 스티브 잡스가 우연하게 꺼내든 애플이라는 네이밍과 그들의 철학이 그 시대가 원하는 사람들의 욕구와 일치한 거죠. 그래서 폭발해 버린 거예요. 신화학자 입장에서 보면 거기에 또 하나가 숨어 있는 거죠. 사과는 신화에서 굉장한 상징이라고 했잖아요. 사과는 그리스·로마신화뿐만 아니라 수많은 신화에서 등장해요. 그렇게 오랜 시간에 걸쳐 ‘사과’라는 것이 만들어 온 하나의 상징과 애플이 추구하는 것이 완벽하게 일치합니다.
 
다시 말해, 애플은 아주 오랫동안 ‘사과’에 의미를 부여해서 만들어진 상징을 21세기에 그대로 재현해낸 거예요. 만약, 이 상징과 어긋났다면 현재와 같은 뜨거운 이슈가 안 됐을 거예요. 신화학자라면 아마도 누구나 공감할 겁니다. 애플의 심벌인 사과가 가지는 상징적인 의미가 애플이라는 기업이 추구하는 철학, 혹은 이미지 등과 얼마나 잘 부합하는지 말입니다.

 

Q

사실, 스티브 잡스는 ‘애플’이 상징하는 것이 무엇인지 명쾌하게 얘기한 적은 없죠. 그저 잡스가 예전에 사과 농장에서 아르바이트를 했을 때의 좋았던 기억으로 ‘애플’이라고 이름 지었다는 정도의 이야기만 전해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교수님이 말씀하신 것처럼, 애플이 성공하니까 왜 성공했을까 등의 원인을 찾으면서 사람들이 애플의 UB상징적인 의미를 해석하기 시작합니다. 성경에 나오는 선악과다, 《백설공주》에 등장하는 독사과다, 또는 컴퓨터 천재 앨런 튜닝의 사과다 등 이렇듯 무수한 해석은 있지만 진실이 무엇인지는 모릅니다. 교수님의 말씀을 들으니 사과가 가지는 본래 상징성이 무엇인지 더욱 궁금해집니다.

 

A

몇 가지 예가 있습니다. 너무나도 유명한 트로이 전쟁의 서막이 된 불화의 여신 에리스가 던진 ‘황금사과’가 있죠. 또한, 성경에 나오는 이브가 따먹은 선악과도 사과로 비유되곤 하지요. 이처럼 ‘*사과’는 그리스·로마신화뿐만 아니라 기독교에도 나오고, 북유럽 신화에도 등장해요. 다양한 신화에서 사과가 계속 등장하는데, 그렇다면 이 사과가 상징하는 것이 무엇이냐, 바로 ‘지식’입니다. 신화나 철학에서 최고의 지식이란 ‘진리를 아는 것’을 뜻합니다. 그러니까 완전한 지식이란 진리를 아는 것인데, 진리란 영원성과 불멸성을 가지죠. 그래서 사과는 이러한 지식, 진리, 그리고 영원성과 불멸성을 포함하는 상징이라고도 할 수 있어요. 그런 의미에서 애플의 심벌이 한 입 베어 먹은 사과의 모양이잖아요. 사과를 깨물어 먹었다는 거죠. 이게 뭔가요? 바로 지식을, 인간이 도달할 수 있는 그 지식의 끝을 맛보겠다, 혹은 너희들에게 맛보게 해주겠다는 것을 의미하죠.
 
애플은 맥북, 아이팟, 아이폰, 아이패드 등의 디지털 기기들을 만든 곳이잖아요. 아날로그 시대의 종말을 고하며 디지털 시대가 됐어요. 애플은 ‘내가 이 기기들을 통해 디지털 시대에 최고의 지식을 선사하겠다’는 메시지를 던지는 거예요. 제가 애플사에 대한 정보를 많이 아는 것은 아니지만, 애플은 끊임없이 새로운 기기들을 내놓으며 디지털 시대의 새로운 기준, 그러니까 새로운 지식을 만들어 내잖아요. 이게 바로 사과가 가진 상징과 애플이 보여 주는 브랜드의 철학이 일치한다는 겁니다.
 
