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컨셉 학습 볼륨배지시즌배지

고유주소 시즌1 / Vol.13 브랜딩 (2010년 01월 발행)

필자가 브랜드 컨설팅을 하면서 컨셉 능력의 중심축이라고 할 수 있는 직관을 배양(?)하기 위해 지극히 개인적으로 터득한 방법이 있다. 우리가 ‘거시기’에 대해 잘 알기 위해서는 ‘거시기’라는 말을 많이 사용해 봐야 하는 것처럼, 컨셉도 현장에서 배워야 한다. 그중 하나가 길거리에서 배우는 것이다. 아리스토텔레스는 “모든 인식은 눈에서 시작된다”고 말했다.

필자가 브랜드 컨설팅을 하면서 컨셉 능력의 중심축이라고 할 수 있는 직관을 배양(?)하기 위해 지극히 개인적으로 터득한 방법이 있다. 우리가 ‘거시기’에 대해 잘 알기 위해서는 ‘거시기’라는 말을 많이 사용해 봐야 하는 것처럼, 컨셉도 현장에서 배워야 한다. 그중 하나가 길거리에서 배우는 것이다. 아리스토텔레스는 “모든 인식은 눈에서 시작된다”고 말했다.

 

1월, 8월, 10월을 중심으로 백화점에 가서 여러 패션 브랜드들의 신상품을 본다. 이것은 한두 번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2주 정도 시간을 내어 거의 외우다시피 신상품을 머릿속에 (관찰을 통해서) 담아 둔다. 그리고 다양한 잡지를 통해 사람들이 어떤 트렌드와 스타일을 따라 할 것인가를 머릿속에 넣는다. 그리고 패션 리더들이나 트렌드 리더들이 다니는 장소를 찾는다.

 

가장 즐겨 찾는 곳은 압구정이나 지하철 홍대입구역 5번 출구다. 눈에 들어오는 사람들은 신상품을 입은 사람들이다. 옷으로 사람의 소비 계층을 파악하고 신발, 가방, 안경, 휴대폰, MP3플레이어 등을 살펴본다. 또한 사람의 얼굴 모습과 화장, 분위기까지 모두 파악한다. 그래서 필자에게 소비자 조사는 일종에 불꽃놀이와 같다. 사방 팔방으로 터지는 폭죽이지만 규칙이 있고, 폭죽의 (터지는) 규칙을 통해서 (방향을) 예측할 수 있다. 이렇게 여러 요소들을 기억하려는 것은 기록이 아니라 해석을 위함이다.

 

 

분명 컨셉은 철학의 사유물이다. 동일한 스타일을 만들어 낸다.
우리는 그것을 진정성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스마트 월드》의 *리처드 오글은 “강력하고 새로운 컨셉을 구축하는 것은 확실히 직관과 관계가 있다. 왜냐하면 컨셉화 과정 자체가 명백한 ‘패턴이나 구조가 없던 것’에서 ‘조리 있는 통일’을 만들어 내는 것인데, 그러기 위해서는 직관이 필요하다. 직관은 표면 아래 숨겨진 패턴을 읽어 내는 무의식적 능력이다. 또한 패턴을 직관적으로 인식하는 것 자체가 ‘복잡한 것을 단순하게 정의’하는 것이다. 단순하게 구성 요소를 열거하는 것이라기보다는 그것을 간단하고 압축된 방법으로 독특하게 표현해 내는 알고리즘과 같은 일종의 패턴을 만들어 내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필자가 사용했던 방법은 ‘직관’을 높이기 위한 일종의 ‘훈련’이었다.

 

위에서 제안한 방법 외에도 처음 보는 영화를 소리와 자막 없이 보는 훈련도 했다. 이것은 상황 파악을 하기 위한 훈련인데, 직관력보다는 상상력을 자극시키는 것이다. 세 번째 훈련은 더 어려운 것인데, 전혀 모르는 책의 차례만 보고 내용을 적어 보는 것이다. 사실 강제적인 이런 훈련 없이는 평상시에는 거의 초인적인 상상력을 사용할 수가 없다. 아인슈타인은 “나는 직감과 직관, 사고 내부에서의 본질이라고 할 수 있는 심상이 먼저 나타난다. 말이나 숫자는 이것의 표현 수단에 불과하다”고 했는데, 바로 아인슈타인처럼 생각하는 것을 배우는 것이다. 여하튼 그의 생각 방식으로 우주의 열쇠를 풀지 않았는가.

