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 공간'을 선점하는 전략, 독점의 기술
'전략 기획 회의'를 '독점 전망 훈련'으로 교체하라! 볼륨배지시즌배지

Written by 밀렌드 M. 레레  고유주소 시즌2 / Vol.17 브랜드 전략 (2010년 10월 발행)

1962년, ‘경영’이란 단어는 미국의 경영학자 챈들러(A.D. Chandler Jr.)에 의해 그간 전쟁 용어로만 사용돼 온 ‘전략’이란 단어와 만나게 된다. 바로 《전략과 구조(Strategy And Structure)》라는 책에서다. 이 두 단어의 결합은 단순한 의미상의 조합으로 끝나지 않고, 지난 50여 년간 무한한 화학작용을 일으키며 각양각색의 의미들을 파생시켰다. 그중 1970~1980년대를 뜨겁게 달군 마이클 포터의 ‘경쟁우위(competitive advantage)’ 개념은 수십 년이 지난 오늘날에도 여전히 유용한 경영 전략의 모듈로 인정받고 있다. 물론 그의 경쟁우위 개념이 기업의 외부 환경 분석에 초점이 맞춰져 실질적인 대응법 제시에는 부족하다는 원성을 사기도 했지만, 그 후 등장한 ‘경영자원론’이나 ‘핵심역량’ ‘포지셔닝’이란 개념도 궁극적으로는 마이클 포터의 경쟁우위 개념에 다리를 걸쳐 놓았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런데 《독점의 기술(Monopoly Rules)》의 저자 밀랜드 레레는 경영계에서 정설처럼 여겨진 ‘경쟁우위’를 두고 다음과 같은 도발적인 질문을 던진다. “과연 ‘지속적인 경쟁우위’가 기업에게 수익을 가져다 줄까?” 적어도 현재까지는 레레가 전 세계 경영자들의 관심을 독점하는 데는 성공한 듯하다. 그렇다면 그가 주장하는, ‘경쟁우위’ 개념보다 우위(advantage)에 있다는 ‘독점의 기술’은 무엇일까?

The interview with 밀랜드 M. 레레(Milind M. Lele)

 

 

월마트가 성공한 진짜 이유는?

경쟁우위 개념의 핵심 요소인 ‘차별화’와 ‘낮은 원가’는 확실한 승리 요인이라는 것이 경영계 전반의 믿음이었다. ‘이었다’라는 과거형 어미가 어색할 정도로 오늘 우리가 가진 고민들, 필요로 하는 아이디어들은 실로 차별화와 원가절감의 범주를 벗어나기 힘들다. 그런데 어떻게 레레는 “큰 성공을 거둔 기업들의 여러 공통점 중 가장 중요한 것은 지속가능한 경쟁우위로는 그 성공을 전혀 설명할 수 없다”고 주장할 수 있는 것일까? 그가 자신의 주장에 대한 근거로 제시하는 여러 해외 사례 중 그나마 우리에게 익숙한 월마트를 들여다보자.

 

 

 

 

알다시피 월마트는 많은 경영학의 대가들이 꼽는 지속가능한 경쟁우위(차별화와 낮은 가격)를 통한 성공 기업의 대표 사례다. 각 매장에서 공급업체로 POS(Point of Sales) 정보를 바로 전달할 수 있도록 자체 위성 커뮤니케이션 시스템을 갖추고, 매장별 평균 재고 보충기간을 1주에 2회(업계 평균의 절반)로 함으로써 양질의 제품을 최저가에 판매하며 ‘원가 우위’를 지켜 나갔다. 그리고 이러한 월마트의 노력은 경쟁자들과는 현저한 차별화를 꾀할 수 있는 충분한 이유가 되었다.

 

 

월마트가 성공한 진짜 이유는 '독점'이며 자연스럽게 경쟁우위의 개념으로
설명되는 낮은 원가와 차별화 요인을 갖게 되었다는 주장이다.