여기에 또 하나가 있는데요, 에리스가 던진 황금사과를 얘기할 때 이 황금사과는 우주의 경계를 넘어서 다른 세상으로부터 온 것이라고 얘기합니다. 그래서 사과는 ‘The other world’라는 의미도 가지고 있어요. 사람들이 가 볼 수 없는 원더랜드라는 의미죠. 애플은 우리를 ‘The other world’로 이끌지 않았나요? 끊임없이 창조적인 기술로 사람들에게 놀라움을 선사했고, 무엇보다 그러한 기술로 인해 원더랜드를 실재하게 만들었으니까요. 이처럼 사과가 가지고 있는 상징적 의미를 애플이라는 기업, 그리고 거기에서 만든 브랜드가 가지고 있기 때문에 이 시대에 애플은 성공할 수 있었죠.
 
저는 애플의 심벌을 보면서, 그 상징이 보였어요.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애플이라는 이름은 너무나도 탁월한 이름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런 행보가 지속된다면 결국 애플은 이러한 상징의 의미를 누리며 그 상징 속에서 영원성을 갖게 되겠죠.

 

Q

브랜드가 수천 년 된 신화에 집착(?)하는 이유 중의 하나가 바로 이 영원성 때문이거든요. 애플이 의도를 했든 안 했든 신화가 가지는 상징의 의미를 누릴 때 그 안에 영원성을 부여 받는 것처럼 수많은 브랜드들이 신화가 가지는 영원성과 불멸성을 수혈 받아 브랜드의 지속성 더 나아가 영속성을 이뤄 나가고픈 욕망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최근 브랜드에서 연구하는 것 중의 하나가 ‘영혼’이라는 겁니다. 과거에는 자본을 통해 브랜드의 몸집을 키워 가는 것을 통해 지속성을 꾀했지만, 결국 자본으로도 할 수 없는 영역이 있다는 것을 안 거죠. 그것이 바로 ‘영혼’이라는 겁니다. 영혼이 있는 브랜드란 자본으로 만들 수 없는 브랜드의 가치라고 해야 할까요, 브랜드가 추구하는 스피릿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브랜드가 신화에서 영원성을 수혈 받고자 하는 것에 대해 신화학자로서 의견을 듣고 싶네요.

 

 Charles Antoine Coypel
Fury of Achilles
1737

 

A

그렇죠. 신화는 언제나 ‘현재성’을 가지기 때문에 신화의 스토리나 상징 등은 브랜드에게 영원성을 줄 수 있는 지점이 있을 듯합니다. 그런데 저는 ‘영혼’이라는 말에 더 눈길이 가는군요.
 
영혼이라는 말은 ‘생명’이라는 말이에요. 호메로스의 《일리아스》를 보면 영혼은 생명력을 의미하죠. ‘영혼’의 어원은 그리스어인 푸시코(psycho)에서 유래하여, 현재 정신이나, 마음으로 쓰이고 있지요. 오늘날 현대인들에게 영혼은 조금은 낯선 의미일 거라고 생각해요. 왜냐면 *데카르트 이후에는 학문적으로 영혼 개념을 거론하는 일이 드물었고 대신 ‘정신(mind)’이라는 말을 사용했거든요. 하지만 정신이라는 개념은 너무 협소한 까닭에 ‘영혼’이 가지는 개념을 모두 포괄하지 못합니다. 가장 큰 차이가 마인드에는 생명이 없어요. 그러나 영혼은 생명이거든요. 영혼은 단순히 신비로운 실체가 아닙니다. 영혼의 개념은 인류가 역사적으로 존재하기 훨씬 이전인 구석기 시대의 유적이나 유물 등에서도 찾아볼 수 있는데 단지 ‘생명’뿐만 아니라 감각, 감정, 상상력, 사유, 추리, 판단 등을 포괄하는 초월적인 것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는 영혼을 잃어버린 시대에 살고 있다고도 할 수 있어요. 그래서 브랜드가 영혼을 가져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생각해요. 영혼을 가질 경우 브랜드로서 자기 정체성을 가질 수 있으며, 정체성을 갖게 되면 지속성과 보편성도 얻을 수 있다고 봅니다. 제가 《영혼의 역사》라는 책을 쓰기도 했는데, 만약 진정으로 영혼을 가진 브랜드가 등장한다면 저의 다음 연구 주제가 될 수도 있겠네요.