 

 

컨셉을 아이디어에서 뽑아 내고 그것을 브랜드로 구축하는 능력인 ‘컨셉추얼라이제이션’은
오직 ‘경험’을 통해서만 증진될 수 있는 지식이다.

 

 

컨셉을 브랜드로 만드는 천재들과 일하면서 배운 점은, 그들의 방법을 그대로 모방하는 것만으로는 절대로 똑같은 결과물을 얻을 수 없다는 것이었다. 그 이유에 대해서 일찍이 공자는 ‘사색, 모방, 경험’이라는 세 가지 학습 방법으로 설명했다. 그는 배움에 있어서 ‘사색’은 가장 고상하고, ‘모방’은 가장 쉬우며, ‘경험’은 가장 어렵다고 했다. 컨셉을 아이디어에서 뽑아 내고 그것을 브랜드로 구축하는 능력인 ‘컨셉추얼라이제이션’은 오직 ‘경험’을 통해서만 증진될 수 있는 지식이다.

 

컨셉을 배울 수 있는 기회는 창조성을 가진 상류층만이 보호된 부서에서 사용하면서, 혹은 개인이 직접 자신의 브랜드를 런칭하면서 얻은 ‘경험’으로만 배울 수 있기에 모방만으로는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컨셉과 컨셉 구축은 아이디어를 많이 생각해서는 얻을 수 없고, 모방해서 가질 수 없는 (경험으로만 쌓는) 비밀스러운 지혜다. 그래서 컨셉을 구축하는(컨셉추얼라이제이션) 지능에 대해 우리는 뭐라고 딱히 말할 수 없어서 인사이트, 느낌, 영감, 직관력 혹은 통찰력이라는 단어로 대신한다. 컨셉을 만드는 전문가(컨셉추얼라이저)들에게 컨셉화 능력은 본능 혹은 선천적 능력이 아니냐고 물어보면, 그들은 한결같은 대답을 한다.

 

“컨셉 능력은 학습된 직관입니다.” 과연 어떻게 컨셉 능력을 ‘학습’할 수 있을까?

 

 

* 리처드 오글(Richard Ogle)
유니타스브랜드 Vol.8 p84 참고

 

* 황경신
연세대학교 영어영문학과를 졸업한 후 1995년부터 월간 <페이퍼>의 편집장으로 일하고 있다. 《나는 하나의 레몬에서 시작되었다》 《나는 정말 그를 만난 것일까》 《초콜릿 우체국》 《괜찮아, 그곳에선 시간도 길을 잃어》 《슬프지만 안녕》 《세븐틴》 등의 책을 펴냈다.
유니타스브랜드 Vol.8 p182 참고

 

 

경험을 가진 사람에게 배우다

컨셉 지능을 올리는 데 있어서 컨셉추얼라이저들은 자기 나름대로의 진화 코드를 가지고 있었다. 먼저 월간 <페이퍼>의 *황경신 편집장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사람과 많이 노는 것이 중요하다. 달리 말해, 사람에게 관심을 갖고 그 사람의 재능이나 장점을 찾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것이다. 사람을 통해 세상을 보고, 아이디어를 얻고, 방법을 얻기 때문이다.”
이렇게 사람을 통해 얻는 방법에 대해 《마법천자문》을 기획했던 아울북의 *이유남 이사도 비슷한 견해를 밝혔다. “컨셉을 잡을 때 감정이입을 많이 해 본다. 내가 저 아이라면 어떤 걸 원할까. 소비자의 입장에서 곰곰이 생각하고 또 생각해 보는 것이 중요하다.”