 

 

그런데 레레는 아이러니하게도 경쟁우위의 효익을 주장하는 대표적인 학자, 판카지 게마와트(Pankaj Ghemawat)의 월마트 성공 연구에서 자신의 주장(월마트의 성공 요인은 낮은 원가가 아니라는 것)을 뒷받침할 근거를 찾아냈다. 게마와트가 분석한 월마트 성공의 이유는 ‘사업 초기, 대형 마트가 없던 소도시를 집중적으로 공략하며 자본을 모아 활동 반경을 넓히고 시스템을 구축한 것’인데, 레레는 소도시에서 월마트의 존재를 ‘독점’으로 보고 있는 것이다. 즉 월마트가 성공한 진짜 이유는 ‘독점’이며 그 후 자연스럽게 경쟁우위의 개념으로 설명되는 낮은 원가와 차별화 요인을 갖게 되었다는 주장이다. 물론 월마트 사례 말고도 그가 《독점의 기술》에서 제시하는 사례는 수십 가지다. 그 사례들을 알기 전에, 우선 그가 말하는 ‘독점’의 개념을 살펴볼 필요가 있겠다.

 

 

독점의 발견, 혹은 발명

공정거래법 등 법적 규제가 탄탄한 21세기 자본주의에서 웬 독점인가 싶겠지만, 여기서의 독점은 경제학에서 말하는 독점(특정 자본이 생산과 시장을 지배)과는 다르다.
레레가 말하는 독점에는 두 가지 요소가 필요한데, 바로 ‘장소’와 ‘시간’이다. 즉 ‘한 기업이 이익을 남길 수 있을 만큼의 충분한 기간과 그 기간 동안 소유할 만한(수익을 낼 만한) 사업 영역이나 공간을 지배하는 것’을 말한다.
쉽게 설명하자면, 어떤 대학의 무용학과에 재학 중인 남학생이 1명, 여학생이 5명이라고 생각해 보자. 이들은 학년별로 한 학기에 한 편씩 작품을 올려야 하는데 극에 필요한 등장인물은 남자 1명과 여자 2명이다. 그렇다면 여학생들은 2개의 배역을 두고 경쟁을 해야 하는 반면, 남학생은 그 역할에 독점권을 갖는다. 적어도 군대에 간 남자 동기 2명이 제대하는 겨울이 되기 전까지는 말이다. 이 남학생은 학교라는 ‘장소’에서(학교 작품이 아니라면 굳이 이 남학생이 그 역을 맡을 필요가 없다), ‘일정 기간’ 동안(동기가 군대에 가지 않았다면 그 역시 경쟁을 치러야 한다) 독점권을 가진 것이다. 이런 상황은 수없이 많다. 매점이 하나뿐인 병원, 카페가 하나뿐인 일정 구역, 시험 당일 각종 수험장 앞에서 지우개와 연필을 파는 유일한 아주머니. 그들은 ‘특정 장소’와 ‘시간’ 안에서, 독점을 행사하고 있다.

 

 

월마트의 진정한 성공 요인은 '독점'에 있다.

 

이러한 ‘상황적 독점(앞서 설명한 것은 특정한 상황 하에 생겨난 독점이므로)’ 외에 레레가 설명하는 독점에는 한 가지가 더 있다. 바로 ‘자산적 독점’이다. 이는 주로 눈에 보이는 자산에 뿌리를 두는데 혁신적인 기술, 특허권, 상표권, 저작권 등이다. 앞서 소개한 무용학과 학생 중 현재 재학 중인 남학생이 2명이었더라도, 오직 한 남학생만이 여주인공으로 뽑힌 47kg의 여학생을 들어올릴 수 있는 힘(자산)이 있다면 그는 자산적 독점을 가진 셈이다. 하지만 그 독점은 나머지 한 남학생이 같은 힘을 갖게 되는 순간 사라질 독점이기에 역시‘시간’에 구애를 받는다. 기업이 이러한 자산적 독점, 혹은 상황적 독점을 가질 수 있고, 또 그 독점 기간을 최대한 연장할 수 있다면 분명 수월하게 수익 창출에 성공할 것이다. 그렇다면 이 같은 ‘독점’은 어떻게 얻을 수 있는 것인지 레레에게 들어 보자.

 

 

당신이 주장하고 있는 독점의 개념은 기업이 욕심낼 만큼 충분히 매력적이다. 자사 브랜드가 진입하기 좋은 독점 영역은 어떻게 ‘발견’할 수 있나? 혹시 ‘발명’해야 하는 것인가?
발견이든, 발명이든 독점 영역을 갖는 것은 스스로에게 다음과 같은 질문을 하는 것에서 시작된다. ‘현재 우리는 어디에 있으며, 어떻게 돈을 벌고 있는가? 혹시 우리는 이미 독점적 위치에 섰나? 그렇다면 그 독점은 무엇이며 어디에서 기인했나?’ 하지만 이 질문이 어렵다면 다음과 같은 다섯 가지 질문이 가이드라인이 될 것이다.
 
