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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28 에코시스템 브랜드 [에디터스 레터] 2012년 12월 발행
브랜드의 끝, 에코시스템 브랜드
브랜드, 브랜딩 전문 매거북 유니타스브랜드가 생태계와 브랜드에 대해 말한다. 자연을 생각하는 마음을 갖고, 자연으로의 회귀를 꿈꾸며 자연과 더불어 사는 길을 모색하는 브랜드, ‘에코시스템 브랜드(Ecosystem Brand)’다. 생태계적이라는 뜻의 ecologic이라는 단어가 있음에도 굳이 ‘에코시스템 브랜드’라는 비문법적인 조어를 만든 이유는 간단하다. 흔히 친환경, 유기농, 혹은 웰빙 등의 단어와 함께 등장한 무늬만 ‘에코 프렌들리한’ 제품이나 브랜드만을 말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유니타스브랜드는 생태를 의미하는 ‘에코’를 유기체가 생존을 유지하는 데 영향을 미치는 광의의 환경으로 해석한다. 자연에서 브랜드, 브랜드에서 자연으로 돌아가는 순환의 메커니즘을 ‘에코시스템 브랜드’ 특집에서 소개한다. 유니타스브랜드는 이번 특집에서 환경운동부터 시작해 건축, 출판, 식품, 패션, 화장품, 디자인, 문화, 재활용, 공정무역, 협동조합 등에 이르기까지 각 산업계 전문가 21명을 만났다. 이들의 작업과 결과물은 아직 완성형이라기보다 현재진행형에 가까웠지만, 공통점이 있다면 한결같이 자연과 환경은 물론 주위의 사람들, 동업자들과 공존하며 조화롭게 살아가기 위해 노력한다는 것이었다. Eco Spirit, Eco Brand, Eco Job의 세 가지 흐름으로 구성된 ‘에코시스템 브랜드’를 읽어보며 독자들은 브랜드가 생태계와 어떻게 상생할 수 있을지 탐구하는 기회를 가져보자. 함께 더불어 사는 방법에 당신의 브랜드는 분명 한 발 더 가까워질 것이다.
브랜드는 상업전선의 말단에서 소비를 촉진하는 역할을 담당한다는 오해 아닌 오해를 사고 있다. 우리 사회가 그런 인식을 갖게 된 데에는 그간 브랜드가 무분별하게 보인 상업적인 행적이 한몫한 게 분명하다. 그래서 브랜드가 새삼 에코의 화두를 꺼내 든 것에 불편한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유니타스브랜드는 이번 ‘에코시스템 브랜드’ 특집은 그런 행태를 보여온 브랜드의 자성이라고 말하고 싶다. 브랜드는 관계다. ‘에코시스템 브랜드’ 특집에서 유니타스브랜드는 브랜드가 맺는 관계에 참여하는 모든 이해당사자의 범위를 다시 한 번 환기한다. 고객, 직원, 거래처, 경쟁자 등 이해당사자를 지칭하는 여러 단어는 단 하나의 말로 압축하고 확장할 수 있다. 바로 에코시스템이다. 유니타스브랜드는 이 에코시스템의 원리에 정렬한 브랜드 생태계를 만들어 나가는 이야기를 세 가지 흐름에 나눠 분류했다.
첫 번째 섹션, Eco Spirit은 자연을 생각하는 마음이다. 생태계를 머리로만 이해하지 않고 가슴으로 인정한 사람들, 즉 자연과 인간의 접점을 찾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았다. 에디터 역시 그 접점을 찾아 떠나며 상업과 비즈니스는 잠시 접어두고 그들의 사고에 녹아들어 시선의 합일을 구했다. 에코시스템 브랜드가 발아하기 전, 보이지 않는 가치를 보이는 것으로 환원하는 자연의 영을 찾아본다.