 

이들은 컨셉추얼라이제이션을 사람과 ‘교감’을 통해 구체화하고 있다. 그 교감의 과정에서 미래 행동을 예측하거나 과거에는 생각지 못했던 현재 욕구의 필요 부분을 ‘느끼려’고 한다. 뛰어난 브랜드 창조자들은 컨셉을 사람들의 행동, 즉 사고의 모습 등을 통해 구체화시킨다. 그것을 사람들은 패턴이라고 말하지만 실제로는 시장의 회로를 보는 것이다.

 

EXR코리아의 민복기 대표도 같은 생각이다. “사람들이 필요로 하는 것은 운동복이 아니라 멋진 몸매다. 그래서 EXR은 성형의 대안이라는 차원에서 브랜드를 설계했다.”

 

 

경험이 살아 있는 책을 통해서 배우다

가장 고전적인 방법이지만 컨셉 지능을 올리는 것은 바로 경험이 풍부하게 담긴 ‘책’을 읽는 것이다. 이들은 책을 보지 않고 ‘느끼고’ 있었다. 그들은 책을 자료로 생각하지 않고 컨셉을 위한 촉매제로 사용하기 때문이다.

 

먼저 상암커뮤니케이션즈 이나영 국장의 이야기를 들어 보자. “컨셉을 얻기 위해 아이디어가 떠오르지 않으면 백과사전이나 국어사전도 본다. 아주 기본적이고 원론적으로 생각하는데 도움을 주기 때문이다. 그리고 큰 서점에서 책 제목을 보며 컨셉을 찾기도 한다.” 컨셉과는 전혀 무관한 책이지만 컨셉 지능을 작동하기 위한 시동용 책에서 영감을 받는 경우도 있다. TBWA코리아의 *신은주 국장의 노하우다. “중국 전투의 전략을 집대성해 놓은 중국 고전 전략서에서 힌트를 받을 때가 많다.”

 

소디움파트너스의 정일선 대표도 책을 책으로 보지 않고 느낀다고 한다. 다분히 그의 철학과 전략을 일치시키는 CI 구축 작업에서 경험으로 체득한 지혜라고 할 수 있다. “컨셉을 잡을 때 처음 머릿속에 떠오른 것은 믿지 않는다. 그것은 철저하게 비본질적인 것이기 때문이다. 결국 그 누구도 몰랐던 잠재 의식 가운데 있었던 것이 진짜라고 믿는다. 그리고 컨셉추얼라이저는 종합적이면서도 경계를 넘나드는 유연성이 필요하다. 그래서 추리소설, 인간 심리 등 온갖 인문 서적과 아트 디자인 등 접경에 있는 다양한 지식에 통달해야 한다. 그 각각의 구슬들을 잘 꿰어서 컨셉을 완성하는 것이다.”

 

스튜디오 바프의 *이나미 대표도 같은 방법으로 컨셉의 지능을 올리고 있다. “어떠한 기준점 없이 마음에 드는 책을 사서 읽는다. 또한 디자이너가 세상이 어떻게 흘러가느냐를 보지 못하면 그 디자인은 쓸모가 없다. 그래서 디자인의 컨셉을 세우는 전제조건은 우리가 사는 세상에 유효하며, 이해할 수 있는 것들이어야 한다. 컨셉 능력에 대한 훈련으로 미래학과 인간의 본질에 관한 책들을 읽는 것도 같은 이유다.”

 

브라운스톤인터렉티브의 *김세호 대표도 책을 통해서 정보와 아이디어를 순간적으로 폭발시키는 컨셉추얼라이제이션을 사용한다. “아이디어는 찰나에 나오는 것 같다. 그래서 책은 일부러라도 읽으려고 노력하는 편이고, 정독하기보다는 재미있는 부분부터 읽는다. 또한 영화 같은 문화적인 접근도 많이 한다.”

 

통합적인 사고를 키우기 위한 브랜드메이저 *정지원 대표의 책 읽기 종합판을 들어보자. “개인적으로 잡지를 많이 참고한다. 도서관에 책을 쌓아 놓고 컨셉의 단서를 찾는데, 여러 가지 지식이 크로스되면서 아이디어를 얻는 경우가 있다. 그런 다양한 자극들을 접하는 습관이 필요하다. 또 사물을 어떻게 하면 다르게 볼 수 있을지 단순화 혹은 이분화를 통한 사고를 통해 통찰력을 길러야 한다.”

