父's Mind, 부즈
페어런트십으로 만드는 브랜드십 볼륨배지시즌배지

고유주소 시즌2 / Vol.16 브랜드십 (2010년 07월 발행)

제2차 세계대전이 한창이던 1945년 1월 2일, ‘이지중대(Easy Company)’ 대원들은 벨기에의 아르덴느 숲에 다다른다. 베스톤 지역 사수를 무사히 마친 그들의 다음 미션은 포이Foy 지역을 점령하는 것이다. 관건은 포이 마을 앞에 펼쳐진 200m가량의 황량한 들판을 어떻게 지나가는가다. 몸을 숨길 만한 은폐물이 전혀 없는 그곳에서 순간의 판단 착오는 곧 죽음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윈터스 대위 : 다이크 중위! 내 말 잘 들어! 무조건 ‘전진’이야! 독일군이 대포로 공격을 시작하기 전에 최대한 빨리 들판을 지나 은폐물을 찾아야 해! 하지만 윈터스 대위(원래 이지중대의 ‘중대장’이었으나 대위로 진급하면서 ‘부대대장’으로 승진) 후임으로 온 다이크 중위(연줄로 들어와 중대장이 된 그에게 전투는 승진을 위한 경력일 뿐)는 겁을 먹고 전진하던 들판 중간 지점에서 결국 ‘퇴각’ 명령을 내린다. 다이크 중위 : 이지 중대 정지! 퇴각! 퇴각! 작전본부에서 이들의 움직임을 총괄 지휘하던 윈터스 대위는 큰소리로 거듭 외친다. 윈터스 대위 : 안 돼! 계속 가! 계속 뛰어! 뛰어! 다이크 중위 : 정지! 퇴각! 순간 윈터스 대위에게는 작전 실패보다 더 슬플 것 같은 미래가 그려졌다. 이지중대원들의 죽음이다. 자신이 소위였을 때부터, 당시 훈련병이던 이지중대원들과 함께 힘겨운 훈련을 이겨 냈고, 또 미군 최대의 정예 중대로서 2차 대전의 수많은 전투에서 생사의 고비를 함께 넘겨 온 그들이다. 그에게 중대원은 계급을 떠나 전우이자, 형제, 심지어 자식과도 같았다. 결국 윈터스 대위는 총을 들고 들판으로 내달리기로 마음먹는다.

The interview with (주)부즈 대표 김부경, 차장 김민선

 

 

앞서 소개한 일화에서 만약 당신이 윈터스 대위였다면 어떻게 했을까? 그와 같은 마음을 먹었을까? 상상컨대, 아마 대부분의 독자들은 ‘당연한 것 아니오?!’라는 반응을 보일 것 같다. “눈앞에서 사랑스런 중대원들이 죽을 상황인데 뛰어들지 않을 리더가 어디 있겠는가?”라는 답변을 준비하면서 말이다. 어쩌면 이것은 거의 ‘무의식적’ 반응일지도 모른다. 게다가 생각해 보면 군인으로서는 그리 나쁜 결정도 아닐 것이다. 만약 승리한다면 전쟁 영웅이 될 것이고, 전사하더라도 전우애가 뛰어난 용사로서 길이길이 기억될 것이기 때문이다. 여러 이유로 (실제 전장에서도 그럴지는 모르겠지만) 윈터스 대위의 선택을 지지했을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사실 그간 그러한 리더가 추앙 받아왔다. ‘카리스마 있는 리더, 솔선수범하는 리더, 앞장서는 리더, 의리 있는 리더!’

 

그럼 이제 윈터스 대위를 보자. 물론 그는 마음먹은 대로 총을 들고 들판을 향해 뛰쳐나간다. 그가 싱크 대령의 말을 듣기 전까지는 말이다.
싱크 대령 : 멈춰! 윈터스 대위! 자네는 대대 지휘관이야! 이지중대의 중대장이 아니라고!

 

 

Who are YOU?

말 그대로다. 윈터스 대위는 더 이상 이지중대의 중대장이 아니다. 그는 대대 부부대장으로서 이지중대를 포함한 전체의 대대(보통 2~4개의 중대를 합친 규모)를 지휘하고 있는 자다. 그가 해야 할 일은 작전본부에 남아 상황을 지켜보고 만약의 상황을 대비해 다른 전략을 구사하는 것이다. 그것이 그의 ‘진짜 역할’이다. 싱크 대령의 말을 듣고 자신의 ‘진짜 역할’을 깨달은 윈터스 대위는 자신의 자리를 지키고 대신 스피어스 중위를 투입시켜 큰 승리를 거둔다. 자신이 너무나도 사랑하는 이지중대지만 지켜야 할 ‘거리를 유지’했기에 가능한 승리였다. 만약 그의 계획대로 들판에 뛰어들어 전사했다면 대대 전체가 큰 위협을 당했을지 모른다.