① 우리 고객은 오로지 우리 제품만을 바라보는가?
② 우리 기업은 경쟁업체의 눈에 잘 띄지 않는가?
③ 우리 기업은 경쟁자에 대해 걱정할 필요가 없는가?
④ 우리 기업은 ‘경쟁자’를 염두에 둔다기보다는 ‘가치’에 가격을 매기는가?
⑤ 우리 기업은 현재 많은 돈을 벌고 있는가?
 
이 질문에 ‘yes’라고 답할 수 있다면 이미 당신의 기업은 상당한 독점력을 지녔다.

 

 

MEMORANDUM
독점 만화경 
미래의 독점 영역이 될 ‘빈 공간’을 찾아내는 방법을 묻자 그가 제안한 것이 The Monopoly Kaleidoscope, 즉 ‘독점 만화경’이었다. 만화경(萬華鏡)이란 (아마도 초등학생 때 준비물로 가져가 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손아귀에 적당히 잡힐 만한 원통으로 그 안에는 보통 3개의 거울 이 있고 그 거울은 바닥에 깔린 작은 색종이나 셀룰로이드 조각이 만들어 내는 모양을 비춰낸다. 그 모양이 천변만화(千變萬化, 끝없이 변 화함)한다는 의미에서 만화경이란 이름을 갖게 되었다.

그에게 쉴새 없이 변하는 고객, 산업 환경, 경쟁사를 설명하기에 이만큼 적합한 단 어가 없었던 모양이다. 그 만화경(시장) 속에서 고객 역동성(Customer Dynamics), 산업 역동성(Industry Dynamics), 경쟁자 역동성(Competitor Dynamics)으로 빚 어지는 움직임을 확인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 3가지 힘의 교집합 영역이 앞으로 독점해야 할 ‘빈 공간’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교집합 영 역(빈 공간)은 늘 같은 자리에 있는 것이 아니라 고객, 산업, 경쟁자, 그리고 시장 전반의 트렌드에 의해 쉴 새 없이 변한다. 그곳을 알아차리 는 것이 독점의 기술이다. 
사실 적어도 눈에 보이는 개념은 우리가 그간 접해 온 이야기와 크게 다르지 않다. 하지만 늘 중요한 것은 ‘관점’이다. 만화경 속에 산발한 셀룰로이드 조각들이 어떤 사람에게는 단순한 흐트러짐으로 보이는 반면 어떤 사람에게는 꽃으로, 나비로, 독특한 패턴으로 보이기도 한 다. 마케터나 브랜더라면 불규칙 속의 패턴을 보는 겹눈(유니타브랜드 Vol.15 p194 참고)이 필요하며 겹눈 시력은 꾸준한 훈련으로 증가시 킬 수 있다. 이러한 겹눈으로 시장을 보면 열이 감지된다. 마치 적외선 열 감지 고글을 쓰고 본 세상은 가장 차가운 파란색에서부터 가장 뜨거운 빨간색까지의 컬러칩으로 이루어진 것처럼 고객과 경쟁자, 그리고 산업 간의 역동성이 교차하며 가장 빨갛게 달궈진 곳이 바로 ‘빈 공간’, 즉 독점 영역이다. 
어떻게 해야 그 열이 보이는지 묻는다면, 그 방법은 자신만의 관점, 즉 보는 사람의 철학에 달려있다고 답하고자 한다. 자신만의 가치관 혹 은 문제 의식으로 현상을 해석하려는 관점과 열정이 빈 공간의 열을 감지하는 능력을 만들어 줄 것이다. 축구를 좋아하는 사람과 축구를 좋아하지 않는 사람이 보는 시청 앞의 상권은 분명 다른 것처럼 말이다. 마지막으로 고객, 산업, 경쟁자의 역동성 전반에 걸친 일종의 쏠림 현상, 즉 트렌드에 관한 상세한 고찰이 필요한데, 그것은 유니타스브랜드의 다음 에디션, Vol.18에서 특집 주제로 다룰 것이다.