 

이에 대해서 Lee&DDB의 이강우 고문은 또 다른 방법을 제시한다. “컨셉을 잡기 위해서 특별한 책에 집착하면 그것 자체가 자유롭지 못한 것이다. 예컨대 어느 책에 너무 심취하면 내 모든 생각이 텍스트화되고, 거기에 자꾸 내 생각을 맞추게 된다. 크리에이터는 많은 음악을 듣고, 많은 책과 영화를 보는 것이 좋다. 크리에이티브의 본질은 자유라고 생각한다.”

 

이들은 책을 컨셉을 얻기 위한 정보 수집용으로 읽기보다는 가지고 있는 정보를 폭발시켜서 새로운 컨셉을 얻기 위한 촉매제로 사용하고 있었다. 그래서 가급적 다양하게, 본업과 관련된 책을 읽기보다는 전혀 관계없는 것을 읽는다. 여기서 핵심은 서로 다른 영역을 일치시키려고 노력하거나 엉뚱한 지식으로 현재의 문제를 풀려는 것이다. 그때 새로운 접근이 열린다고 한다.

 

 

* 이유남
서울대학교 미학과를 졸업하고 문화평론가와 문화기획자로 활동했다. 문화 잡지 <이매진>의 창간 편집장을 지낸 이후, 현재 북이십일 출판그룹의 아동 브랜드 아울북과 을파소의 편집 개발을 총괄하고 있다. 저서로 《마법급수한자》(전 9권), 공저로 《정보 사회와 디지털 문화》가 있다.
유니타스브랜드 Vol.8 p206 참고

 

 

* 신은주
오리콤, 동방기획, 캐츠앤독스를 거쳐 현재 TBWA코리아 광고팀장/국장으로 있다. 주요작으로는 SK텔레콤의 기업 PR ‘사람을 향합니다’, LG전자 ‘엑스캔버스하다’, 네이버 ‘세상의 모든 지식’, 캐논 익서스 ‘익서스 코드’, SK텔레콤 ‘생각대로 T’, ING라이프 ‘all financial answers’ 캠페인 등이 있다.
유니타스브랜드 Vol.8 p37 참고

 

 

* 이나미
홍익대학교 시각디자인과 재학 중 캘리포니아 패서디나의 아트센터 대학과 대학원을 졸업했다. 여성 문화지 <이브>를 창간, 편집장을 겸한 아트 디렉터로 일한 바 있으며, 1995년 스튜디오 바프를 설립하여 현재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및 대표로 활동하고 있다.
유니타스브랜드 Vol.8 p40 참고

 

 

* 김세호
홍익대 영상대학원 졸업 후 2002년 ㈜브라운스톤인터렉티브를 설립하고 현재까지 대표이사로 활동 중이다. 2006년에는 <병풍>이라는 웹사이트 작품으로 Times Asia Pacific Winner로 선정되었고, <허밍버드>라는 작품으로 New York Festival Winner를 수상한 바 있다.
유니타스브랜드 Vol.8 p218 참고

 

* 정지원
이화여자대학교 불어불문학과를 졸업하고 (주)디자인파크 브랜딩실을 거쳐 현재 ㈜브랜드메이저 대표이사로 있다. 주된 클라이언트는 GS건설, 하이닉스, 하이얼(중국), 삼성미술관 리움, CJ제일제당 등이며, 공저로 《최고의 브랜드에는 특별한 드라마가 있다》 《브랜딩 트렌드 30》 등이 있다.
유니타스브랜드 Vol.8 p35 참고

 

 

자신의 경험을 정리하면서 배우다

컨셉추얼라이제이션을 느끼면서 읽는 방법도 있지만 자신의 생각을 정리하고 경험에 비추어 상상하면서 얻는 방법도 있다. SK커뮤니케이션즈의 한명수 이사는 “컨셉을 얻기 위해 꾸준한 리서치를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해요. 그리고 제약 조건을 만들고 즐기는 것, 마지막으로 컨셉의 논리력을 위한 글쓰기를 해야 합니다”라고 말한다. 한명수 이사에게 있어서 글이란 컨셉을 정련화하는 작업인 것이다.