 

드라마니까 가능한 이야기 아니겠냐고 물을지 모르지만, 이는 세계 2차 대전에 참전한 실존 인물들의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미국의 10부작 드라마 *<밴드 오브 브라더스(Band of Brothers)> 중 7화, ‘The Breaking Point(한계점)’의 한 장면이다.

 

 

*<밴드 오브 브라더스>
<라이언 일병 구하기> 제작 이후 또 한 편의 전쟁 영화를 구상하던 스티븐 스필버그와 톰 행크스는 실화를 바탕으로 씌어진 스테판 앰브로스Stephen E. Ambrose의 책 《Band of Brothers》를 영화화하기로 결정했다. 이 드라마의 제작비는 1억 2천만 달러(약 1,500억 원)로 미국 드라마 역사상 최대의 프로젝트였고 제작 기간 3년 동안 500명의 출연자와 1만 명의 엑스트라를 동원해 촬영했다.

 

 

‘카리스마 있는 리더, 솔선수범하는 리더, 앞장서는 리더, 의리가 있는 리더…’ 물론 의미 있고 리더로서 응당 보여야 할 모습이지만 중요한 것은 ‘자신의 직책과 신분에 맞을 때’ 그렇다. 그렇지 않으면 지나친 참견이고 주책(?)이다. 더 심각한 문제는 조직(대대 규모)에 쏟아야 할 에너지를 일개 부서(중대 규모)에 쏟게 되면 정작 필요한 결과(승리)를 얻지 못한다. 자신이 누구인지, 어떤 역할을 하는 사람인지를 다시금 객관적으로 볼 필요가 있다. 이따금씩 (개입 여부가) 헷갈릴 때가 있다면 거울을 보며 스스로에게 물어 볼 필요가 있다. “Who are YOU?”

 

 

  뿌까
2000년 1월 선보인 뿌까는 온라인 플래시 카드를 통해 유명해졌다. 10여 년이 지난 오늘 뿌까는 전 세계 140여 개국에서 사랑 받고 있으며 2009년 한 해에만 인형, 의류, 구두 등 3,000 종의 상품으로 5,000억 원이 넘는 소매 매출을 기록했다. 이에 따른 로열티 수입만 150억 원에 달한다. 국내에서는 유일하게 워너브라더스와 파트너십을 맺고 있으며, 베네통 등 유명 패션브랜드와의 콜라보레이션도 활발히 진행중이다. 지난 2월 뉴욕, 로스앤젤레스에서 런칭 행사를 가졌다.

 

 

 

 

 

리더와 교육자 사이

‘브랜드십을 위한 리더십’이란 이번 특집 주제로 부즈(VOOZ)의 김부경 대표를 찾았다. 김 대표 역시 스스로 이러한 질문을 하며 자신의 위치를 잡아 가고는 있지만 그간 수많은 시행착오가 있었고, 현재도 여전히 그러한 문제로 고민하고 있음을 고백했다. 김 대표 또한 수많은 ‘창업자 CEO’처럼 부즈라는 브랜드와 현재의 부즈를 있게 한 캐릭터  ‘뿌까(PUCCA)’에 대한 애착이 상당해, 좀처럼 거리를 유지하기 힘들다고 했다.

 

김부경(이하 ‘김’) 2000년 1월 자식 같은 뿌까를 세상에 내놨다. 당시 우리나라 캐릭터 사업에서 국내 순수 캐릭터는 둘리나 로보트 태권브이 정도가 있었고, 그 외에는 미국 유명 캐릭터와 일본 캐릭터 몇 개가 대부분이었을 정도로 극히 열악했다. 이러한 불모지에서 모든 것을 개척해내야 했고 업무에 있어서도 런칭 멤버인 나와 동생(김유경, 현 뿌까클럽 대표)이 모든 것을 해야 했다. 캐릭터 시장에 대한 지식, 뿌까에 대한 지식을 직원들이 모두 알기까지는 시간이 걸리니 말이다. 이런 나에게 뿌까는 비즈니스 수단 이상의 것이었다. 당연히 애착이 생길 수밖에 없다.