 

 

운이 좋은 기업이거나 현재 시장을 리딩하는 기업이 아니라면 다섯 가지 질문에 뾰족한 답을 내놓기 어려울 수 있다. 심지어 모든 질문에 ‘no’라는 답을 해야 하는 기업도 있을 것이다. 그런 경우 어떻게 해야 하나?
그렇다면 먼저 ‘내가 누구인지’ 스스로의 정체성을 규명하는 것이 먼저일 것이다. 그 다음이 ‘이러한 내가’ 어디에서 독점을 찾거나 만들 수 있을지를 고민해야 한다. 이에 대한 답을 찾아내는 힘은 보통(항상은 아니다) 창업자나 리더의 ‘빈 공간을 보는 관점력’에서 시작된다.
어디에서 소비자의 니즈가 일고 있는가, 신기술이 등장하는가, 어디에서 경쟁사들의 무관심 영역이 교차하는가를 살펴야 한다. 그곳이 바로 ‘빈 공간’이며 독점력을 가질 수 있는 공간이다. 만약 이러한 공간을 찾아낼 수만 있다면 결과적으로 고객의 마음을 독점할 수 있게 된다. 대체할 만한 것이 없기 때문이다.

 

 

전 세계 모든 기업은 서로가 서로를 즉각 모방할 태세를 갖췄다.
요즘 우리는 얼마나 노출되어 있는가. 세상은 점차 벌거숭이가 돼 가고 있다.

 

 

브랜드 독점, 끼어들 자리가 없다

그가 말하는 ‘빈 공간’에 관한 이야기는 (비즈니스 전략이 아닌) ‘브랜드 전략 측면’에서는 여러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도 있다. 어쩌면 ‘브랜드 전략’과 ‘비즈니스 전략’을 구분해서 생각하는 것 자체가 와 닿지 않는 독자도 있을 수 있다. 이런 독자를 위해 (극단적이지만) 예를 들자면, 돈이 되는 불량식품 비즈니스를 시작한다고 했을 때 이것은 (수익 창출의 측면에서) 비즈니스일 수는 있지만 브랜드이기는 힘들다. 브랜드란 ‘단순히 인지도와 충성도, 그리고 수익성을 넘어 긍정적인 가치를 창출하는 비즈니스 주체’라는 생각에 동의한다면 말이다. 즉 모든 브랜드가 비즈니스일 수는 있지만 (일시적 적자를 보더라도 그것이 고객과의 신뢰와 관계를 지키기 위한 것이라면 이것은 무형적 흑자가 될 수도 있다) 모든 비즈니스가 브랜드인 것은 아니다. 그래서 레레의 빈 공간은 비즈니스 전략을 위한 힌트일 수는 있어도 브랜드 전략, 즉 철학을 가시화하는 방법론으로서의 ‘전략’을 말하기에는 부족하지 않는가 하는 의문이 들 수도 있다.

하지만 장차 브랜드로 진화될 비즈니스도 그가 말하는 독점 공간에서 출발할 때 더 성공적일 수 있다는 것은 부인하지 못할 것이다. 그 공간은 시장과 고객이 원하고, 경쟁자가 미처 발견하지 못한 영역이기에 그만큼 고객이 필요로 하는 가치가 숨겨진 공간이다. 따라서 이러한 공간을 선점해 올바른 가치를 전달한다면 그만큼 브랜드로 성장할 가능성이 커진다. 뿐만 아니라 그 공간에서 발견한 숨은 니즈를 올바르게 사용할 것인지, 세상의 기준에서 그릇된 방법으로 사용할 것인지는 오로지 그 비즈니스를 영위하는 자의 몫이다. 전자의 사람들이 그 공간을 더 빨리, 그리고 효과적으로 찾아내 활용하길 바랄 뿐이다.
그 독점 공간이 틈새시장과는 무엇이 다른지 의아할 수도 있다. 틈새시장은 (대부분) 작은 규모의 특수한 니즈가 있는 시장을 지칭할 때가 많다. 하지만 레레는 시장의 규모에 제한을 두지 않았을뿐더러 그가 제시하는 대부분의 사례는 대중 시장에서 활약하는 브랜드가 어떻게 독점 공간을 찾았는가에 관한 것이다. 혹시 포지셔닝과 독점을 비교하고 싶다면 포지셔닝 맵을 머릿속에 떠올려 보길 바란다. 가격과 퀄리티라는 두 축을 그려 두고 시장에서 ‘경쟁자 대비, 자사의 위치를 어디에 둘 것인가’를 고민할 때 도움이 되는 포지셔닝 전략은 독점의 ‘결과’로, 혹은 결과를 해석하는 방법으로는 활용할 수 있지만 독점 공간이 바로 포지셔닝 공간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포지셔닝 맵 자체로는 독점에서 이야기하는 고객의 역동성을 설명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또한 앞으로 이어질 레레와의 인터뷰에서도 언급되겠지만, 브랜드를 통한 독점은 일반적인 비즈니스 관점에서처럼 더 좋은 제품으로, 더 많은 광고 활동으로, 더 낮은 가격으로, 더 다양한 유통망을 통해 가질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브랜드 독점은 비즈니스 독점(물론 이 안에 브랜드 독점이 포함되기에 명확한 선을 긋기는 힘들지만)보다 훨씬 모호하고 관념적이기 때문이다.