 

SK텔레콤의 박혜란 상무도 같은 방법을 사용하고 있었다. “크리에이티브가 좋다고 해서 갑자기 컨셉이 막 떠오르지는 않습니다. 생각의 깊이만큼 나오죠. 좋은 컨셉을 얻기 위해서는 끊임없이 생각하고 글을 써보는 훈련이 필요합니다.”

 

이외에도 수많은 컨셉추얼라이저들이 컨셉을 찾고(뽑고), 그것을 구체화하는 과정에서 동일한 방법을 사용하고 있다. 그것은 자신의 생각을 전혀 다른 정보의 요소로 합성하는 것이다. 자신이 얻어야 할 컨셉과 전혀 관련이 없는 책, 영화, 음악, 다른 산업군에서의 관찰, 일상의 놀이 등을 통하여 찾고자 하는 컨셉에 필요한 영감을 우연과 필연의 방법으로 얻는다. 지금까지 살펴본 이들의 방법은 공식과 표로 도식화하여 설명할 수는 없다. 다만 중요한 것은 종전의 것과는 다른 것(something different)을 다른 분야에서 가져와 새롭게(something new)하여 합성한(구축한, 전략화한) 컨셉을 특별한 것(something special)으로 만든다는 점이다.

 

그 특별함에 대해서는 마케팅 용어로는 경쟁 우위, 소비자 편익, 차별화라고 말하지만, 컨셉의 원천은 ‘창의적’인 것이며 여러 지식의 융합을 통해 ‘예술적(처음 창조된 작품)’으로 되기 때문에 마케팅 용어로 말하기에는 매우 제한적이다. 따라서 이렇게 독특한 컨셉추얼라이제이션의 과정은 대부분 현장 전문가의 암묵지 형태로 그 측근들만 어깨너머로 배우고 있을 뿐이다. 그래서 컨셉추얼라이제이션 능력은 컴퓨터가 대신할 수 없는 인간의 몇 안 되는 능력 중 하나다.

 

간혹 뛰어난 컨셉을 가진 브랜드의 최초 기획자들에게 ‘어떻게’ 만들었는지 물어보면 대부분 ‘우연히’라고 말한다. 하지만 그 과정을 추적해보면 이는 경험의 ‘누적’을 통한 컨셉의 ‘창조’였다. 다시 말해 천재들의 창조력의 한 장르인 컨셉 능력을 배우기 위해서는 어떻게 ‘누적’시킬 것인가가 그 답일 수 있다. 그러나 누적에는 왕도가 없다. 최대한 많은 사고를 통해 통찰력을 길러야 한다. 직접 경험한 후에 최적의 컨셉을 찾아 내야 하기 때문이다.

 

 

자신이 얻어야 할 컨셉과 전혀 관련이 없는
책, 영화, 음악, 다른 산업군에서의 관찰, 일상의 놀이 등을 통하여
찾고자 하는 컨셉에 필요한 영감을 우연과 필연의 방법으로 얻는다.

 

 

순수 컨셉비판

칸트의 《순수이성비판》에는 이런 말이 있다. “지성은 아무것도 직관하지 못한다. 감각은 아무것도 사유하지 못한다. 오직 양자의 결합을 통해서만 지식으로 태어난다.” 이 말처럼 브랜드 현장의 리더들도 컨셉도 지성(intelligence)과 감성(sensibility)의 결합으로만 나와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 말도 이론적으로는 실제 같지만 이렇게 정확하게 짝이 맞는 컨셉을 보는 것은 사실 매우 드물다. 컨셉을 공부할 때 가장 좋은 것이 지금까지 말한 컨셉의 정의와 기준을 정확히 갖춘 브랜드에서 컨셉을 살펴보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www.lvmh.com’ 사이트를 클릭해 보라. LVMH 그룹에 관한 비전, 가치, 아이덴티티, 그리고 컨셉에 관한 이야기가 수두룩하다.