 

 UB상징적인 의미
애플은 (크게) 두 번 로고를 바꿨다. 첫 번째 로고는 로널드 웨인(Ronald Wayne)이 ‘사과나무 아래의 뉴턴’을 그려 낸 다소 복잡한 그래픽이었다. 로고 안에는 ‘뉴턴, 새롭고 낯선 사고를 통한 끊임없는 고독한 항해’라는 메시지가 적혀 있다. 1976년에 무지개 색의 한 입 베어 물린 사과 로고가 등장했는데 로고의 모티브가 사과인 이유로 알란 터닝이 청산염에 오염된 사과를 먹고 자살한 것과 관련 있다는 루머도 있었지만 이 로고를 디자인한 제노프(Janoff)는 단지 ‘바이트’라는 단어를 통한 언어유희의 시도였으며, 사과를 방울토마토로 오인하지 못하게 하기 위한 툴이었음을 밝힌 적이 있다. 세간의 관심이었던 무지개색 사과는 드디어 1998년 애플로 복귀한 스티브 잡스에 의해 현재의 로고로 바뀌게 된다.

 

*사과
진리, 이성, 과학, 자유, 희망, 미래 등을 상징하는 사과는 과일 이상의 의미로 인류 역사상 가장 많이 등장하는 상징 중 하나다. 창세기의 아담과 이브 이야기에서 등장하는 선악과인 사과는 ‘원죄’를 상징한다. 사과는 또한 그리스 신화를 비롯 북유럽 신화 등에도 등장한다. 그리스 신화에는 황금사과 이야기가 두 번 등장하는데, 그 중 한번은 트로이전쟁의 발단이 된 불의 여신 에리스가 던진 황금사과 이야기로 아름다움을 상징하는 ‘파리스의 사과’이기도 하다. 다른 하나는 헤라클레스의 12가지 업적 중 11번째 업적에 나오는 사과다. 헤라클레스는 헤라에게서 황금 사과나무의 사과를 따오라는 명령을 받고 수많은 역경을 뚫고 사과를 따오기도 하며 북유럽 신화에서는 청춘의 여신이 주는 ‘젊음’의 상징으로 사과가 등장하기도 한다. 이처럼 사과는 다양한 상징으로 여러 곳에 나오며 시대에 따라 가치가 달라졌다.

 

*데카르트
이성주의 철학자로 대표되는 데카르트는 이성적 논리규칙을 모든 지식의 기초로 보는 ‘이성론’의 기틀을 잡은 사람으로 평가된다. 데카르트는 정신과 영혼은 물질세계와 별개, 즉 육체와 영혼이 분리되어 있다는 이원론을 주장하였다. 고대 그리스에서는 '영혼'이라는 개념이 생명력과 감정, 감각 등을 포괄하는 개념으로도 사용되었는데, 데카르트 이후 서구에서는 영혼을 육체와 대립되는 개념으로 놓고 학문이나 과학의 연구대상으로 하지 않았다. 장 교수는 '현대사회는 영혼을 잃어버린 시대'라고 하며, 그리스 신화를 통해 잃어버린 영혼의 의미를 되찾아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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