 

대부분의 창업자 CEO가 그럴 것이다. 자신의 모든 에너지와 열정을 쏟은 만큼 몰입도도 높았을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애착’이 변질되면 ‘집착’이 되면 모든 것을 그르친다. 그래서 김 대표는 태도를 바꿨다고 한다. ‘교육자’의 모습으로 말이다. 그가 교육자로서 양성해 내는 주체는 부즈를 이끌어 갈 ‘참모’들이다. 그리고 그의 교육 방식은 ‘인지적 도제 이론(p42, ‘페어런트십’ 참고)’의 방법론과 유사했다.

 

 

참모 육성법

앞서 소개한 <밴드 오브 브라더스>의 일화에서 주인공은 분명 (실제로도) 윈터스 대위다. 하지만 그 일화에서 간과해서는 안 될 한 사람이 있다. 윈터스 대위가 자기 대신 내보낸 ‘스피어스 중위’다. 사실 스피어스 중위는 이지중대의 소속이 아니지만 혼란스러운 전시 상황에서 윈터스 대위와, 또 이지중대원들과 여러 전투에서 함께하면서 신뢰를 구축했다. 그렇기에 윈터스 대위는 위급한 상황에서 이지중대원들을 이끌 권한을 그에게 준 것이다. 이처럼 자신을 대신해 언제든지 (비즈니스) 전장에 투입시킬 ‘참모’를 평상시에 양성한다면 브랜드의 생명력을 연장시킬 수 있다. 그리고 그 수단 중 하나가 바로 ‘권한 위임’이다.

 

 

리더라면 반드시 풀어야 할 ‘문제’인 권한 위임은 늘 ‘숙제’로 남는다. 권한이라는 것은 ‘권력’이라는 미묘한 ‘힘’의 관계와 함께할 뿐만 아니라, 이것을 위임했을 경우 자신이 결정하지 않은 것이 실행된다는 불안감이 엄습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리더로서는 내어 주기 힘든 것이 권한이다.

 

많은 리더들이 그간 해온 대로 하길 원한다. 자신이 일을 더 잘할 수 있다고 믿는 것도 그 이유지만, 그보다는 더 속 편하게(?) 지내기 위해서다. 권한을 위임했을 때 감수해야 하는 위험(직원의 실패)부담을 감내하는 것보다 (권한 위임 없이) 차라리 자기가 육체적으로, 정신적으로 힘든 것이 더 낫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물론 그렇게 해도 조직은 성공적일 수 있다. 그 리더가 해당 자리에서 계속 존재할 때까지는 말이다. 그러나 그가 떠난 후에도 브랜드가 영속할 수 있는지는 의문이다.

 

《똑똑한 사장들의 9가지 경영원칙》의 저자 로버트 크리텐든이 말한 (그도 피터 드러커의 말을 적절히 응용했겠지만) ‘경영’의 기본적인 뜻을 다시 한 번 상기해 볼 필요가 있다. “따지고 보면 경영이라는 용어의 의미는 ‘사람을 통해 일을 하는 것’이기에 권한 위임이 필수적이다.” 규모가 커지면서, 뿌까를 만든 디자이너이자 디자인 팀장의 역할(중대장급)보다 부즈의 리더 역할(총 사령관급)이 더 많이 요구되었을 김 대표는 권한 위임에 대해 이렇게 이야기한다.
 

 

처음에는 정말 힘들고 불안했다. 직원들의 작업물은 뭔가 마음에 안 들고 부족해 보였기 때문이다. 그래서 처음에는 “알았다. 여기까지만 하고 퇴근해라”라고 말한 뒤 내가 모두 다시 하는 경우도 많았다. 그러다 보니 퇴근을 못 하는 날도 부지기수였고 몸이 견뎌 내지 못했다. 그보다 더 심각한 문제는 제대로 된 참모를 키울 수 없다는 것이었다. 뭔가 결단이 필요했다. 그래서 나 스스로를, 또 담당 직원을 테스트해 보기로 했다. 방법은 6개월 동안 내 승인 없이 담당 팀장이 결정하고 시장에 내보낸 결과물만 나에게 가져오게 하는 것이었다. 권한을 주는 만큼 책임에 대한 것도 강조했다. 과감한 만큼 분명 잠재된 리스크가 컸지만 부즈의 성장을 위해서는 반드시 필요한 일이었다. 런칭 후 약 4년이 흐른 시점이었다. 정말 ‘눈 딱 감고 했다’는 말이 그때만큼 와 닿은 적이 없다.