두 번째 섹션, Eco Brand에서는 Eco Spirit을 기조로 브랜드를 만들 때, ‘어디로 갈 것인가’의 질문 앞에서 ‘자연’을 택한 자들의 도전과 희망, 가시적인 결과물을 다뤘다. 사람은 물론 주변의 환경과 영향을 주고받으며 유기적으로 진화하는 브랜드의 원리를 다시 한 번 에코시스템과 함께 합일하여 찾아간다. 다른 브랜드에 기생하지 않고, 공생하려는 선한 브랜드가 창조하는 관계를 고민한다.
마지막 섹션, Eco Job에서는 산업혁명 이후 기심(機心)에 눌려 자연을 고려하지 않는 비즈니스를 영위한 결과로 깨져버린 자연 생태계의 균형과 산업 생태계의 관계를 재조명한다. 인간이 자연을 벗어나 환경의 영향을 받지 않고 살 수 있는지, 브랜드와 기업이 시장이라는 생태계 없이 살 수 있는지 질문해보고, 우리가 더불어 살기 위해 무엇을 선택해야 하는지 탐색한다.
‘에코시스템 브랜드’ 특집에서 유니타스브랜드는 환경보전의 문제뿐만 아니라 브랜드로 이루어진 세상과 그 브랜드들의 관계를 이롭게 발전시키는 이해당사자의 유익을 언급한다. 이런 관계와 공존의 가치를 가진 에코시스템 브랜드의 형성에는 기업의 자기다움이 한 번 더 강조된다. 생태계 원리에 순응하는 기업은 주변을 파괴하며 성장하지 않는다. 즉, 나만 생존하기 위해 타자의 권리와 유익을 침범하지 않는다. 자기 생각과 철학을 정의한 가치, 자기다움을 찾는다. 이렇게 자기다움으로 남과 다른 기업들은 그 가치들을 모아서 그들이 존재할 수 있었던 배경인 생태계의 원리와 합일을 구하며, 이 원리에 따라 정렬된 비즈니스와 경제, 그리고 인간을 아우르는 우리다움으로 선한 영향력을 전파해나간다. 이번 ‘에코시스템 브랜드’ 특집을 통해 당신이 찾아가는 자기다움과 우리다움의 가치가 보이지 않는 것을 보이는 것으로 환원하는 에코의 스피릿 아래 정렬되었는지 자문하는 기회가 되기를 바란다.
Ecosystem Brand는 생태계의 원리를 따르는 브랜드다. 인간 중심적 사고를 지양하며, 인간과 자연을 분리하지 않는다. 오히려 자연 속에 포함된 인간의 실체를 깨닫고, 그 둘 간의 깨어진 관계 회복을 돕는데 초점을 둔다. 공존과 균형을 키워드로, 서로 연결되어 있는 유기적 관계 속 브랜드 역할을 고민한다. 에코시스템 브랜드는 성공한 브랜드이기 이전에 좋은 브랜드이며, 경제적 이익보다 먼저 유익의 가치를 선택한 브랜드다. 비즈니스 뒷면의 보이지 않는 영역, 이타적 호흡이 가빠진 그곳에 존재한다. 이는 간과되어서는 안 되며, 브랜드의 끝이라고도 표현할 수 있다. 보이지 않는 가치와 영적인 것을 보이도록, 보이는 것이 보이지 않는 가치와 연결되어 순환의 메커니즘을 그리도록 하는 것이 이번 Ecosystem Brand의 미션이다. 이번 호의 각 섹션은 전문가 인터뷰를 통해 첫째, 인간과 자연의 접점을 찾고 둘째, 자연을 회복하기 위한 브랜드의 역할과 셋째, 브랜드와 사회의 상호작용에 집중했다. 특히, 마지막 섹션 Eco Job은 브랜드 구축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다시 사회로 환원되고 공유되는 가치 창출을 위한 에코시스템 브랜드의 비전에 대해 얘기한다. 그 마지막 순환 지점에서 어떤 길을 선택할지는 각자의 몫으로 남았다. |