 

LVMH의 Mission & Value

LVMH 그룹의 미션은 서구 문명을 바탕으로 ‘생활 속에서 예술(Art de Vivre)’을 가장 세련되고 품위있는 퀄리티로 표현해 세계에 알리는 것입니다. LVMH는 앞으로도 ‘우아함’과 ‘창의성’이라는 단어와 같은 의미로 존재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입니다. LVMH의 제품과 그 제품에 녹아 든 문화적 가치는 전통과 혁신을 융화시키며 꿈과 환상을 빛나게 합니다.
이러한 미션에 준하여 LVMH는 아래와 같은 다섯 가지 최우선 가치를 그룹의 모든 관계자들과 공유하고 있습니다.

 

-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기업
- 탁월한 제품을 생산하는 기업
- 브랜드 이미지를 전적으로 지지하는 기업
- 진정한 기업가처럼 행동하는 기업
- 행하는 모든 것에서 최고가 될 수 있도록 매진하는 기업

 

그 중 한 가지 미션을 구체적으로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브랜드 이미지를 전적으로 지지하는 기업

LVMH는 독보적인 ‘명성’을 갖기 원합니다. 이는 창조적 우월성과 수준 높은 제품력이 없다면 지속될 수 없는 허망한 욕심일 것입니다. 하지만 이를 향한 LVMH의 노력은 이를 꿈꿔도 좋을 만큼 상당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LVMH는 이 같은 ‘아우라’(다소 비이성적 차원의 영역, 현실을 초월하는 표현의 위력, 우리의 열망을 담은 숭고함)’ 없이는 디올도 디올이 아니며, 루이비통도 루이비통이 아니고, 모엣 역시 모엣이 아님을 잘 알고 있습니다.

 

브랜드의 힘은 LVMH의 자산 중 하나입니다. 브랜드 이미지를 구축하는 것은 짧게는 수년, 길게는 수십 년이 걸리기도 합니다. 그 브랜드 이미지는 값을 매길 수도, 그 무엇과도 대체될 수 없는 자산입니다. 그러므로 각 그룹사들은 자사 브랜드 이미지의 아주 디테일한 부분까지도 매순간 엄격히 관리할 수 있도록 훈련합니다. 대중과 커뮤니케이션(고시, 연설, 광고 등)과 관련된 모든 요소에서 보이고 말하는 주체는 다름 아닌 ‘브랜드’입니다. 각각의 메시지는 브랜드에 합당해야 합니다. 이 부분에 있어서도 절대 타협이란 없습니다.

 

이처럼 LVMH는 자신의 브랜드 이미지와 컨셉을 일관성 있게 유지하기 위하여 전사적 지원과 피나는 노력을 아끼지 않으며 브랜드 구성원 모두 이러한 가치를 공유할 수 있도록 환경적 조건도 마련하고 있다. 이것 외에도 아주 정교하게 짜인 브랜드 플랫폼을 우리에게 소개하고 있다. <그림 5-1>은 이 사이트에서 브랜드의 컨셉을 읽고 그것에 따라 브랜드 컨셉 휠을 만들어 본 것이다.

 

 

누적에는 왕도가 없다. 최대한 많은 사고를 통해 통찰력을 길러야 한다.
직접 경험한 후에 최적의 컨셉을 찾아 내야 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LVMH의 컨셉은 무엇일까? ‘생활 속에서 예술 혹은 생활 예술’이라는 것이다. 생활 예술은 과거 특권 계층인 귀족의 호사품을 반대하는 예술사조로, 누구나 예술을 누릴 수 있도록 하자는 운동이다. 그러니까 LVMH에서 만든 상품들은 생활 예술 작품이라는 것이다. 그 생활 예술 상품을 만들기 위해서 6개의 미션과 5개의 가치와 원칙이 함께 돌아가고 있다.