 

6개월간의 모험

당시 담당 팀장은 이 결정을 어떻게 받아들였을까? 당시 위임을 받은 팀장이 현재 부즈의 상품팀장인 김민선 차장이다. 입사 9년차인 그녀에게 당시의 상황을 물었다.

 

 

 

 

갑자기 김 대표가 최종 컨펌 없이 상품을 시장에 내보내라 했을 때 어떤 생각이 들었나?
김민선(이하 ‘선’) 당시 직원들 사이에서 김 대표님의 별명은 ‘매의 눈’이었다. 디테일에 상당히 강했기 때문이다. 모니터 앞을 휙 지나가면서도 “한 픽셀 옮겨 간 거 아니야?”하고 말씀하시기에 확인해 보니 정말 한 픽셀이 옮겨져 있었다. 그 정도의 디테일까지 꼼꼼히 챙기시는 분이 그런 결정을 내리셨다는 것을 믿기 힘들었다. 게다가 대표님 자신도 디자이너이거니와 뿌까를 만드신 분이기 때문에 나로서는 중압감이 상당했다.

 

개인적으로도, 조직적으로도 변화가 있었겠다.
사실 전에는 이렇게 생각하는 부분이 많았다. ‘어차피 대표님께서 보시거나 손대시면 또 달라질 건데 뭐. 그리고 워낙 섬세하시니 우리가 체크하지 못하는 부분까지 잡아 내실걸?’ 즉 나도 모르게 대표님께 상당히 의존하고 있었고 그만큼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하지 못한 것 같다. 하지만 위임이 이루어지고 내 결정에 의해서 제품이 시장에 곧바로 출시되니 마지막까지 꼼꼼히 체크할 수밖에 없었다. 책임감이 더 커진 것은 당연하다. 또한 내게는 상당한 자기계발의 계기가 됐다. 그리고 하나하나 컨펌 받을 때보다 시간이 단축된 것은 당연하다.

 

권한 위임은 시기적으로도 적당했나.
회사가 상당히 커지고 있었고, 팀도 세분화되면서 대표님이 챙겨야 할 부분이 몇 배로 늘어난 시기였다. 동시에 대표님 입장에서는 각 팀장을 성장시켜야 할 필요성을 느꼈을 것이다. 당시에 나는 늘 뿌까를 보고 디자인해온 사람이기 때문에 어떤 결과물이 어느 정도 수준인지를 가늠할 수 있는 눈은 있었다. 하지만 책임감에 대해서는 그만큼은 아니었는데, 그것까지 진지하게 생각해 보게끔 했기에 적절한 시점이었다고 생각한다. 동시에 권한 때문에 생기는 자부심이나 몰입도도 상당했다고 본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깨달은 것이 있다고 한다. “그렇게 걱정할 만큼은 전혀
아니네!” 어쩌면 잦은 보고와 컨펌 과정은 일종의 ‘조직 습관’이었을지 모른다.

 

 

현재 팀원들을 대할 때도 많이 참고가 될 것 같다.
대표님을 더 많이 이해하게 됐다. 대표님의 관여가 많았던 것이 직원들을 못 믿어서가 아니라 어떻게 보면 당신 자식 같은 캐릭터고, 당신이 직접 봐야만 알 수 있는 부분이 많기 때문에 더 꼼꼼히 관리하셨던 것 같다. 나 역시 대표님과 비슷해져 가고 있다고 느낄 때가 많다. 내 디자인이고, 내 재산이고 하는 생각들 말이다. 그래서 웬만하면 내가 다 끌어안고 팀원들에게 시키더라도 중요한 것은 내가 직접 하곤 했다. 그런데 어느 순간 계속 이렇게 하면 팀원들의 성장을 방해하는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대표님도 결단을 내렸듯이 나도 팀원들에게 점점 어느 정도의 책임과 권한을 나눠 주고 있는 중이다. 그래야 뿌까에 대해서 더 애착을 가질 수 있고 업무 성취도도 높아질 수 있기 때문이다. 또 그래야만 우리 팀원들도 후배가 들어왔을 때 이러한 문화 혹은 태도를 전수할 수 있을 것이라 본다.