 

 

안락한 분위기, 신선한 웰빙 식단, 스마트한 입지 선점 등으로 독덤적 지위를 가져온 파네라 브레드. 요즘은 미국에서 무료 와이파이 존으로 자신의 독점을 이어 나가고 있다.

 

 

독점, 달리 말해 ‘대체할 만한 것이 없다’는 것은 브랜드 궁극의 목표이기도 하다. 고객에게 물질이나 기능적 차원을 넘어 유일무이한 존재로 자리 잡는 것 말이다. 브랜드를 통한 독점은 어떻게 생각하는가?
책에서도 밝혔지만 브랜드 독점은 ‘자산적 독점’과 ‘상황적 독점’이 어우러진 모호한 개념의 독점이다. 명확하게 독점이라고 정의 내릴 수 있는 구체적인 특징을 찾기도 어렵다. 상당히 심리적이거나 감정적인 것으로 소비자의 마음이나 머릿속에 존재하는 관념적인 것이기 때문이다.
애플, 할리데이비슨, 포르셰 같은 브랜드는 자신을 숭배에 가까운 태도로 모시는(?) 마니아를 얻었다. 그들에게는 타사 브랜드가 끼어들 자리가 없다. 더 좋은 제품을 만든다고 해서, 광고를 더 많이 한다고 해서, 가격을 더 낮춘다고 해서, 더 다양한 유통망을 갖는다고 해서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브랜드처럼 설명하기 모호한 독점의 형태가 더욱 각광 받는 이유는 날로 치열해지는 경쟁구도 속에서 점차 구체적인 공간이나 기술에 근거한 독점의 수명이 짧아졌기 때문이다. 따라서 상대적으로 모방이 힘든 (상황적 독점과 자산적 독점이 모호하게 뒤섞인) 독점이야말로 앞으로 다가올 시대의 황금알을 낳는 거위가 될 것이다. 전 세계 모든 기업이 매 순간 당신의 기업이 어떤 제품을 어떤 디자인으로, 또 어떤 채널을 통해 고객과 소통하는지 지켜보고 즉각 모방할 태세를 갖추고 있다. 요즘 우리는 얼마나 노출되어 있는가. 세상은 점차 벌거숭이가 돼 가고 있다.
 

 

브랜드를 통한 독점이 강력함이나 지속성을 갖는 이유는 ‘브랜드’라는 개념 자체가 ‘관계’를 통해 생성되는 결과물이기 때문 아닐까? 그런데 이미 강력한 브랜드라도 어떤 형태가 되었든 ‘뭔가 특별하고 대체할 수 없는 가치’를 끊임없이 제공할 수 없다면 그 지속성은 유한할 것 같다.

그래서 필요한 것이 ‘그들은 무엇을 원하는가?’를 끊임없이 찾는 태도다. 그러나 그것은 일반적인 소비자 행동양식 조사 등의 전통적인 리서치만으로는 알아내기 힘들다. 조사 결과 너머에 있는 몇몇 요소를 이해할 수 있어야 하는데, 다음과 같은 질문들로 자문하는 것도 도움이 될 것이다. ‘어떤 고객이 우리 브랜드를 아무 거부감 없이 (다른 것과는 차원이 다른) ‘유일한 것’으로 인식하고 있는가?’
‘그들은 왜 그렇게 인식하게 되었나?’ ‘그들이 그렇게 생각하는 데 영향을 미친 것은 과거 우리 브랜드의 어떤 행동에서 기인하는가?’