 

 


 

 

 

본문을 읽고 문장으로 구성된 LVMH의 가치들을 컨셉 휠에 넣어 구조를 완성해 보는 것은 직관을 위한 훈련은 아니지만 지성을 위한 훈련이다. 아쉽게도 LVMH처럼 이런 구조의 틀을 가진 기업은 찾아보기 어렵지만 이런 휠을 통해서 브랜드들의 퍼즐을 모아 전체 그림을 찾아보는 것은 좋은 훈련 과정이다.

 

컨셉 휠(Concept Wheel)이라고 부르는 이 도구는 브랜드 기획자나 매니저들이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만들 때 가장 많이 사용하는 것이다. 이 도구의 목적은 컨셉 휠을 구축해서 그것을 마케팅의 프로그램과 테마, 캠페인에 연결시키는 것이다. 유니타스브랜드를 보면 대부분의 전략에 이 도형을 응용하고 있다. 복잡한 현상과 목표를 단순화해 브랜드 구축을 위한 모든 마케팅의 행위를 한 곳에 집중시키고, 또한 집중된 곳에서 여러 가지 아이디어가 나와도 브랜드의 아이덴티티와 일치되도록 구축하는 도구이다. 일명 IMC(Integrated Marketing Communication)로, 전략을 짤 때 가장 많이 사용된다. 또 여러 개의 상징과 개념을 소비자 편익으로 만드는 마케터들에게는 포지셔닝 맵을 만들기 위한 도구로도 사용된다.

 

그 외에 아이디어 도출과 전개, 마케팅 전략과 브랜드 아이덴티티의 관계, 브랜드 안에서 이루어지는 다양한 행위들의 통합, 브랜드 메시지의 집중과 확장 등 그 쓰임새는 수십 가지가 넘는다. 그래서 기능과 직업군에 따라서 다양한 이름을 가졌다. 생김새가 도넛을 닮았다고 도넛북, 디자인 쪽에서는 컨셉 휠, 기능의 특성을 따라서 심플 포커스 휠, 마케팅 쪽에서는 마케팅 바레이션 휠, 브랜드 플랫폼을 만드는 과정에서는 브랜드 아이덴티티 휠이라고 부른다.

 

하지만 그 용도는 다양하지만 목표는 하나다. 바로 ‘Conceptualization(개념화)’이다. 따라서 브랜드와 관련된 사람은 A4 용지에 원을 하나 그려서 시장에 나와있는 여러 브랜드들의 컨셉을 집어(상상하여)넣어 분류하는 훈련을 해야 한다. 브랜드 관계자일지라도 평생에 브랜드의 처음부터 끝까지 그리고 성장하는 모습을 모두 직접해 볼 수 있는 경험은 다섯 손가락 안에 들 것이다. 그것으로 만족해서도 안된다. 좋은 컨셉은 많지만 그것이 브랜드가 되기까지는 수많은 상징과 상품들을 통합시키고 일관성을 유지해야 한다. 거듭되는 말이지만 컨셉의 목적은 ‘실행’이다. 우리가 만들게 되는 브랜드 휠은 브랜드맵을 잡기 위한 것이 아니라 통합과 실행을 위한 컨셉 내비게이션이 될 것이다.

 

“가장 빠르고 섹시한 자동차는 뭐지?”
“도심 속에서 편안하게 커피 먹고 쉬게 하는 것은 뭐지?”
“결혼할 때 꼭 받고 싶었던 그거 뭐지? 있잖아, 사랑의 고백!”
“카~ 시원하다!”
“나의 꿈의 차는?”
“젊어지고 싶다고 산 화장품 이름은?”
“냉장고 집어넣는 보관 상자는?”

 

만약 방송 프로그램인 <가족오락관>에서 낱말 퀴즈 대신 위와 같은 ‘브랜드 맞추기 퀴즈’를 낸다면 어떤 모습일까? 컨셉이 강하거나 자신의 아이덴티티를 광고 혹은 소비자 커뮤니케이션 툴로 잘 활용한 브랜드는 모두 알아 맞힐 것이다. 컨셉은 브랜드의 네이밍 대신 할 수 있는 것이다. 이름을 대신 할 수 있는 컨셉을 모두 알고 있다면 그야말로 ‘브랜드=컨셉=아이덴티티’가 모두 통합되어서 한 덩어리로 느껴지는 그런 브랜드일 것이다.