 

6개월간의 모험 결과는 어땠을까? 김 대표의 표현 그대로 ‘좋게 나온 것도 있고 안 좋게 나온 것도 있었다.’ 솔직한 답변이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깨달은 것이 있다고 한다. “그렇게 걱정할 만큼은 전혀 아니네!”

 

어쩌면 잦은 보고와 컨펌 과정은 일종의 ‘조직 습관’이었을지 모른다. 그런데 김 대표의 6개월 간의 모험이 그 습관이 좋은 습관인지, 나쁜 습관인지를 객관적으로 볼 수 있게 해준 셈이다. 이후로는 중간 접점을 찾아 시스템화했고 그것은 다른 부분까지 영향을 미처 하나의 ‘조직 문화’로 되어 가는 중이다. 해외 스튜디오를 대하는 김 대표의 모습만 봐도 어느 정도 알 수 있다. 원래 해외 스튜디오는 마케팅 대행만 진행하지만 때에 따라서는 한국 본사에서 제공하는 소스를 이용해 재해석을 하는 경우가 있다고 한다. 과거 같았으면 용납하지 못했을지 모르는 김 대표지만 ‘단 하나의 기준’을 통과한다면 이제는 재해석도 허락한다고 한다. 그것이 ‘부즈답다면’ 말이다.

 

 

VOOZ다움과 父’s다움

디자이너라는 직업은 상당히 어렵다. 자신의 창조성을 바탕으로 예술성과 상업성의 균형점을 찾아내 자아실현과 수익 실현을 동시에 성취해야 하기 때문이다. 만약 부즈의 직원들이 자신의 컬러와 해석이 지나치게 가미된 뿌까를 만들어 낸다면 그것은 더 이상 ‘뿌까’가 아닐 것이다. 그렇다고 똑같은 뿌까만을 기계처럼 찍어 내기만 한다면 그것은 더 이상 ‘살아 있는 뿌까’가 아닐 것이다. 그렇다면 뿌까답게 살아 있는 뿌까, 나아가 부즈답게 살아 있는 부즈가 되기 위한 방법은 무엇일까? 그것이 바로 부즈다움을 근간에 둔 진화다. 그래서 김 대표에게 부즈다움이 무엇인지 물었다.

 

 

부즈답다는 것은 여러 가지로 풀어 설명할 수 있다. 우선 ‘역할’적인 측면에서 보자면 ‘메신저’다. 세상에 감동적인 메시지를 지속적으로 전달하고 그 안에서 우리의 역할을 찾는 것이다. 그것을 위해 필요한 부즈인의 태도는 ‘탐구자’의 모습이다. 늘 ‘호기심’으로 세상을 바라봐야 한다는 의미다. 그런 사람만이 소비자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소재를 찾아낼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이미 컨텐츠 범람의 시대에 살고 있다. 우리가 아무리 좋은 메시지를 가지고 있다 해도 고객의 호기심을 자극하지 못하면 그것을 전달할 수 없다. 결국 사람들의 호기심을 자극해 관심을 끌고, 그 안에 진한 감동과 재미가 느껴지는 메시지를 담아 내는 것이 부즈가 추구하는 컨텐츠다. 이것을 충족시키지 못하면 더 이상 부즈의 것이 아니다.

 

 

 

 

이러한 부즈의 부즈다움에 마지막으로 컬러를 입혀 주는 것이 그들의 메인 컨셉인 ‘Funny Love’다. 이에 맞춰 뿌까의 캐릭터성격가 결정된 것이다. 10대, 20대 여성을 타깃으로 ‘사랑’이란 주제를 재미있게 표현하며 흥미를 끌 수 있도록 전형적인 남성과 여성의 역할을 바꿨다. 그래서 뿌까는 남자친구인 ‘가루’에게 적극적으로 사랑을 표현하는 당돌한 파워걸이다.

 

여기에 메시지 전달자를 자처한 뿌까가 염두에 둔 것이, ‘Love is…’다. Love is는 1960년대 후반, 카툰 작가 킴 그로브(Kim Grove)가 자신의 미래의 남편에게 보내는 메시지를 컨셉으로 그린 카툰인데 이것이 1970년 LA 타임즈에 게재되면서 세계적인 유명세를 타게 되었다. 뿌까와 가루는 이것의 신세대 버전이라고 생각해도 좋다. 최근 뿌까가 영역을 확대하고 있는 성인 여성 패션 의류 아이템에는 이러한 문구를 사용한 디자인이 눈에 많이 띈다. “Do you love me?”