 

그런 태도를 갖춘 브랜드가 있다면 소개해 달라.
《독점의 기술》을 출간하고 난 후 독점력을 소유한 또 하나의 브랜드로 꼽고 있는 것이 파네라 브레드(Panera Bread(이하 ‘파네라’))다. 맥도날드 등 다른 패스트푸드 프랜차이즈 브랜드에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작은 사업 규모지만 미국이 불황의 늪에서 허덕이고 있을 때조차 건강하게 성장해 왔다. 런칭 초기에 그들이 갖춘 독점력은 무엇보다 패스트푸드점보다 조용하고 안락한 분위기와 신선한 웰빙 식단에서 비롯됐다. 하지만 비슷한 컨셉의 샌드위치점들이 생기고 유명세를 타면서 방문객이 많아져 옛날보다는 북적거리게 됐다. 그런데 이후로 그들은 새로운 독점 공간을 찾은 듯하다. 바로 입점위치다. 대학가를 주변으로 매장 수를 점차 확대하고, 메뉴와 가격에도 변화를 주었다. 게다가 또 하나의 소소하지만 강력한 요소를 하나 더 찾은 것 같다. 바로 무료 와이파이다. (한국보다 상대적으로) 와이파이 공간이 드문 미국에서 이것은 그곳을 찾아갈 이유가 되기도 한다. 그래서 꼭 빵을 먹기 위해서가 아니더라도 개인 업무를 보거나 미팅, 소규모 세미나를 하기 위해 방문하는 대학생과 직장인들로 그득하다. 조금 시끌벅쩍하지만 매우 편리한 공간이다. 이제 고객들은 파네라를 너무나 당연히, 점심과 업무 미팅을 동시에 해결할 수 있는 공간으로 인식한다.

 

하지만 독점은 ‘시간’ 개념을 동반하기에 그 끝이 있을 것이고, 파네라 역시 그럴 것이라 예상한다. 경쟁사의 등장이나 시대상의 변화 등 독점 기간을 단축시키는 요인은 많을 것이기 때문이다. 독점 기간을 연장하기 위한 방법은 무엇인가?
먼저 왜 독점이 끝나는가를 이해해야 한다. 만약 그것이 경쟁자가 당신의 독점 공간과 기술을 간파했기 때문이라면 이미 당신은 선도자로서의 이점을 잃었음을 의미한다. 그러면 당신은 어느 부분에서 방어할 것인가를 결정해야 한다. 이때 가장 최악의 선택은 모든 영역을 방어하겠다는 결정이다. 그런 상황에서는 한 영역에서 핵심 고객을 유지하는 것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 나머지 에너지는 새로운 독점 공간을 찾아내는 것에 쏟아야 한다. 그런데 이러기는커녕 몇몇 기업들은 아직도 자신들이 독점력을 갖고 있다고 믿는다. 가장 안타까운 부분이다. 필름 시장에서의 코닥, 컴퓨터나 휴대폰 시장에서의 마이크로소프트와  델이 대표적인 예가 아니겠나.

 

 