 

“브랜드가 생존하기 위해서 당신이 무엇을 상징하고 있는가를 고객들이 인식해야만 한다.” 성공한 사람이 말하면 명언이고 실패한 사람이 말하면 실언인 이 말은 스타벅스의 하워드 슐츠 회장이 한 말이다. 사실 스타벅스기 때문에 유명한 말이 되었지, 이런 말은 예전부터 항상 있던 말이다. 이 말에 힘이 있는 것은 그가 말한 것이 단순한 말이 아니라 ‘성공’의 이유를 자신의 ‘업적’으로 증명했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이론과 실제가 동전처럼 하나가 된 진짜 이야기다.

 

 

좋은 컨셉은 많지만 그것이 브랜드가 되기까지는
수많은 상징과 상품들을 통합시키고 일관성을 유지해야 한다.
거듭되는 말이지만 컨셉의 목적은 ‘실행’이다.

 

 

필립 코틀러는 《마케팅 AtoZ》에서 “모든 것이 브랜드가 된다. 더 나아가 당신도 브랜드다”라고 말했다. 그는 “브랜드란 의미와 연관성을 지닌 일체의 라벨을 의미한다. 그러나 탁월한 브랜드는 특정 제품이나 서비스를 부각시키고 또 많은 사람의 반향을 자아낸다”라고 말했다.

 

소비자는 그 무엇에 대해서 공감각적으로 인식한다. 여기서 공감각(synesthesia)이라는 단어는 그리스어로, 어근 syn(융합과 종합)과 aisthesis(감각) 혹은 aisthanesthai(지각하다)의 복합어로, ‘모든 감각을 통하여 인식한다’는 뜻이다. 따라서 브랜드를 만들기 전 컨셉을 구축할 때, 그것은 소비자에게 공감각적으로 지각할 수 있도록 설계해야 한다. 또 느끼도록 마케팅을 하며 누리고 체험할 수 있도록 라이프스타일 가운데 만들어야 한다. 이것은 어려운 개념이 아니다. 앞에 그림으로 보였던 LVMH의 루이비통을 머릿속에 그려 보면서 우리의 공감각으로 느껴 보려고 노력하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공감각의 예로 브랜드 컨셉 중에 ‘컬러(color)’도 중요한 요소다. 왜냐하면 컬러는 보이지 않는 컨셉을 문장이 아니라 전체적인 분위기로 보이게 하기 때문이다. 일리 커피 브랜드에서 사용하는 빨간색 로고, 캐논의 최고급 렌즈를 감고 있는 빨간 띠, 라이카의 빨간 로고, 페라리 자동차 전체를 뒤덮고 있는 빨간색, 미니쿠퍼의 빨강, 코카콜라의 빨강와 펩시의 빨강이 모두 같은 빨강이 아니다. 이 모든 브랜드들이 ‘최고를 향한 열정’으로 빨간색을 사용했지만 같은 빨간색은 아니다.

 

소비자는 이 빨간색을 브랜드와 제품의 컨셉과 어우러져서 전혀 다른 빨간색이라고 느낀다. 소비자는 주관적으로 일리는 전통의 빨강, 캐논은 최고의 빨강, 라이카는 위엄의 빨강, 페라리는 섹시의 빨강, 미니쿠퍼는 재치 있는(?) 빨강, 코카콜라는 미국의 빨강, 펩시는 도전의 빨강으로 인식한다. 빨간색을 눈으로 지각하는 것이 아니라 마음으로 느끼기 때문에 같은 채도의 빨간색일지라도 흥분도는 전혀 다르다. 컨셉은 여기까지 관여한다.

 

이제 컨셉이 무엇인가에 대해서 다시 한 번 정리할 필요가 있다. 그러니까 컨셉은 브랜드가 브랜드가 되기 전에 철학 안에 있었던 브랜드라고 말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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