 

“Do you love me?”

물론 이 질문은 당연히 ‘뿌까’가 ‘가루’에게, 아니면 이 옷을 구매한 여성이 누군가에게 보내는 메시지일 수 있다. 그런데 이런 생각이 들었다. 만약 부즈의 메인 캐릭터인 뿌까가 김 대표에게 이러한 질문을 한다면 그는 어떤 답을 할까? 그를 떠나서, 만약 당신이 한 브랜드의 리더라면 당신 브랜드에게서 이 같은 질문을 받는다면 어떤 대답을 하겠는가?

 

당연히 사랑한다고 대답할 것이다. 특히 창업자라면 더 절실하고 간절하게 고백할 것이다. 특히 김 대표처럼 자신과 꼭 닮은 브랜드가 그렇게 물을 때 더욱 그럴 것이다.

 

나는 주관이 강하고 고집도 센 편이라 주로 자신이 하고 있는 것에만 집중한다. 그 대신 단점도 있다. 관심 없는 분야를 알아 가는 데는 조금 더딘 편이다. 그래도 시대의 일시적 패드fad에 휩쓸리지는 않는 것은 마음에 든다. 부즈는 나와 상당히 닮았다.

 

창업자와 브랜드가 닮는 것은 더 이상 놀라운 일이 아니다. 그리고 자신을 닮은, 게다가 자신이 갖고 싶은 이상적인 모습까지 추구하고 있는 브랜드의 모습을 사랑하는 리더의 모습도 놀라운 일이 아니다. 그리고 브랜드의 미래를 ‘제대로’ 생각해 주는 리더의 모습도 이제는 더 이상 놀라운 일이 아니어야 한다. 브랜드를 자식처럼 사랑한다면 말이다(p42,‘페어런트십’ 참고).

 

하지만 닮은 것으로 만족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부즈는 나보다 더 나아야 한다. 나는 이종 간의 연결에는 다소 소극적이라 다양한 분야를 다 섭렵하지는 못하지만 부즈는 해내야 한다. 나의 장점일 수 있는 ‘중심 잡기’는 물론이고 그간 캐릭터 비즈니스에서 시도하지 않던 독특한 스타일과 재미, 그리고 감동을 주는 아이로 거듭났으면 한다. 실제로 그 일이 이루어졌을 때, 생각한 것보다 더 큰 시너지가 나고, 내가 배우는 점이 많다. 그것이 내가 참모를 세울 때의 기준을 ‘이 사람이 나보다 뛰어난 점은 무엇인가?’에 두는 이유다. 참모가 단 한 가지라도 나보다 뛰어나야, 부즈가 더 성장할 수 있다.

 

 

 

 

“Love is…”

그것이 자식의 홀로서기를 돕는 아버지의(父’s) 자식(부즈)을 향한 진정한 사랑의 모습이며, 표현이다. 앞으로 김 대표의 꿈은 부즈의 고유한 ‘스타일’을 갖는 것과 한국의 전통 요소를 소재로 하는 캐릭터를 갖는 것이다. 물론 이는 김 대표가 해낼 수도 있고, 앞으로 미래의 부즈인들이 해낼 수도 있다. 창작물을 탄생시키는 것, 그리고 그것이 생명력을 가져 사람들의 사랑을 받는 데는 시간이 걸리는 일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스스로가 영웅 되기’를 바라는 리더가 아닌 ‘부즈가 영웅 되기’를 바라는 그의 입장에서는 자신이 못하더라도 부즈가 할 수 있다면 그것으로 만족할 것이다. 부즈의 성공이 부즈가 영속할 수 있는 밑거름이 될 것이고 그것은 곧 아버지인 김 대표가 원하는 궁극의 것이 될 테니 말이다.

 

지옥 같은 전쟁을 겪었지만 여전히 겸손한 실존 인물, 윈터스 대위가 남긴 말이 하나 있다. “제가 영웅이라고요? 저는 영웅들의 중대에서 잠시 근무했을 뿐이죠.” 이 말이 어떤 의미인지 이해하고 공감하는 리더는 영속하는 브랜드를 위한 브랜드십을 만들어 낼 확률이 높다. 그리고 당신의 브랜드가 묻고 있는 다음 두 질문에 제대로 된 답을 할 수 있다면 더욱 그러하다. “Do you love me?” (then…) “Love 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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