MEMORANDUM 
델 사례로 보는 독점의 생성과 소멸
  
수많은 경영 및 마케팅 사례에서 다뤄지던 델이지만 독점의 관점에서 고찰해 보는 것은 또 다른 의미가 있다. 과거와 현재의 델을 보면 독점 영역의 확보와 유지, 그리고 손실까지 모두 볼 수 있기 때문이다. 
1984년 델을 설립한 마이클 델(Michael Saul Dell)은 PC의 대중화 시대(산업의 움직임)에 맞춤형 제작 PC를 원하는 엔지니어(소비자의 움직임)를 주축으로 하는 거대한 시장을 발견했다. 그때까지만 해도 이러한 가치를 제공하는 기업은 없었다(경쟁자의 움직임). 앞서 소개한 독점의 만화경 속에서 고객, 산업, 경쟁의 움직임이 만들어 내는 교집합, 즉 빈 공간을 본 것이다. 그는 대학 기숙사에서 PC를 조립해 배송하기 시작했고 여기에서 더 큰 수익을 내기 위해서는 유통업체를 거치지 않고 소비자에게 직접 판매해야 한다는 사실도 깨달았다. 하지만 델은 소비자에게 직접 판매할 영업사원을 고용할 돈이 없었기에 전화 주문을 받아 만들고 직접 배송할 수밖에 없었다. 또한 각기 다른 소비자 니즈에 맞는 수천 가지의 PC를 조립해야 했기에 생산 설비에도 극도의 유연성을 가져야 했으며, 자본과 재고 관리(부품업체가 맡았다)에도 탄력적인 방책을 마련해야 했다. 결과적으로 자신이 선점한 독점 영역을 지켜 내기 위한 고민이 자연스럽게 차별화 전략이 된 것이다. 즉 전략을 먼저 세우고 독점력을 갖춘 것이 아니라 독점이 먼저, 전략은 그 다음이었다.
그들의 성공적인 비즈니스 모델이 경쟁자의 등장을 재촉했음은 당연하다. 대표적인 브랜드가 게이트웨이(Gateway)였다. 게이트웨이는 런칭 당시 가난했던 델과는 시작점이 달랐다. 1만 달러의 자본금이 있었던데다 델의 모델을 벤치마킹하여 모방 전략의 이점(선도자가 밟던 수순을 따라가며 위험을 줄이는 것)을 그대로 누린 것이다. 전화로 주문을 받아 저렴한 가격에 팔았다. 델보다는 늦었지만 1993년 상장도 했다. 그 후 델과 게이트웨이 모두 PC판매 확대와 인터넷 붐을 누리며 성공가도를 달렸다. 게이트웨이는 오히려 델보다 더욱 공격적으로 온라인 판매망, 오프라인 매장을 늘렸고 저가 컴퓨터 시장의 작은 기업들을 인수하며 덩치를 키워 나갔다. 하지만 결과는 실패였다.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레레는 “게이트웨이는 단 한 번도 독점 영역을 소유한 적이 없다”고 단언한다(이들이 선도자가 아니어서가 아니다. 아이폰, 아이팟도 시장 선도자는 아니었지 않나). 델이 엔지니어와 과학자, 기술직 종사자에게 맞춤형 PC를 싸게 제공한 반면, 게이트웨이의 주 소비자는 평범한 대중이었다. 사실 대중들은 게이트웨이의 맞춤형 PC가 아닌, 저렴한 PC에 관심이 더 많았던 것이다. 따라서 베스트바이 등의 대형 유통 매장에 낮은 가격의 PC가 넘쳐나자 게이트웨이는 더 이상 소비자에게 필요한 존재가 아니었다. 게이트웨이는 소비자와, 경쟁사의 움직임을 눈치채지 못했을 뿐 아니라 독점적 가치도 제공하지 못한 것이다.
반면 델은 게이트웨이와는 달리 그들만의 독점 영역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오늘날의 델은 어떤가? 맞춤형 PC의 수요는 PC 성능의 상향 평준화 경향으로 현저히 낮아졌으며 델의 또 다른 강점이던 저렴한 가격 역시 경쟁사 대비 큰 이점이 되지 못했다. 뿐만 아니라 소비자는 이제 기능적 측면은 기본으로 하되 감성적 코드로 소통할 수 있는, 또 자신들을 이끌어 줄 혁신을 원했다. 애플이 그렇듯 말이다. 결국 1980년대 고객, 시장, 산업군의 변화에 따른 교집합의 위치를 정확히 파악해 독점력을 가졌던 델도 1990~2000년대의 교집합 영역 변화(M→M′)를 제대로 읽어 내지 못했고, 따라서 독점도 끝났다. 이렇듯 한 기업의 독점력은 그 교집합의 위치와 크기에 따라, 또 시간에 따라 언제든 가변적이다. 
 

 

 

독점은 상당히 강력한, 모두가 실행하고픈 ‘꿈의 전략’인 것 같다.
미안하지만 독점은 전략이 아니다. 전략이란 단어는 경영 분야에서 지속가능한 경쟁우위보다 더 신성시되며, 더 흔하게 사용되는 단어다. 독점은 전략 수준의 것이 아니다. 관계를 설명하자면, 독점은 궁극의 목표이고 전략은 목표에 도달하기 위한 수단이다. 위대한 경영자들은 전략보다 미래의 독점을 발견하는 것에 초점을 두었다. 어떤 장소에서 독점 영역을 확보해 얼마나 오래 그 공간을 유지할 수 있는가를 성공의 가늠자로 두었다.

 

그렇다면 구체적인 전략을 수립하기에 앞서 어디에서 독점 영역을 찾아낼 것인가, 즉 어떤 관점으로 시장을 바라보는가가 상당히 중요한 것 같다. 그런데 그 ‘관점’이란 것은 당신도 앞서 이야기했듯 창업자나 리더의 생각, 달리 말해 철학에 크게 의존하지 않을까? 이는 ‘철학의 전략화’라는 우리의 이번 특집 주제와도 같은 맥락이라 생각한다.
이 질문은 나를 상당히 오래 고민하게 만들었다. 브랜드의 철학은 응당 그에 맞는 전략을 도출하는 견인차 역할을 하기 마련인데 이에 대해 거듭 질문한다는 것은 뭔가 다른 측면의 질문일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내 사고의 흐름은 결국 ‘기업 문화’로 귀결됐다. ‘철학의 전략화’라는 표현은 한 기업의 ‘문화와 전략’이 아주 흥미로운 방법으로 혼합된 상태를 말하는 것 같다.

 

기업 문화는 전략에, 그리고 독점 영역을 확보하는 것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
당신이 철학이라고 표현하는 것은(내가 느끼기에는 기업 문화) 전략의 방향성을 설정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뿐 아니라 독점을 이해하고, 창조하고, 또 유지하며 방어전을 펼치는 것에 상당히 중요한 역할을 한다. 예를 들면, 낮은 생산단가에 집중하는 기업(사실 한국 기업도 여기에서 벗어난 지는 오래되지 않았다고 생각한다)들의 관심과 전략 초점은 오로지 원가 절감에 있을 것인데, 이는 독점 영역을 관찰하고 그에 따른 혁신을 이루기는 힘든 문화이기 때문이다. 제조 기반의 기업에게 새롭고 위험성 있는, 혹은 빠른 움직임을 중요시하는 전략은 효과가 떨어질 뿐 아니라 전체적인 피로도만 높일 뿐이다.
최근 삼성, 그리고 현대자동차는 그들의 관심사를 바꿨을 때 독특한 브랜드와 제품을 만들어 낼 수 있음을 보여 줬다고 생각한다. 그것은 그들이 갑자기 혁신 전략을 짰기 때문이 아니라 지난 수년간 문화가 바뀌어 왔고, 바뀌었기 때문일 것이다. 어디에 초점을 두고 어떤 관점을 갖는가가 관건이다. 이렇듯 전략은 자사 문화와 잘 융합되는 방향으로 수립돼야 한다. 전략을 바꾸고 싶다면 문화를 바꿔야 할 것이며, 문화를 바꾸고 싶다면 철학을 바꿔야 할 것이다.

 

 

독점은 전략이 아니다. 독점은 궁극의 목표이고 전략은 목표에 도달하기 위한 수단이다. 위대한 경영자들은 전략보다 미래의 독점에 초점을 두었다.

 

 

독점 전망 훈련

매출은 높은데 이익은 없다? 수시로 경쟁자를 감시하고 그들의 움직임에 상응하는 새로운 전략을 구사해도 남는 것은 상처투성이 마음과 경고등이 켜진 현금흐름표뿐인가? 그렇다면 우리가 놓치고 있는 독점 영역이 어디인지를 살펴봐야 할 때다. 우리나라의 경우 대형마트끼리 서로 뜯고 뜯기는 혈투 속에서도 경쟁 영역에서 벗어나 지속적으로 성장하는 코스트코가 대표적인 예일 것이다. 그것을 이해하는 독자라면 다소 급진적인 것처럼 보일지 모르는 레레의 주장이 억지스럽지는 않을 것이다.

“기업 경영이란 이기는 방법을 찾는 것이 아니라 독점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것이다.”
“독점은 수단이 아니라 궁극적 목표다. 남보다 먼저 독점을 발견하고 차지하는 기술이 필요하다.”
“오늘도 전쟁처럼 치러질 ‘전략 기획 회의’를 ‘독점 전망 훈련’으로 교체하라!”

어쩌면 독점을 가능케 하는 빈 공간은 의외로 가까운 곳에 있을지 모른다. 그 빈 공간을 보는 관점에 대해 레레는 마지막까지 ‘스스로 타성에 젖지 말고 끊임없이 질문할 것’을 제안했다. 그 질문은 현재의 내가 누구인지, 고객은 누구인지, 시장의 흐름은 어떻게 변하고 있는지에 관한 것이 되어야 한다고도 했다. 이러한 질문을 바탕으로 하는 스스로에 대한, 또 시장에 대한, 소비자에 대한 독점적 지식만이 시장의 역사를 새로 쓰는 붓대를 독점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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